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했더니... 2학기에는 오전에 교무실에서 근무하랍니다. 오후에만 도서실에서 아이들 대출반납 해주라구요.

제가 그동안은 점심시간 없이 밥이 입으로 들어간지 코로 들어간지 모르게 먹고 일했습니다만, 이젠 그럴 필요 없으니 오전에 교무실에서 일하고, 교감샘 식사하신 다음부터 점심시간 1시간 확보하면 1시 반부터나 근무하게 될 겁니다. 두시간 대출반납하고, 한시간 정리하고... 나머지 시간은 교무실에서 전화나 받고...소설책이나 읽으면서요.

와... 돈도 똑같이 주는데 이런 황금같은 일자리가 있습니까? 하하...

그 좋은 자리... 다른 사람 뽑으시라고, 그만 두겠다고 했습니다. 전화나 받으면서 한나절을 보내기엔 내 시간이 너무 아깝다구요. 차라리 그 시간에 운동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여유있게 살고싶다고 했습니다.  하기 싫은 일까지 하면서 벌어야 할 만큼 구차스럽게 살고싶지 않다고 ...

결국 우여곡절 끝에 도서관에서 그대로 일하기로 되었습니다. 그 우여곡절은 상기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저는 허드렛일은 하기 싫어하는 밥맛없는 동료가 되었고, 문제를 일으키는 트레블메이커 직원이 되었으며, 앞으로 내내 조금 불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도서관 좋게 리모델링해서 고쳐놓고, 하루 두세시간만 열고 싶을까요? 진심일까요? 그냥 제가 미워서 어깃장 부리는 거였다면 차라리 덜 답답하겠어요.

같은 세금 내고 아이들 학교 보내는데, 왜 경기도의 아이들은(그것도 썩 맘에 드는 건 아니지만) 리모델링 된 학교도서관에서 매년 천만원어치씩 새책 들여오는 학교도서관에서 매년 두어 차례씩 교육청에서 연수받는 사서들이 근무하는 학교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대전 아이들은 리모델링된 학교도 드물고, 사서 있는 학교는 더 드물고, 그나마 그 사서가 온전히 도서관에서 일하는 학교는 더 드문 ... 그런 환경의 학교를 다녀야 할까요? 

어쨌든 저는 지금 위로가 필요합니다.

나 스스로 나를 평가하지 못하고, 남이 알아주기를 기다렸던 내 한심함에 대한 위로가요,

어차피 알아줄 깜냥도 안되는 사람들에게 내가 한 일들을 알아주기를 기대했던 구차스러움에 대한 위로가요...

그리고 확 받아버리지 못하고 애써 이미지관리하면서 둘러 말했던 비겁함에 대한 위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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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8-28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 단단히 마음이 상하셨군요. 잘하셨어요. ^^ 우선 힘내세요. 울딸 다니는 학교에도(부산) 정식 사서가 없어요. 도우미 엄마들이 자원봉사하죠. 임시직으로 알바 사서를 둔 적은 있었어요. 저도 도우미 일년 하다가 요샌 안 해요. 이래저래 바빠서요^^ 님 서재에 간간이 들렀다 가곤 했는데... 이렇게 위로 드리고 싶어요. 다른 데로 스트레스 날려버리시라구요.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면 다 알아주실 거에요.

이누아 2006-08-28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무진장 땀흘려 연 도서관을 왜 몇 시간만 열까요? 이상하군요. 님 스스로 님을 평가하지 못했다니요? 그럼 트러블메이커가 님에 대한 정당한 평가란 말씀입니까? 알라디너들이 일단 모두 꽈당하겠습니다. 아니시겠죠. 님의 말씀대로 뭔가 깜냥이 되지 않은 사람들과 대화하느라 힘드셨거나 소통에 문제가 있었겠지요. 요즘 계속 고생이 많으시네요. 제가 위로는 서툴러서--a 못하고 속상한 마음만 공감하고 갑니다. 님은 비겁하지도 구차하지도 한심하지도 않아요. 님이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배우고 갑니다. 힘내세요.

chika 2006-08-28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8899

 

오묘한 숫자예요, 그죠?
제가 볼때 호랑녀님은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아니라 근본적인 것을 해결하기 위해 피땀흘리시는 분,이라구요. 정말 위로가 되려면 같이 팔 걷어부치고 화악~! ㅠ.ㅠ

우스개소리로 '악법도 법이다. 그러니까 악법은 자꾸 어겨서 그게 더이상 법 행세를 못하게 해야한다'는 말을 하곤 했었는데,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힘든 현재를 이겨내려는 호랑녀님의 노력이 분명 그 빛을 발할거라고 생각해요. 힘내시옵소서!!


하늘바람 2006-08-28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 힘내세요. 많이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호랑녀님 수업을 받는 아이들은 단 한 시간이라도 많이 달라질거예요. 원래 어린 시절 선생님은 아주 중요하지요. 더더군다나 독서를 책임지는 선생님은 오죽하겠어요?
힘내시고요. 존경합니다.

날개 2006-08-28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정말 힘내시길..
그 사람들.. 지금은 투덜댈지 몰라도 얼마 안가 호랑녀님이 옳았음을 꼭 알게 될 겁니다..

이리스 2006-08-28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많이 속상하셨겠어요. 기운내세요.
적당한 위로일진 모르나 '하기 싫은 일까지 하면서 벌어야 할 만큼 구차스럽게 살고싶지 않다고 ...' 말하지 못하고 몇년째 일해오는 저를 봐서라도.. -_-

hnine 2006-08-29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 생각하시는 방식이 존경스럽습니다.
슬렁슬렁 하는 것 탐탁치 않아하시는군요.

조선인 2006-08-29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장, 교감은 몰라줘도, 아이들은 알 거에요. 그리고 기억할 거에요. 힘내세요.

호랑녀 2006-08-29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모두 감사합니다. 제가 잘난 척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같아서 좀 걱정했는데, 그냥 잘난 척하기로 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이제 시작인데... 선생님들이 들고 일어설 것 같습니다. 사서가 도서관 활용수업을 해야지 왜 전화를 받아야 하느냐고...
다행히 선생님들이 알아주셔서 덜 외로워졌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차피 소속이 행정실이고.. 행정실과는 사이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모든 상황들이 대략난감 입니다.

가을산 2006-08-29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익... 대전 사는 사람 얼굴 붉어지게시리.....
서울서 호랑녀님 같은 사서들을 대거 영입을 해야 할까봐요.
학교 '윗대가리'들이 개념이 없으니 개념 이식수술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교장/교감을 교육하는 그런 프로그램 없나요? '도서관 개혁 사례 및 활용방안' 하구요.

반딧불,, 2006-08-29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왠일이랍니까..그래.
힘내시구요!!! 사서교사도 교사구요.
그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그사람들이 모른다면 그건 그사람들 잘못입니다.
자자,잘하셨어요. 일년 계약기간이죠??
요사이 학교에선 행정보조사무직을 뽑아야하는데 그걸 떠넘기려고 하는가봅니다.
힘내시구요...;;
정말 잘하셨습니다. 이거 정말 학부모들이 진정이라도 넣어야하는데요.
그래야 무서운 줄 알더라구요.

진/우맘 2006-08-2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리 오세요, 제가 폭신한 가슴으로 꼬옥~ 안아드릴게요!!!!!

sooninara 2006-08-29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고..정말 가슴이 답답하네요.
선생님들이라도 알아주신다니 다행이네요.ㅠ.ㅠ
여기 학교도 사서샘이 없으세요. 제가 '왜 사서선생님을 안 뽑을까요?' 했더니 도서관 담당 선생님(3학년 가르치는 샘님) '사서선생님이 없으셔도 어머님들이 봉사해 주시니 괜찮아요. 대출 반납 다 맡아 주시니까..' 저 표정 관리해야했습니다.
'제가 아는 학교는 사서선생님이 수업도 하시고..도서관 전반적인 일을 맡아주셔서 좋던데...'하곤 더 말을 못했다죠. 학교마다 도서관 멋지게 꾸미는것도 필요하지만...항상 활용프로그램이 더 중요한거 아닌가요?
우리학교 흉을 보자면...교장샘이 개교 이년된 학교라서 장서가 부족하자..'학교에 기증할 책들 보내 주세요' 했답니다. 엄마들이 열심히 책을 보냈죠.
그런데 그책들은 대여불가...학교에서만 볼수 있게 스티커 붙이고 책장 한쪽에 좌악..꼽아두었어요. 왜 그러냐고 묻자..담당샘님 말씀 '교장선생님이 도서관에 책이 많이 꼽혀 있어야 보기 좋다고 기증 받은 책은 도서관에서만 보도록 했어요'
책을 많이 빌려가야 좋은 도서관 아닙니까? 책이 보기 좋게 꼽혀 있어야 좋은 도서관이라니..누굴 보여주시려고???
그나마 이번에 학교에 돈이 좀 들어와서 책을 2500권 구입했다니 다행입니다.

참 전에 다니던 학교의 사서님은 쉬는 시간에 책 반납하려고 했더니 도서관 문이 닫혀있더라구요. 엄마들이 아이들 대출증으로 책 빌리고 반납도 가능했거든요. 바쁘신가 했더니..학교정원 다듬는 일 도와주시고 계셔서 대략 난감했어요.

호랑녀님...화이팅!!!!

水巖 2006-08-2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호랑녀님 편이에요. 자기일에 열중인 사람들을 난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