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즐거운 민폐'를 당하고,
연초에 쓰다
1. 2007년 나에게 일어난 사건/사고 총정리
2007년에는 전업이 있었다. 그 사이에 거칠게 바람이 불었다.
3월 - '시사저널'이라는 글자를 처음으로 새기다. '시사모'에 들어가서 행사마다 끼어들기 시작하다.
4월 - 처음으로 1인시위를 하다
5월 -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학원을 나오다. 알바로 전전하며 집에 민폐를 끼치다.
6월 - 처음으로 제대로 된 '데모'라는 것을 해보다. 시사저널 기자들의 집회와 기자회견마다 따라다니며 쪽수를 채우다가 급기야는 6월에 태평론 삼성본관 앞에서 삼성을 성토하는 지지연설을 하다. 아래는 연설 중 일부
"이번의 대결전은
언론이 자본, 아니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인지
반대로 삼성이 언론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인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이 싸움은 저와 같은 독자에게도 매우 중요합니다.
언론뿐만 아니라 독자에게도 매우 어려운 환경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시장에서 토마토와 사과를 다 살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토마토만 먹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즉, '읽을 권리'가 무참히 살해당할지도 모릅니다.
독자는 '읽을 권리'를 위해 좀더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8월 - 새매체 시사IN의 창간선언의 현장에 서다
9월 - 전국에 있는 독자들을 선동해서 '자발적 구독운동'을 벌이다. 창간호 호외를 1만부 인쇄해서 전국 각지에 6천부를 뿌리다. 본의 아니라 시사투나잇에 현장을 취재당하다
10월 - '운동'을 끝내고 새 일자리에 들어가다
12월 - 처음으로 기분좋은 상을 타다. 민언련이 시상하는 제9회 '민주시민언론상'을 시사모의 이름으로 받다. 아래 사진 참조. 본상 수상자들을 살펴보니 오마이뉴스(3회, 2001), 홍세화(4회, 2002), MBC PD수첩(5회, 2003),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6회, 2004) 등 쟁쟁한 선수들이다. 다소 외소해 보이기는 하지만 이것도 나름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해야 하나. 민언련 시상 논평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 된 독립언론 '시사IN'의 산파역을 완벽하게 수행한 '시사모'는 바로 민언련이 꿈꾸는 민주시민의 전형이 아닐까 합니다."
2. 2007년에 내가 빛났던 순간들
9월 자발적 구독운동을 벌일 때 '고등학생'으로부터 300부의 제의를 받다. 그 고등학생은 직접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뿌리고 선생님의 배려로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1시간 가까이 '시사저널 사태'에 대해서 강의를 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을 때. 더불어 은퇴 교장선생님이 100부를 받아 지인들에게 나눠주면서 구독을 자청했을 때.. 학교가 그래도 죽은 곳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
3. 2007년의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순간들
밀린 월급을 못 받아 추심 회사 직원처럼 전 직장에 일 주일 간 출퇴근하면서 느꼈던 비애감은 지우고 싶다.
4. 2007년 나의 가장 큰 고민은? 그리고 어떻게 해결하거나 방치하거나 했나?
공교롭게도 12월 대선 이후에 내가 '과잉된 정치이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다. 그래서 '경제' 쪽으로 관심을 전환시키다. 아마도 경제는 '유물론'의 시각이 많기 때문에 관념론에 파묻힌 나에게 좋은 환기가 되리라 생각함. 장하준을 대상으로 저작주의를 시도하고 있음. 경제학자 우석훈의 씨닉한 냉소도 나쁘지는 않음. 그리고 당분간 소설쓰기를 포기하기로 했음
5. 2007년 새롭게 깨달은 '나'라는 사람의 성질 혹은 속성
제목과 같이 나는 '급진적인 운동권'이라는 사실을 깨달음. 대학 시절에 운동권이 내걸은 현수막을 보고 그렇게 경멸해 마지 않던 그 특징이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대단히 아이러니함. 그런 나를 깨뜨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됨. 그렇게 급진적으로 나섰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며, 386처럼 고외열풍, 본전심리로 확 돌아버릴 수도 있는 게 급진이며, 내가 배운 동양의 학에도 위배됨~~
6. 2007년 나의 사람들 (고마운 사람/미안한 사람/미운 사람/잊혀지지 않는 사람 등)
개인적으로 가장 고마운 사람과 가장 미안한 사람은 동의어가 아닌가 함
마눌님이 무엇보다 가장 고마우면서 가장 미안한 사람이겠지. 2007년에 내가 무엇인가를 이뤘다면 그것을 참아준 사람이 반드시 있었을 테니까.
시사저널 기자들에게도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낌. 사실 자기 월급 반납해가면서 싸운다는 것이 말이 쉽지 신자유주의 철학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살아가기도 고달픈 거 아님감. 그런데 그 사람들은 무식하게 그것을 해냄. 윤무영 사진기자의 말 "우리는 구식입니다. 그러므로 끝까지 갈 겁니다." 이 말을 듣고 '첨단'이라는 말의 허위를 발견할 수 있게 해줘서 무척 고마움
가장 미운 사람은 실명을 밝힐 수는 없으나 무엇을 해볼 것처럼 말하다가, 현실적인 이유나 여러 가지 이유로 점점 퇴색되는 사람은 다 미움. 나도 그 중에 한 사람임.
7. 2007을 기억하게 해줄 것들(장소/영화/음악/책/공연/드라마/만화/음식 등)
책 : 나의 머리를 사정없이 두드려준 책은 단연 '기자로 산다는 것' 언론은 나에게 아무런 문제점도 환기해 주지 못하였고, 기자들의 몸부림은 이 책을 보고서야 비로소 환기될 수 있었음.
음식 : 마눌님이 해주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마눌님을 기억하게 해줌. 2007년에도 잘 얻어먹었음. 설거지는 잘 할게~~
드라마 : 출근시간을 붙잡았던 MBC 아침드라마~ "그래도 좋아" 이것때매 회사 지각해서 쿠사리먹었음..(실은 잠 때문에) 명지가 연기대상 신인상 후보에 올랐다가 떨어졌다. 공동수상이었는데도~~ 그래서 왈 "명지가 뭐가 어때서"~ 그러자 마눌님 쓰러지심 ㅋㅋ
![](http://cfs7.blog.daum.net/upload_control/download.blog?fhandle=MDVnblpAZnM3LmJsb2cuZGF1bS5uZXQ6L0lNQUdFLzEvMTMwLmpwZy50aHVtYg==&filename=130.jpg)
<서명지.. 명지가 뭐가 어때서ㅋㅋ>
영화 : 색계~~ 정말 영화에 관한 글을 쓰고 싶었으나 바쁜 일정 때매 끝내 쓰지는 못했음.. 그럴 만큼 땡기는 영화.. 감독의 미장센에 찬사를 보내며~ 강하고 약한 남자와 약하고 강한 여자를 한 침대에서 격렬하게 볼 수 있어서 참말로 고마운 영화였음
8. 2007년 배운 것, 그리고 앞으로 배우고 싶어진 것
경제원론이나 경제학을 제대로 배우고 싶음. 2008은 '마루구스 병'이라는 병에 걸리고 싶은 마음이 있음.
※ 마루구스 병 : 송강호 주연의 '효자동 이발사'에 나오는 병 이름. 이 병에 걸리면 설사를 해대는데, 중앙정보부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다가 처형되고 만다는 무서운 병. 아마도 '마르크시즘'을 지칭하는 게 아닌가 함
9. 2007년 '지른' 것 중에서 가장 뼈아픈 것
단연 책들이 아닐까 함. 산 책과 읽은 책의 비율이 5:5가 되지 않는다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함. 책을 살 수도 없고 안 살 수도 없고.. 이런 거 생각하면 '속독'이라는 것을 배우고 싶기도 함. 죽을 때까지는 꼭 읽겠다는 다짐으로 그냥 버티고 있는 것임
10. 2007년에 찍거나 찍힌 사진 한두 장
![](http://cfs6.blog.daum.net/upload_control/download.blog?fhandle=MDVnblpAZnM2LmJsb2cuZGF1bS5uZXQ6L0lNQUdFLzAvODkuanBnLnRodW1i&filename=89.jpg)
<2007.4.14. 시사저널을 소유한 서울문화사 심상기 회장의 집앞에서 독자들이 로테이션을 만들어 일인시위를 하다. 다행히 봐주는 사람이 많이 없었음..>
![](http://cfs6.blog.daum.net/upload_control/download.blog?fhandle=MDVnblpAZnM2LmJsb2cuZGF1bS5uZXQ6L0lNQUdFLzAvODguanBnLnRodW1i&filename=88.jpg)
<6월 18일 태평로 상성본관 앞에서.. 기억남는 것은 단 세 마디 "2007 대한민국은 언론자유의 과잉, 언론자유의 빈곤, 언론자유의 왜곡">
![](http://cfs10.blog.daum.net/upload_control/download.blog?fhandle=MDVnblpAZnMxMC5ibG9nLmRhdW0ubmV0Oi9JTUFHRS8wLzc2LmpwZy50aHVtYg==&filename=76.jpg)
<2007.12.21. 민주시민언론연합이 시상하는 '제9회 민주시민언론상'을 받은 시사모 운영위원 일동.. 전자회사 직원, 출판사 출판기획자, 대학교 강사, 88만원 세대 대학졸업생, 역시 88만원세대 취업 전과 2범, 또한 88만원세대 취업전과 3범 등 다양한 연령/계층대의 일반독자들>
![](http://cfs10.blog.daum.net/upload_control/download.blog?fhandle=MDVnblpAZnMxMC5ibG9nLmRhdW0ubmV0Oi9JTUFHRS8wLzc3LmpwZy50aHVtYg==&filename=77.jpg)
<민언련 민주시민언론상 본상~ 언론개혁과 시민언론운동의 발전을 위해 큰 기여를 한 개인, 단체를 선정하여 수상한다는 선정 규약과 한 치의 오차 없이 딱 들어맞는 후보가 바로 시사모라며 민언련은 한껏 추켜세웠다~~ 부끄러버~>
으히그~~ 죄다 운동권 사진뿐이다~~ㅋㅋ
11. (2006년에 만들었던 계획 가운데) 2007년에 해보지 못한 일
'책쓰기'에 집착했던 한해였지만, '책쓰기'를 과감히 포기하게 된 한 해이기도 함. '소설쓰기'는 포기했지만, '잡글쓰기'는 계속하게 될 듯. 아마 책이 나온다면 '잡글 모음집'이 나올 수도 있을 듯~~
12. 10년 후 나는 무얼 하고 있을까나
아마 '신인소설'로 등단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 향후 10년 동안은 소설쓰기를 포기하고 딴짓을 하고 있다가 10년 정도 지나면 딴짓을 정리하는 의미로 무엇을 쓰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 해야 할 딴짓이 너무 많다.
13. 2007년을 살아온/살아낸 나에게 하고 싶은 한두 마디
고생 많았다. 이제는 그만 집에 가야지~
14. 2008년을 살아야 할 나에게도 한두 마디
이명박 사단장 밑에서 '뺑이'치겠다. 사단장 잘 감시해라. 구속될 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