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라도 와서 하소연해얄 것 같아서 오랜만에 들어왔습니다.
쉬는 토요일이라서 느긋하게 쉬는 참에, 아침부터 집으로 교감샘에게 전화오지 않았겠습니까?
그동안 도서관 리모델링했습니다. 우여곡절.. 무지 많았습니다. 말하자니 입만 더러워져서(도저히 좋은 말로는 할 수 없어서) 그냥 말겠습니다.
사공이 참 많은데, 그 사공들 결정적인 순간엔 서로 니가 저으라며 노를 젓지 않습니다. 음... 입이 간질간질하지만 교장사공 교감사공 실장사공 담당사공... 부르르...ㅠㅠ
우쨌든 도서 만권 다시 등록하고(아직 7천권밖에 못했습니다), 게시판 꾸미고 부터 시작하여 자질구레한 청소며 뭐며까지 누구 하나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방학중이라 학교 무지 더러운 거 아시죠? 그거 누구 하나 말하지 않습니다. 그냥 개관식 준비하라 이 한마디입니다. 엄마들이랑 제가 청소 다 해야겠지요.
공사한 부분에 하자가 생겨도 내가 업체사장에게 항의해야 했고,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늘 제가 가서 얘기해야 합니다. 그럼 업체사장이 계약직 직원 말 듣습니까, 어디? 사흘동안 싸우다가 교장샘 한 마디면 바로 알겠습니다 하더군요 내 참... 마감처리가 너덜너덜한다거나, 몰딩이 가다가 뚝 끊어졌다거나 그런 겁니다. 제가 책상을 바꿔달라 벽지 바꿔라 이런 항의를 한 것도 아니라니까요)
게시물 꾸미느라 자석 하나, 폼보드지 하나 사려고 해도 담당이 나와야 품의를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어디 방학 동안 나오시느냐구요. 물론 몇 번 나오셨습니다. 몇 번이나 전화를 해대고 하소연을 해대고...
그거 기다리지 못해 제 돈 한달 월급은 고스란히 들어간 것 같습니다. 먼저 물건을 산 다음에 영수증을 제출하면 절대로 결재되지 않습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엄마들, 늘 컵라면만 줄 수도 없어서 밥 몇 번 시켜먹었습니다. 그거... 가끔 도서회장님이 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돈 버는 제 주머니가 쉽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해서 월요일 개관식 맞춰 준비했더니 내내 얼굴도 보이지 않던 교감사공, 금요일 오전에 나타나셔서...
복도게시판 뭐하러 꾸미느냐구, 왜 안쪽은 안 꾸미느냐구, 복도에 달 거 도서관 안에 붙이랍니다. 헉...
그럼 복도는 비워놓느냐고 했더니, 그냥 비워놓으랍니다. 이제 어쩔 수 없으니까.
엄마들이 그 얘길 듣고, 도서관 안에는 풍선아트로 꾸미겠다고 하더군요. 다시 물어보러 가니 점심시간도 되기 전에 이미 퇴근하셨고.
오늘 아침 전화로 하시는 말씀(이제야 본론으로 돌아왔군요)
왜 시키는대로 안 하느냐고, 아이들이 책을 읽고 공부를 해야 할 '정숙'한 공간에 지저분한 풍선이 왠말이냐고, 풍선은 당장 취소시키라고... 노발대발이십니다.
조금 언성을 높이다가... 그래, 계약직 주제에 뭔 말을 하겠냐... 싶어서 그냥 말았습니다. 그리고 엄마들에게 전화하고, 담당샘에게 전화했다가... 매우 경악할 만한 얘길 들었습니다.
아침에 역시 전화하셔서, 족발과 막걸리를 준비하라고 하셨답니다.(쉬는 날, 행정실에서 출근도 안 하는데 언제 품의해서 언제 결재받고 언제 주문하느냐고 하소연입니다)
헉, '정숙'한 도서관에 족발이 왠말이고 막걸리가 왠말이랍니까? 도대체... 생각 이라는 걸 하고 말씀을 하시는 걸까요? 몹시 궁금해집니다...
이 분이요, 제가 처음 면접보러 갔을 때, 제 두 손을 꼭 부여잡고 이러셨습니다.
나는 선생님만 믿습니다. 내가 할 일은 선생님이 하시는 일을 지원하는 일뿐입니다. 월급이 박한 줄은 알고 있습니다만 봉사한다 생각하고 마음껏 뜻을 펼치십시오. 이렇게 훌륭한 분을 모시게 되어서 정말 좋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제 전공학과명도 잘 모르시고, 그 외 다른 경력은 전혀 모르시고... 음... 제가 자격증 갖고 있다는 거랑, 출신대학 정도만 기억하셨던 것 같네요)
과연 같은 분이 맞을까요? 어쩌면 우리 딸 말대로, 마음 속에 착한늑대랑 나쁜늑대가 있는데, 요즘들어서는 늘 나쁜늑대한테만 밥을 주고 계시는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