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관련해서 읽거나 읽기로 쪽은 고전입니다. 군주론보다 한비자가 더 깊이 있어 보입니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조국 교수 진보집권플랜에서 소개받은 책이고, <공화주의>는 홍세화 선생이 추천했습니다.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는 우석훈 박사가 추천사를 썼네요. 예전부터 읽고 싶던 책이었습니다. 그 나머지는 모두 박상훈,최장집,후마니타스 관련입니다. <진보집권플랜>은 고심 끝에 추천목록에서 제외하였습니다. 이건 직관적인 판단입니다.

아, 버럭 오바마의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과 <담대한 희망>도 강추입니다. <부동산 계급사회>는 정치 관념주의 의심 증상인 분들에게 치료약으로 좋습니다. 총선 전까지 부지런히 읽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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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엄마 사진찍는 외국인..부끄러운 하루


▲ 홍익대 본관 주변에는 홍대 이사장과 총장에게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현수막과 수많은 대자보가 붙어 있다.

어제도 홍대에 다녀갔다. 요새 며칠에 한번 꼴로 홍대를 찾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이야기를 듣고 살피고 도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돕고 싶어서다. 홍대 본관으로 가는 길목에는 현수막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대부분 홍익대학교 사용자측을 비판하며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글이거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문구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뜻을 모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령처럼 홍대 주변을 배회하다가 본관에서 노조 관계자((홍익대 노동자들은 공공운수노조(준) 산하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의 홍익대분회 소속이다)를 만나고 청소엄마, 경비아빠를 만난다. 여자는 3교대, 남자는 2교대로 본관에서 밤을 지샌다고 한다. 현장을 지키고 있는 권태훈 조직부장(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은 "젊은 장정도 이틀밤 지내면 뼈마디가 쑤시는데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건강이 크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 분들은 야외활동하는 것을 무척 힘들어하신다. 영하 10도가 넘는 추위인 데다가 뼈가 약하기 때문이다. 본관 현관에는 외부인의 출입이 잦기 때문에 항상 어수선했다. 스크린을 통해 회의를 하거나 교육이 이루어지고, 매트리스에 앉아서 쉬기도 한다. 사무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어수선한 분위기에 벽면마다 매트리스와 이불이 깔려 있고 간간이 전기장판이 있다. 전기장판이나 전기난로는 전력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가스난로를 지원하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기름값이 또 들기 때문이다.

안쪽에는 비교적 나이가 많은 분들이 가족들과 함께 기거하고 있었다. 공공운수노조 비정규직지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청소엄마들의 평균 나이는 57세. 이 중에서 청소엄마 혼자 돈벌이를 하는 경우가 49.7%에 이른다고 한다. 한 사람의 청소엄마는 그저 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농성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린 손녀들이 할머니의 손에 안겨서 맑게 웃으며 재롱떠는 모습을 보니 마음 한곳이 싸늘해지면서 눈시울이 젖어왔다.
현관에는 기부받은 컵라면이 가득했다. 쌀도 넘친다고 했다. 하지만 김치 같은 밑반찬은 많이 부족하다. 자취생들처럼 분말 국거리나 인스턴트 등으로 밥을 해결하는 경우도 있었다. 살기 위해 먹어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누고 밖으로 나갔다. 아까 봤던 현수막들이 다시 눈에 띄었다. 이번에는 글 밑에 글쓴 사람들을 가리키는 부분이 크게 눈에 들어왔다. OOO당 OOO지구당, OOO대학교 총학생회 등의 이름이 크게 적혀 있었다. 갑자기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너럭바위에 이름을 새겨넣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홍대 주변을 배회한 것도 이 때문이다. 홍대 문제를 방치하는 것 같아 너무 부끄럽고, 이름을 밝히기도 부끄럽다. 하지만 너무나 잘 보이는 이 수많은 이름들이 가장 부끄럽다.

돌아가는 길에 정말 부끄러운 일을 만났다. 홍대 프리마켓이 있는 언덕과 홍대입구역 지하철 내에서는 홍대 문제를 알리기 위한 일인시위나 각종 선전전이 매일같이 펼쳐지는데, 홍대 입구역에서 일인시위하는 것을 봤다. 그런데 한쪽 구석에서 기자로 보이는 외국인이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었다. 내 가간사를 누군가 알게 되는 것도 부끄럽지만, 내 나라의 치부를 외국인이 보는 것은 더더욱 부끄러웠다. 부끄러운 하루였다.


▲ 1월18일 저녁 홍대입구역에서 홍대 청소노동자 문제를 알리는 1인시위가 있었다. 기자로 보이는 외국인 두 명이 사진을 찍고 뭔가 열심히 적고 있다.

홍대 청소엄마가 진짜로 원하는 것


내가 홍대 청소엄마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여러가지가 있다. 이렇게 방문기를 남기는 일이나 트위터로 사정을 전하는 일, 아니면 아고라 서명으로 알리는 일 등. 최근에 김여진과 외부세력이 벌인 '우당탕탕 바자회'는 무척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분들이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가다. 우리가 원하는 것 말고 말이다. 두 번 찾아간 끝에 청소엄마와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엄마는 50대 중후반으로 보였는데 나의 엄마보다는 조금 젋지만 비슷한 나이대여서 나는 내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는 해녀다. 48년 동안 물질(해녀 일)을 멈추지 않은 고단한 인생을 살아오고 계시다.(관련기사) 하지만 엄마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기도 하고 존경을 받기도 한다.

내가 만난 청소엄마도 내 엄마 못지 않게 오랜 세월 동안 고단한 일을 해오며 자식들 뒷바라지를 해오셨을 것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인정은커녕 천대뿐이고, 몸은 거리로 내몰렸다. 수십년 동안 바쳐온 수고의 대가가 불인정과 천대라니 기가 막히다. 파스칼도 말했듯이 사람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일이 인정받지 못했을 때 뼈속까지 분노가 치미는 법이다. 이 화를 풀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청소엄마의 손을 잡고 힘이 되어드리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더니, 청소엄마는 이렇게 와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른다며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생강차를 권하며 방명록에 꼭 글 한줄 남겨달라고 부탁했다.
청소엄마의 표정은 다행히 밝아 보였다. 옆에 의지할 수 있는 동료가 있어서 힘이 되는 모양이었다. 이것이 함께 싸우는 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청소엄마와 저녁 한끼를 함께 먹기로 하고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휴대폰번호를 받았다. 그리고 작별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청소엄마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돌아서서 가는 나를 향해 청소엄마가 짧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것으로 나는 답을 얻었다.

"조금 일찍 와. 이야기 많이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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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2580>에서 청소 엄마 이야기 보셨나요?

2005년 유럽 최대공항의 전직원, 이주노동자를 위해 깜짝 파업을 벌이다


2008년에만 여행객 6천700만명이 이용한 유럽 최대의 공항인 런던 히스로 공항. 전직원이 어느날 갑자기 파업을 단행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불쌍한 이주노동자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파업이었으니까요?

2005년 8월 유럽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공항인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갑작스런 파업이 이루어져 공항 전체가 멈춰져 하루 동안 가동이 안 됐다. 모두들 계획이 없었던 파업을 해서 항공사들에게 상당한 손해를 입혔다.
승 객들한테 소비되는 음식을 만드는 업체가 있는데, 대체로 고용하는 노동자 수백명이 영국에 사는 아시아 이주노동자들이다. 노동자들이 조합을 만들어 투쟁을 하려고 했더니 회사는 정리해고를 해버렸다. 그 소식이 노조에 알려지자마자 아예 '백인 노동자'들은 노조 간부들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현장 조합원들끼리 자발적으로 파업을 했다. 그 정도로 연대의식이 강했던 것이다. 당연히 아시아의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은 복직되었고 그들의 요구는 관철되었다. 아래는 히스로 공항의 파업이 원만히 해결되었음을 알리는 AP뉴스의 기사.

파업에 참여 중인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 지상근무 요원들이 24시간의 파업을 마치고 전원 업무에 복귀할 계획이라고 영국항공(BA)이 12일 밝혔다.
BA는 영국 정부의 후원을 받는 쟁의조정위원회(ACAS)가 중재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파업 직원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오기로 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BA는 또 이날 오후 8시(현지시간)부터 항공기 운항이 제한적으로 재개되겠지만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앞서 BA는 파업에 참가한 지상 근무요원 1천명 가운데 700명이 이미 업무에 복귀했다고 발표했다.
BA 의 히스로 공항 지상 근무요원들은 기내식 납품업체인 구어메이(Gourmet)가 직원 600여명을 해고하기로 하자 11일 동조 파업에 들어갔으며, 이번 파업으로 500편 이상의 여객기 운항이 취소돼 7만여명의 승객들이 공항에 발이 묶이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런던 AP=연합뉴스)


다음은 누구 차례? 내 차례는 안 올까?

유럽인들이 우리보다 도덕성이 많아서 이런 행동이 나온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단지 머리가 좋거나 이미 뼈저리게 이런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유 럽인은 침묵의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나치에게 차례로 숙청당한 공포가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집단 파업을 할 수 있었고, 고객들 또한 집단으로 용인하는 분위기가 생겨날 수 있었다. (물론 몇몇은 거세게 항의를 했겠지만)

유럽인들을 연대하게 만든 역사를 기록한 하나의 시를 홍익대에게 선물한다.

나치는 우선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유태인을 숙청했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노동조합원을 숙청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가톨릭교도를 숙청했다. 나는 개신교도였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줄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았다.
- 마르틴 니묄러의 시 (<그들이 왔다>(First they came)



<온라인서명 참여해주세요>


현재 홍대 청소엄마에 대한 해고철회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수고스럽더라도 클릭 한번 해주시기 바랍니다.

5초도 안 걸리지만 감동은 오래갑니다. 아래 서명 링크겁니다.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10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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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페이스북 프로필과 팬페이지에 대한 이해도가 깊지 않다. 애써 친구맺기한 프로필을 닫겠다고 통보한 김진애 의원. 프로필 분량 다 채우고 페이지 새로 튼 노회찬 의원


프로필은 1단계, 팬펜이지는 2단계인가?


최근 김진애 의원은 페이스북 '프로필'에서 '팬페이지'로 갈아타며 애써 맺은 친구들에게 프로필을 닫겠다고 통보했다. 그 대신 페이지에 "좋아요"를 눌러달라고 요청했다. 김진애 의원뿐만 아니라 노회찬, 이정희 의원 등 많은 정치인, 유명인들이 프로필에서 팬페이지로 옮겨갔는데, 대체로 프로필 정원 초과가 그 이유다.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산수로만 계산했을 때 프로필 5,000명은 금방 채워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굳이 팬페이지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 해당 유명인의 지지자나 친구는 친구맺기에 이어 페이지로 찾아가서 "좋아요"를 눌러야 한다. 어찌 보면 간단한 작업 같지만 웹 상에서 클릭 한번 늘어나는 것은 굉장히 큰 일이다. 혹시 정치인들이 페이스북을 트위터에서 하던 대로 사용한 것은 아닐까?

페이스북을 하다 보면 "친구 5천명은 너무 적지 않나?"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하지만 이 질문은 "페이스북의 친구가 왜 5천명 제한일까?"로 바꾸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페이스북은 왜 친구맺기를 5천명으로 제한할까? 왜 3천명도 아니고 5천명인지를 알려주는 구체적인 정보는 찾을 수 없지만 6억 분의 1(현재 페이스북의 활동적 사용자는 6억명이다)인 개별 사용자에게 허용하는 최대한의 수치라고 이해할 수 있다. 만약 특정한 사용자가 굉장히 많은 친구가 있다고 한다면 페이스북의 소통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여기서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근본적인 차이를 알 수 있다.

친구 수 제한은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의 신념이 담긴 정책이기 때문에 앞으로 친구맺기 수가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마크 주커버그가 전가의 보도처럼 하는 말이 있다.

"네트워크가 확장할수록 강해집니다."

최근 페이스북 프로필이 관계 지향적으로 바뀐 것도 이 말을 확인해준다. 페이스북은 당신이 얼마나 유명인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관심이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특권 없애기 악명 높은 페이스북의 철학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게 플랫폼을 제공하기 위해 F8이라는 서비스를 발표할 즈음의 일이다. 주커버그는 "페이스북 내부에서 만든 애플리케이션만 특별히 우대받지 않는 평등한 생태계를 원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페이스북 사진 앱에서 몇 가지 기능을 삭제해 버렸다. 외부 개발자가 만들 수 없는 기능이라는 게 이유였다.
페이스북의 이런 고집은 경제적으로도 성공을 거뒀다. F8 행사를 앞두고 주커버그와 직원들은 이듬해까지 5천 개의 앱이 사이트에 올라올 것으로 예측했지만, 6개월만에 2만5천 개의 앱이 운영되었다.

페이스북의 관점에서 보면 이외수 트위터(519,899 팔로어)와 김연아 트위터(295,517팔로어, 이하 2010년 12월14일 03시 현재)는 시장 독점 기업이 된다. 마치 공정거래위원회처럼 독과점을 감독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주커버그 역시 페이스북을 정부에 비유하기도 했다.

"많은 면에서 페이스북은 보통 회사보다는 국가 조직과 많이 닮았습니다. 우리는 많은 사람으로 이뤄진 커뮤니티가 있고, 다른 어떤 테크놀로지 회사보다도 진정한 ‘정책’들을 만들고 있습니다”(페이스북 이펙트 377쪽)

페이스북 내부 앱이건 외부 앱이건 서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앱의 생존력을 높이는 건전한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이 주커버그 식 다원주의 옹호론이다.

주커버그를 심층 취재해 <페이스북 이펙트>라는 책을 써낸 포춘 기자 출신 데이비드 커크패트릭은 페이스북의 "공정한 사회"와 관련해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페이스북은 '기관'의 권한 을 축소시키는 대신 개인에게 권한을 부여했다. 주커버그 본인도 페 이스북을 운영해 나가면서,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권한을 회원들에게 넘겨줬다."(페이스북 이펙트, 33쪽)

글로벌 서비스가 국내에 유입될 때는 대체로 알맹이는 쏙 빠진 채 기능적인 부분만 지나치게 흡수되는 면이 없지 않다. 페이스북을 미리 사용해본 지식인, 얼리어답터 등 뜻 있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의 교양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페이스북의 부정적인 특징들이 사회적으로 유통될 위험성이 있다.

우리는 페이스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 요새 <페이스북 이펙트>라는 책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인용하고 있는데 이유는 이렇다. 페이스북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주커버그의 어록을 온전히 모아낸 유일한 책이기 때문. 국내에서 점점 이용자들이 홍수처럼 밀리는 지금 상황에서 페이스북에 대한 최소한의 교양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부정적인 현상이 만연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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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탄생스토리와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의 좌충우돌 활약상을 담은 영화 <소셜네트워크>(이하 영화)와 페이스북의 성장과정을 완벽하게 재구성한 책 <페이스북 이펙트>(이하 책)가 거의 동시에 국내에 소개되었다. 내친 김에 둘 다 접하고 특징을 비교해 보았는데 삼국지에 비유하자면 영화와 책은 각각 '삼국지 연의'와 '정사 삼국지'라 할 수 있겠다. 삼국지 연의는 극적 긴장과 흥미, 국가주의에 방점을 찍어 흥미진진하지만 정사 삼국지는 사실관계와 인물들의 가치관에 집중하는 반면 재미는 다소 떨어진다.
이 글에서 영화의 리얼리티를 문제삼을 생각은 전혀 없다. 저마다 페이스북을 사랑하는 방식이 다른 것일 뿐이니까. 다만 흥미 위주의 영화를 마치 사실로 받아들일까봐 걱정이 된다. 세상에 410억 달러짜리 기업가치(2010년 11월 15일, 블룸버그)를 지닌 회사가 어떻게 여자친구의 배신으로 홧김에 만들어질 수 있을까? 미국의 자본주의는 그만큼 허술하지 않다. "페이스북 창업, 영화처럼 극적이진 않았다"라는 공동 창업자 크리스 휴즈의 말은 이러한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광기어리고 매력적인 영화 속 3인방 마크, 파크, 세브린

'삼국지연의'와 '정사 삼국지' 닮은, 페이스북 이야기의 영화와 책

영화와 책을 비교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영화와 책의 관심사 차이다. 책에서는 "페이스북이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추구하기 때문에 페이스북을 실질적으로 만들어낸 역사적인 인물을 중요하게 다룬다. 마크 주커버그의 멘토이자 워싱턴포스트의 CEO인 돈 그레이엄, 프로젝트 탄생기부터 모든 궂은 일을 맡고 결과를 만들어낸 더스틴 모스코비츠, 페이스북의 비즈니스모델을 완성시킨 셰릴 샌드버그가 그들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페이스북 창설을 크게 도왔다는 이유로 이들은 영화에 캐스팅되지 못했다. 극적 긴장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 대신 영화에는 극적 긴장도와 흥미를 한껏 높여줄 수 있는 주제와 인물들이 전면에 포진한다. 전설적인 P2P공유 프로그램 냅스터의 창시자이자 실리콘밸리의 악동 션 파커가 주인공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에두왈도 세브린과의 갈등과 윙클보스 형제와의 소송이 영화의 주된 테마로 그려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영화에서 소개되는 페이스북의 전신인 페이스매쉬보다 코스매치(course match : 친구들과 관심있는 아이의 강의시간표를 공유할 수 있는 하버드 대학교 학내 소셜네트워크 프로그램)나 플러그인이라는 플랫폼을 탄생케 했던 시냅스(synapse : 주커버그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담 디안젤로와 함께 만든 MP3 오디오 파일을 들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페이스북 형성에 더욱 중요한 영향을 미쳤지만 역시 캐스팅에 실패한 배우들일 뿐이다.

 

이에 주커버그의 광기어리고 다중적인 성격과 갖가지 흥미를 위한 소품은 사실에 근거해 극적으로 과장한 것이므로 전혀 사실무근인 것만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주커버그가 들고 있던 우스운 명함에 새겨진 진짜 메시지는 '사장입니다…제길' 이다. (영화 속 명함은 이보다 더 자극적이다)
  


포츈 지의 저널리스트가 이 책을 쓰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유명하다. 페이스북을 만든 모든 인물들을 취재하고 실리콘밸리의 사정에 정통한 경험을 바탕으로 페이스북의 성장기를 온전히 담아냈다.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세븐>을 연출한 명감독 데이비드 핀처는 이에 재미와 극적 긴장을 입혀 영화 <소셜네트워크>를 만들었다.물론 리얼스토리는 영화화할 만큼 충분히 극적인 면모를 잔뜩 머금고 있다.

영화와 책을 통해 얻는 '색다른 영감'은 또다른 재미

리얼스토리에 따르면 마크 주커버그는 에두왈도 세브린이 끌어온 초기 자금으로 회사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중간에 세브린은 사실상 배척되고 몇 건의 소송과 같은 갈등 후에 세브린이 페이스북의 창업자로 이름이 올라가며 알려지지 않은 협의금을 주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 이상의 기록은 없다. 영화에서도 이 대목은 무척 중요하게 다뤄진다. 션 파커와 세브린이 철천지원수가 되어가는 모습 속에서 세브린이 배척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비유적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것은 2~3초 남짓한 순간에 흘러가기 때문에 표정을 잘 봐야 이를 알 수 있다. 협의금을 준 이유에 대해서도 영화는 두 개의 인상적인 장면으로 표현한다.
반면 책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명확히 분석한다. 서비스 자체의 확장성에 열정을 다하던 중요한 시점에 세브린이 외부활동이나 영업 등 팀워크과 배치되는 행위를 연이어 했기 때문에 소원해진 것이다. 이에 비해 샌드버그는 페이스북 주커버그가 의식적으로 영입한 인사이며 페이스북을 체계적으로 비즈니스 모델화했다는 점에서 세브린과 대조된다. 모스코비츠가 퇴사한 직간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했다.

리얼스토리가 보여주지 못하는 영화의 미덕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리얼스토리는 사실에 입각해서 기록할 수밖에 없고, 책을 쓴 저널리스트는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협소하기 때문에 우리고 욕구하는 진실에는 다가가지 못하고 이성의 빛만 밝혀줄 뿐이다.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들어온 지금까지의 과정은 그 자체가 극적일 뿐만 아니라 어느 회사의 탄생과정보다 극적인 면이 많았다. 영화는 이런 부분을 잘 보여준다.

영화와 리얼스토리를 비교하면서 얻게 된 귀중한 보너스가 있다. 이 둘을 통해 페이스북과 주커버그의 성장기뿐만 아니라 영화란 무엇이고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성찰할 수 있었다. 영화와 저널리즘이 페이스북에 관심을 갖는 관점과 두 작품의 협연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진실에 가까운 소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색다른 영감을 준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평가하자면, 나는 책이 더 재미있는 영화처럼 느껴졌다. 영화처럼 흥미를 쥐어짜내지 않고도 충분히 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리얼 3인방 마크 주커버그, 더스틴 모스코비츠, 션 파커(왼쪽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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