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통치약 정치에 속지 마라

 
<더 플랜>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케네디 대통령이 국민에게 했던 선언에 담겨 있다.

"국가가 무엇을 해줄 것을 바라지 말고 국민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라"

이 선언은 책 한권을 다 담을 만큼 크고도 명확한 개념이다. 철학적으로 말하면 내 영혼의 주인인 실존을 찾으라는 주문이다. 직접 품을 들여 찾은 보금자리나 수고를 무릅쓰고 일궈낸 작은 가치들의 주인은 누구인가? 당연히 수고를 무릅쓴 사람이다.

국가 경영이나 상품 소비도 마찬가지다. 동참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 나는 그냥 관객으로 살다 그렇게 죽을 뿐이다. 이것을 정치에 적용해 보면, 동참하지 않는 정치는 '만병통치약 정치'를 낳을 뿐이다.

만병통치약이란 쓰기만 하면 감기도 낫고 배앓이도 낫고 심지어 불치병 환자도 씻은 듯이 낫는다고 한다. 아무런 노력을 할 필요도 없고 병원에 갈 필요도 없다. 그냥 뚜껑을 열고 한 알 먹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이 말은 모두가 아는 것처럼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 거짓말에 자꾸 속는가. 그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나 가족이 현재 암 말기나 불치병에 걸려 희망이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만병통치약에 혹하기 마련이다. 또는 매우 오랫동안 만병통치약에 속아 계속 복용해 와서 단 한번도 의심해 보지 않았다면 만병통치약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만병통치약은 그 말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모든 병은 사연이 있다. 심지어 마음의 병조차도 연원이 있고 오랫동안 관찰해 연구한 의사들에 의해 신중하게 치료된다. 어떤 치료법이나 치료약도 부작용 등 위험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처방시 반드시 의사, 약사가 개입하고, 혹시 모를 부작용에 대해 경고한다. 30년간 병원생활을 단골로 한 경험으로는 그렇다. 그런데 만병통치약은 모든 병이 이 약 앞에 무릎을 꿇으라는 말과 같다. 이것은 약은 물론 병에 대해서까지 무지하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낼 뿐이다.

만병통치가 횡행하는 사회는 이미 병이 깊다는 말인데, 오늘날 우리 현실정치만큼 만병통치가 기승을 부린 적은 없었다. 표만 주면 땅값을 몇 배로 부풀려주고(뉴타운 공약) 표만 주면 주가를 5,000 이상 끌어올린다거나 경제지표를 747 빛으로 도금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만병통치약 정치의 으뜸은 4대강 사업이다. 이것만 하면 치수로 인한 농지개간, 환경보호, 환경재해 대비,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 등등 못하는 게 없다. 4대강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국민이 참여할 여지는 없다. 그저 돈만 내고 구경만 하면 된다. 가끔 삽이나 몇 번 들어주면 이명박 대통령이 집도 주고 쌀도 주고 홍수도 막아준단다. 사실상 생명줄인 생계유지비 등 복지예산, 경제 인프라 구축을 위한 SOC 예산 등 수조원을 빼앗기는 수고를 요구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국민이 할애한 것이 아니다. 일방적으로 빼앗긴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감시할 야당 역시 만병통치약 정치에 깊이 물들어 있다는 점이다.

 

공화당은 지난 30년간 다소 비슷한 정치적 틀에 갇혀 있어 왔다. 공화당은 사실 포지티브한 아젠다를 믿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우리 민주당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킴으로써 선거에서 이겼다. 하지만 근년에 민주당은 설득력 있고 이기는 전략을 너무 자주 무시했고, 대신에 공화당의 게임의 룰 하에서 그들을 이기려고 애썼다. (<더 플랜> 43쪽)

 

 

전국민복무제는 그리스 민주주의의 성공 비결이다

 

미국 민주당처럼 한국의 민주당도 국민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무엇을 해주겠다는 선심성 발언뿐이다. 한국의 공당들은 너나 할것 없이 이미 온전한 정치세력이 아니라 서비스회사로 전락했다. 민주주의가 그나마 숨쉬었다고 평가되던 김대중 정부를 떠올린다면 만병통치약 정치가 얼마나 극심해졌는지 알 수 있다.

 

올 한해 동안 물가는 오르고, 실업은 늘어날 것입니다. 소득은 떨어지고, 기업의 도산은 속출할 것입니다. 우 리 모두는 지금 땀과 눈물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김대중 제15대 대통령 취임사 일부)

 

그러나 만병통치약 정치의 한계는 분명하다. 짧은 유통기한을 연장시키기 위해 착시현상을 계속 일으켜야 한다. 그것이 미디어 장악으로 나타난다. 끊임없는 감시와 공포분위기 조성도 주된 특징이다.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과 검찰 공안부 강화, 공안사범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 등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이 바로 이와 같다. 이렇게 이성을 마비시키고 극소수만이 특혜를 나눠갖는 정치행태는 미국과 한국 등 극우 국가의 공통된 현상이다. <더 플랜>의 저자들은 시민들이 방관자로 있는 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그러면 어떤 대안을 제시할까? 저자들은 시민 개개인이 소중한 것을 할애함으로써 책임을 공유하고 국가경영에 참여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그 구체적인 모델로 존 케네디의 평화봉사단과 유사한 형태의 <전국민 복무제>를 제안한다. 이는 국민 개병제보다는 넓은 개념이다. 이 제안은 국방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국민이 국가의 일을 전국민이 조금씩 부담함으로써 방관자를 줄이고 참여자를 늘리는 방법이다. 옛날 그리스 시대에 전국의 남성들이 전쟁에 참여했던 선례를 따르고 있다. 그리스 민주주의의 핵심은 참여인데, 그 참여는 전장에서 피를 뿌린 가운데 달성될 수 있었다. 귀족과 원로에서 1명의 호민관, 노동자 계층에서 1명의 호민관이 선출될 수 있었던 것은 전쟁이라는 국가 대사를 만인이 함께 부담했기에 가능했다. 자기 의무에 대해 피를 바치고 목숨을 걸었기 때문에 국가에 대한 애착이 생기고 발언권이 강화되고 권리와 책임이 존중받을 수 있었다. 저자들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듯하다.

 

촛불 집회 이후로 시민들은 소비자로서 머물지 않고 직접 현장에서 이슈에 참여함으로써 주인이 되고 있다. 자원봉사를 자청하고 언론, 시민운동을 주도하며 시민운동과 언론환경 자체를 바꿔가고 있다.<더 플랜>의 저자들이 내세운 제안과 요구조건이 대한민국에서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단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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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기고문에서 장하준 교수는 <국가의 역할>을 소개하며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근원이 어디에 있고, 자유화ㆍ민영화ㆍ탈규제로 요약되는 그들의 주장이 역사적으로 볼 때 타당한 것인지, 이론적으로 볼 때 문제는 없는지를 정밀하게 점검"하는 책이라고 말했다. 

번역자와 출판사에 항의하고 싶을 정도로 어려운 책

오마이뉴스와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사장 이재정)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노무현 강독회>의 본격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국가의 역할>(장하준)은 "고약하게 어렵기"로 소문이 난 책이다. 오죽하면 오연호 대표기자가 이 책의 번역자(시사IN 이종태 기자)와 출판사 사장(부키)에게 직접 전화해서 "항의하는 사람이 없었느냐"고 물었을까? 하지만 신자유주의에 대한 본질적인 비판을 하고 있고, 이를 통해서 탐욕이 지배하는 세계에 대한 도전이라는 국가, 정치, 조정의 의미를 깊이 추구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11개(제1강을 오리엔테이션이라고 한다면 10강) 강연 전체의 총론으로 손색이 없다.

개인적으로 <쾌도난마 한국경제>(2006), <나쁜 사마리아인>(2007),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2008) 순서로 읽고 네 번째로 읽은 게 이 책인데, <국가의 역할>이 가장 인상에 많이 남았고 읽기에 즐거웠다. 마치 유명한 작가의 신춘문예 작품이나 데뷔작을 보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장하준 교수는 대중에게 말을 거는 법에 대해 엄청나게 고민을 많이 하는 학자이고, 그런 문제의식이 <쾌도난마 한국경제> 이후로 풍성하게 결실을 맺고 있다. 하지만 학자로서 마음먹고 쓴 책이 바로 <국가의 역할>이 아닌가 한다. 장하준 교수가 직접 소개한 <국가의 역할>에 대한 코멘트를 옮겨 본다.

"<국가의 역할>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근원이 어디에 있고, 자유화ㆍ민영화ㆍ탈규제로 요약되는 그들의 주장이 역사적으로 볼 때 타당한 것인지, 이론적으로 볼 때 문제는 없는지를 정밀하게 점검한다."
- 부키 출판사에서 부록으로 내놓은 장하준 인터뷰 페이퍼(<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장하준을 만나다) 일부


논문투의 문장이 곳곳에 보이지만, 오히려 그런 거친 면이 장하준 교수의 진면모를 드러내주는 것 같다. 대중적 글쓰기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주제에 대한 심도 깊은 접근을 방해한다. 만약 장하준 교수의 최근작을 읽고 허기가 달래지지 않는 사람이라면 <국가의 역할>을 읽어 보라. 반대로 <국가의 역할>이 너무 어려워서 페이지를 걷기조차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앞서 언급한 3권의 책을 곁들여 읽을 것을 권한다. 장하준 교수와의 첫 만남으로 <국가의 역할>을 읽는 것에 대해서는 말리고 싶다.


▲ 노무현 대통령과 16년 동안 호흡을 맞춰온 김병준 교수는 장하준 교수의 책이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미친 영향을 구체적인 예를 들며 소개했다. 특히 다른 길을 걸어온 경제학자로서 장하준 교수의 이론이 현실정책에서는 어떻게 구분되는지 증언하는 대목에서는 <국가의 역할>에 대한 신선한 지적 경험이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16년 파트너 김병준 교수와 함께 읽어본 장하준

김병준 교수(국민대)는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던 1993년부터 호흡을 맞춰온 정책전문가다. 당시 지방자치 연구를 하고 있던 것이 인연이 돼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정책국장, 정책기획위원장을 역임했다. 교육부총리에 내정됐으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중복 논문 논란으로 낙마하고 말았다.

우선 김병준 교수가 탁월하게 평가했거나 노무현 대통령과 생각을 같이 하는 대목을 살펴보면, 국가가 대내외적으로 '신뢰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장하준 교수는 전략적 불확실성 속에서 조절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 바로 신뢰 환경의 조성인데, 국가의 개입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 '신뢰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국가의 역할, 284쪽) 김병준 교수는 참여정부 기간 내에 거의 사활을 걸다시피 한 것도 바로 '신뢰 문제의 극복'이라고 말했다. 안심하고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대외적 환경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에게 갖은 모욕을 겪으면서도 '평화적인 협력관계'라는 기조를 유지해 남북 정상선언까지 이끌어냈다. 투자환경이 개선된 것이다. 이런 일을 삼성이 할 수 있을까?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중에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은 '고용안정센터'와 '평생교육원'이었다고 한다. 교육을 통해서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가 재기에 성공해 안정적인 직업전환을 할 수 있도록 체제를 마련하면 현재와 같은 극한적 구조조정과 옥쇄파업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한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결국 이것도 신뢰의 문제로 귀결된다. 노동자가 기업과 국가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목숨 걸고 파업에 결사반대하는 것이다.

논란의 여지가 없지는 않지만 "과거사 정리" 문제도 잃어버렸던 국가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작업이라는 측면에서 장하준 교수의 입장과 원칙적으로는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의 이면에는 국가가 지금까지 국민들에게 잘못을 많이 해서 신뢰를 잃었다는 자성이 담겨 있다. 이에 비해 한나라당이나 극우세력들은 국가가 잘못한 것이라고는 별로 없거나 하나도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과 국가의 관계에 대한 주장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과 완전히 일치한다. 장하준 교수는 서두부터 '자유시장'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강력하게 의문을 제기하며 이론적으로 볼 때도 국가와 시장은 명백히 구분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장'이 성립되기 위해서, 또는 유지되기 위해서는 국가가 필수적인 선결조건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와 비슷한 말을 남겼다고 한다.

"국가가 없다면 시장도 없다"(노무현 대통령)


▲ 필기도구를 가져와서 적는 수강생들이 많았다. 수강생들은 강사의 이야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워 집중했다. 강연회에 많이 다녀 보았지만, 이런 반응을 보여준 수강생들은 처음이다. 강사와 스탭들도 이 부분에서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경제학자와 정책가가 갈리는 틈새

김병준 교수의 장하준 읽기 부분이 강좌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차이점을 말하는 대목이었다. 왜냐하면 경제학자와 정책결정자(또는 정책참여자)의 차이점을 읽게 됨으로써 장하준 교수가 주는 메시지의 선을 분명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는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현상을 진단하고 조언을 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과거의 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명쾌하게 지적하고 그에 대한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학자의 덕목은 학문적 분석에 머무른다. 하지만 정책결정자는 비록 경제학자처럼 과거의 데이터와 경험이라는 자료를 분석하지만 결국 '대안'이나 '정책'이라는 방식으로 수렴되기 때문에 경제학자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입장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경제학자가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선택'의 순간을 매번 맞이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경제학자는 경제정책에 대해서 비판적일 수밖에 없고, 정책결정자는 방어직일 수밖에 없다. 김병준 교수와 함께 읽어본 '장하준'은 경제학자가 아니라 경제학자와 정책결정자 간의 한판 대결이면서 동시에 공통의 문제를 모색해보는 시간이었다.

장하준 교수는 제도주의 경제학이다. 제도주의 경제학이란 인간의 행위, 사회에 제도가 미치는 영향과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태생적으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장하준 교수는 제도주의 이론을 한국에 적용하기 위해 박정희 정권의 경제정책을 대입했는데, 참여정부와 생각이 많이 다른 부분이기도 하다.

김병준 교수는 장하준 교수가 제도와 국가정책이라는 거시적인 관점에 비중을 많이 두기 때문에 사회문화적인 부분에 대한 분석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국가가 총칼 진압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관리했고, 갖가지 특혜와 국가 보증, 일방적인 정책 금융으로 기업의 위험부담을 과도하게 책임졌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켜 "공장이 망해도 땅값이 오르게" 만들었다. 이는 1945년부터 1975년까지 미국의 이른바 '황금시대'와 비교했을 때 단적으로 차이가 드러난다. 미국은  가장 높은 정도의 소득 균형을 달성했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냈고 전보다 더 많은 경제적 안정을 만들어냈다. 때문에 미국인들은 민주주의와 정부를 높이 신뢰했다. 이 과정을 보면 한국의 이른바 '황금시대'라 일컬어지는 박정희 시대는 왠지 작위적이고 왜소해 보이기까지 하다.

김병준 교수가 이런 비판을 보이는 것은 학자의 견해와 달리 정책결정자는 많은 이해관계자를 아우르는 정부의 조정 능력을 극적으로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한국인의 특성이나 잠재력 등 장하준 교수가 세심히 관심을 갖지 않는 미시적인 요소들을 활용해야 불확실한 미래에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간 은유적이기는 했지만 김병준 교수의 '어머니 역할'과 '아버지 역할'의 구분은 인상적이었다. 참여정부가 추구하고 정책에 비중을 많이 실은 것은 '어머니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어머니의 역할이란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고, 지나친 경쟁사회에서 패자부활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즉 산업정책보다는 사회, 문화적 역할을 중시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에 패자부활전이 없어져 가고 있다. 한 번 넘어지면 아들도, 손자도 탈락되게 생겼다. 한 번 직장에서 떨어져 나오면 재기할 기회는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하준 교수가 다소 '아버지의 역할'에 비교 우위를 두는 것이 아닌지 물었다. 아버지의 역할이 옳으냐 어머니의 역할이 옳으냐는 논쟁은 아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어떤 처방을 내리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고민해보자는 제안으로 들렸다.

장하준, 김병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과 시급한 처방의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을 달리하지만, 궁극적인 방향에서는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장하준 교수의 한 인터뷰에 대해서 김병준 교수는 전적으로 동의하며 매우 훌륭한 생각이라고 칭찬했을 정도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경제학자들이 접점을 찾은 모습을 본 것 같아 반가웠다.

"200년 전에 노예해방을 외치면 미친 사람이었습니다. 100년 전에 여자가 투표권을 달라고 하면 무시당했고요. 50년 전 후진국들에서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은 테러리스트가 되어 감옥에 갔죠. 20년 전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을 철폐하고 만델라가 풀려날 줄 누가 알았겠어요? 단기적으로 보면 불가능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가 계속 발전을 합니다. 그러니까 대안이 무엇인가 찾고 이야기를 해야죠.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장하준 교수의 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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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억울한 일이 생겼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음란물 경고를 먹었는데요..

글의 제목은 좀 선정적일 수 있지만,

시사 정보를 전하는 조선일보에 지나치게 포르노 사진이 많은 것과,

포르노 사진보다 더 노골적인 기사가 있는 것을 지적한 글인데, 글은 임시 조치되고 경고를 먹었네요.

아래는 글의 전문입니다. 제 글이 정말 음란성 글인가요..

다음 클린센터라는 곳에는 어떻게 소명자료를 내는지 혹시 아시는 분은 조언 바랍니다.

 

 

<전문>


요새 조선일보에는 '벗은 여성'들이 필요한 모양이다.
벗은 여성들에게 한눈을 팔게 해야 할 일이 있나 보다.


 

 



 

 

 

 

 

 

 

 

 

 

  

▲ 만평이 들어갈 자리에 늘씬한 여성들 사진을 깔았다. 이것 보면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질까?


▲ 방송불가, 아찔한 노출... 카피도 사진도 야하다~ 야해~


 

 


▲ 얼씨구.. 이제는 김혜수를 들먹거린다. 조선일보는 요즘 왜 여자 가슴에 이렇게 집착하는 것일까? 논조가 바뀐 걸까?




▲ 시사 뉴스도 포르노로 깔았다. 일본 여의원의 포르노 전력을 기사로 다룬 것이다. 그 기사 밑에는 또 어마어마한 포르노 링크들이 달렸다.

▲ 그래도 예의상 가슴 부분은 '처리'를 해주신다.

조선일보 메인 면부터 시작해서 기사면에 이르기까지 여자 가슴이 두드러지지 않은 곳이 없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곳이 "시사 포르노 사이트"인 줄 오해할 것 같다.


물론 다른 신문사에도 이런 기사나 광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래는 경향신문 스포츠칸의 링크다.



 

 

경향과 한겨레를 찾아봤는데, 메인 화면에는 흔한 비키니 차림의 여성 한명 보기 어렵다.
신문사가 선정적인 광고를 게재하는 것은 주요 수입원이기는 하다.
그런데 메인 화면이나 기사 화면이 온통 '벗은 여자'로 도배된 조선일보는 좀 심하다.

하기야 북한의 댐 방류로 어떻게든 넘어가 보려고 했는데,
위성 사진에 북한의 댐이 위험수위까지 넘쳐난 장면이 포착됐다.
정부가 북한의 의도적 방류라고 의혹을 제기한 부분이 시원하게 날아갔다.
정부가 이 정도인데, 조선일보는 얼마나 박박 벗겨냈을까??

하지만 이보다 더 선정적이고 포르노그라피한 것은 '본 기사'에 있다.




▲ "병역면제 진실은..."이라고 쓰면서 '진실'을 거론한다. 그러면서 야당을 '아'(野)라고 쓰는 데 이거 아무래도 의도적인 것 같다.

조선일보는 정운찬 씨가 병역을 기피할 수밖에 없었던 피치 못할 사정을 구구절절하게 소개해 주신다.
기사는 정 후보자가 ‘아버지가 사망한 독자’라는 이유로 징집 연기를 설명한 것에 대해 “당시에는 아버지를 일찍 여윈 입영대상자는 입대 연기 신청이 법적으로 가능했다”고 부연 설명을 붙였고, 정 후보가 미국 유학 중 징집되지 않은 데 대해 “당시 법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면제 받았을 뿐 병역을 고의로 회피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조선일보에게 정운찬 씨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고마워해야 할 대목이 있다.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에서 정운찬 씨와 이회창 씨를 확실히 구분해 줬다.

조선일보는 “정 후보자의 유학 시절 미국에서 태어나 미 시민권을 갖고 있는 정 후보자의 아들은 1998년 11월 육군에 자진 입대에 2001년 1월 병장으로 만기제대했다”면서 “남들이 다 가는 군대를 가지 않은 것이 늘 미안하고 부담스러웠는데 아들이 군에 흔쾌히 입대해 든든했다”고 한 정 후보자의 자서전 내용을 실었다.

한마디로 아들 군대 간 덕에 면피를 했다는 말이다.
이회창 씨는 아들 병역 면제 때문에 대통령까지 떨어진 분 아닌가.
이회창 씨는 아들 때문에 대통령 떨어지고,
정운찬 씨는 아들 덕에 병역 면제받고도 별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14일에도 조선일보는 “이번주 청문회는 후보자들의 경쟁력이나 업무수행 능력보다는 개인적 흠을 찾는 데 집중될 전망”이라며 “후보자들을 낙마시킬 정도의 결정타는 아직 나오지 않은 가운데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 대부분은 그쪽에 몰려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후보자들에게 제기된 의혹이 ‘낙마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조선일보가 먼저 못 박아준 것이다.

위장전입으로 장상 전 총리 후보자를 낙마시키고,
논문 중복 게재로 김병준 전 부총리 후보를 낙마시켰던 조선일보가
위장전입에 논문 중복에다가 병역 기피까지 한 후보에 대해서 "별 거 아니다"면서 두둔을 해준다.

노무현 대통령처럼 나도 조선일보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조선일보는 정운찬 인사청문회에서 손을 떼라. 정운찬의 뒤를 닦아 주는 행태보다는 차라리 포르노 사진이나 곳곳에 도배질하라!!"

★ 위 글은 민주시민언론연합(민언련) <9월 14일자 주요일간지 일일 모니터 브리핑(2009.9.14)>를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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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09-15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내가 너를 아는데 무슨. 그 음란의 기준에 뭔지 모르겠군. 그런데 사진 내용이 뭐냐?

승주나무 2009-09-16 01:42   좋아요 0 | URL
음란물을 비판했다고 같은 음란물 취급을 받았어요 ㅠㅠ

고고 2009-09-15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게요...우째 이런 일이.. 그나저나 궁금궁금...??

승주나무 2009-09-16 01:43   좋아요 0 | URL
한번 끝까지 가보려고 했는데.. 아는 분이 "음란물은 아니지만, 좀 그랬어"라고 해서 쏙 들어갔다는 ^^;;

마노아 2009-09-15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악, 그런데 사진이 하나도 안 보여요. 다음이나 싸이에서 퍼오시면 거기 로그인 하기 전엔 그림이 안 보인답니다. 아무튼 승주나무님 너무 억울하시겠어요. 조선스러워요..ㅜ.ㅜ

승주나무 2009-09-16 01:4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로그인하거나 익스플로러로 들어오니까 깨진 게 보이네요.. 이미지 첨부로 살려놔야겠어요... 황당하고 억울하지만 어쩌겠어요........조선일보, 다음.. 무서운 분들인데 ㅋㅋ

동탄남자 2009-09-16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 제가 문맹이라면...
글은 못읽으니 야(野?)한 사진만 잔뜩 보고서 흥분할 수 있겠는걸요. ^^;
참으로 민망한 존재들의 반격인데, 재반격하면 충분히 승리 가능하겠어요.

saint236 2009-09-16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를 마지막까지 읽지 않고 풀었나보죠^^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나 <쾌도난마 한국경제> 등에서 나타나는 장하준의 일관된 주제는 바로 시장과 국가의 관계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허위성 공박이다. <국가의 역할>에서 가장 먼저 꺼내든 화두는 '자유시장'(free market)이다. 장하준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신자유주의와 자유시장의 신봉자들은 말 그대로 '맹신도'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영미권을 넘어서 세계로 전파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맹신도들은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공격하고, 장하준은 신자유주의 맹신도들의 허구적 논리를 집요하게 공격한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맹신도들은 정부가 드러내는 지엽적인 문제(관료제의 폐해나 부패)를 들어 "큰 정부" 자체를 부정한다는 측면에서 근본적인 비판을 하지 못하고 있는 데 비해, 장하준은 신자유주의의 핵심 교리와 비판의 논리적 틀을 정면으로 비판함으로써 신자유주의에 대한 본질적인 비판을 하고 있다는 점이 큰 차이일 것이다.

우선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다르다. 장하준은 '시장'과 '국가'를 명백히 구분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신자유주의 맹신도들은 시장과 국가는 엄격히 구분되며, 국가는 시장에 개입하지 말고 전면적으로 시장에게 자율권을 넘겨줘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시장이 실패할 경우 뒷감당은 국가가 한다. 여기에 대해서 신자유주의 맹신도들은 별 말이 없지만, 시장이 실패하지 않도록 국가가 '조절 정책'을 쓰는 데 대해서는 가혹한 비판론을 펼친다. 요컨대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의 주장을 정리하면 "시장이 맘껏 놀다가 망할 때까지 가만 놔두라"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의 탄생신화로 거슬러 올라가면 장하준의 논점이 좀더 분명해진다. 신자유주의 맹신도들은 '시장 우선성 가정'(the market primacy assumpition - "태초에 시장이 있었다"고 판단하는 가정)을 주장하며 시장이 자연적인 진화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즉 시장형성에 필요한 모든 제도, 개입, 조직들은 시장의 원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정착된 것이라고 가정한다. 물론 시장을 통해서 교환이 이루어지고 삶을 영위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의 형성은 국가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 우선론자들은 시장이 형성된 것을 '우연성'에 두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마법을 발휘해서 제도와 질서, 시스템을 모두 만들어주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장하준은 시장이 형성되는 모든 과정에 인위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으로 이에 맞서고 있다.

우리는 시장이 기본적으로 정치적 구조물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시장은 시장을 떠받치는 특정한 권리/의무 구조와 관련짓지 않으면 정의할 수 없는데, 이 같은 권리/의무들은 정치적 과정을 통해 결정되는 것이지, 신고전 학파(혹은 신자유주의) 논객들이 우리에게 주입시키는 것처럼 어떤 '과학적' 혹은 '자연적' 법칙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 국가의 역할 142쪽

여기서 노무현 대통령이 고민했던 정치권력과 시장권력의 관계가 생각난다. 시장권력은 대결에서 승리한 자들만의 권력이기 때문에 전체 참여자들을 대변할 수 없다. 인간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권력관계가 생겨나기 때문에 시장이라는 제도가 생겨나기 위해서는 '힘센 놈'들이 약한 자들을 괴롭히지 못하게 하고, 자신이 노력해서 만든 상품을 공정하게 판매할 수 있는 매매행위를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정치적 개입'이 요구된다. 신자유주의 맹신도들은 이 과정을 송두리째 빠뜨린 것이다. "시장도 정치를 통해 형성된다"는 단순한 원리를 망각했기 때문이다. 장하준 역시 "경제의 탈정치화는 사실상 민주주의를 거세하겠다는 완곡 어법일 뿐"(143)이라며 이런 논리를 일축했다.


▲ 장하준은 <국가의 역할>에서 신자유주의 추종자들의 논리적 오류를 근본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들은 '자유시장'이라는 개념을 전파하려고 노력했지만, 그것은 허구 위에 세워진 성채였다.

'지적재산권'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 이유

시장과 국가, 정치 이야기를 하다가 특허와 저작권에 관한 이야기로 전환되는 것이 얼핏 보면 생뚱맞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장하준이 주로 관찰하는 주제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관계이기 때문에 지적재산권 문제는 중요하다.  자유시장이 전세계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지적재산권은 많은 돈을 끌어들이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장에서 돈의 흐름은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을 향해 일방적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장하준이 지적재산권 문제를 면밀히 다룬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이 자국 기어이 보유한 지적재산권을 해외 무역 파트너에게 강제하는 수단으로 무역 제재를 활용할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을 관찰했기 때문이다. 관세 제도처럼 지적재산권 제도는 전 세계 무역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적재산권에 관해 전세계가 따라야 하는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 맹신도들의 주장은 시장과 국가의 관계를 그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그들이 주장하고 싶은 것은 국가가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시장의 시녀나 해결사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지적재산권 논의는 사기업의 사유재산권 보장을 위해 국가가 세계에서 저작권 규제를 만들어달라는 요구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좀더 노골적인 것을 국가에게 요구한다. 에이즈약 등과 같이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 국민의 건강과 목숨이 달린 제품에 대해서까지 자신들의 지적재산권을 강요해달라고 강요함으로써 사실상 살인을 방조하게끔 만들기도 하고, 미비한 지적재산권 제도를 악용해 강황이나 바스마티 쌀 같은 개발도상국 고유의 식품의 특허를 도둑질하는 일을 시키기도 한다. 강황은 인도의 제지로 특허가 무산됐지만, 바스마티 쌀은 특허 인정을 받고 말았다.

장하준은 특허와 지적재산권 제도가 시장주의자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독점'을 허용하는 모순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인간과 국제관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역설한다. 노예소유주이자 미국의 창업자인 제퍼슨이 아이디어의 소유만은 용납하지 않았던 주장을 인용하면서 미국이나 서구에서도 지적재산권을 확대하는 데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주류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국제무역에 있어서의 지적재산권이란 선진국 사기업들의 돈벌이수단일 뿐 개발도상국에서는 하등 관심이 없다는 점을 밝힌다.

특허권 취득이 가능한 기술의 개발보다는 기존 기술의 흡수가 훨씬 더 중요한 개발도상국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지적재산권의 사유화를 강력하게 추진함으로써 확보 가능한 혁신의 여지는 미미한데, 이것은 이들 나라 경제의 주체들의 혁신 역량이 낮기 때문이다.
- 위의 책, 204쪽



시장자유론자들이 보는 것처럼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가령 우리는 실제 1000명의 항공사 종업원을 해고하고, 그 덕분에 50만명의 고객들이 평균 100달러씩 절약할 수 있게 되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원거리 지역에 사는 10만명이 철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대신 모든 철도 승객들이 연평균 25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를 받아들일 만하다고 생각하는가?
- 위의 책, 204쪽


무엇보다 시장자유론자들의 주장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은 '단순무식'에 있다. 애덤 스미스의 '단순하고 자연적인 자유'를 시장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법률 조항과 집행 비용이 필요했다. 시장을 효율적으로 굴러가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형성 과정뿐만 아니라 사후 관리를 위해서 많은 '손질'이 필요하다. 재산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이에 수반되는 수많은 개입과 제도들이 필요하다. 이런 기반 위에서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매매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다.

결국 시장자유론자와 신자유주의 맹신도들이 주장하는 것은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의 치기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국가의 개입을 통해서 쑥쑥 자라났으니 이제는 국가의 몫까지 먹고 싶은 것이다. 그들은 국가를 전복시켜 시장 절대주의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개입과정에서 나타나는 모순과 폐해를 보완하는 데서 멈추면 될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허술한 논리가 수십년 넘게 생명을 유지하고 세계 곳곳에 전파할 수 있었던 까닭은 신봉자들의 정치력과 선동력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국민들의 선입견을 파고들어 공감대를 이어가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이미 논의할 만한 유익한 주제를 제공하지 못하는 이 주장의 목표는 애초부터 국민선동과 정권탈환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장하준의 주장은 그다지 새롭거나 특출한 것은 아니다. 상식적일 뿐이다. <국가의 역할>은 전문적인 용어와 논문의 어법을 그대로 쓰고 있어서 읽기 부담스럽지만, <나쁜 사마리아인들> 같은 후기 저작에서는 이 '상식'적인 측면이 강화된 면모를 볼 수 있다. 대중적인 문체를 쓰지 않을 때의 장하준을 보는 맛이 나쁘지는 않다.

<노무현 함께읽기 연재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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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무현 함께읽기> 동참해 주실 거죠?

2. 노무현 대통령이 '시민'에 목숨건 까닭은?

3. 장하준이 말하는 '종교'로서의 신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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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강(9/10,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2강(9/17, <국가의 역할>), 3강(9/24, <미래를 말하다>), 4강(10/1, <슈퍼 자본주의>), 5강(10/8, <더 플랜>), 6강(10/15, <빈곤의 종말>), 7강(10/22, <유러피안 드림>), 8강(10/29, <이제는 당신 차례요 Mr.브라운>), 9강(11/5,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 10강(11/12,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 11강(11/9, <생각의 오류>)

2. 매주 일요일 첫 리뷰 기사를 올리고 나서, 독자 피드백을 포함한 포스트는 매주 화요일에 올립니다. 목요일 강독회를 참여하고 나서 리뷰, 피드백, 강독을 포함한 후기는 금요일에 올릴 예정입니다.

3. 독자 피드백에 참여하실 분들은 이메일(
dajak97@gmail.com)로 질문이나 느낀점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그 중에서 강사에게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은 <노무현 강독회 팀블로그>(http://blog.ohmynews.com/readroh/)나 다른 경로를 통해서 전달해 답변을 얻어내도록 하겠습니다.

4. 해당 책의 할인과 관련해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강좌 수강생에 한해서 할인액으로 보급하겠다고 출판사와 협의한 내용이었는데 제가 잘못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선착순 10분 정도는 제 시드로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벌써 10명의 반이 차서 서두르셔야겠네요. 암튼 재밌는 해프닝이었습니다.(메일 : dajak97@gmail.com)

5. 네티즌 님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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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주의, 사람에 대한 가치뿐만 아니라 "책"이라는 선물을 듬뿍 안겨주고 돌아갔다.

"책 읽는 사람이 더 이상 희귀동물이 아니다"

책을 좋아하지만 주위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책을 읽는 사람은 "희귀동물" 취급을 받을 정도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서재(블로그)를 열고 나와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위안을 얻었지만, 알라딘을 떠나면 다시 책 이야기는 쑥 들어갔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가장 큰 공적 중의 하나는 사람들로 하여금 책을 읽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오마이뉴스와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사장 이재정)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노무현 강독회>는 사람들의 이런 마음을 기가 막히게 잘 읽어냈다. 오연호 대표기자에 의하면 강독회 공고 첫날에 60명이 다 들어찼고, 인원을 더 모집하기 위해 대회의실 벽을 허물어 100명 이상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최종 신청자는 110명이었다.
이날 개회사를 한 이재정 이사장(전 통일부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과 국무회의를 하던 첫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국무위원들과 청와대 뒷산을 오르며 노무현 대통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책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당신의 사상을 책으로 빗대 표현하며 국무를 논하는 모습이 선하게 들어온다. 특히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현대경제연구원)의 경우 꼭 읽어보라며 연구원에 10권을 기증하기도 했다고 한다.

첫날 인상깊었던 것은 강연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에게 인삿말을 해달라는 점이었다. 110명이 다 인삿말을 했을 때 시간은 8시 40분, 예정시간에서 1시간 이상 지난 시간이었다. 앞으로 강독회를 하면 강사들이 말을 많이 할 텐데, 독자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갖가지 사연이 넘쳐나고 때로는 마음이 심하게 요동쳐서 달래느라 힘들었다. 기흥에서 2시간 넘게 달려온 분도 있었고, 천안에서 온 분도 있고, 아예 월차를 내거나 조퇴를 받고 온 분도 있었다. 한 공익근무요원은 경남에서 할아버지들에게 6.25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대화하다가 말문이 막혀서 야단만 듣고 왔다며 실력을 길러 할아버지들을 설득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마다 사연은 가지가지지만 노하늘 선생님(중등 1학년 교원)처럼 지금까지 가치관과 신념이 정리되지 않음을 깨닫고 생각의 밑천을 얻으러 온 분들이 많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몸소 던져준 화두가 얼마나 강력한지 노무현 대통령의 흔적을 통해서 이해를 하고 싶은 분들이 많았다. 


공부하는 시민 보면서, 하늘에서 두 대통령님이 얼마나 좋아하실까

첫 번째 강사로 나온 오연호 기자는 노무현 대통령과 인터뷰하면서 느꼈던 소회 중 책에 미처 싣지 못했던 부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했다. 참여정부 임기 말 청와대에서 인터뷰를 수락했을 때, 2~3시간 정도 또는 잘 해야 4~5시간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본의 아니게 2박3일 동안 하게 되었다.

"왜 저랑 인터뷰하셨습니까?"라고 묻는 질문에 노무현 대통령은 "요즘 나한테 잘한다고 기사를 쓰면 사쿠라 취급 받지? 지금 막 사쿠라가 피고 있는 거야"라며 선문답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고 한다. 오연호 기자가 노무현 대통령을 처음 인터뷰한 1991년부터 19년 동안 한결같이 변함이 없는 특징은 바로 "부당한 특권"에 대한 도전의식이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소중한 가치가 있다면 세상이 아무리 뭐라 해도 아낌없이 버릴 수 있는 것이 인간 노무현이다. 조선일보와 소송할 때는 민주당 대변인 시절이었다. 조선일보 배달부들이 '비빌 언덕'을 찾아 노무현 대변인을 찾았을 때, 조선일보 기자가 와서 "노무현 의원님은 이 일에서 손을 떼십시오"라고 경고했을 때, 노무현 대변인은 "조선일보 기자는 이 일에서 손 떼시오"라고 맞대응한다. 조선일보와의 평생 전쟁의 서막이었다. 당 대표 등 중역들이 모두 말렸지만 노무현 대변인은 "이런 신문사, 기자들에게 특권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라는 한마디로 끝까지 소송을 진행했다. 이와 너무나 유사한 장면이 민주당 경선에서 나온다.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십시오."

조선, 동아일보가 신문사 지분 소유 제한에 대한 의견을 철회하라고 압력을 가했지만, 굴복하지 않자 온갖 인신공격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하던 당시였다. 그 이후로 탄핵, 죽음에 이르기까지 노무현 대통령은 살아온 신념 그대로 "모든 것을 버렸다"



<노무현 강독회> 첫 번째 강사로 나선 오연호 기자는 단지 노무현 대통령이 읽은 책이기 때문이 노무현 대통령의 고민을 함께 나눈다는 마음으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텍스트를 한줄 한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읽자는 뜻이다.


영원한 권력을 꿈꾼 남자, 노무현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가장 정성을 들인 분야는 권위주의 청산이다. 그는 대한민국의 권력을 4개로 구분했다. 정치권력, 경제권력, 언론권력, 시민권력. 다행히 1997년과 2002년 우리는 정치권력을 바꿔봤다. 하지만 단군 이래 절대로 바꿔보지 못한 권력이 바로 경제권력과 언론권력이다. 삼성 등 대자본은 북한의 김정일처럼 지독한 세습을 누리고 있고, 언론은 경제권력과 결탁해 절대권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권력의 지형이 이렇게 허약한 대한민국에서는 경제, 정치, 언론권력이 모두 짬짜미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너무 쉽게 연출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권력"과 "지배"라는 열쇠말로 이 현상을 풀었다.

국민의 것이 아닌 권력의 사유화 과정에서 '지배'가 만들어진다. 권력을 위임하면서 권력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선언하고, 권력의 사유화를 방지하고 지배에 저항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특징이다. 즉 권력은 위임하되 지배는 거부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단초다. 이는 권력과 지배를 분리하는 과정이다. (노무현 대통령 인터뷰 육성)

근본적으로 대한민국을 누가 움직이는가에 관한 권력구조에 집요하게 천착한 결론이 바로 "시민권력"이다. 정치권력이 위태위태한 냉정한 현실을 대통령으로서 깊이 체험했기 때문에 정치권력 정점의 권력인 대통령으로서 시민권력을 깊이 연구하고 있었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사는 이렇다.

"대통령으로 퇴임하지만, 진정한 권력, 시민권력의 속으로 들어가겠습니다."(노무현 대통령 퇴임사)

당시 이 말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의 오연호 기자도 100% 이해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안연이 한숨을 푹 내쉬며 길게 탄식했다. "우러러 볼수록 더욱 높아만지고, 뚫고 들어갈수록 더욱 단단해 보인다. 바라보니 어느 틈에 앞에서 손짓하더니 문득 뒤에서 (채찍질하시네.) 선생님은 차근차근 배우는 사람을 이끌어가는구나. 각종 고전 자료로 나의 세계를 넓히고 전통 의식으로 나의 행위를 규제하게 하신다. 내가 그만두고 싶어도 차마 그럴 수 없네. 이미 나의 모든 재주를 다 쏟아부었지만 (나의 눈앞에) 우뚝 서 계시는 듯하다. (또 힘을 내서) 따라가고자 하지만 어찌 해볼 길이 보이지 않네."
- 논어, 안연편(해석은
<공자씨의 유쾌한 논어>(사계절) 참조함)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을 언급한 부분을 보고 있으면, 공자의 수제자 안연이 공자를 향해 탄식한 장면이 떠오른다. 오연호 기자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을 보통으로 공부한 게 아니다. 71년 대통령 선거에 나서며 4대국 보장 체제 등을 제시했는데, 이를 깊이 연구해봐야 한다고 역설했다고 한다. 이 말은 노무현 대통령 당신은 김대중 대통령을 깊이 연구했다는 말이 된다. "조금 해보려고 하면 DJ의 발자국이 있었다"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소회다. 그래서 취임 3년차에 청와대 출입 기자들을 모아놓고 비공개 오찬을 연 자리에서 "DJ는 정책의 천재이자 정치의 천재다"라고 평가를 내놓았다.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을 깊이 고민하고 연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김대중 대통령을 함께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두 대통령이 함께 하늘나라로 가셨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늘나라에서 깊이 상의할 게 많아서 그랬을까. 두 분이 국민들에게 내놓고 간 필생의 화두가 어쩜 그렇게 닮았는지 지금도 가슴에 품고 다닌다. 

"깨어 있는 시민(노무현 대통령), 행동하는 양심(김대중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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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1 13: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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