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대타 수업을 했습니다.

한 선생님이 결혼휴가를 가시는 관계로 일주일 동안 한 반이 담임 없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아마 대체강사를 구했어야 할 건데, 3명이나 출산휴가를 들어가신 관계로 더이상 대체강사를 구하기는 어려운 모양입니다.

결국 체육교과담당 선생님이 그 반 담임을 하시고, 대신 제가 체육 교과담당이 되었지요.

4, 5학년 아이들에게 두시간 수업을 해야 합니다. (그나마 연달아 두시간이면 프로그램 짜기가 편한데, 오늘 한시간 하면 목요일날 또 한시간입니다 ㅠㅠ)

일단 도서관을 활용해서 체육수업을 뭘 할까 고민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팀호잇의 동영상을 매개로 수업하기로 했습니다.

(팀호잇은 딕 호잇과 릭 호잇 父子의 이야기입니다. 선천성 뇌성마비였던 릭 호잇과 그 아버지 딕 호잇이 함께 마라톤도 하고 철인3종경기도 하는 팀입니다.)

<= 이 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행 을 미리 읽었어야 했는데, 알라딘에서도 품절이고, 대전에서도 못구했습니다. 출판된지 얼마 안된 책이던데, 출판사가 이름 없어서인지 서점에서 안 갖다놓았더라구요.

 

 

 

우선 철인3종경기에 대해 자료를 찾도록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백과사전과 책을 이용한 자료찾기만 했지만, 이번에는 모둠별로 인터넷 자료 찾는 것도 허락했습니다. 한 모둠에 6명인데, 몇 명은 컴퓨터를, 몇 명은 백과사전을 찾더군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역할분담 해서 자료를 잘 찾습니다.

철인3종경기의 유래,

어떤 종목들을 어느 정도 하는 것인지,

어떻게 하면 철인이 될 수 있는지,

꼭 지켜야 할 규칙,

그리고 철인3종경기의 선수 한 명을 찾아 그에 관한 조사를 하라고 했습니다. 미리 활동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철인3종경기는... 참 살인적인 경기입니다.

수영을 3.9킬로, 사이클을 180.2킬로, 그리고 마라톤 42.195킬로를 쉬지 않고 해야 합니다.

너희들이 다니는 수영장은 25미터짜리이니, 왕복하면 50미터, 10번 왕복하면 5백미터, 78번을 왕복해야 3.9킬로이고,

그 다음 대전에서 대구 넘어 경주쯤까지 자전거 타고 가서

다시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단순히 거리로만 설명했을 때는 아무런 개념 없던 아이들이 제 설명에 놀라주는 센스 ^^

그 다음에 수업 마치기 10분 전쯤, 4분짜리 팀호잇의 동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D52rJd9GX10

여기 들어가면 동영상이 몇 개 있었는데, 그 중 Together 라는 4분짜리 동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동영상을 보면서는 대충 영어 해석만 해주었습니다.(나름 감정 실어서^^)

처음에는 까불어대던 아이들이 조금 지나니까 바로 숙연해지더군요.

동영상이 끝나고 나서 이 특별한 팀에 대해서 조금 부연설명을 했습니다.

이 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이 부자에게 감동받고 보낸 전 세계 사람들이 쓴 편지들도 보여주고,

그리고 다음 수업 예고를 했습니다.

다음 수업은 이 팀에게 편지쓰기!

내용은 미리 생각해오라고 했습니다.

다음시간에는 이 팀의 다른 동영상 하나를 더 보여주고 편지쓰기를 할 계획입니다.

도서관에서 하는 체육수업,

도서관과 체육을 어떻게 연결시킬까 고민하다가, 

도서관과 연계된, 그리고 감동이 있는 체육수업이기를 바라고 계획했는데, 먹힐까요? 먹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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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10-30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역쉬나..!!
대단하십니다^^

아영엄마 2006-10-30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적절한 예를 들어 설명해주시는 센스~~^^

sooninara 2006-10-30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다. 저도 수업 참관하고 싶어지네요.
남은 시간도 잘하세요^^

2006-10-30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06-10-30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수업이네요 호랑녀님의 수업 넘 기대되는 것같아요

깍두기 2006-10-30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적입니다.
맨날 수업준비도 안하고 성의없는 수업하는 깍두기 올림 ㅠ.ㅠ

마태우스 2006-10-30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체육을 한다... 발상의 전환이 뭔지 알 것 같군요^^ 근데 호랑녀님 넘 오랜만이네요. 글도 한달에 하나씩 쓰시고.... 넘 외로워요 흑.

호랑녀 2006-10-31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제가 좀 게을러요 ㅠㅠ
깍두기성님... 왜 그러셔요. 제가 다 아는데. 성님의 교단일기를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처자입니다요.(심지어 모 신문사에 제보까지 했는데...^^;;)
하늘바람님... 이번엔 애들이 조금 감동 먹어주었습니다. 다음시간에 편지쓰면 팀호잇에게 모아서 보내자고 했습니다.
수니님... 실제는 기대 이하랍니다 ㅠㅠ
아영엄마님... 애들이 제일 질려하는 건 수영장 78바퀴더군요. 자전거로 대구까지 혹은 경주까지 이런 건 별로 개념이 없어요 ㅠㅠ
반딧불님... 칭찬은 고래보다 무거운 비만 호랑이도... 춤추게 합니다 ^^;;

씩씩하니 2006-11-13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울 애들한테도 수업 좀 해주세요.,.,님 처럼 세심하게 수업준비해주시는 샘이 해주시면 아이들이 얼마나 흥미로울까요...
진짜,,잘 먹힐꺼라고,,확신~~

2006-12-01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2-04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07-01-27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숫자로 보는 거리감각에는 도무지 아무 개념이 안 잡히는 사람인데 '대전에서 대구 넘어 경주에서 자전거타고~~'하는 부분에서 놀라주는 센스를 발휘했습니다. 놀랍네요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