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 전쟁이 났어요 맑은가람 테마 동화책 평화 이야기 4
끌로드 두보아 외 지음, 여우별 옮김 / 맑은가람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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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6월이 되면 학교도서관에는 부쩍 전쟁에 관한 책들을 많이 찾으러 온다.

학교숙제도 전쟁에 대해 부모님께 이야기듣기 인데, 요즘 엄마들인들 전쟁에 관해 특별히 알 리가 없다. 그래서 다들 전쟁에 관한 책들을 읽는다.

주로 읽는 게 '여섯 사람' 이라는 데이비드 맥키 의 그림책이다. 전쟁이 왜 일어나는지, 아이들이 알기 쉽게 잘 설명되어 있는 그림책이다. 그런데 저학년들은 이 책을 읽고 나면 '전쟁은 하면 안 되겠어요'라고 교과서처럼 대답하지만, 머리가 조금만 굵어진 녀석들은 '더 힘을 키워서 반드시 이겨버려야 해요'라고 대답한다. 농담 혹은 선생님이 하는 말에 대한 무조건적인 딴지라고 넘겨버리기엔 너무 섬짓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다시 읽어 준 책이 이 책 '우리 마을에 전쟁이 났어요'였다.

이 책은, 왜 전쟁이 났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전쟁이라는 것이 한 마을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마을 사람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담담하게 이야기되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이길 때까지 전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아이들은 잠시 숙연해졌다.

덧붙여 얘기해줬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동족간에 전쟁이 있었지. 한참 전쟁터인 마을에서는, 낮에는 남한의 군인들이, 밤에는 북한의 군인들이 장악하는 경우가 많았단다.

그럴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니?

낮에 남한의 군인들을 위해 밥을 해주거나 뭔가 도움을 줬던 마을사람들은 밤에 북한의 군인들이 장악했을 때 모두 죽임을 당했어.

그리고 밤에 북한의 군인들을 위해 밥을 해주거나 재워준 마을사람들은 낮에 남한의 군인들에 의해 또 모두 죽임을 당했지.

그때 죽었던 사람들 마음 속에, 나는 공산주의를 위해 죽는다, 나는 자본주의를 위해 죽는다 라는 의식이 있었겠니? 그저, 전쟁에 지친 군인들에게, 역시 전쟁터에 끌려간 자기 아들을 생각하면서 밥 한 끼 해준 것뿐이었단다.

어떤 마을에서는, 아빠가 몰래 마루밑에 숨어있었어.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지난밤에 혹은 낮에 어느편인가에 도움을 주고 나서 두려워 숨었던 거야.

그 소문을 들은 상대편 군인이 그 아빠를 잡으러 왔지. 찾을 수가 없었어. 그러자 그 군인은 서너 살밖에 안 먹은 그 아빠의 자식에게 맛있는 사탕을 보여주면서 물었단다.

아빠 어디 계시니? 이 사탕 줄게.

그 아이는 사탕과 아빠의 목숨을 바꾸었단다.

그런 게 전쟁이란다. 그런데 그 전쟁이란 것이 아직도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 있지. 멈추고 싶어도 멈추지를 못해. 자기들끼리 멈추고 싶어도 다른 나라까지 개입되어 있어서 멈추지도 못하는 경우도 많아. 그런 게 전쟁이란다.

이야기가 끝나고, 아이들은 조금 무거운 얼굴로 일어섰다. 아까 제일 큰 목소리로 이길 때까지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던 한 친구가 다가왔다.

선생님, 그 책 다시 한 번 읽고 갖다드릴게요.

왜 안 되겠니? 그러려무나.

이 책은 그냥 아무런 사전설명 없이 그저 이 책만 읽으면

그래서? 어쩌라고? 라고 아이들이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전쟁이라는 것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조금 심각하게 깊이 생각하게 해 주는 책이었다. 아이들이, 꼭 읽어주었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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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라체
박범신 지음 / 푸른숲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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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얼마 전,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아이가 제법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엄마, 엄마는 내가 뭐가 되었음 좋겠어요?

글쎄? 네가 특별히 어떤 직업을 갖기를 바래본 적은 아직 없는 것 같은데? 네가 되고싶은 거, 네가 신나게 할 수 있는 거. (그게 돈도 좀 되면 좋겠고... 이건 속엣말)

오늘 학교에서 심리검사를 했는데요, 산을 그려보래요. 그래서 저는 좀 튀어보려고 화산을 그렸거든요? 봉우리 부분이 약간 패여 있는 걸루요.

그런데?

그런데 산 봉우리 갯수가 자기가 되고싶어하는 것 갯수래요. 어떤 애는 수십 개를 그린 애도 있고, 어떤 애는 두세 개, 어떤 애는 딱 한 개. 그런데 저만 봉우리가 없어요. 엄마는 왜 나한테 의사가 되라, 뭐가 되라... 그런 얘기 안해요?

피만 보면 질겁을 하면서 네가 의사 되란다고 될래? 어쨌거나 잘 찾아봐라. 미리 정해두고 그 길로 쭉 가도 좋겠지만, 이것 저것 잘 둘러보고 가도 되지 뭘. 잘 찾아보면 네가 하고싶은 일이 있겠지 뭐.

가볍게 얘긴 했지만, 가슴 한켠이 괜히 허전해지기도 하고, 철렁 해지기도 했다. 이건 또 무슨 심리인가.

돌이켜보면, 내내 나는 꿈이 없었다. 뭐든 시켜만 주면 잘해낼 것 같긴 한데, 뭔가를 위해 올인해 본 기억이 없다. 강렬하게 나를 끌어당길 일을 못 만난 게야... 라고 지금껏 생각해왔는데, 그게 아니라 나는 실패와 좌절을 두려워했던 거였다. 무슨 일을 하기도 전에, 그 일을 해내지 못할 것이 두려워서 늘 비겁하게 피해왔다. 그걸 인정한 게 작년이었다. 마흔을 한 걸음 앞뒀던 해에.

이 책, 촐라체를 읽으면서 내내 머리를 쥐어짰다. 나의 촐라체는 뭔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상민과 영교가 목숨을 걸고 올랐던 그 촐라체가... 도대체 나에겐 뭐란 말인가. 도대체 이들은 왜 그리 기를 쓰고,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그곳을 오르는가. K2나 클리프행어를 보면서도 나는 늘 그것이 의문이었다. 도대체 저게 뭐라고, 저들은 저렇게 기를 쓰고 오르는가 말이다.

영교가 크레바스로 떨어졌을 때, 목숨을 걸고도 로프를 자르지 않았던 상민. 도대체 내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그 로프는 나에겐 뭘까.

인터넷으로, 도도하고 차가운 빙벽 촐라체를 찾아보면서, 나는 내 뜨거운 열정이 뭔가, 그 열정이라는 것이 나한테 존재는 했었던 것일까 생각한다. 올해는 아이들과 함께 내 안의 촐라체를 찾아보는 길을 나서볼까. 그러다... 바람이 나서 훨훨 날아가버리면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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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8-03-31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도 별거 엄섰고, 그저 내 자리에서 내 일에 충실히 살겠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감사히 누리겠다...식의 애매모호한 컨셉뿐임다. 그러나 늘 사는건 바쁘고 치열하지 않던가요...제게도 촐라체가 엄다는게,가끔 우울하지만...촐라체를 인식하지 않아도 열정은 있었던거 같아요....이쯤되면 괜찮은 자기합리화? ^^; 근데 마지막 멘트가 예사롭지 않슴다. 나쁘지도 않구여..ㅋㅋ

호랑녀 2008-04-02 18:01   좋아요 0 | URL
어릴 때부터 꿈을 갖고 한발한발 다가가는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열정은... 글쎄 순간순간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요즘 좀 퍼져있어서 더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비정규직만 오갔더니, 일하고싶어도 일자리도 없습니다. 마흔살 넘은 아줌마 비정규직으로 쓰기가 좀 곤란한가봐요 ^^;;

2008-04-02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랑녀 2008-04-02 18:03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뭘 위해 열심히 사는지 잘 모르겠어. 그저 엄마가 가라고 하니까 학원 가는 거고, 눈앞에 시험준비 하는거고... 나무들은 보는데 숲을 보는 건 생각도 못하는 것처럼 보여 ^^
이 나이에 꿈 찾아 헤매는 게 좀 우스워보이기도 한다. 안 그래?
 
아이들아, 평화를 믿어라 - 엄마의 전쟁 일기 33일, Reading Asia
림 하다드 지음, 박민희 옮김 / 아시아네트워크(asia network)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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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에게는 내 의지와 상관 없이 흘러가는 일들에 대한 두려움, 일종의 강박증이 있다. 다른 사람이 시작한 일에 공감하여 뒤따라 시작했지만 나중에 보면 내가 앞장서 있다거나,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고 내가 그 중심에 서 있게 되는... 그런 경우들을 유난히 잘 못 견디고 괴로워한다.

내가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싫어하는 이유도 이런 거다. 특별히 내가 평화를 갈구하거나 평화적이어서가 아니라, 전쟁이라는 것은 몇몇 정치논리에 의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죄없이 어떤 의도도 없이 그저 휩쓸려서 죽고 죽이고 황폐해진다.

그래서 나는 전쟁이 나오는 영화도 잘 못 본다. 내키지 않는다. 웰컴 투 동막골도, 태극기 휘날리며도..몇 번을 망설이다 못 봤다.

이 책, '아이들아, 평화를 믿어라'도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해가며 읽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로는 내심 전쟁터에 핀 사랑이나 전우애 같은 건 줄 알았다. 표지에 그림이 그랬다. 총알이 빗발치는 그림 속에서도 아이는 맨발로 뛰어다니고 총을 든 병사는 웃고 있으니까.

아, 그런데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이 책은, 나와 똑같은 나이의 여자가 두 아이를 키우면서 겪었던 33일간의 전쟁 기록이다. 2006년 7월과 8월. 나는 한 초등학교 도서관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한편으론 리모델링 업자와 싸우면서 또 한편으론 책을 만권 넘게 등록하고 있던 때였다.

그때, 그래. 지구 한편에서 전쟁이 일어났단 얘길 들은 것도 같다. 레바논이라는 나라, 그저 중동의 어느 시끄러운 곳이라는 인식밖에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레바논에서 태어났다는 얘길 듣고 어? 정말? 했던 나라, 그리고 우리 아이가 한참 세계 국기 외우기에 골몰했던 시절, 이 나라 국기는 참 인상적이다. 국기 한가운데 나무가 있구나... 성경에 자주 나오는 백향목이라네... 하고 스쳐 지나갔던 나라일 뿐이었다.

아, 한가지 더 생각난다. 유엔이 개입해 이스라엘에게 물러나라고 했을 때도 이스라엘이 쉽게 물러나지 않자 당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임기 만료를 앞둔 상태라 말발이 안 먹힌다는 그런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유엔도 레임덕이 있구만... 했었다. 그 기사는 그리 무겁지 않았다. 기사의 초점은 전쟁이 아니라 유엔 사무총장의 말발이었다.

그런데 그 시기에... 아무런 죄가 없는 레바논 사람들은, 단지 레바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단지 레바논이라는 나라가 그 자리에 있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1,183명이 죽었다. 세상에... 그 중 3분의 1은 열세 살도 안 된 아이들이란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어쩌자고 그런 짓을 했을까. 아마 그 나라 나름대로 자구책이라고 주장하겠지. 호시탐탐 자기들을 노리는 헤즈볼라 때문이라고 주장하겠지. 병사 2명을 죽이고 몇 명을 납치했던 헤즈볼라가 먼저 시작한 전쟁이라고... 하겠지.

그러나 엠뷸런스를 폭격하고 불을 끄고 있는 소방차와 소방대원을 폭격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자기들이 죽인 사람들 중 3분의 1이 아이들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군인들이 집단 마약중독상태가 아닐 텐데 왜 그런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는가.

마약중독상태가 아닌데도 전쟁 막바지에 집속탄을 4백만 발이나 쏘았나? 집속탄 1발에는 소형폭탄 백개가 들어있다니, 집속탄 4백만 발이면 폭탄 4억개다. 그 중 90%는 종전시간이 예고된 마지막 72시간 안에 발사되었단다. 그 불발탄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레바논은... 미국보다 넓은 나라가 아니다. 겨우 경기도만한 나라이다. 그 안에 집속탄 4백만 발이라니.

언제 어디에 폭탄이 떨어질 지 모르는 속에서 하루하루 사람이 죽어가고, 아이들 먹일 우유가 떨어져가고 있는 그 중에도 미국은 즉각적인 정전 이라는 유엔의 결의를 거부한다. 즉각적인 정전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콘돌리자 라이스는 얘기한다. 이 여자야... 네가 전쟁터 속에서 살아봤니?

이스라엘과 미국제 폭탄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증오하며 성장한다. 그리고 미국과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새로운 '테러티스트 세대'로 자라난다. 이것이 테러리즘이 생겨나는 진짜 이유다.

이 책의 저자인 림 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쩌면 라이스로 대표되는 미국은 이렇게 되어도 손해볼 것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전쟁은 미국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전쟁이 일어날수록 미국 경제는 특수를 누릴 것이며, 이런 아이들이 테러리스트가 된다면 또다른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명분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일 테니.

림은 책의 말미에

하지만 내 소중한 아이들아,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다고 믿자. 용기를 내자. 그 누구도 증오해선 안 된다....(중략) 무엇보다, 아랍인과 유대인이 친구가 될 수 있으며, 레바논과 이스라엘도 언젠가는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믿어라. 정의롭고 공정한 평화 말이다. 내 사랑하는 아이들아, 평화를 믿어라.

라고 썼다.

하... 나는 못 믿는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더욱 평화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 평화보다는, 그 평화를 지킬 힘을 믿겠다.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 군대를 지휘할 지휘권도 없는 나라, 저런 말도 안 되는 전쟁에 오히려 군대를 파병해야 하는 나라, 옆집에 식량을 나눠줄 때도 다른 나라 눈치를 봐야 하는 나라, 그런 형편인데도 믿고 따를 지도자도 없이 그 안에서 또 동서로 갈라져서 치고받고 싸우는 나라... 내 나라의 모습이 자꾸만 오버랩되어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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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진짜 비밀이야 다림창작동화 4
김리리 지음, 한지예 그림 / 다림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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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정말 귀여운 캐릭터 이슬비.

2학년이 된 수영이 덕분에 읽은 동화책이다.

글씨 많은 동화책은 지레 겁을 내던 수영이가 깔깔대면서 읽어간다. 만화책과 마법의 시간여행 말고도 재미있는 책이 있다는 걸 수영이는 드디어 알게 되었다.

다 읽은 수영이한테 물었다.

넌 혹시 좋아하는 애 없어? 아님... 니 맘에 드는 애라도.

없어.

단호하게 말한다.

흥, 작년에 라이언 좋아했던 거 엄마가 다 알고 있거든? 근데 라이언이 민지 좋아해서 말도 못했지? 어떻게 알았냐구? 너 엄마 뱃속에서 나왔거든? 넌 아직 엄마 손바닥 안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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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3-10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 와락^*^ 잘 지내시는거죠?
아직 미국(맞나요?)에 계시는거 아닌가? 민지 이름이 나와서 갸우뚱~~
자주 들러주세용.

호랑녀 2008-03-10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녀요. 저 한국이여요. 진작에 왔어요. 미국도 한국애들 무지 많은 동네에 살아서 민지도 라이언도 모두 한국계 아이들이어요 ^^

조선인 2008-03-11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언니! 호랑언니! 호랑언니!

호랑녀 2008-03-12 0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조선인님 반가워요. 제가 그동안 너무 뜸했지요?
이제 자주 오려구요.

2008-03-13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랑녀 2008-03-13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어계신님. 네. 잘 지냈어요. 잘 지내시지요?
 
울어도 괜찮아 책읽는 가족 49
명창순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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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에서 나는 어렸다.

내가 직접 저지른 장면은 없었지만 나는 살인을 하였고(모르는 남자가 죽어있었다. 누구지?), 경찰이 왔는데,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벗어나려고 하였지만 어린 나는 미숙하였고, 빼지도 박지도 못할 상황이 되어서 정말 미치겠다는 느낌뿐이었다. 내 인생, 여기서 이렇게 끝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일어나서 내내 찝찝하고 짜증났다. 왜 그 꿈을 꾸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책 때문이었다. 자기 전에 이 책을 읽고 잤던 것이다.

폭력아빠, 그 아빠를 견디지 못해 집을 나간 엄마, 폭력아빠 밑에 방치된 아이. 가슴이 아팠다. 어쩔 수 없이 끼게 된 도둑질, 그리고 나중에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하는 도둑질, 그리고 현장에서 아이를 딱 잡은... 주인아저씨.

나를 더 견디지 못하게 했던 건, 이 이야기가 단순히 동화가 아니라는 걸 알고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학교에 새로 오게 된 한 아이...

아빠의 폭력을 피해 다른 도시에서 몇날 며칠을 여기까지 맨발로 걸어서 왔단다. 엄마와 함께.

멀쩡해 보이는, 번듯한 직업을 가진 아빠란다.

(이럴 때 대부분, 가난에 쫓기다가 아이라도 잘 키우자는 생각에 엄마는 다시 그 아빠 밑으로 들어간다는 얘길 듣는 순간, 나는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

또 다른 아이, 엄마는 집을 나가고, 아빠는 가장의 개념이 없어서, 몇 달 동안이나 학교를 다니지 않았단다. 결국 사회복지사가 고아원에 데려다주었고, 이제 다시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이제 겨우 열살인데...

그런저런 생각들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가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는데, 악몽에 잠을 깬 것이다.

내가 꿈 속에서 죽였던 그 남자는... 아마 그 아이의 아빠였던 것 같다. 현실 상황이 되어도... 어쩌면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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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7-11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 아픈 내용일 것 같아요. 참지 말고 아프고 속상한 곳 있으면 울어도 괜찮다고.. 울면 다 받아줄 어른이 있어야할 것 같아요. 호랑녀님이 그런 선생님이실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