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서점의 오월 - 80년 광주, 항쟁의 기억
김상윤.정현애.김상집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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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우리가 알아야 할 진실, 『녹두서점의 오월』

 

 

 

 

 

『하나, 책과 마주하다』

 

5월 18일, 광주에서 큰 함성 소리가 들렸다.

 

책을 쓴 대표저자이자 녹두서점 주인인 김상윤, 그의 아내 정현애와 처제 정현순, 남동생 김상집과 여동생 김현주 그리고 김현주의 남편 엄태주까지 모두 5.18 항쟁의 중심에 있었다. 그들은 모두 5.18 유공자로 『녹두서점의 오월』은 당시 녹두서점을 중심으로 가족들이 겪은 경험을 사실적으로 기록하였다.

녹두서점, 녹두. 자연스레 녹두장군, 전봉준이 연상된다. 그렇다. 전봉준의 별명인 녹두장군에서 가져온 이름이라고 하는데 당시 유신체제임을 고려하면 굉장히 도발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저자인 김상윤은 먹고 살기 위해 서점을 운영하는 것처럼 처신했지만 녹두서점을 만든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는 74년 4월 '4·3 긴급조치 4호'로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여기저기 교도소로 이감되어 복역하던 중에 형 집행 정지로 교도소에서 풀려나게 된다. 유신체제 아래에서 제대로 된 의식화 작업 없이는 사회적 모순을 깊게 인식할 수 없기에 학습조를 만들어 대학생들의 의식화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큰 성과는 없었지만 1년 반이 지나자 정보기관에 그의 행적이 노출될 위험에 처하자 차라리 서점을 만들어 의식화 작업을 지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하여 서점을 만들게 된 것이다.

광주에 고립된 시민들에게 수많은 대자보를 만들어 뿌렸으며 항쟁 방향을 두고 논의했던 회의실이자 상황실이었고 항쟁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배고픈 배를 채워주는 식당이기도 했다.

그렇게 녹두서점이 탄생하였다.

이렇듯 녹두서점은 의식화 작업을 지원하기 위한 매개체 역할을 해주었으며 김상윤과 그의 아내 정현애를 이어준 매개체이기도 하다.

77년 10월경 젊은 여자 한 명이 서점으로 들어와 판매금지 된 「8억인과의 대화」라는 책을 찾고 있었다. 그렇게 그 책을 건네주며 그들의 짧은 만남은 끝이 났다. 시간이 흘러 12월 무렵 서점에 한 젊은 여자가 들어온다. 그는 대뜸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왜 이제 왔습니까?"

"무슨 말씀이세요?"

"아, 실례했군요. 당신을 보자마자 그냥 우리 집에서 살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 저도 모르게 실례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대화를 나누다보니 그녀는 몇 달 전 「8억인과의 대화」라는 책을 가져간 그녀였다. 중학교 교사인 정현애, 그녀에게 그는 그날 바로 결혼 신청을 했다.

물론 그의 용기와 대담함에 박수를 보내지만 이 얼마나 무모한 청혼인가. 그러나 운명은 운명인가보다. 그들은 78년 11월에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으니깐.

 

그와 그의 가족들이 겪은 이야기를 읽다보면 광주 민주화운동의 실상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김상윤의 시점에서, 정현애의 시점에서, 김상집의 시점에서 읽다보면 몇 번이고 울컥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학창 시절 한국사라는 교과서를 통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우게 된다.

단, 자세히 배우지는 않는다. 단순히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배경, 과정, 결과를 단 몇 줄 읽어버리면 그것으로 끝이다.

어렸을 적부터 아빠에게 광주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고향이 광주인 아빠는 고등학교 때까지 광주에서 지내다 졸업한 이후에 서울로 올라왔다고 한다.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아빠는 선도부장이었고 옆집에 살던 아빠 친구는 전교회장이었다고 한다.

어느 날, 학교에서 아빠와 아빠 친구를 급하게 불러 돈을 쥐어주며 도망치라고 했단다. 곧 잡으러 올 것 같다고.

그렇게 아빠와 아빠친구는 이 집 저 집 다락방에서 숨어 지냈다고 한다.

속된 말로 끌려가게 되면 죽어서 혹은 병신이 되서 나온다는 말이 있었다고 하니 당시 분위기가 어땠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렇듯 직접 겪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야말로 그 날의 생생함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저자가 당시 구속되었던 상황과 구속된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어서이다.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누군가의 딸이었다.

특별할 것도 없는 그저 평범한 이들이었다.

그렇다. 그들은 정말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나처럼, 당신처럼, 우리처럼 평범했다.

죽음의 공포를 무릅쓰고 항쟁을 펼쳤다.

고립된 상황 속에서, 극한의 상황 속에서.

그렇게 수많은 평범한 이들이 희생되었다.

 

수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는데 제대로 처벌받는 이들이 없는 것 같아 울분이 터진다.

난 그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는 말 자체를 삭제했으면 좋겠다.

수많은 이들이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했고 수많은 이들이 빗발치는 총탄에 맥없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는 커녕 두 발 뻗고 잔다는 사실이 더 기가 막힌다.

우리는 자세히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우리는 자세히 알아야 한다. 모든 사실을.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광주시민 여러분! 우리를 지켜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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