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페미니즘은 ‘왜‘라고 묻죠. 그게 왜 당연하냐고 묻는 순간 래디컬해져요. 그렇기 때문에 페미니즘은 근본적입니다.
래디컬해요. 여기에서 근본적이라는 건, 인간적이라고 이야기하는 모든 규준에 도전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페미니즘은인간 조건의 기초라고 믿어온 견해를 흔들고, 특히나 근대 인간의 정상성에 문제 제기를 하기에 래디컬하죠. 그래서 래디컬이라는 의미는 모더니즘 이후의 사유들과 접속하게 되고요.  - P175

제1물결 페미니즘이 동일성, ‘우리가 같은인간이다‘라는 걸 외쳤다면, 제2물결 페미니즘에서는 남성이 말하지 않는 여성성에 대해서 여성인 내가 이야기할 것이라고 선인하고, 남성이 규정했던 그 여성성이 신화라는 걸 밝히고 그 신화를 깨는 운동들을 해요.
- P176

보편화시킨다는 건탈시간적인 것, 탈공간적인 것, 맥락 초월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는 거예요. 예를 들면 ‘인간이라면 이래야 한다‘, ‘여자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게 어떤 시기의 발명품일 수 있어요. 어떤 시기에는 그럴 수 있겠지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모든 인간, 모든여성은 이래야 한다‘라고 할 수 있는 건지 질문해야 한다는 거죠.
- P191

이런 걸 주체성이라고 불러요. 자율이라고 하죠. 스스로자기의 규범을 만드는 존재가 되는 거죠. 제2물결 페미니즘의 중요한 목적이 뭐죠? 여성이 주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거죠.
자기 설명을 통해서 ‘여성이 어떻게 해야만 한다‘라는 당위마저도마련해내는 자율과 주체성의 내용들을 만들어내는 게 제2물결페미니즘의 큰 관심일 수밖에 없는 거죠. 그 전의 여성들은 다 타율적 존재예요. 왜 타율적 존재죠? ‘여자가 이래야만 한다‘고 하는 여성성을 남성과 가부장제가 규정했잖아요. 그래서 여성들이남성과 가부장제가 규정한 당위를 따랐는데, 행복하지 않은 거죠. 왜 행복하지 않죠? 여성 자신에게 주체성이나 자율이 있었던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 P195

여기서 신화라는 건 아주 이중적인 것 같아요. 자유의지, 자유 선택의 밑에 깔린 그 기제를 신화라고 표현한 것 같고, 동시에여성성이라는 게 원래부터 있다고 하는 본질주의, 즉 여성성이라는게 이런 것이라고 하는 본질주의 자체가 신화적이라는 이중적 의미에서 신화를 말한다는거죠. - P200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건 그 시대의 산물인 건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마치 여성성을 만든 것처럼,
선후와 인과가 전도되었다는 거죠. 한 개인이 겪은 가부장제가강했던 시대의 산물인데 그걸 보지 못하니까 마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게 마치 일반적인 인류사에 존재해온 것처럼 말하고있다는 거예요.
- P210

이러한 프리단의 분석은 제2물결 페미니즘의 중요한 구호, 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와 연관됩니다. 이 구호는정치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누가 구별하느냐고 묻는 거잖아요.
다시 말해, 한 개인의 선택이라고 흔히들 말하는 사적인 영역이실은 굉장히 정치적인 일이 발생하는 곳임을 밝힐 뿐 아니라, 이영역이 정치적 영역임을 여성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게끔 은폐하는 구조와 기제들을 비판하는 거예요.
- P216

프리단은 자꾸 여성을 집에 묶어놓고 어머니 역할에 가두면 이렇게 여성들의 존재를 망가뜨릴 뿐 아니라, 아이들의 정서발달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거예요. 정말 한국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이야기죠. 엄마가 애를 키워야 된다고 자꾸들 말하잖아요..
그런데 어머니의 역할이 아이와 머무르는 거라고 하면, 여자들이 아이를 좌지우지하려고 한다는 거예요. 자기를 실현할 수 없는 존재인 여자들이, 어머니의 역할로만 자기를 실현하려고 했을때 자기 아이를 좌지우지하려는 거죠. 이 책을 보면 엄마들이 되게 이상한 이야기들을 해요. 애들이 안 컸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아이들이 떠나면 할 일이 없어지니까요. 또 아이들을 자기 멋대로 하고 싶은 거고요. 그랬을 때만 자기의 자아가 실현되거나 자기가 위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는 거죠.
- P225

"여성성의 신화에 따라 산다는 것은 역사의 되돌림이고, 인간의 진보에 대한 가치를저하시키는 것이다" 라는 거예요. 당연히 그렇다는 거죠.
- P229

그래서 베티 프리단을 비롯한 제2물결 페미니스트들이 능동성과 주체성을 중요하게 말하는 것 같아요. ‘여성이 여성의 입으로 말하게 하라. 저는 이 말이 자유로운 선택을 하게끔 하라는말만은 아닌 것 같아요. 여성이 여성의 입으로 말하게 하라는 건,
‘여성에게 자유의지가 있으니 여성을 자유롭게 해다오‘라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자유를 막는 권력의 구조, 즉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말 안에서 신화를 통해 주입시켰던 그 구조를 폭로하려는 걸 의미한다고 봐요. 그런 점에서 우리가 우리의입으로 말하게 하라는 뜻이지 우리에게 본능적인 자유를 달라는식으로 이해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 P232

베티 프리단은 1950~1960년대 아이들의 정서장애가 증가하는 현상과 포로수용소에 갇힌 주부들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지적해요. 어린이가 여성성의 신화에 의해 무기력해진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면서 상호 파괴적인 공생으로 나아가고, 이게다시 여성성의 신화를 통해 악순환으로 구축된다는 거예요. 수동적인 의존에 갇힌 주부와 아이들 사이에 통제할 수 없는 폭력이증가하는 징조를 프리단이 목격하는 거죠. 그러니까 아이들을 정서장애에서 해방시키려면 어떻게 해야겠어요? 엄마가 애를 키우지 않아야 되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엄마가 아이를 키우면 아이가 더 이상해진다는 이야기예요..
- P233

여성이여, 당신은 계급이다! 그러니까 계급의식을 각성해서 혁명을 일으키자! 이게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의 책 《성의 변증법》의기본적인 내용이에요.  - P243

가부장제를 비판한다고 하면서 여자가 억압을 당했으니까 하나의 여성으로 모여라!‘ 이렇게 좀 단순하게 접근을 하는 경우가 흔하잖아요. 그런데 파이어스톤이 보편성으로 접근을 한 건 맥락이 달라요. 그리고 역사 전반에 걸쳐서 어느 세계에서든지 존재하는문제로서 여성 억압을 분석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마르크스의 관점이 용이했다는 거예요. 특히 여성을 성 계급으로호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했다는 거고요. 또한 파이어스톤의 이런 보편성을 통한 접근은 여성이 이 세계의 가장 심한 불평등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봐야 합니다.
- P256

따라서, 파이어스톤의 관심은 여성이 어떻게 불평등한 구조에 묶이게 되었는가를 분석하는 데 있어요. 특히 가족이라는억압의 현장을 분석하는 거예요. 파이어스톤은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재생산을 강조하고, 재생산을 이끄는 중요한 단위가 가족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가족 안에서 근본적인 착취가 일어난다고설명합니다.  - P260

파이어스톤 같은 경우에는 낙태할 권리는 당연하다는 입장이죠. 재생산의 권리를 쥐려면, 낙태할 권리가 없다는 건 여성이 노예 상태에 놓여 있다는 걸 방증한다는 거니까요. 그런데 파이어스톤은 낙태할 권리는 너무 당연하다는 데서 끝나지 않아요.
이 사람은 가족제도를 아예 없애버리자고 나와요. - P264

여성 착취와 업압 위에 세워지는 가부장적 가족에 기초해서 이 사회가 유지, 존속되는 한 아동에 대한 각종 억압도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죠. 아동기가 길어졌다는 건 아동을 잘 돌봐주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건 아동을 착취하고 억압한다.
는 거예요. 그래서 아동기를 철폐하는 것도 가족을 해체하는 데중요한 모티브가 될 수 있고, 아주 중요한 해결점이 될 수 있다고보는 거죠. 그래서 파이어스톤이 아동기를 없애자는 이야기를 강하게 하는 거예요. 그리고 아동기를 없애자는 건, 아동에 대한 착취를 없앤다는 의미도 있지만 여성과 아이 사이의 유대도 끊을수 있는 거죠. 왜냐하면 아동을 잘 돌봐야 한다고 하는데, 언제나엄마가 돌보거든요. 특히나 핵가족 사회에서는 더 그렇죠. 아동기를 없애면 엄마의 돌봄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잖아요. 아이들을 그냥 냅두자는 게 아니고, 아동기의 방식이 아닌 사회 집단적으로 아이를 키우자는 거죠.
- P286

그런데 아동이 된다는 게, 아무것도모르고 누구한테 의탁하는 존재인 게 정말로 행복하냐는 거죠.
파이어스톤은 결국 아동기에 대한 숭배와 가부장제 핵가족의 발달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말하는 겁니다. 이 아동기의 숭배를지탱하는 것은 다름 아닌 여성들의 양육과 모성애라는 신화인 것이죠. - P289

오히려 가족제도를 공격하면서 아동기를 없애자고 해버리는 이유는아동기, 사춘기 같은 식의 발달 단계를 계속 이야기하면 어떤 인간은 정상적인 인간이고 나머지는 비정상적인 인간이 되기 때문이에요. 결핍된, 모자란, 부정적인 존재. 그래서 그들한테 시혜적입장으로 인권 개념을 제시하죠?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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