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 - 내 감정을 똑바로 보기 위한 신경인류학 에세이
박한선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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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하고 우울한 내 마음을 돌볼 준비되었나요?,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

 

 

 

 

 

『하나, 책과 마주하다』

 

현재 당신은 행복한가요? 즐거운가요? 슬픈가요? 불안한가요? 초조한가요? 두려운가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돌아가고 너무 삭막하게 흘러가서 우리는 종종 우울함과 외로움이란 틀 안에서 길을 잃고 만다.

넓은 세상 속, 어딘지도 모르는 아무도 모르는 그런 곳에 톡 떨어진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마음의 병'을 가진 이들이 참 많다. 중요한 건 육체적인 질병이 아니라 생각해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요즘 사건, 사고들을 보면 조현병이란 단어를 흔치않게 보고 들었을 것이다.

발병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마음의 병인 조현병을 방치하게 되면 자신을 컨트롤할 수 없기에 이른다.

그렇다고 조현병이란 이유로 용서할 순 없다. 병이 심해지기 이전에 몸을 돌보지 않는 본인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마음의 병이 있다면 방치하지 말고 내가 왜 마음의 병이 생겼는지 원인을 찾아 어떤 방법으로든 치유해줘야 한다.

친구를 만나 털어놓든, 여행을 떠나든, 노래방에서 소리를 지르든 혹은 책을 읽든.

저자는 인간의 마음을 신경과학, 인류학의 관점에서 탐구하는 신경 인류학자로 자신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쓴 40여 편의 이야기를 책 한 권에 담았는데 크게 4장으로 나뉘어 감정, 이성, 공감, 삶을 다루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 중 하나는 무엇일까?

바로 불안이다. 태초에 인간이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 중 하나가 바로 '불안'이다.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원인을 살펴보면 불안한 감정에서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불안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불안하기에 미리 준비하고, 불안하기에 미리 대비한다.

원시인들은 해가 지면 짐승들이 사람을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불을 피웠다. 공격당할까 불안하기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시험이 코앞에 닥치면 벼락치기를 해서라도 밤샘 공부를 강행한다. 점수를 망칠까 불안하기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만약 불안한 감정이 없었다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여 준비하고 대비할 수 있었을까? 즉, 우리는 불안을 적당한 경계에 위치시켜야 한다.

일단 건강하지 못한 불안의 원인과 그 반응의 수준을 스스로 조절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불안장애 시 흔히 하는 인지행동요법은 불안에 압도되지 않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치료이다. 불안을 느끼지 않게 하는 치료가 아니다.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하는, 운전을 하는 내내 전방주시하는 이러한 것들이 '적절한 불안'의 수준인데 우리는 이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항상 행복하고 즐거운 일만 가득한 삶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어렸을 적부터 약해보이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그저 강인하고 단단하게 보이기 위해 그런 '척'을 하며 살아왔다.

성격이 형성되는 시기, 주변 환경때문에 그런 것 같다.

문제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어도 혼자서 끙끙 앓는다는 것이다.

나 스스로도 알고 있다.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책을 가까이 했던 이유 중 하나가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어서였다.

내 나이에 맞게 동화책, 청소년책도 물론 읽었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대지'라는 책을 읽고선 그 때부터 어른들이 읽는 책의 매력에 빠져 어른들이 읽는 소설·시부터 인문·철학서를 읽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린 아이가 어떻게 그런 책들을 읽고 이해했을까 싶다.)

암튼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위로와 격려를 주고 내 자신이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 단단히 잡아준 건 '책'인 것 같다.

그리고 내 속내를 조금씩 털어놓을 수 있는 한 사건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 누구에게도 속내를 내비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빠가 그런 말을 했다.

"왜 그렇게 강한 척을 하는거야? 내가 보기에도, 남들이 보기에도 약하기만 한데 왜 그렇게 강한 척을 하는거야? 약한 게 꼭 밉보이는 게 아니야. 울고싶을 때는 울고 기대고 싶을 때는 기대는 게 맞는 거야. 너무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너무 슬프면 슬프다고 말하는 게 맞는 거야. 그래도 되는 게 아니고 그래야 하는 거야."

그 말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냥, 별 말 아니었는데, 그 말을 듣고 있는데 왜그렇게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리는지.

그 때부터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입을 열었다. 물론 지금도 아무리 슬프고 우울한 일이 있어도 다 말하진 못한다. 그래도 조금씩 속내를 털어놓으며 위로와 격려, 조언을 받곤 한다.

 

과외할 때 가르치던 학생들이 너무 우울하거나 힘들어할 때면 아낌없는 위로와 조언을 해주었다.

마음의 병이 있다면 그 원인을 찾아보고 그 고민을 믿을 만한 친구나 지인에게 조금씩, 조금씩 털어놓는다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부모님에게 털어놓자니 좀 그렇고 친구에게 털어놓자니 다들 다 친한 친구라... 너무 친해서 고민을 못 털어놓겠어요."

"그럼 나한테 털어놔. 나는 너의 사정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것도 없고. 무엇보다 나는 너의 이야기를 듣는 이 순간에는 경청하겠지만 이 방을 나가는 순간 다 잊어버릴 거니깐. 내가 살면서 지키는 덕목 중 하나가 '신뢰'야. 그러니깐 믿어도 돼."

가르치던 학생 중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못 털어놓는 친구가 있었는데 이럴 경우에는 나의 사정에 대해 속속들이 모르지만 믿을 만한 이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인간의 정신은 '완성형'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미성숙한 우리이기에 그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먼저이다.

누군가와 고민을 털어놓는 것도 처음이 언제나 어려운 법인데 그 과정만 지나가면 나중은 수월해질 것이다.

그렇게 내가 누군가를, 누군가가 나를 보듬고 보듬어주다 보면 아무리 넘어져도 다시금 일어나고 또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감정을 똑바로 마주하기 위해서는 인문·심리 분야의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신경인류학의 관점으로 살펴본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 당신도 이 책을 읽고 뭔가를 얻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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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 - 구글, 아마존, 애플, 테슬라가 그리는 10년 후 미래
W. 데이비드 스티븐슨 지음, 김정아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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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아마존, 애플, 테슬라가 그리는 10년 후 미래, 『초연결』

 

 

 

 

 

『하나, 책과 마주하다』

 

어떤 이들은 지금의 컴퓨터 시대를 만든 첫 번째 혁명을 '컴퓨터 혁명', 두 번째 혁명을 '인터넷 혁명'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IoT를 '그다음에 올 혁명'이라고 평가한다.

IoT 기술은 앞으로 10년 이내에 사업의 모든 측면에 혁명을 일으키고, 기업의 모든 임직원에게 상상 이상의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다.

 

방대하고도 복잡한 디지털의 세계는 눈 한번 깜빡이는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4G 나온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5G가 나왔다. 이렇듯 IoT 분야는 앞으로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IOT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 고유한 식별이름을 부여한 뒤에 인터넷이나 각 지역의 유무선 통신망으로 다른 사물과 연결한다는 개념이다.

이전에 접근하지 못했던 자연물, 인공물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게 되었으며 이들을 융합하여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실시간으로 제조사와 유통사는 IoT 장비를 통해 데이터 수집, 해석 및 결과에 따라 미리 예측하고 행동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제품에 무언가를 요구했다면, 앞으로는 제품이 우리에게 먼저 '말을 걸어올 것'이다.

이 말인즉슨, 제품 스스로 끊임없이 자기 상태를 살펴 굳이 살펴보지 않아도 제조사 등에 곧장 알린다는 뜻이다.

여기서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사물의 표면만 확인할 뿐 내부가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데 이를 집단 실명이라 부른다.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데 문제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이것이야말로 큰 오류가 아니겠는가.

예로서 제품을 주문하였는데 주문한 제품이 언제 정확히 도착할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변수가 많은 교통상황을 우리가 예측할 수 없기에 오늘 도착할 제품이 내일 도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품 공급자 입장에서 고객에게 제품을 팔고나면 고객이 그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제품에 눈과 귀가 달린 것이 아니기에 제품을 고객에게 판매하고 나면 끝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들이 IoT를 통해 바뀌고 있다. 집단 실명이라는 난제를 IoT가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IoT 제품과 서비스가 흔해지게 되면 분명 가격이 저렴해질 것이고 IoT를 밑받침하는 기반 기술이 저렴해지는 것과 동시에 튼튼해질 것이다.

전문가들의 예측에 따르면 미래에는 '교통 정체'라는 단어 자체가 희미해지고 공급, 제조, 유통이 원활하게 순환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 물론 집단 실명이라는 난제를 해결한다는 가정이 있어야 한다.

IoT에 연결된 기기가 늘어날수록, 기기끼리 매끄럽게 연결되고 통합되기가 쉬워질수록 기기 하나하나의 가치와 쓸모가 커진다는 뜻이다.

 

디지털 사회의 특징은 먼저 자리를 잡아 표준의 기준을 장악하는 자가 모든 영광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초거대 기업들은 조금이라도 일찍 IoT 기반 서비스를 개발해서 시장에 공급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다. IoT 때문에 기업이 시장에서 밀려나는 일을 바라지 않기에 잠재력 있는 많은 기업들이 IoT 기술 혁신을 통해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누구나 알지만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기에 계속 언급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기업 내에 큰 변혁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경영 관행을 바꾸고 무엇보다 경영진 사고 방식을 전부 뜯어고쳐야 한다. 지금도 경영진은 직급에 따라 데이터 접근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데 결국 막강한 힘은 정보를 쥔 관리자가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으로는 그런 제약이 없어질 것이다.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에 필요한 정보에 대해 모든 관련자가 동시에 접근할 권한을 갖고, 그 정보가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일이 실현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비용 문제 등이 있기에 전반적으로 적용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긴하나 책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은 틀림없다. IoT 혁신을 다룬 책은 처음 접한 것 같다. 경영자, 실무자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꽤 유익한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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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읽는 중국사 - 중국을 만든 음식, 중국을 바꾼 음식
윤덕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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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는 관점으로 중국사 훑어보기, 『음식으로 읽는 중국사』

 

 

 

 

 

『하나, 책과 마주하다』

 

한 나라의 문화·역사를 엿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장소, PLACE이며 그 외 또 다른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음식, FOOD이다.

시중에 역사책은 많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음식이란 소재로 중국의 역사를 쭉 훑어볼 수 있다면 이 얼마나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겠는가!

 

춘추전국시대에 귤 한 상자만 있다면 부자가 될 수 있다? 만주의 귀족들이 푹 빠진 음식이 샥스핀이다?

양귀비가 죽기 전 먹은 음식이 호떡이다? 청나라 시절, 중국의 13억 인구 증가의 일등공신이 바로 고구마다?

이 모든 것이 다 사실일까?

 

홍콩, 광저우와 항저우 등지에서 사는 중국인들은 새해 춘절이나 중추절 명절에 귤과 유자를 먹는데 심지어 유자 껍질을 우려낸 물로 세수를 한다고 한다.

왜 껍질을 우려낸 물로 세수를 하고 유자 분재를 선물하는 것일까? 알다시피 중국은 금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황금을 닮은 유자와 귤이 상서로운 기운이 서려 있어 복을 많이 받으라는 의미에서이다.

춘추 시대 이전에는 귤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과일이어서 중국에서 또한 남쪽 나라에서 나오는 귀한 과일이었던 귤은 최상의 과일이었다.

또한, 전국 시대 초나라에서만 자랐던 과일이라 드물고 귀했기에 귤은 천자에게 바치는 공물이었다.

감귤천수(柑橘千樹)라는 말이 있다. 후손을 위해 1000그루의 귤나무를 심었다는 뜻인데 「사기」에 따르면 삼국시대에 오나라 단양태수 이형이 자손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귤나무 1000그루를 심어 남겼다고 한다. 당시 전란이 잦아 부자들은 재물을 뺏기고 목숨까지 잃었지만 이형의 후손들은 가진 재물이 없었기에 무사히 전쟁을 넘겼고 1000그루의 귤나무가 열매를 맺으면서 대대손손 부자로 살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고대 중국에서 귤의 위상을 생각하면 귤나무 1000그루는 재벌 수준의 자산 가치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당나라 무렵, 중국에서 호떡과 두부는 크게 퍼져 역사책이나 시문집을 보면 왕과 귀족부터 문인들까지 호떡 맛에 푹 빠졌음을 알 수 있다.

호떡과 두부가 당나라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싶지만 당나라 때 실크로드가 완성되었기 때문에 호떡과 두부의 역사를 알면 중원과 서역의 관계뿐 아니라 음식 문화 교류의 역사 또한 알 수 있다.

양귀비 또한 예외없이 호떡을 좋아했는데 얼마나 좋아했으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먹은 움식 중 하나가 호떡이라고 한다.

안녹산과 반란군이 장안으로 쳐들어오자 급하게 피란길에 오른 현종과 양귀비 일행이 배고파하자 시장에서 호떡을 구해왔다는데 호화롭게 생활한 왕과 귀비의 마지막 식사가 호떡이라 초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이야 호떡은 길거리 음식에 속하지만 당시 호떡은 길거리 음식이 아니였기에 시장에서 호떡을 구해왔다는 것은 당나라 상류층의 음식 문화와 실크로드를 통한 서역과의 교류를 짐작할 수 있다.

 

읽는 내내 흥미로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음식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중국의 역사를 훑어보는 내내 너무 재미있었다.

이 외에도 실크로드, 향신료 그리고 복숭아밭에서 도원결의를 한 이유 등 음식을 통한 시대별 역사를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나서 음식이 중국에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었다.

중국사를 재미있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싶다면 분명 마음에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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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서점의 오월 - 80년 광주, 항쟁의 기억
김상윤.정현애.김상집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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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우리가 알아야 할 진실, 『녹두서점의 오월』

 

 

 

 

 

『하나, 책과 마주하다』

 

5월 18일, 광주에서 큰 함성 소리가 들렸다.

 

책을 쓴 대표저자이자 녹두서점 주인인 김상윤, 그의 아내 정현애와 처제 정현순, 남동생 김상집과 여동생 김현주 그리고 김현주의 남편 엄태주까지 모두 5.18 항쟁의 중심에 있었다. 그들은 모두 5.18 유공자로 『녹두서점의 오월』은 당시 녹두서점을 중심으로 가족들이 겪은 경험을 사실적으로 기록하였다.

녹두서점, 녹두. 자연스레 녹두장군, 전봉준이 연상된다. 그렇다. 전봉준의 별명인 녹두장군에서 가져온 이름이라고 하는데 당시 유신체제임을 고려하면 굉장히 도발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저자인 김상윤은 먹고 살기 위해 서점을 운영하는 것처럼 처신했지만 녹두서점을 만든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는 74년 4월 '4·3 긴급조치 4호'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여기저기 교도소로 이감되어 복역하던 중에 형 집행 정지로 교도소에서 풀려나게 된다. 유신체제 아래에서 제대로 된 의식화 작업 없이는 사회적 모순을 깊게 인식할 수 없기에 학습조를 만들어 대학생들의 의식화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큰 성과는 없었지만 1년 반이 지나자 정보기관에 그의 행적이 노출될 위험에 처하자 차라리 서점을 만들어 의식화 작업을 지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하여 서점을 만들게 된 것이다.

광주에 고립된 시민들에게 수많은 대자보를 만들어 뿌렸으며 항쟁 방향을 두고 논의했던 회의실이자 상황실이었고 항쟁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배고픈 배를 채워주는 식당이기도 했다.

그렇게 녹두서점이 탄생하였다.

이렇듯 녹두서점은 의식화 작업을 지원하기 위한 매개체 역할을 해주었으며 김상윤과 그의 아내 정현애를 이어준 매개체이기도 하다.

77년 10월경 젊은 여자 한 명이 서점으로 들어와 판매금지 된 「8억인과의 대화」라는 책을 찾고 있었다. 그렇게 그 책을 건네주며 그들의 짧은 만남은 끝이 났다. 시간이 흘러 12월 무렵 서점에 한 젊은 여자가 들어온다. 그는 대뜸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왜 이제 왔습니까?"

"무슨 말씀이세요?"

"아, 실례했군요. 당신을 보자마자 그냥 우리 집에서 살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 저도 모르게 실례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대화를 나누다보니 그녀는 몇 달 전 「8억인과의 대화」라는 책을 가져간 그녀였다. 중학교 교사인 정현애, 그녀에게 그는 그날 바로 결혼 신청을 했다.

물론 그의 용기와 대담함에 박수를 보내지만 이 얼마나 무모한 청혼인가. 그러나 운명은 운명인가보다. 그들은 78년 11월에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으니깐.

 

그와 그의 가족들이 겪은 이야기를 읽다보면 광주 민주화운동의 실상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김상윤의 시점에서, 정현애의 시점에서, 김상집의 시점에서 읽다보면 몇 번이고 울컥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학창 시절 한국사라는 교과서를 통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우게 된다.

단, 자세히 배우지는 않는다. 단순히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배경, 과정, 결과를 단 몇 줄 읽어버리면 그것으로 끝이다.

어렸을 적부터 아빠에게 광주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고향이 광주인 아빠는 고등학교 때까지 광주에서 지내다 졸업한 이후에 서울로 올라왔다고 한다.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아빠는 선도부장이었고 옆집에 살던 아빠 친구는 전교회장이었다고 한다.

어느 날, 학교에서 아빠와 아빠 친구를 급하게 불러 돈을 쥐어주며 도망치라고 했단다. 곧 잡으러 올 것 같다고.

그렇게 아빠와 아빠친구는 이 집 저 집 다락방에서 숨어 지냈다고 한다.

속된 말로 끌려가게 되면 죽어서 혹은 병신이 되서 나온다는 말이 있었다고 하니 당시 분위기가 어땠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렇듯 직접 겪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야말로 그 날의 생생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저자가 당시 구속되었던 상황과 구속된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어서이다.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누군가의 딸이었다.

특별할 것도 없는 그저 평범한 이들이었다.

그렇다. 그들은 정말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나처럼, 당신처럼, 우리처럼 평범했다.

죽음의 공포를 무릅쓰고 항쟁을 펼쳤다.

고립된 상황 속에서, 극한의 상황 속에서.

그렇게 수많은 평범한 이들이 희생되었다.

 

수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는데 제대로 처벌받는 이들이 없는 것 같아 울분이 터진다.

난 그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는 말 자체를 삭제했으면 좋겠다.

수많은 이들이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했고 수많은 이들이 빗발치는 총탄에 맥없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는 커녕 두 발 뻗고 잔다는 사실이 더 기가 막힌다.

우리는 자세히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우리는 자세히 알아야 한다. 모든 사실을.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광주시민 여러분! 우리를 지켜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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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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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친절한 레시피 낱낱이 파헤치기,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

 

 

 

 

 

『하나, 책과 마주하다』

 

나를 위해 혹은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는 건 즐거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 줄리언 반스가 가진 부엌에 대한 사색이 무겁다한들 마음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줄리언 반스 작가의 요리에 대한 사색을 책으로 보고있자니 읽는 내내 즐거워 내 책장 한켠에 있는 요리책들에게 절로 눈길이 갔다.

저자 또한 요리책 수집이 취미라는데 나 또한 레시피 수집을 꾸준히 하고 있다.

요즘은 굳이 요리책을 사지않아도 초록창에 검색하면 수만가지의 레시피들이 나오기에.

대신 카렐 메모지에 레시피를 작성해 요리파일에 모아놓고 있다.

책장 한 켠에 요리책 칸이 따로 있긴한데 엄마가 오래전에 구입한 요리책들, 원서로 된 베이킹책과 요리책, 에쎈·올리브·수퍼레시피 같은 요리매거진이 전부이다. 요리책까지 수집하면 지금 쌓아놓은 책들이 천장까지 닿을 것 같아 원서 몇 권 빼곤 요리책은 굳이 산 적은 없는 것 같다.

저자는 구간, 신간 가리지 않고 한쪽 벽면을 채울 정도로 요리책을 수집했다는데 갖고 있는 책만 해도 2천 권가량 정도 된다고 하니 책으로 빼곡하게 채워진 저자의 서재를 자연스레 상상하게 된다. (부럽다.)

 

이렇듯 요리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줄리언 반스는 요리책의 오류에 대해 한 마디를 보탠다.

대개 요리책은 요리에 자신이 없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다. 재료, 계량, 조리법 등 그 요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과정만 써놓고 끝이다.

요리책에 써진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한들 실패하는 이들도 분명 있다.

저자는 그저 맛있는 음식을 즐겁게 만들고 친구들을 독살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소소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시중에 나온 레시피를 착실하게 재현해봐도 요리책에 나온 레시피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 모금 또는 한 덩이는 얼마만큼이지? 양파의 크기는 작은 양파, 중간 크기의 양파, 큰 양파가 있는데 어떤 크기의 양파를 말하는 것이지?

자른다는 것이 slice를 하라는 건지 chop을 하라는 건지 더 나아가 slice는 finey로, chop은 finely와 roughly로 수식할 수 있는 데 말이다.

자칭 부엌의 현학자라 부르는 줄리언 반스는 정말이지 깐깐하다. 그래도 그 깐깐함 덕에 불친절한 레시피를 들고 레시피 재현 실험을 통해 부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참사를 밝혀낸다.

 

우선 디너파티란 말은 우리 집에선 금기어다. 표현에 따라 태도도 달라진다. (언젠가 내 친구가 아쉬운 듯 이런 말을 했다. "'은퇴'란 말만 아니면 은퇴를 고려해볼 텐데.") 그러니까 '친구들이 저녁을 먹으러 온다'는 완곡한 표현이 아니라 그냥 다른 표현이다. 저녁 준비에 정성이 덜 들어간다거나 그 손님과 함께 있는 걸 덜 좋아한다는 뜻이 아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오히려 그 반대다.

디너파티가 있다고 가정하면 반스는 가급적 메뉴를 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필요한 재료가 없어 낙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로운 장보기'를 하라고 권유한다. 보기도 좋고 냄새도 좋은 재료들을 구입한 뒤에 메뉴를 정해도 늦지 않기에.

 

어렸을 땐 요리하는 엄마를 옆에서 돕는 정도였지만 혼자서 제대로 요리해본 것은 중 3때부터이다.

맞벌이하는 부모님, 정확히 말하면 엄마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부엌 살림을 도맡아 했었는데 명절이라도 다가오면 나물들과 전들은 뚝딱 만들 수 있다.

다들 일하랴 공부하랴 바쁘기에, 가족과 함께 밥 먹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에 매년 우리 가족의 생일과 기념일이 다가오면 항상 특별하게 보내기 위해 그날은 꼭 시간을 비워두고 스페셜 디너를 준비한다.

평소 어떤 요리를 만들기 위해 정석대로 그 레시피를 따라하지는 않는다. 참고는 하되 내 마음대로 그 때 그 때 바꾸기도 한다.

처음에는 요리책에 나온 레시피 그대로 만들어 봤는데 이상하게 열에 한 번은 실패하였기 때문이다. 줄리언 반스의 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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