1. 강신주박사
얼마전 우리도서관에 강신주 작가강연회가 열렸다. 오송역까지 후배가 픽업하기로 했는데 카톡 문자가 왔다. '관장님 당황하지 마세요. 강작가님 연두빛 티셔츠에 반바지, 샌들 신고 가세요. 원래 이 차림인거 아시죠?' 한다. '으 으응....'하면서 내심 당황했다. 2년전 충북중앙도서관에 왔을땐 등산복이지만 긴팔에 긴바지 입고 왔는데....그땐 11월이라 추워서 그랬단다. 직접 섭외했고, 관리자 입장이라 그런가 내심 신경 쓰인다.
시골도서관이고 유명한 작가를 볼 기회가 적어서인지 참여 인원이 백명을 훌쩍 넘었다. 주제는 '예술, 감정 그리고 인문학'이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은 애절한 사랑시라는 표현이 감성을 깨운다. 책을 통해서 간접 경험하고 직접경험으로 실천해라. 내가 경험하지 못한건 인정해라. 궤도를 이탈하지 말것, 내가 잘하는 한가지를 할것, 아이를 조장하지 말것, 사랑은 기다리는 것, 아이를 기다려주고, 남자를 기다려줄 것. 관계에서 먼저 카페가서 기다리면 사랑, 그 사람을 기다리게 하면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 꽃을 선물하고 작가의 책이 나오기를 기대하면 사랑.....사랑을 참 명료하게 정의한다. 내 서재를 함부로 보여주지 말라는 얘기도 한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내 영혼이 담긴 책이라는......그날 밤 내 책꽂이를 정리했다. '책은 도끼다', '백석평전', '정희진처럼 읽기', '논어정독', '담론', '감정수업', 문학동네, 민음사 세계문학 등.......
강연회에 온 내 친구는 '밥 먹지 않아도 배 부른 느낌이다. 굉장한 힐링이 되었다'고 하지만 난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입장이어서 일까? 헐렁한 티셔츠에 반바지, 스포츠 샌들은 10점 감점이다. 후렴구처럼 나오는 'C발'도 10점 감점이다. 최소한 분홍빛 셔츠에 청바지, 예의바른 언행을 하면 더이상 거리의 철학자가 아니어서일까? 내가 여전히 고루한걸까? 좀 더 친해지면 꼭 지적해주고 싶다만 다시 만날 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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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민(마태우스)교수
서민교수가 충북중앙도서관 북페스티벌에 강사로 왔다. 살짝 퍼머 머리에 더 젊어진 얼굴, 분홍빛 자켓, 체크무늬 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왔다. 마치 대학생인듯 수줍은 미소를 하고 강단에 섰다. 자신의 성장배경, 못생김으로 서러움 받던 삶, 기생충, 베란다쇼등 방송이야기, 책을 읽어야할 이유, 현재 이쁜 아내와 개 네마리와 함께 하는 삶'을 주제로 많은 피피티 자료와 함께 재미있게 강의를 이끌어갔다. 좋은 책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에 '미움받을 용기'를 이야기한다. 초등학생이 존경하는 과학자에 아인슈타인, 뉴턴을 포함해 서열 22위라니 대단한 인기다. 겸손함과 유머를 가득 담은 강의는 백여명의 청중을 모두 만족시켰다. 질의를 하면 직접 마이크 들고 동분서주하는 모습도 감동이다.
강의가 끝나고 사인회도 끝나갈 즈음,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니 처음엔 알아보지 못한다. '저 모르시겠어요?' 하니 그제야 반가워하며 '어머 세실님, 세실님 맞죠? 어떻게 오셨어요. 잘 지내셨어요? 우리 차 한잔해요' 한다. 우리 만난지 10년 되었나? 청주 번개팅때.......
우리는 내 후배가 마련해준 자리에서 귤을 먹고 담소를 나누다, 커피 보다는 갈비탕을 먹으러 갔다. 멋진 강의를 해준 마태우스님께 에너지를 보충할 전복 능이 갈비탕을 사드리고 싶었다. 도서관에 3년이나 근무했음에도 근처에 있는 전복 넣은 능이버섯 갈비탕을 이날 점심때 맛 보았다니.....
마태우스님은 내년에 안식년이라 집필에 몰두한다네. 또 어떤 멋진 책이 나올까 사뭇 기대된다. 4월에는 우리 도서관 작가강연회에 꼭 오셔야할텐데......아직 얘기도 못했다. 알라딘을 통해서 공개 초청을? ㅎㅎ
강신주 박사와 서민교수, 두 분의 강의를 며칠 차이로 들으며 느낀 점이 많다. 각자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있겠지만 이왕이면 독자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센스가 있다면 더 멋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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