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04.23~2005.09.11 MBC에서 방영되었던 제5공화국 5회 12.12 군사쿠테타(2)  장면.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이었던 전두환 장군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당시 유족)에게 6억원을 건네는 장면

1차 TV 대선토론에서 이정희 대통령 후보(통합진보당)이 제기한 "6억원"이 연일 이슈다. 
"6억원"이란 10.26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전두환 합동수사본부장(소장)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해 찾아낸 9억원 중에서 3억원은 수사비 명목으로 편취하고 나머지를 당시 유족인 박근혜(현재 새누리당 대통령후보)에게 건넨 돈이다. 


▲ 누리꾼들이 찾아낸 1979년 당시의 것으로 추정되는 은마아파트 전단지. 해당 전단에 따르면 분양가는 평당 68만원이었고, 31평형의 경우 한 채 당 2108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30채면 약 '6억원'이 된다. 



대선토론 당시 제기된 방식과 연일 뉴스에서 보도되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6억원 팩트를 가지고 생각할 수 있는 프레임은 두 가지다. 

1. 6억원 사회환원 계획 (새누리당 유리)
2. 국가지도자의 자질 문제 (야권 유리)

하나는 새누리당에 유리하고, 다른 하나는 야권에 유리하다. 현재 소비되고 있는 프레임은 새누리당에 유리하다. 6억원에 대한 환원계획을 새누리당에서 발표하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오래된 일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다. 당연히 새누리당에겐 좋은 이슈다. 이것을 야권에 유리한 이슈라고 판단하는 언론이 많은 것 같은데, 제고를 요청한다. 

두 번째 프레임은 이미 해당 방송 안에 힌트가 있다. 유족 박근혜에게 6억원을 준 것을 보고하는 전두환 본부장에게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한 발언은 현재 시점에서 무척 의미심장하다. 

"아니, 수사과정에서 나온 돈을 어떻게 전 장군 맘대로 할 수 있소. 청와대에서 그런 돈이 나왔다면 당연히 국고에 귀속시키는 것이 순리 아닌가?"

"유족들의 생계 대책은 앞으로 최규하 대통령 권한대행과 상의해서 국무회의에서 예비비 지출을 하든가 적당한 방법을 강구해야지. 지금처럼 함부로 지출하면 돼?"
ㅡ 이상, 제5공화국 5회 12.12 군사쿠테타(2) (MBC)에서 당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발언

드라마의 연출된 상황이므로 정승화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어떤 말을 했는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드라마 제작팀은 실제 사료를 바탕으로 드라마를 각색했고, 보고 과정에서 총장이 그런 반응을 보였다는 점은 정 총장이 후일 겪게 되는 운명과 현대사를 봐도 충분히 추론 가능하다. 

이정희 후보와 언론은 마땅히 이렇게 물어보았어야 한다. 

"당시는 경황이 없어서 받았다지만, 공적 절차가 아니라 사적으로 돈을 받은 행동에 대해서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질문은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에게는 물론 국민에게도 중대한 질문이다. 대통령이나 대통령이 될 자는 협의와 절차에 따르는 말과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녀가장"이나 "흉탄에 돌아가시고 살 길이 막막해" 같은 다분히 감정적인 수사로 무마할 사안이 아니다. 이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어서 박근혜 후보로부터 "그 당시 절차에 따르지 않은 돈을 받은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라는 답을 받아내는 것이 6억원 이슈가 완성되는 프레임이다. 이 주제는 단지 야권을 위해서뿐만이 아니라 전체 국민을 위해서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우리는 MB정부를 거치면서 이명박이라는 개인의 성장 과정과 인격이 국가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배웠다. 지난 날의 사소한 경험이나 행동은 반성의 기회를 갖지 못한 한 그대로 반복될 뿐만 아니라 사방으로 확대된다. 정당하지 못한 돈을 받은 1979년 당시의 행동에 대해서 2012년 국가지도자로 나서는 박근혜 후보는 마땅히 잘못된 점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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