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푸르 탈영병 "성폭행 하지 않으면 상관에게 고문당해"

오늘은 신문을 보는데 수단 탈영병이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 주었다.

정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것들이었다.
오죽했으면 그는 비인간적 범죄를 더 이상 참아낼 수 없어서 탈영했다고 하니 말은 다 한 것 같다.

예전에 서당에서 훈장님께 맹자를 배우던 시절에 '측은지심'이라는 말을 배웠다.
맹자는 측은지심의 예로 유명한 '우물 이야기'를 든다.

아이가 우물을 향해 기어가는 모습을 보면 당장 달려가 아이를 구하려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그것은 친구들에게 아이를 구한 것을 자랑하려고도 아니고,
아이의 부모님께 칭찬을 받고 싶어서도 아니다.
마음에서 불쌍다하는 생각이 올라오기 때문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인간의 마음이 이타적이고 선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른바 '성선설'의 주요한 근거가 되었다. 수천 년 동안...

훈장님은 막가파를 예로 들며
그들은 잘 사는 사람에 대해서는 여지 없이 잔인하게 살해했지만,
가난한 여성은 풀어준 일을 지적하셨다.


다루푸르 잔자위드 민명대, 레바논의 팔랑헤당 민병대가 이토록 잔인하게 사람들을 학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마치 마우스 클릭하듯이 방아쇠를 클릭하고 칼로 그들은 잔인하게 살해하거나 신체부위를 절단하고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어린아이들을 가차없이 죽인다.

이것을 당해보지 않고서는 그 슬픔과 고통을 알지 못하기 때문일까. 사람은 왜 꼭 당해 봐야 그 고통을 체감하게 될까.

좀 사소하지만 나에게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이 일이 2003년부터 올해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년간 30만명이 사망했고 250만명이 난민이 되었다니... 아 21세기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수영 - 언론자유에 <이만하면>이라는 중간사는 있을 수 없다

 

  李政權 때의 일이다.  
펜 클럽대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분들을 모시고 조그마한 환영회를 갖게 된 장소에서 각국의 언론자유의 실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끝에 모 여류시인한테 나는 『한국에 언론자유가 있다고 봅니까>』 하고 물었더니 그 여자 허, 웃으면서 『이만하면 있다고 볼 수 있지요』 하는 태연스러운 대답에 나는 내심 어찌 분개를 하였던지 다른 말을 다 잊어버려도 그 말만은 3,4년이 지난 오늘까지 잊어버리지 않고 있다.
시를 쓰는 사람, 문학을 하는 사람의 처지로서는 <이만하면>이란 말은 있을 수 없다. 적어도 언론자유에 있어서는 <이만하면>이란 中間辭는 도저히 있을 수 없다.
그들에게는 언론자유가 있느냐 없느냐의 둘 중의 하나가 있을 뿐 <이만하면 언론자유가 있다고> 본다는 것은, 쉽게 말하면 그 자신이 시인도 문학자도 아니라는 말밖에는 아니된다. 그런데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소설가, 평론가, 시인이 내가 접한 한도 내에서만도 우리나라에 적지 않이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문학의 후진성 운운의 문제를 넘어서 더 큰 근본문제이다.
  

- 김수영 산문전집 <창작자유의 조건> 중에서

 정말 김수영다운 멘트다. 나는 김수영 시집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김수영 산문집은 내 영혼을 받치는 기둥으로 삼고 있다. 얼마 전 군대 간 친구에게 연필자국 짙게 묻은 이 책을 선물할 때의 아쉬움이란.. 참고로 김수영이 말한 이정권은 이명박이 아니라 이승만을 말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걸 언론자유에 빗대서 표현하면

"1%의 언론자유가 없다는 것은 100%의 언론자유가 없다는 것과 같다. 100%의 언론자유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은 사실상 그곳에 언론의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장자 - 비싼 월급에 눌려 말하지 못한다면 제사 때 쓸 돼지고기와 다를 게 없다
 

 장자가 강가에서 놀고 있었는데, 나라의 지체 높은 관리가 천금을 들고 와서 관직을 맡아달라고 사정했다.
장자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관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비싼 돈을 받고 관직에 들어가는 것은 제사에 바쳐지는 돼지와 같다. 제사에 바쳐지는 돼지는 삼시 세끼 진귀한 음식을 먹고 안락한 생활을 즐긴다. 하지만 그 돼지의 종착역은 머리가 잘리는 제삿상이다.
오로지 제삿상에 좋은 머릿고기를 올리기 위해서 그렇게 좋은 대우를 받은 것이다. 나를 제삿상의 머릿고기로 만들고 싶지 않다면 제발 나를 귀찮게 하지 말아 다오."- <장자> 중에서



장자의 낭만적이고 유유자적한 생활에 신비감을 가지고 있다 보니 장자가 언론자유에 대해서 무척 중요한 말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돈을 받으면 그 때부터는 입이 막히는 것이다.


급암 - "한무제 당신은 말로만 착하지만 속은 구렸어"를 면전에다 대고 한



 '급암'(한무제 때 활약했던 신하로 직간하기로 유명했음)은 한무제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폐하께서는 속으로는 욕심이 많으면서 겉으로만 인의를 베풀려고 합니다."라고 대들었던 신하였다. 한무제는 급암 때문에 속이 부글부글 끓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마음속으로 급암을 존경했다.

일찍이 한무제가 장막 안에 있을 때 급암이 들어와서 일을 보고하려고 했다. 이때 천자는 관을 쓰고 있지 않았으므로 멀리서 급암을 바라보고 장막 뒤로 몸을 피하고 다른 사람을 시켜 보고를 재가하도록 했다. - 사기열전, 급정열전

하지만 급암은 중용되지 못하고 한직에 머무르다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  


맹자 - 한 치를 구부려 열 자를 얻는다면 언젠가는 열 자를 구부려 한 치를 얻을 날이 온다


맹자가 전국을 왕래하면서 아끼는 제자들을 데리고 다녔는데, 그 중에서 진대라는 제자가 선생님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안타까워서 한마디 한다.

"선생님은 제후들을 만나서 뜻을 펼치시면 될 것을 왜 그렇게 고지식하게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번 자세를 숙여서 제후들을 만나면 작게는 패자가 되어 천하를 호령할 것이고, 크게는 선생님이 뜻하시는 왕업을 달성하실 수 있으실 텐데 말이죠. 옛말에 한 치를 구부려 한 자를 얻는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 한 치(尺)은 한 자(尋)의 1/10이다.

맹자는 제자의 말에 그 사정을 상세히 이야기해주며 마지막으로 의미심장한 말을 해준다.

"네가 한 치 한 자를 이야기하는 것은 사사로운 이로움으로 대의를 설명하니 어불성설이다. 사정이 그와 같다면 한 자를 구부려 한 치를 얻는 것도 당연하지 않은가?"

맹자의 마지막 말은 언론과도 관계 있지만, '민주당'에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한다.

'언론자유'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가치였다. 여기에는 '적당히'라는 중간사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그랬다가는 호리지차 천리지말(毫釐之差千里之末). 손톱 만큼한 차이가 나라를 무너뜨리는 상황까지 가게 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언론의 자유'로 향해 있다. 언론의 자유는 한 치의 땅뙤기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가냘픈 유리그릇을 요즘은 스태인레스그릇 쯤으로  생각해 함부로 입을 놀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슬프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licia 2009-03-05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장자는 접때 얘기해주신 책이에요!
맹자집주도 보관함에 넣었고(언제읽을지는 모르겠어욤^-` ㅎㅎ)
음- 사기열전은 어떤 책이 좋은가요?

승주나무 2009-03-05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존하는 판본은 까치가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을유문화사판이 좋은데 절판이더라구요. 을유판이 가독성은 좋죠.. 쉬운 언어로 먹기 좋게 썰어 놓았으니^^

Alicia 2009-03-05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승주나무님 고맙습니당^^ 이렇게 빨리 댓글 달아주시구-
실은 누가 좀 물어봐 달랬어요 :)

승주나무 2009-03-05 17:54   좋아요 0 | URL
글쿤요.. 저도 놀랐습니다. 그 분이 조금 더 기다려주실 수 있다면 김영수 씨의 사기 완역을 기다리시라고 하십시오. 김영수 씨는 <난세에 답하다>는 책을 쓰신 분인데, 중국에 수십 번 다녀오시면서 사마천에 가장 미친 한국인이거든요^^

제가 알라딘에 들어와 있어서 이렇게 빨리 댓글답니다.

Alicia 2009-03-05 23:56   좋아요 0 | URL

아, 사기 읽고 계시답니다 지금요. ^^
전 다른고전 안읽고 장자부터 읽어도 괜찮을지 살짝 걱정이에요.
그래도 우화내용은 옛날옛날에 몇개 본 적 있어서 그 익숙함에 기대어 시작해보려해요. 고맙습니다- 승주님^^
 

'양보없는'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라서 탄탄대로는 못 밟는 스타일



언론운동에 몇 년 관여를 하다 보니 신문이나 방송을 불문하고 많은 '종사자'들을 만나게 된다. 술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평소에 듣지 못하는 이야기도 많이 듣게 된다.
그 날은 우연히 MBC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화면의 사실이 현장의 진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 그래서 언론, 특히 방송의 구조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시청자들이 새해 첫날 새벽부터 현장 실습 교재로 열공했습니다”
- 지난해 12월 31일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지워버린 KBS 의 제야의종 행사 중계를 정면으로 비판한 코멘트

MBC 뉴스데스크나 뉴스는 권력 핵심에 대한 비판이 많고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에 진보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세상에 태어나게 한 것도 MBC인데, 이런 뉴스들을 시청자에게 전달해주는 앵커가 이 이미지를 대표하다 보니 앵커들이 진보적이라는 착각을 하기 쉽다.

특히 지금은 MBC의 사장인 엄기영 씨의 이미지는 진보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MBC 관계자들이 말하는 엄기영 씨는 실용적인 보수주의자다. 이명박 정권에서 사장 자리를 잘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가 현 정부와 코드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요즘 '징계 문제'로 이슈의 중심으로 떠오른 신경민 앵커는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을까. 제야의 종소리 조작 행위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던지는 모습을 보면 영락 없는 진보주의자 같지만 MBC 직원이 말하는 신경민 앵커는 '보수주의자'다. 다만 '합리적'인 보수주의자일 따름이다. 상식을 기준으로 해서 맞지 않으면 아무리 뜻이 좋아도 그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런 성향 때문에 MBC의 임원들이 그를 중용하는 것에 대해 몹시 신중해다는 후문도 들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칼럼이 있어서 인용한다.

그의 뉴스 클로징은 ‘양쪽의 반성을 촉구한다’거나 ‘귀추가 주목된다’는 식으로 관점을 어물쩍 뭉개버리지 않는다. 고추냉이가 코를 뚫듯 명쾌하지만 입에 거치적거리는 뼈를 발라내는 대신 뼈째 먹으라고 잔칼질을 해서 내오기 때문에 오래 씹어 삼켜야 제 맛을 본다.
- 시사IN, 74호(2009년 2월 10일), 묻고 따져봐야 OK 하는 남자


자유기고가 유선주 씨의 스케치다. 그가 신 앵커와 친분이 있든 그렇지 않든 관계 없이 이 논평에서는 신 앵커의 특징이 잘 표현돼 있다. 신 앵커가 직접 코멘트한 대목을 보면 그의 '보수주의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방송기자 생활 30년을 맞은 신 앵커는 방통심의위의 징계 움직임에 대해 "앵커(anchor)는 뉴스를 요약하는 사람이 아니다. 말 그대로 TV 저널리즘이 외풍에 흔들리는 것을 막아주는 '고정 장치'다. 그런 구실을 하라고 나이 든 사람에게 앵커를 맡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시사IN 77호


고전의 인물을 예로 든다면 '급암'(한무제 때 활약했던 신하로 직간하기로 유명했음)을 꼽을 수 있다. 그는 한무제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폐하께서는 속으로는 욕심이 많으면서 겉으로만 인의를 베풀려고 합니다."라고 대들었던 신하였다. 한무제는 급암 때문에 속이 부글부글 끓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마음속으로 급암을 존경했다.

일찍이 한무제가 장막 안에 있을 때 급암이 들어와서 일을 보고하려고 했다. 이때 천자는 관을 쓰고 있지 않았으므로 멀리서 급암을 바라보고 장막 뒤로 몸을 피하고 다른 사람을 시켜 보고를 재가하도록 했다. 
 - 사기열전, 급정열전

하지만 급암은 중용되지 못하고 한직에 머무르다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  



우리 사회에 왜 보수가 필요한지 알게 해준 사람


나도 그랬지만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하는 편견을 갖기 쉽다.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골수 보수주의자인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 사회에는 보수도 없고 진보도 없고 단지 기회주의자밖에 없다는 어떤 사람의 말이 떠오른다. 미군정으로부터 시작해 60년이 넘는 동안 극우의 논리에 세뇌당한 찌든 때를 조금씩 벗겨내는 데 굉장히 많은 철학자들과 책들이 동원돼야 했다.

이명박을 지지하면 보수고 반대하면 진보라는 유치한 말장난보다는 상식을 세워놓고 물러남이 없는 보수주의자가 우리 사회에서는 절실하다. 더군다나 신 앵커는 '중용'의 가치를 아는 보수주의자 아닌가.

중용의 핵심 가치는 '시중'(時中, 時中之中의 약자. 때에 따라 급변하는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중용철학의 핵심사상)이다. 단지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고 중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촛불집회 당시 다음과 네이버의 대처를 보면 중용의 의미를 확연히 알 수 있다. 다음은 촛불에 대한 뉴스를 지속적으로 내보낸 반면 네이버는 촛불뉴스를 일반 뉴스와 동일한 1/n로 처리하는 우를 저질렀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공정했다고 자부했는데 그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마치 "내가 틀린 말 했냐?" "법대로 해 법대로!"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네이버가 중용이 없는 포털이라는 것은 이것으로 명백해졌다.

신경민 앵커는 촛불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것은 물론 권력에 포화를 던지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진보주의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런 보수주의라면 나도 기꺼이 힘을 보태겠다.

★ 반가운 소식이다. 신경민 앵커 멘트의 '징계 여부'를 판단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당시 신 앵커의 발언에 대해 '문제없음'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왜 그 멘트를 방통위에서 심의하는지는모르겠지만...


[영상] 문제가 된 1월 1일 MBC 뉴스데스크 'KBS 제야의종행사 중계 방송 비판' 클로징 멘트
 


27일 MBC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람혼 2009-03-05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 멘트를 듣는 재미와 감동으로 뉴스를 보곤 합니다. 제대로 된 방통위라면 아마 징계 여부를 저울질하며 '문제 없음'이라는 밋밋한 멘트를 날리기 전에 신경민 앵커에게 작은 상이라도 하나 줬어야 하지 않을까요. 센스 없는 멘트를 날리는 방통위가 오히려 신경민 앵커의 저 촌철살인 클로징 멘트에서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승주나무 2009-03-05 13:41   좋아요 0 | URL
네~ 뉴스를 믹스하는 맛이 참 개운합니다. 날이 살아 있는 이런 뉴스라면 사람들이 좀비처럼 정부 하라는 대로 끌려다니지는 않겠죠. 그래서 정부가 엠비씨를 잡아먹으려고 악다구니를 하는 것이겠지만...
 

환율폭등은 출판사, 독자 모두에게 대재앙



▲ 3월 2일의 환율.1600원을 위협하다가 당국의 개입으로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양상이다.

알고 지내는 출판사 사장님이 요즘 속이 다 타들어갔다. 환율 때문이다.
주로 외서를 번역해 출간하는 그 출판사는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계약금 잔액을 지불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요즘같은 달러가 폭등할 때는 좌불안석이다.

출판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환율 폭등은 한마디로 '대재앙'이다.
출판사, 독자에게 모두 재앙이 미칠 수밖에 없다.

외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출판사의 판권 경쟁이 극심해진 상황이다.
유명한 외국 저자의 저작권을 얻기 위해 출판사가 목숨걸고 하는 일은 '저작권 선점'이다.
저작권 선점에는 돈이 든다. 일반적인 계약의 방식으로 선지급 50%에 출판시 잔금 50%를 지불하는 방식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나는 출판사의 면밀한 사정을 수치적으로 알지는 못하고 많이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며 사정을 아는 좀 특이한 독자에 불과하다.

출판사가 선점경쟁을 뚫고 계약을 따냈다고 하더라도 다음 관문이 남아 있다. 출간 시점에 대한 판단이다.
국내 시장의 상황과 수요 등 복잡한 분석을 하고 나서 '필승전략'이 섰을 때 출간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영화사와 배급사가 개봉 시점을 조율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책의 경우 적게는 1~2년에서 10년까지 출간 시점을 조율하는 경우가 많다. 대중들의 기호와 사회 상황, 이슈, 시장성 분석 등을 면밀히 하더라도 책 1권에 출판사의 운명이 결정날 수도 있기 때문에 출판사는 인내심을 가지고 출간시점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 지난 10년간 환율그래프 추이


책이 비싸지더라도 살 수 있다면 오히려 다행

10년간 환율그래프(위 그래프)에서 계약 시점을 판단해 보자. 환율 안정기인 2003~2008년 초반 사이에 계약을 한 출판사들은 출간을 포기할 확률이 많다.
만약 A라는 국내 출판사가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이던 2005년경 영미권 저자(또는 저자와 계약상태인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저작권료 1만달러 중 50%인 5,000달러만 지불한 상태라고 생각해 보자. 2005년 그 출판사는 500만원의 비용을 지불했을 것이다. 그런데 2009년인 현재 시점에 출간을 하면서 잔금을 치른다고 생각해 보자. 5,000달러의 가치는 3월 3일 원달러 환율 기준(달러 현찰로 살 때)으로 7,897,800원(1$=1579.56원)이 된다. 약 3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즉 출판사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300만원의 비용을 독자들과 분산 부담해야 한다. 결국 책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 책값을 올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우선 양장본이 많아질 것이다.

차라리 출판사가 독자들과 비용을 분담하기로 결정하는 상황은 오히려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망하는 출판사가 늘어날 것이다. 제작원가도 동시에 오르고 책의 소비층도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 '구조조정 1순위'는 단연 책값이니까. 독자들에게 양질의 책이 돌아갈 수 있는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고 사람들은 옛날 책들을 뒤적이게 된다. 이 때 꼼수에 능한 출판사들은 표지를 신선하게 만들어서 구간을 신간으로 둔갑시켜 팔기도 한다. 이 때 우려할 수 있는 상황은 양질의 출판사와 양질의 독자들이 같이 퇴보한다는 점이다.

양질의 독자는 국내에서 번역되거나 출간된 출판물에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과 심도 있는 최신의 담론들을 흡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 이런 희귀생물들이 얼마나 존재할까 의심스럽지만 이들의 기회도 함께 줄어들고 사회는 진취적인 부분이 상당히 약해질 것이다.

환율은 결국 문화의 위기이며, 존재의 위기이기도 하다. 나는 수입이 많지 않지만 외서, 특히 달러화를 쓰면서 좋은 책을 사오는 출판사들의 책들을 사는 데 비용을 더 들이기로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번 달에 미용실(이용실) 이용하셨어요?

저는 2달 만에 미용실을 이용했습니다.
머리 자를 돈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닌데 어째 시간이 잘 안 나더라구요.
더 정확히 말하면 미용실에 갈 시간이 나에게 필수적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꼭 써야 할 곳에만 돈을 쓰고 꼭 가야 할 곳에만 가게 된 것이 최근의 생활 패턴인 것 같습니다.

동네 단골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잘랐습니다.
미용실 갈 때마다 원장님께 커트를 맡기는데,
이번에는 유난히 살갑게 대해 주시는 겁니다.
요즘 생활이나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서 닿는 대로 말을 겁니다.
저도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들을 하는 편입니다.

미용실로서는 단골을 하나라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가장 친하게 대해 주는 업종일 것입니다.
이 미용실은 한 두 달 정도 전부터 커트 비용을 8,000원에서 1만원 으로 2,000원 올렸습니다.
업소가 가격을 올린다는 것은 비용의 증가도 있지만,
매출의 하락이 주된 이유입니다.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떨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올려야 하는 절박성이 있는 것이지요.





원장님께 넌지시 매출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이번에 불황이 큰데 매출에는 영향이 있나요? 매출이 얼마나 줄었나요?"

원장님은 평년에 비해서 30% 정도 줄었다고 합니다. 즉 10명 중에 3명이 미용실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원장님은 이것을 독특하게 분석했습니다.
즉, 불경기가 되면 사람들은 미용실을 이용하는 횟수를 줄인다고 합니다. 두 번 이용할 것을 한 번에 이용하기도 하고, 아예 정신이 없어서 머리를 자르지 않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줄여야 할 비용 중에서 커트비가 간당간당하게 붙어 있는 거죠.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달 28일 수도권 520여가구를 대상으로 ‘소비행태의 변화와 시사점’을 조사해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지출 중 의복구입비(20.5%)와 문화·레저비(17.2%), 외식비(16.5%) 등은 대부분 줄였다고 합니다. 미용은 분명 의복구입비나 문화,레저비에 들어가지만 머리는 일정 시점이 되면 항상 자라기 때문에 필수 소비에 들어갑니다.
그런데도 30%나 감소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체감하는 경제 상황이 안 좋다는 말입니다. 이명박 정부뿐만 아니라 노무현, 김대중 시절부터 정부는 착시 현상으로 국민들을 속여 왔기 때문에 경제가 좋아졌는지 안 좋아졌는지는 아주 밑바닥에 있는 실물경기의 흐름으로 읽어야 합니다.

지금 상황은 10명 중 3명이 머리 자르는 것을 포기할 정도로 못된 경기 흐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매지 2009-03-04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는 매직도 집에서 약사서 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아무래도 미용실가면 5만원 이상 훌쩍 나오니까 부담스러워서 그런가봐요.

승주나무 2009-03-04 01:39   좋아요 0 | URL
네~ 그런 것 같아요..
저도 바리깡 사다가 집에서 중처럼 제 머리를 깎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답니다.
그런데 이매지 님~ 진짜 오랜만이군요^^

웽스북스 2009-03-04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저요. 파마 새로 안하고 세팅기로 버티고있어요 ㅋㅋ

승주나무 2009-03-04 17:36   좋아요 0 | URL
어맛!! 웬디양 님이다!
어젯 밤에 웬디양 생각이 자꾸 나더니만...
만날 길 없는 웬디양 님..
나 웬디양님 많이 좋아하나봐 ㅋㅋㅋ

프레이야 2009-03-04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장원 간 지 오래됐어요.
앞머리만 제가 잘라주고요.^^
아이들 앞머리는 하도 제 가위질을 못미더워해서 미장원 데려가지요.

승주나무 2009-03-04 17:36   좋아요 0 | URL
네.. 미용실 피폐해졌어요.. 생각날 때 함 가주세요~

무스탕 2009-03-04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은 방학이라서 애들 머리카락이 마구 자라있어도 버텼는데 새학기가 되기전에 꽃단장 해주느라 할수없이 미용실에 데리고 갔네요.
울 동네는 아이들 커트를 7천원씩 받아요. 아깝긴 정말 아깝지만 어쩌겠어요. 엄마가 잘라줄 재주가 없는것을..

승주나무 2009-03-04 17:37   좋아요 0 | URL
글쵸.. 미용실 사람들이 예전에는 카드 수수료 때문에 고통받고 이번에는 불황 때문에 그렇고.. 참 딱한 사정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