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저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현대지성

2018-04-02

원제 : Ta eis heauton

인문학 > 서양철학 > 고대철학

고전 > 서양고전문학




행복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영혼을 어떻게 다스리는가에 달려 있다.




■ 책 속 밑줄


내 조부 베루스에게서는 선량하다는 것과 온유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내 아버지에 대한 평판과 기억으로부터는 겸손함과 남자다움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내 어머니에게서는 신을 공경하며 살아가는 경건한 삶, 사람들에게 후히 베푸는 삶, 잘못된 일을 실제로 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런 일을 생각하는 것조차 하지 않는 삶, 부자들과는 거리가 먼 검소한 삶을 보았다.



수사학자였던 알렉산드로스로부터는 다른 사람을 비판하지 않는 것, 무례하거나 어처구니없거나 황당한 말을 해도 중간에 말을 잘라버리거나 핀잔을 주지 않고, 도리어 그 사람이 사용한 표현 자체가 아니라 내용을 함께 생각하고 토론해 보거나 그 밖의 다른 방법을 사용해서 그런 상황에서는 어떤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를 간접적으로 재치 있게 깨우쳐 주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았다.



플라톤학파의 철학자인 알렉산드로스로부터는 누구에게 말하거나 편지를 쓸 때 "내가 너무 바쁘다"라는 말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고 자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 사람들과의 관계에 의해서 생겨나는 의무들을 바쁘다는 핑계로 자꾸 회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카툴루스로부터는 친구가 근거 없이 질책하고 비판하더라도 무시해 버리지 않고 도리어 그 친구가 평소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게 해주려고 애써야 한다는 것, 도미티우스와 아테노도토스에 대해 기록한 글들이 보여주듯이 스승들을 아낌없이 칭송하고 자녀들을 진심으로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막시무스에게서는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절제하는 것, 한 번 결심을 했으면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것, 병을 앓을 때나 그 밖의 다른 그 어떤 나쁜 상황에서도 쾌활함을 잃지 않는 것을 보았고, 온유함과 위엄이 잘 조화되어 있는 성품의 모범을 보았으며, 자신에게 맡겨진 일들을 아무런 불평 없이 해내는 것을 보았다.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죽을 수도 있는 사람처럼 모든 것을 행하고 말하고 생각하라. 신들이 존재한다면, 인간 세상을 떠나는 것은 두려워해야 할 일이 아니다. 설마 신들이 너를 불행 속으로 밀어넣겠느냐. 만일 신들이 존재하지 않거나 인간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면, 신들도 존재하지 않고 섭리도 존재하지 않는 우주 속에서 더 이상 살아간들, 그것이 네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하지만 신들은 존재하고, 인간사에도 관여하며, 인간에게 그들에게 진정으로 해로운 것들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



최고의 복수는 너의 대적과 똑같이 하지 않는 것이다.



매일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는 듯이 살아가면서도, 거기에 초조해하는 것이나 자포자기해서 무기력한 것이나 가식이 없다면, 그것이 인격의 완성이다.



■ 끌림의 이유


『명상록』은 로마 제국의 철학자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자신을 단련하고 다잡기 위해 남긴 사유의 기록입니다.

그는 전쟁과 정치, 삶과 죽음의 소용돌이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고자 했습니다.

국가를 이끌던 지도자의 고백이긴 하지만 사실은 평범한 인간이 매일 마주하는 감정과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분노하지 말라"

"허영에 빠지지 말라"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


책을 펼치면 알 수 있듯이, 그는 권력자였음에도 늘 스스로를 경계했습니다.

누군가를 설득하려는 화려한 말은 없고 스스로를 다잡기 위한 고백과 독백이 이어집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다 보면 삶의 고통 앞에서 흔들리는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그 목소리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 간밤의 단상


제게 있어서 철학은 삶을 견디는 연습이기도 합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 흔들리는 요즘, 오랜만에 『명상록』을 펼쳐보았습니다.


《행복은 외부가 아니라 영혼의 상태에 달려 있다.》


우리는 흔히 타인의 평가나 상황의 좋고 나쁨에 따라 기분이 좌우되곤 합니다.

그러나 아우렐리우스는 그 모든 외부의 요인들을 잠시 멈추고 오직 내 마음을 바로잡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병상에 누워 있든, 일상에 지쳐 있든 결국 삶의 무게를 버텨내는 힘은 내 안에서 길러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 단순한 진실이 제 자신을 다시 바로 세울 수 있는 작은 지팡이 같았습니다.



《아침마다 스스로에게 말하라. 사람들은 무례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나와 같은 인간이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없이 상처 받고 타인의 말과 행동에 쉽게 흔들립니다.

그러나 아우렐리우스는 그 순간마다 내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묻습니다.

그는 세상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내 태도와 관점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줍니다.

즉, 외부의 거친 바람을 막을 순 없어도 나의 영혼까지 흔들리게 두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지요.

이 단순한 사실이 얼마나 큰 자유인가요.

아우렐리우스의 목소리는 오늘도 제게 침묵의 용기를 건네줍니다.


『명상록』은 하버드·옥스포드 대학교에서도 필독 고전으로 꼽힐 만큼 지금의 우리에게 도움 되는 말이 많습니다.

조만간 스토아 철학까지 곁들인 긴 리뷰로 돌아오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 건넴의 대상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마음의 중심을 찾고 싶은 분

외부의 조건이 아닌 내면의 힘으로 살아가고 싶은 분

고전의 문장 속에서 오늘을 살아갈 용기를 얻고 싶은 분




오늘은 당신의 마음을 향해 조용히 묻습니다.

지금 내 영혼은 어디에 머물고 있나요?

『명상록』은 그 질문을 품고 우리를 더 깊고 단단한 내면으로 데려다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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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의 생각 없는 생각

저자 료

열림원

2025-06-16

에세이 > 한국에세이




생각하지 않으려는 순간에도 사실은 삶이 나를 대신해 생각하고 있었다.




■ 끌림의 이유


요즘처럼 복잡하고 바쁜 날들 속에서 생각 없는 순간을 그려낸 글이라니!

하루에도 수십 번씩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만 생각하게 되는 걸까?

그럴 때면 오히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순간이 간절해지죠.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은 그 바람처럼 가볍고 솔직한 목소리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저자는 일상의 사소한 장면들을 붙잡아 두지 않고 흘려보내며 생각보다 멈춤에 가까운 감각을 글로 담아냅니다.

큰 주제도, 명분도 없지만 그렇기에 더 쉽게 스며들었습니다.



■ 간밤의 단상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마음이 끌렸던 책입니다.

가만히 머물러 있는 듯하지만, 그 안에서는 사유가 흐르고 있죠.

저자는 그 느린 흐름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며 우리에게 묻습니다.


조금 멈춰도 괜찮지 않나요?


하루를 견뎌내고 이튿날 새벽에 펼쳤던 이 책 덕분에 잊고 있던 멈춤의 가치가 생각났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머릿속을 채우려 애쓰지만 결국 채움보다 중요한 건 내려놓음입니다.

뭐랄까, 읽는 내내 저자가 건네는 문장은 의도적으로 힘을 빼는 듯 했습니다.

뭔가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는 강박 대신, 그냥 이렇게 있어도 된다는 여유를 전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침대맡에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오늘도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과 내일에 대한 두려움이 잠시나마 옅어졌습니다.

머릿속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불필요한 메모들을 한 장씩 지워나가는 듯, 글이 주는 공백이 제 안에 잔잔하게 스며들었습니다.

생각이 없다는 건 비워내는 게 아니라 잠시 내려놓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생각을 멈추었을 때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이 있지요.

이 책은 그 모든 순간들을 생각 없는 생각이라 부르며 조용히 살아가는 일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한 달을 꼬박 아프다보니 자연스레 마음까지 가라앉았었는데 책을 통해 진심어린 위로를 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게도 간밤의 독서는 작은 쉼표이자 오늘을 견뎌낼 여유입니다.



■ 건넴의 대상


생각이 너무 많아 지쳐버린 분

일상의 공백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은 분



오늘은, 당신에게도 잠시 멈춤의 시간을 권합니다.

책 한 권, 차 한 잔 그리고 아무 생각 없는 순간을요.

그 속에서의 삶도 이미 당신을 위해 충분히 흐르고 있을 테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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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의 책 DIGEST

8월 셋째 주, 책이 건넨 사유와 울림




이번 주는 특히나 몸이 좋지 않아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책 속에서 위로와 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짧은 순간이라도 책이 곁에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하루를 버텨낼 힘이 생겨납니다.

계획했던 이번 주 도서 리뷰는 물론 지난 주 도서 리뷰까지 모아모아 올릴 생각이었지만 결국 한 권도 올리지 못해 이번 주말부터 순차적으로 올릴 생각입니다.





■ 이번 주 <간밤에읽은책> 돌아보기


월요일 | 『런치의 시간』 – 마스다 미리


작고 사소한 점심 풍경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입니다.

음식과 일상의 조각들이 함께 엮여 따뜻한 사유를 전합니다.

일상적인 요소를 담은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973801786



화요일 | 『헤르만 헤세 인생의 말』 – 헤르만 헤세


삶과 고독, 자유에 대한 헤세의 문장들이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짧지만 깊은 사색을 남겨주는 에세이이자 인문학책입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976102910



수요일 | 『고요하고 단단하게, 채근담』 – 홍자성


이번 주 내내 곁에 두고 읽은 책 중 하나입니다.

동양 고전 속 지혜가 아픈 몸과 지친 마음을 다독여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고요한 문장 속에서 단단한 위안을 주는 인문학책입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976434127





■ 이번 주 <함께읽는시집> 돌아보기


수요일 | 『먼 후일』 - 김소월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이별의 슬픔을 고스란히 담은, 김소월의 대표적인 서정시 중 하나입니다.

짤막한 시 한 편이 남기는 깊은 울림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977117084




다음 주에는 조금이라도 더 회복하여 더 많은 책 리뷰를 들고 오겠습니다.

여러분, 아프지마세요. 건강이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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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5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나의책장 2025-08-27 00:42   좋아요 0 | URL
캔바를 이용해 디자인을 만들어놓고 그 주에 읽은 책표지들을 따서 넣었다 뺐다하며 기록하고 있어요 ‘◡‘ 캔바 이용해보세요. 책기록 남기실 때 편하실 거예요📚🩵
 



한 주의 책 DIGEST

8월 첫째 주, 책과 함께 여름을 걸어보았습니다



폭염 속에도, 책은 묵묵히 사유의 그늘이 되어줍니다.

감각적인 언어부터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까지, 8월의 첫 주를 함께했던 책들을 다시한번 소개합니다.





■ 이번 주 <간밤에읽은책> 돌아보기


월요일 | 『여름어 사전』 - 아침달 편집부


계절의 감각을 사전의 형식으로 풀어낸 감성 에세이로 작은 단어들이 모여 여름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마법 같은 책이었습니다.

여름의 말미, 『여름어 사전』과 함께 해보세요.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958869366



화요일 | 『가재가 노래하는 곳』 - 델리아 오언스


자연과 고립 속에서 성장한 소녀의 삶을 그린 추리소설입니다.

서정적인 문체 속에 인간이 지닌 내면의 고독이 잘 담겨 있어 그 여운이 오랫동안 남는 책입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960266362



수요일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 – 유홍준


산사의 고요 속에서 문화유산의 숨결을 되짚는 여행기입니다.

천년의 시간과 공간이 어우러진 우리 산사의 아름다움을 다시 느끼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960482118



목요일 | 『47개의 경계로 본 세계사』 – 존 엘리지


지도 위의 선이 어떻게 전쟁과 문명의 변화를 불러왔는지를 추적한 역사책으로 경계라는 틀 안에서 바라보는 세계사의 전환점들이 흥미로웠습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961891426



금요일 |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 유현준


도시와 공간을 통해 사람과 문화를 읽는 건축 인문서입니다.

매일 지나는 거리와 건물도 새롭게 보이게 만드는 시선의 힘을 느끼게 됩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963037591





■ 이번 주 <모든도서리뷰> 돌아보기


목요일 | 『이달의 심리학』 - 신고은


불안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만드는 심리학책입니다.

심리학이 마음을 다루는 도구가 아닌 마음을 바라보는 언어임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962789674



■ 이번 주 <함께읽는시집> 돌아보기


수요일 | 『나그네』 - 박목월


구름과 달, 술 익는 마을의 저녁놀까지!

외로움의 길 위에 깃든 서정성과 한국적 정서가 가슴 깊이 남는 시입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961457787




몸이 아파 한 주가 미뤄져 이제야 올려봅니다

지난 주, 여러분의 마음에 머문 책은 어떤 책이었나요?

하루 한 문장이 여러분의 마음을 어루만졌기를 바랍니다.

책이 있는 삶은 늘 사유의 문이 열려 있는 삶이니까요.

이번 주에도 저와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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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챙겨
김영희 지음 / 상상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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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챙겨

저자 김영희

상상

2025-07-15

에세이 > 여행에세이






■ 책 소개


언제부턴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피디들이 잠깐잠깐 등장하면서 순간의 재미를 안겨다 주었습니다.

MBC 최연소 국장까지 올랐던 김영희 피디를 아시나요?

아마 김태호, 나영석 피디만큼 자주 들어봤을 법한 이름일 것입니다.

그는 일본에 다녀온 후 「양심 냉장고」를 만들었고 영국에 다녀온 후 「느낌표」를 만들었으며 남미를 다녀온 후 「나는 가수다」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즉, 내로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원천은 바로 여행이었습니다.


『짐 챙겨』는 여행 가방을 꾸리는 순간부터 집에 돌아와 짐을 푸는 순간까지, 그 안에 담긴 마음과 시간을 섬세하게 기록한 책입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안고 가야 할지,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지를 묻게 됩니다.

특히 저자는 여권이나 옷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준비라 말합니다.

떠난 뒤 한결 가벼워진 자신을 마주하는 것, 그것이 여행의 진짜 기념품이라는 뜻이겠지요.





■ 책 속 메시지


그때그때 다르다. 여행은 삶일 수도, 휴식일 수도, 누구에게는 생존일 수도 있다. 일일 수도, 도피일 수도, 도전일 수도 있다. 자연의 웅장함 앞에서 내가 아무것도 아님을 느끼거나, 역사의 가르침 앞에서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거나, 불가사의한 건축물 앞에서 인간의 위대함에 감탄하는 것이 여행일지도 모른다. 가족과 함께 알콩달콩 시간을 보내고, 연인이나 친구와 맛있는 와인을 마시고, 좋아하는 화가를 찾아 미술관을 다니면서, 역사와 자연과 그리고 예술과 함께하는 새로운 경험, 이것이 여행일지도 모른다.


여행이란?

자연의 아름다움에 한없이 감동하는 것.

이것이 여행일지도.



잊을 수 없는 건 폭포만이 아니었다. 경비행기에서부터 한 팀을 이뤄 같이 다닌 일행 중에 베네수엘라 노부부가 있었다. 70은 넘어 보이는 나이 지긋한 부부는 보트를 타는 내내, 폭포에 오르는 내내 손을 잡고 다녔다. 아니, 남편이 부인의 손을 놓지 않았다. 마치 놓치면 큰일이라도 날 듯 정성스레 잡고 다니는 모습은 사실 폭포보다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별별 생각을 다 해보지만, 답은 모른다. 그리고 그 이유를 꼭 알 필요도 없다. 다만, 나는 안다. 부부란 살면 살수록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것을.



잠비아의 빅토리아 폭포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소리가 웅장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큰 폭포는 처음 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보아 오던 것들은 전부 아기 폭포나 다름없었던 것. 아, 이런 게 진짜 폭포였구나!

세상을 집어삼킬 듯 쏟아지는 누런 물줄기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물은 금세라도 나를 빨아들일 듯 무서운 기세로 떨어졌다. 어지러웠다. 아, 자연은 정말 위대하다고 느낄 즈음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 도대체 얼마나 있을까?


여행이란?

거대한 폭포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지는 것.

이것이 여행일지도.



희망을 믿지 마.

두려움도 믿지 마.

희망이 지나치면, 피라미드를 만들어 영생의 하늘에 다가가려 하고

두려움이 극에 달하면, 수천의 병마용을 만들어 같이 죽자고 하는 거지.

사실 그렇잖아?

희망도 두려움도 오지 않은 미래의 것일 뿐이야.

어차피 신이 될 수 없고 영생할 수 없는 우리 인간.

살아 있는 지금, 지금을 살며 지금을 즐겨야 해!

Carpe Diem!



여행은 우리가 사는 공간에서 벗어나 다른 나를 만나게 하는 계기입니다.

저자는 그 다른 내가 건네는 작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순간이야말로 여행의 참된 기쁨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여행이 끝난 뒤 가방 속에 남아 있는 작은 영수증, 주머니에 들어 있던 모래 한 줌이야말로 가장 값진 기념품이라고 말합니다.



■ 하나의 감상


이제 한 달을 꼬박 채웠던 폐렴과의 싸움은 정말 끝이 보입니다.

폐렴으로 한 달 가까이 침대에만 머무르던 제게 『짐 챙겨』는 집에서도 충분히 떠날 수 있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저는 영국의 극장, 모로코의 사막, 파리의 카페를 함께 걸었고 오랜만에 여행자의 눈을 다시 꺼내 들 수 있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여행은 늘 머릿속 한켠에 자리하지만, 막상 결심하고 떠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저자는 PD 시절에 기획과 제작이라는 정해진 틀 안에서 살아왔습니다.

오래도록 방송 PD로 살던 어느 날, 그는 과감히 배낭을 메고 세계로 나섰습니다.

공항 대합실에 막상 앉고보니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합니다.

즉, 그에게 여행은 단순한 취미나 휴식이 아니라, 삶의 관성을 깨뜨리고 나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짐은 항상 무겁지만 동시에 내 삶에서 중요한 것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덧붙여 여행의 끝에 찾아오는 허전함을 사라짐이 아니라 비워짐이라 표현하였습니다.

맞습니다. 그 자리에 새로운 내가 들어오는 순간, 여행은 진짜로 완성되니깐요!


익숙한 공간을 떠난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생각의 경계, 습관의 경계를 넘어서는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설레는지를 다시 묻을 수 있죠.

여행을 떠날 때면 옷과 노트북, 카메라 등을 차곡차곡 넣어 여행 가방을 채우지만, 돌아올 때 제 가방을 채운 건 언제나 마음의 조각이었습니다.

떠날 때보다 돌아올 때 가방이 더 무거워지는 이유는 아마 세상에서 받은 것을 잔뜩 담아오기 때문입니다.


『짐 챙겨』는 낯선 길 위에서 자신을 다시 조립해가는 일기 같은 책입니다.

세계 각지를 다니며 만난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깨달은 작고도 단단한 진실들을 담고 있습니다.

여행이 주는 설렘뿐 아니라 낯선 길에서 마주한 두려움, 고독, 그 모든 감정을 짐처럼 함께 들고 걸었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나만의 시간을 챙기고 싶으시다면 꼭 펼쳐보세요.

좋은 동반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특히 떠남과 돌아옴 사이에서 삶을 재정비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당장이라도 떠나게 만들어 줄) 조용한 초대장이 되어줄 것입니다.



■ 건넴의 대상


여행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분

떠남과 돌아옴의 의미를 곱씹고 싶은 분

인생의 짐을 가볍게 내려놓고 싶은 분

일상에서 벗어나 나만의 시간을 챙기고 싶은 분




여행은 떠나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됩니다.

그 길 위에서 무엇을 만나든, 결국 돌아오는 건 다른 내가 된 나일 것입니다.

당신에게도 그런 여행의 순간이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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