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나오미 울프 지음, 윤길순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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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대 전에 저메인 그리어가 여성에게 "무엇을 하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래서 여성이 한 것이 지난 사반세기 동안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혁명을 낳았다. 여성 개인으로서, 전체 여성으로서, 이 행성에 사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나아가야할 다음 단계는 우리가 거울을 볼 때 무엇을 볼 것인가에 달려 있다.

여성이여, 무엇을 보겠는가? -458쪽


나는 이 책의 이 마지막 문장이 너무 좋다. 

문제를 문제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한 어떤 억압구조도 바뀔 수 없다. 결국 가장 중요한 첫 발은 나의 우리의 억압을 바로보는 시선, 관점을 바꾸는데서 모든 것은 출발한다.

그러므로 아름다움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깨고 여성이 자기 존재의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바로 이 "여성이여, 무엇을 보겠는가?" 아닐까?


인류 역사를 어떤 측면에서 보면 남성중심의 지배가 공고화해 온 과정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계급의 발생과 동시에 소위 문명사회에서는 권력이 발생했고, 그 권력은 예외없이 남성 중심의 지배체제를 만들어왔다.

일이백년도 아니고 자그마치 5,000년에 걸쳐서 만들어져 온 체제라는 것이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성립되어 지금까지 겨우 300년간 이어져온 이 자본주의 체제가 얼마나 강고한지 보자.

겨우 300년짜리도 넘을수 없는 벽처럼 강고한데 5,000년의 지배체제는 어떨까?

이에 저항하는 페미니즘의 역사는 사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나 올랭프 드 구주의 여성의 인간 선언으로 기원을 얘기할 수 있지만 실질적인 사회운동으로서 등장하는 것은 20세기에 와서야였다고 할 것이다.

그 말은 이제 여성은 겨우 100년을 싸워왔다는 것이다. 

5천년과 100년이 페미니즘운동이 이겨내야할 시간의 간극이다.


단지 이러한 비교는 시간의 길이를 비교하자는 것이 아니다.

남성 중심의 지배체제는 그 긴 시간만큼 자신의 지배이데올로기를 온갖 방면으로 확대 강화해왔고, 그 시간만큼의 다양성을 확보해와 여성들이 내면화하도록 강제해왔다.

시간과 공을 들인만큼 지배체제는 강고했다.

그런데도 여성들은 이 100년 사이에 많은 것을 이겨냈다. 

가부장제라는 그 끔찍하도록 강고한 체제의 균열이 시작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물론 충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도 이전의 가부장제로 역사의 흐름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는 페미니즘 운동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5천년이라는 시간은 그저 쌓인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여성이 이겨내야 할 그 시간의 간극이 정말로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하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아름다움의 이데올로기'

이 문제를 나는 한번도 남성 중심의 지배체제 가부장제의 반격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자본주의 체제의 과도한 상업주의의 폐해 정도로 보는게 내 인식의 다였던 것 같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수많은 여성이 저 연예인들처럼 나도 예뻐지고 싶다는 단순한 동경만으로 다이어트나 성형수술에 목숨을 걸고 덤비기는 힘들지 않겠는가? 그것이 단순한 동경이라면 말이다.

가부장제가 새롭게 만들어 낸 이 아름다움의 이데올로기는 여성 전체에 대한 협박이었던 것이다.

여성이 자신의 외모를 가꾸도록 노력하지 않는다면 청소년기에는 또래에서의 약자가 될 것이고, 사회에 나가서는 제대로 취직하거나 성공하기 힘들 것이며, 남성이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할 것이라는 협박.

여성은 이 협박을 끊임없이 받고 그것을 자기 내면화해온 것이다.

그것을 부추기는 것은 또한 무수히 범람하는 포르노를 통해 여성 스스로 자기 성에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는 강박을 만들고, 여성은 남성이 지배하는 섹스로만 진짜 성적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다.

이러한 위장은 또한 여성의 남성 의존성 - 남성의 시선을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게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런 시선을 원천적으로 거부하는 수단으로 영원히 여성이 되지 않고자 하는 거식증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아 이정도면 정말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 화장품 산업, 포르노 문화, 다이어트 산업, 성형수술이 이토록 미친듯이 폭주하며 성행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또한 이렇게 발달한 산업들은 여성들이 자신이 얻은 부를 오롯이 외모에 쏟아붓게 하고, 다이어트로 기진맥진한 몸은 더 큰 사회적 성취를 이루기 힘들게 함으로써 남성이 차지하고 있는 이 세계의 정상으로 우리를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남성중심 지배체제가 5천년동안 이어왔던 지배를 '아름다움의 신화'는 너무도 유사하게, 그러면서 훨씬 더 교묘하게 이어받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움의 이데올로기는 남성지배체제 5천년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으므로 딱 그만큼 힘이 세다.

구구절절이 말하지 않아도 얼마나 힘이 센지는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니 생략하자.

하지만 그렇게 가부장제가 힘에 세보였지만 그것의 균열은 가부장제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가부장제 네가 바로 문제야'라고 지적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의 이데올로기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아름다움이 이데올로기 네가 바로 문제야라고 지적하는 것.

우리 몸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인지를 자각하는 것.

거울을 보면서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변화를 나의 삶의 흔적으로, 내 노력의 결과로 받아들이는 것.

그럼으로써 나의 몸을 나의 마음과 정신만큼 그렇게 같이 사랑하고 인정하는 것.

여성이 거울 속에서 봐야 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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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2-26 10:0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와, 멋지고 뜨거운 글입니다!

바람돌이 2022-02-27 01:07   좋아요 5 | URL
이 책 자체가 멋지고 뜨거운 글이잖아요. 그러니 심지어 이 책에 얘기하는 것조차도 우리 모두 같이 멋지고 뜨거워지는거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멋지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책읽는나무 2022-02-26 10: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감동적인 글입니다.!

바람돌이 2022-02-27 01:07   좋아요 3 | URL
나무님까지 이렇게 얘기해주시니 갑자기 막 부끄러워지면서 그래도 막 좋아지는..... ㅎㅎ 역시 전 칭찬에 약한 인간이 맞았어요. ^^

청아 2022-02-26 11:25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박수를 보냅니다👏👏👏
이 책의 해제를 이 글로 바꾸었음 좋겠네요. 어떤 면에서는 아름다움의 이데올로기가 꽤
공고하구나 느껴서 이 책을 읽으며 힘이 빠지기도 했었는데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의 성과를 보면 결코 여성이 약한 존재가 아님을 느낍니다.^^*

바람돌이 2022-02-27 01:10   좋아요 3 | URL
아이 참.... 부끄 부끄 ^^;; 전 해제에 대해서는 솔직히 별 생각없이 읽었는데 아마도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어서였던거 같아요. 어쩌면 이 책을 읽기 전의 제 수준이 딱 해제 수준이 아니었나싶은.... 다락방님 글 보면서 아 해제에 이런 문제가 있었구나 싶어 다시 보게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제 글이 해제가 되는건 좀.....
여성은 이제 겨우 100년 싸워왔다 생각하면 진짜 그동안 페미니즘 운동이 이루어 온 것이 정말 엄청나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그러니까 우리 자신감을 가지고 계속 열심히 읽고 생각하고 함께 싸워요. ^^

수이 2022-02-26 11: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지금 읽는 소설에서 나오는 이야기인데 사람(타인)은 사람에게 거울이 된다는 구절이 나와요. 상대방이 제대로 된 거울을 들고 있으면 거기에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한다고 해요. 여기에서 제대로 된 거울이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해주고 아껴주고 존중하는 관계를 뜻하기도 하구요. 나오미 울프의 이 책이 많은 여성들에게 동시에 수많은 남성들에게 제대로 된 거울 역할을 해줄 수 있겠다 싶습니다. 좋은 글 이른 아침 잘 읽었습니다.

청아 2022-02-26 13:05   좋아요 5 | URL
비타님! 그 소설 제목이 뭐예요? 궁금~♡

수이 2022-02-26 18:14   좋아요 2 | URL
Diasy Jones & The Six 입니다 미미님😊

청아 2022-02-26 18:36   좋아요 1 | URL
ㅠㅠ

수이 2022-02-26 19:01   좋아요 3 | URL
왜 울어요 ㅋㅋ 충분히 읽을 수 있어요 쉬워요 테일러 언니 소설

바람돌이 2022-02-27 01:22   좋아요 3 | URL
미미님과 함께 저도 ㅠ.ㅠ 비타님이 번역해줄 생각은 없으신지요. 그러면 제가 바로 읽을텐데 말이죠.
제대로 된 거울의 의미가 확 와닿네요. 내 옆의 사람들에게 좋은 거울이 되도록 열심히 살겠습니다. ^^

얄라알라 2022-02-26 11: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2월 가기 전에 여성주의.책읽기.미션 클리어.하려고 부지런히.캐치업하던중에.바람돌이님.리뷰가 독서 가이드처럼.친절하게.느껴집니다...바꾸기위해.필요한게.시선이라는.이야기가.1장 마지막.문장이었는데.바람돌이님.리뷰를 보니 마지막페이지.문장이기도 하군요...

바람돌이 2022-02-27 01:24   좋아요 4 | URL
아 저는 일단 저 혼자 생각해보려고 일부러 이 글의 리뷰는 안 읽었어요. 이제 찬찬히 다른 분들의 글들을 한번 찾아서 읽어보려구요. 얄라알라님말처럼 1장의 마지막 문장과 책 전체의 마지막 문장 두가지가 제일 와닿더라구요. 이 책에서도 줄곧 이야기하는게 결국 무엇이 문제인지를 아는 것이 변화의 시작일테니까요.

얄라알라 2022-02-26 11: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990년 이후 시점에.함몰된채 읽다가 5000년 긴 관점에서 생각하며 읽어야겠다고...이재서야2장 읽은.늦깍이는 생각합니다^^바람돌이님.감사드려요~~

mini74 2022-02-26 14: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거울 속에서 봐야 하는 것, 뭉클하네요. 바람돌이님 ~

바람돌이 2022-02-27 01:26   좋아요 4 | URL
그래서 이제는 제 뱃살도 사랑하려구요. ㅎㅎ 나를 사랑한다는건 나를 인정한다는거고 결국은 나의 몸 역시도 나를 이루는 일부분이라는걸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거 같아요. ^^

다락방 2022-02-26 19:3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이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이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것이 저는 진짜 짜릿하게 기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접하고 나서야, 그러니까 보거나 읽거나 듣고 나서야 아 내가 전에는 이랬는데 하고 돌이켜 보게 되잖아요. 이 책이 바람돌이 님께 읽는동안 그런 시간을 준 것 같아서, 이 책을 제가 쓴것도 아니면서 이 짜릿한 기쁨은 제가 가져가네요.
책의 내용을 아주 멋지게 정리해주셔서 미미님의 댓글처럼 이 글을 이 책의 해제로 바꾸고 싶네요. 도대체 이런 좋은 글을 두고 이 책은 왜 그런 멍청한 해제를 쓴건지..
같은 시기에 같은 책을 읽어 너무 즐겁네요, 바람돌이 님. 이 책이 제대로 독자를 만난 것 같아 너무 기쁩니다. 후훗.

바람돌이 2022-02-27 01:27   좋아요 5 | URL
좋은 책을 소개하는 사람의 가장 큰 보람은 그 책을 읽은 사람이 아 이책을 보고 나는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라고 말하는거잖아요. 그러니까 다락방님이 뿌듯하고 짜릿한 것은 당연한거죠. ^^
사실 한동안 머리 아픈 책 안 읽고 싶어서 가벼운 책들만 계속 읽어왔는데 다락방님덕분에 저도 올해 여성주의 책들을 제대로 읽어보자 결심하게 되었으니 제가 더 기쁘고 감사합니다. ^^

희선 2022-03-01 0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천년이라니 그렇게 길군요 한국과 북한 역사가 거의 오천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성이 여성을 생각하게 된 건 백년이군요 백년이라 해도 시작해서 다행 아닌가 싶어요 여성이 몸이나 얼굴을 가꾸어야 한다고 협박한 거였다니... 오랫동안 그런 게 이어져 왔으니 그렇게 받아들인 건지도 모르겠네요 이제는 그러지 않아야겠지요


희선

바람돌이 2022-03-02 01:17   좋아요 0 | URL
뭐 우리 역사가 5천년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뻥이고요. 계급이 발생한 청동기와 고조선부터 치면 3천년 정도.... 물론 구석시 신석기로 가면 훨씬 오래됐죠. ㅎㅎ 여성이 몸이나 얼굴을 가꾸는게 나쁜건 아니잖아요. 근데 그걸 자기가 하고싶어서 자신의 몸의 건강을 해치지 않고 그런다면 그건 그저 개인의 자율성이겠지만 온 사회가 그걸 여성에게 강요하고, 직장에서나 사회 일반에서 여성에 대한 평가의 수단으로 삼는 것에 대해 좀 더 근본적인 고찰을 이 책이 준거 같아요. 좋은 책이었고, 이런 외모강박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어딘가에서 다름없는 자신의모습을 목격했다면 그것은 그림자, 그림자라는 것은 한번 일어서기 시작하면 참으로 집요하기 때문에 그 몸은만사 끝장, 일단 일어선 그림자를 따라가지 않고는 배겨낼 수가 없으니 살 수가 없다,는 등의 이야기를 아무 곳에서나 불쑥 말하곤 하다가 그는 귀신 같은 모습이 되어 죽고 맙니다.
- P21

차마, 차마, 하고 내 목소리가. 하여간에 얼마 못 가고 집으로 돌아갔어. 어처구니가 없었지. 나라는 놈은 그림자도 따라가지 못하고, 하면서. 그 밤에 달이 어찌나 둥글고 밝은지 분화구가 다 보이고,
라면서 여씨 아저씨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분화구 윤곽이 선명한 달이 뜬 밤에 구불구불 늘어진 그림자를 거느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여씨 아저씨의 모습을 나는 생각해보았다.
- P50

문턱에 코를 댄 채로 나무 결이라고 짐작되는 어두운 얼룩을 들여다보며 젖은 듯 마른 듯한 문턱 냄새를 맡고있었다. 차라리,라고 생각했다. 어두운 것이 되면 이미어두우니까, 어두운 것을 어둡다고 생각하거나, 무섭다고 생각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아예 그렇지 않을까, 어둡고 무심한 것이 되면 어떨까, 그렇게 되고 나면 그것은 뭘까,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 모르겠다 모르겠어 - P99

그러다 한참 만에 말씀하시길, 가지고 가는 길에 깨질 수도 있고, 불량품도 있을 수 있는데, 오무사 위치가 멀어서 손님더러왔다 갔다 하지 말라고 한개를 더 넣어준다는 것이었어요. 나는 그것을 듣고 뭐랄까, 순정하게 마음이 흔들렸다고나 할까,  - P104

오른쪽으로는 조명 가게나 공구 상점들을두고 걷다가 오른쪽으로 첫번째 골목이 나타날 때 발길을 틀어서 그 길로 접어들면, 이십년째 그 자리에서 별다른 도구도 없이 드럼통 하나를 세워두고 무표정한 얼굴로 순대를 찌고 있는 아주머니를 만날 수 있었고, 회중시계, 구리 자명종, 낡은 손목시계, 빛바랜 은수저를유리장 안에 진열해두고 졸고 있는 남자를 앞을 지나 담배와 음료와 삶은 계란을 파는 구멍가게를 지나서 부품상점이나 구식 라디오를 손보는 수리실 등을 지나가게되어 있었는데, 어느 곳이든 책상 하나 더는 들어갈 여지가 없을 만큼 비좁았다. 그런 가게들 틈으로 난 골목,
이라기보다는 건물과 건물 사이의 틈 정도로 보이는 어둡고 좁다란 통로로 들어서면, 오른편에 간판도 탁자도없이 점심배달 메뉴로 백반 한가지를 만들어서 파는 허름한 식당이 있고, 그 맞은편에 오무사가 있었다. 칠십년대 이후로 손을 본 적이 없는 듯 낡고 어두컴컴한 곳이었다. - P112

할아버지가 죽고 나면 전구는 다 어떻게 되나. 그가 없으면 도대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누가 알까. 오래되어서 귀한 것을 오래되었다고 모두 버리지는 않을까. - P115

 작네요,라고 멍하게 말하자 무재씨가 빈 우유갑을 반으로 접으며 생각했던 것보다 좁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여기에 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이야기잖아요.
다 어디로 갔을까요..
- P123

언제고 밀어버려야 할 구역인데, 누군가의 생계나 생활계,라고 말하면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지니까, 슬럼, 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 P126

살다가 그러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오로지 개인의사정인 걸까, 하고, 너무 숱한 것일 뿐, 그게 그다지 자연스럽지는 않은 일이었다고 하면, 본래 허망하다고 하는것보다 더욱 허망한 일이 아니었을까, 하고요.
- P159

따라오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따라오는 그림자 같은 것은 전혀 무섭지 않았다.  - P184

어둠에 잠겼다가 불빛에 드러났다가 하며 천천히 걷고있었다.
은교씨,
하고 무재씨가 말했다.
노래할까요.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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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페미니즘은 ‘왜‘라고 묻죠. 그게 왜 당연하냐고 묻는 순간 래디컬해져요. 그렇기 때문에 페미니즘은 근본적입니다.
래디컬해요. 여기에서 근본적이라는 건, 인간적이라고 이야기하는 모든 규준에 도전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페미니즘은인간 조건의 기초라고 믿어온 견해를 흔들고, 특히나 근대 인간의 정상성에 문제 제기를 하기에 래디컬하죠. 그래서 래디컬이라는 의미는 모더니즘 이후의 사유들과 접속하게 되고요.  - P175

제1물결 페미니즘이 동일성, ‘우리가 같은인간이다‘라는 걸 외쳤다면, 제2물결 페미니즘에서는 남성이 말하지 않는 여성성에 대해서 여성인 내가 이야기할 것이라고 선인하고, 남성이 규정했던 그 여성성이 신화라는 걸 밝히고 그 신화를 깨는 운동들을 해요.
- P176

보편화시킨다는 건탈시간적인 것, 탈공간적인 것, 맥락 초월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는 거예요. 예를 들면 ‘인간이라면 이래야 한다‘, ‘여자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게 어떤 시기의 발명품일 수 있어요. 어떤 시기에는 그럴 수 있겠지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모든 인간, 모든여성은 이래야 한다‘라고 할 수 있는 건지 질문해야 한다는 거죠.
- P191

이런 걸 주체성이라고 불러요. 자율이라고 하죠. 스스로자기의 규범을 만드는 존재가 되는 거죠. 제2물결 페미니즘의 중요한 목적이 뭐죠? 여성이 주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거죠.
자기 설명을 통해서 ‘여성이 어떻게 해야만 한다‘라는 당위마저도마련해내는 자율과 주체성의 내용들을 만들어내는 게 제2물결페미니즘의 큰 관심일 수밖에 없는 거죠. 그 전의 여성들은 다 타율적 존재예요. 왜 타율적 존재죠? ‘여자가 이래야만 한다‘고 하는 여성성을 남성과 가부장제가 규정했잖아요. 그래서 여성들이남성과 가부장제가 규정한 당위를 따랐는데, 행복하지 않은 거죠. 왜 행복하지 않죠? 여성 자신에게 주체성이나 자율이 있었던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 P195

여기서 신화라는 건 아주 이중적인 것 같아요. 자유의지, 자유 선택의 밑에 깔린 그 기제를 신화라고 표현한 것 같고, 동시에여성성이라는 게 원래부터 있다고 하는 본질주의, 즉 여성성이라는게 이런 것이라고 하는 본질주의 자체가 신화적이라는 이중적 의미에서 신화를 말한다는거죠. - P200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건 그 시대의 산물인 건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마치 여성성을 만든 것처럼,
선후와 인과가 전도되었다는 거죠. 한 개인이 겪은 가부장제가강했던 시대의 산물인데 그걸 보지 못하니까 마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게 마치 일반적인 인류사에 존재해온 것처럼 말하고있다는 거예요.
- P210

이러한 프리단의 분석은 제2물결 페미니즘의 중요한 구호, 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와 연관됩니다. 이 구호는정치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누가 구별하느냐고 묻는 거잖아요.
다시 말해, 한 개인의 선택이라고 흔히들 말하는 사적인 영역이실은 굉장히 정치적인 일이 발생하는 곳임을 밝힐 뿐 아니라, 이영역이 정치적 영역임을 여성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게끔 은폐하는 구조와 기제들을 비판하는 거예요.
- P216

프리단은 자꾸 여성을 집에 묶어놓고 어머니 역할에 가두면 이렇게 여성들의 존재를 망가뜨릴 뿐 아니라, 아이들의 정서발달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거예요. 정말 한국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이야기죠. 엄마가 애를 키워야 된다고 자꾸들 말하잖아요..
그런데 어머니의 역할이 아이와 머무르는 거라고 하면, 여자들이 아이를 좌지우지하려고 한다는 거예요. 자기를 실현할 수 없는 존재인 여자들이, 어머니의 역할로만 자기를 실현하려고 했을때 자기 아이를 좌지우지하려는 거죠. 이 책을 보면 엄마들이 되게 이상한 이야기들을 해요. 애들이 안 컸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아이들이 떠나면 할 일이 없어지니까요. 또 아이들을 자기 멋대로 하고 싶은 거고요. 그랬을 때만 자기의 자아가 실현되거나 자기가 위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는 거죠.
- P225

"여성성의 신화에 따라 산다는 것은 역사의 되돌림이고, 인간의 진보에 대한 가치를저하시키는 것이다" 라는 거예요. 당연히 그렇다는 거죠.
- P229

그래서 베티 프리단을 비롯한 제2물결 페미니스트들이 능동성과 주체성을 중요하게 말하는 것 같아요. ‘여성이 여성의 입으로 말하게 하라. 저는 이 말이 자유로운 선택을 하게끔 하라는말만은 아닌 것 같아요. 여성이 여성의 입으로 말하게 하라는 건,
‘여성에게 자유의지가 있으니 여성을 자유롭게 해다오‘라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자유를 막는 권력의 구조, 즉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말 안에서 신화를 통해 주입시켰던 그 구조를 폭로하려는 걸 의미한다고 봐요. 그런 점에서 우리가 우리의입으로 말하게 하라는 뜻이지 우리에게 본능적인 자유를 달라는식으로 이해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 P232

베티 프리단은 1950~1960년대 아이들의 정서장애가 증가하는 현상과 포로수용소에 갇힌 주부들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지적해요. 어린이가 여성성의 신화에 의해 무기력해진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면서 상호 파괴적인 공생으로 나아가고, 이게다시 여성성의 신화를 통해 악순환으로 구축된다는 거예요. 수동적인 의존에 갇힌 주부와 아이들 사이에 통제할 수 없는 폭력이증가하는 징조를 프리단이 목격하는 거죠. 그러니까 아이들을 정서장애에서 해방시키려면 어떻게 해야겠어요? 엄마가 애를 키우지 않아야 되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엄마가 아이를 키우면 아이가 더 이상해진다는 이야기예요..
- P233

여성이여, 당신은 계급이다! 그러니까 계급의식을 각성해서 혁명을 일으키자! 이게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의 책 《성의 변증법》의기본적인 내용이에요.  - P243

가부장제를 비판한다고 하면서 여자가 억압을 당했으니까 하나의 여성으로 모여라!‘ 이렇게 좀 단순하게 접근을 하는 경우가 흔하잖아요. 그런데 파이어스톤이 보편성으로 접근을 한 건 맥락이 달라요. 그리고 역사 전반에 걸쳐서 어느 세계에서든지 존재하는문제로서 여성 억압을 분석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마르크스의 관점이 용이했다는 거예요. 특히 여성을 성 계급으로호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했다는 거고요. 또한 파이어스톤의 이런 보편성을 통한 접근은 여성이 이 세계의 가장 심한 불평등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봐야 합니다.
- P256

따라서, 파이어스톤의 관심은 여성이 어떻게 불평등한 구조에 묶이게 되었는가를 분석하는 데 있어요. 특히 가족이라는억압의 현장을 분석하는 거예요. 파이어스톤은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재생산을 강조하고, 재생산을 이끄는 중요한 단위가 가족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가족 안에서 근본적인 착취가 일어난다고설명합니다.  - P260

파이어스톤 같은 경우에는 낙태할 권리는 당연하다는 입장이죠. 재생산의 권리를 쥐려면, 낙태할 권리가 없다는 건 여성이 노예 상태에 놓여 있다는 걸 방증한다는 거니까요. 그런데 파이어스톤은 낙태할 권리는 너무 당연하다는 데서 끝나지 않아요.
이 사람은 가족제도를 아예 없애버리자고 나와요. - P264

여성 착취와 업압 위에 세워지는 가부장적 가족에 기초해서 이 사회가 유지, 존속되는 한 아동에 대한 각종 억압도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죠. 아동기가 길어졌다는 건 아동을 잘 돌봐주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건 아동을 착취하고 억압한다.
는 거예요. 그래서 아동기를 철폐하는 것도 가족을 해체하는 데중요한 모티브가 될 수 있고, 아주 중요한 해결점이 될 수 있다고보는 거죠. 그래서 파이어스톤이 아동기를 없애자는 이야기를 강하게 하는 거예요. 그리고 아동기를 없애자는 건, 아동에 대한 착취를 없앤다는 의미도 있지만 여성과 아이 사이의 유대도 끊을수 있는 거죠. 왜냐하면 아동을 잘 돌봐야 한다고 하는데, 언제나엄마가 돌보거든요. 특히나 핵가족 사회에서는 더 그렇죠. 아동기를 없애면 엄마의 돌봄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잖아요. 아이들을 그냥 냅두자는 게 아니고, 아동기의 방식이 아닌 사회 집단적으로 아이를 키우자는 거죠.
- P286

그런데 아동이 된다는 게, 아무것도모르고 누구한테 의탁하는 존재인 게 정말로 행복하냐는 거죠.
파이어스톤은 결국 아동기에 대한 숭배와 가부장제 핵가족의 발달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말하는 겁니다. 이 아동기의 숭배를지탱하는 것은 다름 아닌 여성들의 양육과 모성애라는 신화인 것이죠. - P289

오히려 가족제도를 공격하면서 아동기를 없애자고 해버리는 이유는아동기, 사춘기 같은 식의 발달 단계를 계속 이야기하면 어떤 인간은 정상적인 인간이고 나머지는 비정상적인 인간이 되기 때문이에요. 결핍된, 모자란, 부정적인 존재. 그래서 그들한테 시혜적입장으로 인권 개념을 제시하죠?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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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의미의 인간, 인간이라고호명되는 단일한 나라는 것은 허구라는 거예요. 그리고 인간을이렇게 규정하는 이상 지식을 얻기도 어렵다는 거고요. 우리의어떤 위치, 시공간을 표시하면서 있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사유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 P24

따지고 보면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름을 갖는 것도 아니고,
‘남성 아님‘ ‘비남성‘이 여성의 지위예요. 여성은 자신의 특길을 이야기한 적이 없는 거죠. 부르기는 여성이라고 부르지만, 여성의특질이라는 건 남성이 아님의 특징인 거예요.  - P31

그런데 괴물monster의 라틴어어원인 ‘monstrare‘의 뜻이 ‘보여주다‘ 예요. 괴물이란 말 자체가
‘보여주다‘ 라는 거죠. 실은 언제나 보여주는 상태로 등장하는 거예요. 동일률로 포착되지 않아서 그렇지, 언제나 등장하는 형태로 있었다는 거예요. 그리고 괴물이라는 존재는 신화는 성서든,
많은 텍스트 안에서 지혜를 획득해야 할 존재가 거쳐야 할 관문으로 등장했어요. 그런 점에서 타자와 괴물은 굉장히 긴밀하죠.
- P35

그래서 괴물에 대한 서사는 이렇게 봐야 되지 않나 싶어요. 동일자가 알 수 있는 지식의 한계 영역에 괴물, 타자의 영역이있다는 거예요. 타자가 설명되지 못하는 건 동일자의 한계지, 타자 자체가 능력이 없거나, 불운하거나, 아무런 의미도 없거나, 지식과 아무런 관련이 없거나, 무시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이야기 할수 없다는 거예요. 오히려 설명하지 못히고 이해하지 못하니까불결한 것, 나쁜 것, 혹은 ‘not A‘, 즉 A가 아닌 것으로 말하고 거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말자고 하는 거죠. ‘형상이 이상해. 괴물들이야. 거기에 대해서 더 궁금해하면 너도 전염될 걸?‘
‘너도 괴물이 되고 싶은 거야?‘ ‘비정상성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힘든 일인데 너도 비정상성으로 살고 싶은 거야?‘ 아니면 요샛말로 "아싸로 살고 싶은 거야?‘ 뭐 이런 거요.
- P38

여성들 역시도 자기 자신을 설명하고 재현하려는 노력을하기 시작합니다. 더 이상 남성 인간의 위치에서 비남성으로서의여성을 설명하지 않고, 여성이 자기의 언어로 자신을 설명하려는노력을 하게 됐다는 거예요. 자기 자신을 정의하는 거요.. ‘내가 누구인지 내가 스스로 이야기해보고 싶다‘라는 노력들을 하게 되는거죠. - P42

기존에는 철학적 재료가 될 수 없었던 것들을 철학적 재료로 다시 다듬어보려는 거죠. 둘 다 해내는 거예요. 기존의 철학적 도구를 사용하는 동시에 기존의 철학이 무시해왔던 몸이나 감정 같은 것들을 철학의 재료로 가져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페미니즘 철학은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이해를 포함해요. 본래 철학의 일이 세계를 인식하는 틀거리를 만드는 것이라면, 그런 점에서 페미니즘 철학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발명하고 새로운 관점들을 고민해보는 철학이기도 한 거죠.
- P46

페미니즘은 우리가 이렇게 살 수는없다‘는 각성일 수도 있지만, 어떤 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할 것인가, 대문자 주체가 더 이상 통용될 수 없을 때 이 시공간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우리는 어떻게 다시 생각해볼 것인지 기존의 이분법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거죠.
- P50

그런데 우리 사회는 페미니즘이 민주주의 시민의 조건이라는 것, 휴머니즘으로서의 페미니즘조차도 받아들이지 않아요. 저는 울스턴크래프트를 보면서, 그게 우리 사회의 굉장히 아이러니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P69

울스턴크래프트는 열렬한 근대주의자예요.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이 신체적으로 어떻다, 남성과 어떤 차이가 있다는 바에 큰 관심이 없어요. 여성도 이성이 있다, 그리고 그 이성을 지닌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거예요. 근대적인 상상 안에서는자유와 평등의 권리가 이성으로부터 온다고 생각하거든요. - P80

이게 제1물결 페미니즘,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기본 사상이에요. 우연적 차이에 불과한 여남 차이가 너무 심하다는 거죠.
그러니까 이 차이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거고요. 이성에는 여남이없고, 인간의 영혼에도 차이가 없다는 거죠. 인간으로서 같다는걸 주장한다는 거예요. 남녀라는 성차는 굉장히 우연적인 것이고, 남녀는 같다는 걸 말하자는 게 기본적인 내용이죠.
- P84

그리고 울스턴크래프트나 초기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은여성의 위치가 사실은 약자와 같다고 인식을 해요. 그래서 울스턴크래프트와 같은 생각을 가졌던 사람들이 노예폐지론도 많이지지해요. 다른 소수자들도 여성들이 겪는 차별을 겪고 있다는 연대의식이 이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들한테도 있다는걸 우리가 기억했으면 합니다 - P98

실존철학의 기본 개념은 자유예요. ‘인간이 어떤 식으로자유로워질 수 있는가. 이게 실존철학이 던지는 질문이에요. 아주 간단히 이야기 하면, 자신이 타자의 위치에 놓여 있을 때는 자유롭지 못하고, 주체의 입장에 섰을 때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게정말로 보부아르가 이야기하고 싶어 했던 자유의 개념입니다. 그자유란 주어진 게 아니라 실존을 통해 참여를 해서 쟁취하는 거라고 했죠. 그리고 이 자유의 문제를 직접적인 사회적 문제, 특히여성이라는 문제에서 시작했어요.  - P103

그래서 남성 지식인과 저널리스트들은 이 책에 독설을 퍼부어요. 특히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는 프랑스 남성을 모욕했다.
프랑스 수컷을 조롱했다며 비판했고 프랑수와 모리아크 FrançoisMauriac는 "문자 그대로 천박함의 한계에 이르렀다. 구토약을 먹으면 아이들은 음식물을 토해낸다" 라고 했어요. 구토약처럼 구역질이 난다는 거죠. 교황청에서는 금서로 지정했고요. 그다음에프랑스 공산당에서도 이 책이 좋은 책이 아니라고 했어요. 계급투쟁이 잘되면 그다음에 젠더 문제가 주된 문제가 될 거고 그러면 성차별 문제가 해결되는데 딴 이야기를 한다는 거죠. 계급 문제가 주요 모순이니 계급투쟁에 집중을 해야 되는데 관심을 다른데로 돌린다고 보부아르를 비판해요.
- P114

우리가 페미니즘을, 그 이론을 이해한다는건, 남녀의 성차가 비대칭적인 상태이며 그것들을 교정하려는 어떤 시도가 페미니즘의 출발점이라는 걸 이해한다는 거예요. 시몬드 보부아르가 주체와 타자의 관계를 통해 이것에 대해 일종의논증을 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P127

여기서 보부아르는 페미니즘 운동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여성과 남성의 관계는 언제나 비대칭적이었고 여성은언제나 다자의 위치에 있어왔죠. 그런데 흑백 간, 자본과 노동자의 관계처럼 주객, 주체와 타자, 상호 주체가 될 때 외부를 타자로설정하는 다른 관계들과 남녀관계는 양상이 다르다는 거예요. 남자들은 자기들을 ‘우리‘라고 부르는데 여자들은 왜 스스로를 한번도 ‘우리‘라고 부르지 않는가. "여자들은 남자들이 스스로 양보해 주는 것밖에는 얻지 못했다. 스스로 쟁취한 것이 아무것도 없으며, 그저 주는 것만 받아 왔을 뿐" 이라는 거예요. 이게 너무 이상하다는 거죠.
- P128

‘우리는 어떻게 해야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나요?‘라고 할 때 ‘경험을 말하고 경험을 경청하라. 그리고 경청을 통해 우리는 페미니즘의 출발을 마련할 수 있다‘라고 하죠. 보부아르도 그래서 이런 구체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는 거고요.
- P135

보부아르에게는 계몽주의자로서의 뿌리가 있어요. 그래서 인간의 진정한 우애를 회복해야 하고, 여성을 타자의 위치에 두는, 즉 여성을 비자유의 위치에 두는 이 제도에 대해서 인간이라면 누구나부당함을 느끼지 않겠는지 호소하는 겁니다.
- P137

지금 이 여성차별의 현실, 여성을 타자로 만드는 현실, 여성을 제2의 성에 머무르게 하는 현실은 실존주의적으로 모럴리티가 떨어지는 절대악의 실행이다라는 걸, 결론 내지 않았지만 우리가 알 수 있죠.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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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리처 시리즈 이제 4권을 읽었다.


이번에 읽은건 이렇게 2권
















2번째 권이었던 <탈주자>에서 약간 주춤했다가 단번에 다시 잭리처 시리즈의 매력을 다시 올려주는 책.

<탈주자>가 왜 재미가 떨어졌는지를 가만히 생각해보니, 추리와 하드보일드액션을 결합한 이 시리즈에서 <추적자>는 액션이 좀더 비중있게 다뤄졋던거 같다는게 이유인듯하다. 

3권과 4권이 더 재미있었던건 아마도 액션보다 추리가 비중이 더 많아서였던듯.

이 시리즈를 통해 내 취향이 어느쪽에 있는지 확인한 것도 독서의 성과라면 성과일듯하다.

아 그래서 내가 <링컨 라임>시리즈를 그렇게 좋아하는구나 하고 다시 한번 확인.

그나 저나 <링컨 라임>시리즈는 언제 다시 나오려나????

어쨌든 잭 리처 시리즈 역시 기본적인 재미를 보장하는 시리즈로 아마 앞으로 남은 시리즈를 다 읽지 싶다.

원샷도 그렇고 사라진 내일도 마찬가지로 일면 잔인하지만 너무나 단순해보이는 사건에서 출발한다.

원샷에서는 한 미치광이가 그냥 묻지마 살인을 했고, 무고한 시민이 죽음을 당하는 것으로 끝날듯한 사건이고(미국에서야 이런 무차별 총격사건이 워낙에 자주 일어나니 말이다), 사라진 내일에서는 한 여성의 지하철에서의 권총자살이 시작이다.

그냥 불행한 사건으로 잊혀질 사건들이 잭 리처의 뭔가 이상해라는 의구심으로 파헤쳐 들어가면서 점점 배후가 드러나고 사건의 규모가 커지고 해결되어 가면서 잭 리처와 독자가 머리싸움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와중에 헐리웃 영화의 주인공을 완벽하게 재현해내는 잭 리처의 매력을 보는 건 덤!


앞의 책에서 역자 해제를 읽으면서 1인칭 서술과 3인칭 서술얘기를 들었을 때 어 그랬나했는데 이 2권을 연속으로 읽으니 아 맞네 하게 된다. 

리 차일드라는 작가는 굳이 문체의 일관성 이런것에는 신경쓰지 않는듯.

이야기의 구조에 따라 마음대로 시점을 선택하는듯하다. 

하지만 매력적이라는 점에서는 잭 리처의 1인칭 시점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이 덩치크고 온몸이 무기이면서 명석한 두뇌를 자랑하는 잭 리처라는 인물을 좀 더 가깝게 느끼게 해준달까?



아 <사라진 내일>에서는 매력적인 여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소설의 초반 지하철에서 권총자살하는 여자의 목격자가 된 잭 리처에게서 용의자 증언을 들으면서 여자 경찰이 "정말 괜찮아요?"라고 묻는다.

잭 리처는 속으로 난 이보다 더한 상황도 많이 봤어. 이 정도로는 충격따위 받지 않아 뭐 이런 생각을 꿍얼꿍얼 하며 괜찮다고 대답하는데 이 여성 경찰 정말 의외의 말을 하는 것이다.


"나라면 자책감이 들 것 같아서요. 지하철 안에서 그 여자에게 그렇게 접근한 것 말이에요. 당신이 그 여자를 궁지로 내몰았을지도 모르잖아요. 한두 정거장만 더 기다렸더라면 그 여자도 정신을 추슬렀을지 모르죠."


항상 자신만만한 잭 리처에게 한 방을 확 날리는 이 말이 난 왜 이렇게 멋지지?

잭 리처는 항상 정의롭고 멋진 인물이지만 그 역시 수많은 끔찍한 일들을 겪으면서 놓쳤을지 모를 인간의 마음을 잊지 말라는 경구같은 느낌이랄까?

다만 첫번째 책 <추적자>와 다르게 점점 더 여자 주인공의 역할이 줄어드는건 좀 섭섭하다.

이렇게 멋진 여자 경찰도 딱히 주인공을 간간이 도와주는 것 외에는 별 역할이 없으니 말이다.

다음 시리즈들에서는 매회 소비되는 여자주인공 말고 좀 주인공같은 여성은 안 나올까싶어 아쉽지만 이 시리즈의 성격을 볼 때 별로 그렇지는 않을듯.

링컨 라임 시리즈에서는 아멜리아 색스라는 매력적인 여주인공과 그녀와 링컨라임의 사랑이 사람을 간질거리게도 해서 더 매력적이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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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22-02-24 18: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리처... 리처 드라마를 봐주세요! 여캐들도 잘 나왔고, 에피소드 8개인데, 정말 잘 뽑았어요.

바람돌이 2022-02-24 20:18   좋아요 2 | URL
아 하이드님 진짜 오랫만이네요. ^^ 잘 지내셨나요? 리처 드라마는 저도 하나 봤는데 주인공의 미모가 확 깨더라는.... 약간 헐크 분위기랄까? ㅎㅎ 그래서 일단 책부터 보려구요. ^^

다락방 2022-02-26 19:35   좋아요 0 | URL
헐크 분위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이드 2022-02-24 21: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처는 못 생기고 연기 못하는게 더 나은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바람돌이 2022-02-26 01:20   좋아요 0 | URL
책에서 묘사되는 리처를 보면 수긍이 가는 말이기도 하네요. ㅎㅎ

희선 2022-02-25 0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앞으로도 이 책을 보실 거군요 잭 리처 한사람만 내세우는 것 같네요 이런 걸 영상으로 만들면 여성도 나름 나오는 듯해요


희선

바람돌이 2022-02-26 01:22   좋아요 1 | URL
시리즈가 16개가 번역되어 나와있더라구요. 아마도 다 보게 될것 같습니다. ^^ 원래 시리즈는 더 많은데 번역이 다 된게 아니더라구요. 뭐 그렇다고 제가 원서로 사보지는 않을거라 번역본만 다 읽는걸로요. ^^ 사실 여성 주인공은 아직은 뭔가 양념같은 느낌이랄까 조금 아쉬운 면이 있어요.

책읽는나무 2022-02-25 07: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잭 리처 탐 크루즈 주인공 영화 한 편 지금 보고 있어요ㅋㅋㅋ
책을 읽었을 때는 리처가 좀 센스 있고, 좀 샤프하고, 농담도 잘하고, 허당기도 있었던 것 같은데...영화에서는 좀 근엄하고, 자상한 느낌이더군요???
책의 이미지가 좀 더 나은가? 생각해 봤습니다^^

바람돌이 2022-02-26 01:25   좋아요 1 | URL
책에서는 계속 잭 리처의 외모를 강조하거든요. 190이 넘는 키이 엄청난 거구로요. 그래서 톰 크루즈가 이 역할 한다 할 때 말이 많았던 듯해요. 뭐 톰 크루즈가 잭 리처 너무 좋아해서 자기가 하고 싶다고 막막 우겨서 했다는데 그래서 잭 리처 좋아하는 분들은 적응이 안되는듯요. ㅎㅎ 이번에 드라마로 나온 잭 리처 보니까 딱 원작에서 묘사하는 외형이더라구요. 그게 또 막 끌리지는 않아서 일단 책 다 읽을 때까지는 드라마나 영화는 안보는걸로 할려구요. ^^

다락방 2022-02-26 19:37   좋아요 2 | URL
저는 책 읽기 전에 탐크루즈 영화를 먼저 보았거든요. 잭 리처 독자들이 탐 크루즈 반대했다는 걸 알고 봤는데, 저로서는 탐 연기 잘만하는데 왜들 그래? 했거든요. 그런데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독자들이 왜그랬는지 알겠더라고요. 탐 크루즈는 멋지지만 잭 리처에는 안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것이 제가 책을 몇 권 읽고 내린 결론입니다 ㅋㅋ 탐, 그건 아니야. 미션 임파서블 찍어요!!

바람돌이 2022-02-27 01:05   좋아요 0 | URL
톰 크루즈가 도저히 잭 리처 이미지가 안된다에는 동의요. ㅎㅎ 그래 톰 아저씨 미션 임파서블 찍으세요.
아 그래도 드라마 잭 리처의 배우는 몰입이 어려워서.....ㅠ.ㅠ 열심히 보다 보면 정들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