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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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친절한 레시피 낱낱이 파헤치기,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

 

 

 

 

 

『하나, 책과 마주하다』

 

나를 위해 혹은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는 건 즐거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 줄리언 반스가 가진 부엌에 대한 사색이 무겁다한들 마음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줄리언 반스 작가의 요리에 대한 사색을 책으로 보고있자니 읽는 내내 즐거워 내 책장 한켠에 있는 요리책들에게 절로 눈길이 갔다.

저자 또한 요리책 수집이 취미라는데 나 또한 레시피 수집을 꾸준히 하고 있다.

요즘은 굳이 요리책을 사지않아도 초록창에 검색하면 수만가지의 레시피들이 나오기에.

대신 카렐 메모지에 레시피를 작성해 요리파일에 모아놓고 있다.

책장 한 켠에 요리책 칸이 따로 있긴한데 엄마가 오래전에 구입한 요리책들, 원서로 된 베이킹책과 요리책, 에쎈·올리브·수퍼레시피 같은 요리매거진이 전부이다. 요리책까지 수집하면 지금 쌓아놓은 책들이 천장까지 닿을 것 같아 원서 몇 권 빼곤 요리책은 굳이 산 적은 없는 것 같다.

저자는 구간, 신간 가리지 않고 한쪽 벽면을 채울 정도로 요리책을 수집했다는데 갖고 있는 책만 해도 2천 권가량 정도 된다고 하니 책으로 빼곡하게 채워진 저자의 서재를 자연스레 상상하게 된다. (부럽다.)

 

이렇듯 요리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줄리언 반스는 요리책의 오류에 대해 한 마디를 보탠다.

대개 요리책은 요리에 자신이 없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다. 재료, 계량, 조리법 등 그 요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과정만 써놓고 끝이다.

요리책에 써진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한들 실패하는 이들도 분명 있다.

저자는 그저 맛있는 음식을 즐겁게 만들고 친구들을 독살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소소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시중에 나온 레시피를 착실하게 재현해봐도 요리책에 나온 레시피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 모금 또는 한 덩이는 얼마만큼이지? 양파의 크기는 작은 양파, 중간 크기의 양파, 큰 양파가 있는데 어떤 크기의 양파를 말하는 것이지?

자른다는 것이 slice를 하라는 건지 chop을 하라는 건지 더 나아가 slice는 finey로, chop은 finely와 roughly로 수식할 수 있는 데 말이다.

자칭 부엌의 현학자라 부르는 줄리언 반스는 정말이지 깐깐하다. 그래도 그 깐깐함 덕에 불친절한 레시피를 들고 레시피 재현 실험을 통해 부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참사를 밝혀낸다.

 

우선 디너파티란 말은 우리 집에선 금기어다. 표현에 따라 태도도 달라진다. (언젠가 내 친구가 아쉬운 듯 이런 말을 했다. "'은퇴'란 말만 아니면 은퇴를 고려해볼 텐데.") 그러니까 '친구들이 저녁을 먹으러 온다'는 완곡한 표현이 아니라 그냥 다른 표현이다. 저녁 준비에 정성이 덜 들어간다거나 그 손님과 함께 있는 걸 덜 좋아한다는 뜻이 아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오히려 그 반대다.

디너파티가 있다고 가정하면 반스는 가급적 메뉴를 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필요한 재료가 없어 낙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로운 장보기'를 하라고 권유한다. 보기도 좋고 냄새도 좋은 재료들을 구입한 뒤에 메뉴를 정해도 늦지 않기에.

 

어렸을 땐 요리하는 엄마를 옆에서 돕는 정도였지만 혼자서 제대로 요리해본 것은 중 3때부터이다.

맞벌이하는 부모님, 정확히 말하면 엄마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부엌 살림을 도맡아 했었는데 명절이라도 다가오면 나물들과 전들은 뚝딱 만들 수 있다.

다들 일하랴 공부하랴 바쁘기에, 가족과 함께 밥 먹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에 매년 우리 가족의 생일과 기념일이 다가오면 항상 특별하게 보내기 위해 그날은 꼭 시간을 비워두고 스페셜 디너를 준비한다.

평소 어떤 요리를 만들기 위해 정석대로 그 레시피를 따라하지는 않는다. 참고는 하되 내 마음대로 그 때 그 때 바꾸기도 한다.

처음에는 요리책에 나온 레시피 그대로 만들어 봤는데 이상하게 열에 한 번은 실패하였기 때문이다. 줄리언 반스의 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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