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 쓰는 사람 정지우가 가득 채운 나날들
정지우 지음 / 웨일북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 당신이 느끼는 행복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하나, 책과 마주하다

 

이불 속에 포옥 들어가 바니에게 기대어 첫 장을 펼쳤고 중간까지만 읽고 자야지 했는데 어느새 마지막장을 덮고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독서한 습관 덕에 점점 책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래서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을 때면 앉은 자리에서 두 세권은 뚝딱인 셈이다.
허나 인문·철학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글을 읽으며 끊임없이 나의 생각을 투영시키기 때문에 책 한 줄 한 줄 곱씹어보느라 시간이 꽤 걸린다.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꾸준히 접하면서 느낀 건 실상 그 말이 그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장 하나하나 곱씹어보면 받아들이는 느낌은 분명 다르다.

인문학자의 에세이는 어떨까? 꽉 채워진 성숙한 삶의 과정을 의미있게, 깊게, 쉽게 풀어냈다.

사실 우리는 눈, 시야, 세상을 받아들이는 감각은 그렇게 드넓다. 다만 한정된 시선 속에서 살아가느라 그런 가능성을 알지 못할 뿐이다. …… 작은 일상이 부드러워질 수 있는 건 어쩌면 그러한 거대함과 연결되어 있을 때가 아닌가 싶다. 작은 것일수록 거대한 것과 만난다. 작은 기쁨일수록 거대한 것에 뿌리내리고 있다. 작은 마음들이 알고 보면 거대한 마음으로부터 온다.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자주 거대한 것을 잊는다. 그래서 거대한 것과 나를 이어주는 것들을 좋아한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굴하거나 발명해야 하는 것 같다. 내가 아는, 행복을 누리는 모든 사람이 그렇다. …… 그리고 삶의 어딘가에 숨어 있던 행복을 끄집어내어 드러나게 하고, 삶 속에 안착시키는 법을 알게 되었다. …… 매일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은 단지 내가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에는 삶에 대한 최선도 포함된다. 삶에 대한 최선, 그것은 행복을 발굴하는 일이고 행복의 끈을 놓지 않는 일이다. 그럴 수만 있다면 인생에서 일어나는 몇 가지 좌절이나 실패도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우리가 하나의 생명이 되어 이 세상에 태어남과 동시에 주어지는 선물 하나가 있다. 바로 '시간'이다.
아무 대가없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지대한 혹은 미세한 영향을 끼친다.
시간의 소중함을 알기에 그 시간을 헛되이 쓰고 싶진 않다. 우리가 하나의 생명이 될 때 무제한으로 주어지는 것이기에 그 생명이 꺼지는 순간 시간 또한 자연스레 사라지게 된다.
결국 무제한의 시간을 받았지만 한정적이라는 이야기다.
주어진 시간을 통해 행복을 발굴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삶의 이유인데 죽음과 동시에 사라지는 시간을 생각해보니 자연스레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삶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 가은 것이 키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그보다는, 어쩌면 내가 어떤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런 마음이 길러진다는 느낌이다.

뜻대로 내가 원하는 시간을 만들지 못할 때도 많았다. …… 그러나 이제 나는 조금씩 시간을 다루는 방법을, 시간을 만들고 창조하며 나의 힘과 의지로 그것을 다스리는 기술을 조금은 알아가는 것 같다. 내게 주어지는 '날것' 같은 시간을 통제하고 자아내며 빚어낼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이 누적된다는 건 확실히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을 준다.

당신이 가장 아끼는 물건 하나를 가지고 어디론가 뚝 떨어진다면 당신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지내며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누군가는 카메라를 들고 그곳의 풍경을 마음껏 담아낼 것이고 누군가는 그곳을 배경삼아 피아노를 칠 것이다. 누군가는 그곳을 소재삼아 글을 쓸 것이다.

꼭 아무 방해없이 어디론가 똑 떨어져야만 내가 원하는 시간이 허락되는 것만은 아니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의 시간은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할 줄 알아야만 나의 생명이 꺼지는 그 순간까지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여 성숙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삶은 완벽하지 않기에 우리는 늘 완벽하게 만들려고 한다.

허나 완벽한 삶이 아니기에 거치는 과정에서 우리는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저자 또한 단순히 행복함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아닌 깨닫고 발굴할 때에 얻을 수 있는 것이라 강조한다.

결국 우리의 행복은 멀지 않은 곳에, 우리가 손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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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수도사들에게는 ‘아케디아Akedia‘라고 부르는 상태가 있었다. 아케디아는 ‘정오의 악마‘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이 악마는 수도사들에게 어느 오후면 찾아와, 온 세상이 멈추어버린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창밖에 지나가는 구름, 저녁을 향해 가는 태양이 거의 정지 상태와 같이 느리게 흘렀다. 수도사들은 어느 순간 그 정체된 느낌을 더 이상 견딜수 없어 방 밖으로 뛰쳐나가고, 태양만을 쳐다보며, 자신을 둘러싼 수도 생활 전체에 염증을 느꼈다.

작은 일상이 부드러워질 수 있는 건 어쩌면 그러한 거대함과 연결되어 있을 때가 아닌가 싶다. 작은 것일수록 거대한 것과 만난다. 작은 기쁨일수록 거대한 것에 뿌리내리고 있다. 작은 마음들이 알고 보면 거대한 마음으로부터 온다.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자주 거대한 것을 잊는다. 그래서 거대한 것과 나를 이어주는 것들을 좋아한다. 음악, 영화, 문학, 풍경 중에서도 그런 거대함의 감각을 일깨워 주는것들을 말이다. 그런 것들과 함께 남은 생도 살아가고 싶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굴하거나 발명해야 하는 것 같다. 내가 아는, 행복을 누리는 모든 사람이 그렇다. 심지어 타고난 천성으로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오래전부터 자기만의 행복을 발굴한 결과 그런 삶을 얻었다는 걸 알았다. 그에게는오랜 싸움의 과정이 있었다. 그리고 삶의 어딘가에 숨어 있던 행복을 끄집어내어 드러나게 하고, 삶 속에 안착시키는 법을 알게 되었다.

삶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 같은 것 이 키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보다 돈이 많아져서도, 잘생겨져서도, 대단한 성취를 이루었거나 사랑을 많이 받아서도 아니다. 그보다는, 어쩌면 내가 어떤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런 마음이 길러진다는 느낌이다.

인간이건 동물이건, 우리는 감각에서 시작되어 감각에서 끝난다. 처음 눈으로 부모를 확인하고 살결을 느끼며 삶은 시작된다. ‘엄마‘와 ‘아빠‘를 소리 내어 부르면서, 세상은 언어로 체계가 잡혀간다. 인생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고들 하지만, 실은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은 동물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인간과 나누는 가장 중요한 순간 역시 동물과 나누는 그것과 그리 다를 게 없다. 바라보고, 만지고, 부르고, 함께 웃거나 울던 나날은 모두 감각의 기억이고, 그 장면들은 그 자체로 온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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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09-03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책장님, 감기는 조금 어떠세요.
이번주에는 비가 계속 온다고 하는데, 바람이 조금 차갑습니다.
빨리 좋아지셨으면 좋겠어요.
편안한 밤 되세요.^^
 

 

스스로를 가두었던 마음의 감옥, 그 빗장이 어느 틈에 스르르 열리고 있는 걸까. 나는 그곳에서 걸어 나와 발레 슈즈를 신고 있었다.

인생의 주요한 변곡점에는 대개 ‘만남‘이 있다. 좋은 책을 만나는 것, 좋은 취미를 만나는 것, 따스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중요한 친구를 만나는 것 등 좋은 만남은 우리 인생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일이다.
내 인생에서 발레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 발레 배우기를 포기하게 된 계기, 그리고 다시 발레를 취미로 삼게 된 계기의 앞머리에도 모두 ‘만남‘이 있다.

발레를 배우면서 말을 잘하지 못하더라도 나를 표현할 방법은 여러 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레를 하는 시간만큼은 몸으로, 눈빛으로, 미소로 나를 표현하는 연습을 해 본다. 그동안 쉽사리 꺼내지 못했던 마음, 내면에 가두어 두었던 감정을 손끝에 담고 발끝으로 펼쳐 본다. 그렇게 발레 안에서 뜻밖의 안도감을 찾고 있다. 말을 잘하지 못하면 어떠한가. 중요한건 나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안녕, 오늘도 열심히 해 보자!‘
발레를 시작하며 다른 무엇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를 보며 웃고, 사랑하는 연습을 시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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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9.2


 

하나의 책장, 독서(讀書)

 

나의 독서는 양보다는 질이다.

한 달에 스무 권 이상은 족히 읽는 것을 보면 질보다는 양 아닌가 싶을텐데 내 기준에서는 더 읽을 수 있다.

평소 책을 읽을 때 설렁설렁 읽지 않고 꼼꼼하게 읽는 타입인지라 조절해가며 읽기에 나의 독서는 양보다 질이다.

 

꼼꼼히 읽는 탓일까 아님 느낀 바가 많은 탓일까.

어린 시절부터 나의 독서감상문은 길어도 너무 길었다.

-

내 다이어리에는 조그마한 색지 몇 장이 껴있다.

A5 사이즈의 조그마한 색지 몇 장은 바로 이번 달에 읽을 책 목록과 다음에 읽을 책 목록이다.

(……)

-

흘려듣는 글귀부터 책 속 구절과 명언까지 고스란히 담겨져있는 글쓰기 노트는 보물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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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가 내 삶도 한 뼘 키워줄까요? - 어른이 되어 키가 컸습니다 Small Hobby Good Life 2
곽수혜 지음 / 팜파스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 당신은 진짜 취미를 가지고 있나요, 『발레가 내 삶도 한 뼘 키워줄까요?』

 

 

 

 

 

『하나, 책과 마주하다』

당신은 진짜 취미를 가지고 있나요?


누구나 작은 얼굴과 얇고 긴 팔과 다리를 가지는 것은 아니기에 '발레'를 권유받으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다.
발레를 배우는 데 '부끄러움'은 당연한 옵션이듯 따라올지도 모른다. 특히 발레 연습복인 레오타드는 수영복처럼 몸에 딱 붙는데다 신체의 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니깐. 또한 몸은 쓰지 않으면 굳기 때문에 유연한 사람을 제외하곤 대부분 목석같을 것이다.

 

스스로를 가두었던 마음의 감옥, 그 빗장이 어느 틈에 스르르 열리고 있는 걸까. 나는 그곳에서 걸어 나와 발레 슈즈를 신고 있었다 _p.25

인생의 주요한 변곡점에는 대개 '만남'이 있다. 좋은 책을 만나는 것, 좋은 취미를 만나는 것, 따스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중요한 친구를 만나는 것 등 좋은 만남은 우리 인생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일이다. 내 인생에서 발레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 발레 배우기를 포기하게 된 계기, 그리고 다시 발레를 취미로 삼게 된 계기의 앞머리에도 모두 '만남'이 있다. _p.29

 

허나 부끄러움과 번거로움 등의 감정을 다 극복하고 ​삶의 활력을 찾아줄 진짜 취미를 갖기 위해,남자친구에게 생각지도 못한 이별통보로 인한 화를 다스리기 위해 저자가 택한 것은 바로 '발레'였다.

​발레를 배우면서 말을 잘하지 못하더라도 나를 표현할 방법은 여러 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레를 하는 시간만큼은 몸으로, 눈빛으로, 미소로 나를 표현하는 연습을 해 본다. 그동안 쉽사리 꺼내지 못했던 마음, 내면에 가두어 두었던 감정을 손끝에 담고 발끝으로 펼쳐 본다. 그렇게 발레 안에서 뜻밖의 안도감을 찾고 있다. 말을 잘하지 못하면 어떠한가. 중요한건 나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_p.34

'안녕, 오늘도 열심히 해 보자!'
발레를 시작하며 다른 무엇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를 보며 웃고, 사랑하는 연습을 시작한 셈이다. _p.38

 

단순히 저자의 발레 배우는 과정이 고스란히 책 한 권에 담겨있는 것만은 아니다.

​그녀는 발레를 통해 삶의 지혜를 터득했으며 그와 동시에 자존감 또한 한층 높아졌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발레의 첫번째는 바로 스트레칭이었다. 클래스가 시작했다는 것은 스트레칭의 시작을 의미한다.

몸 속 근육 하나하나를 느끼며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것이다.

학창시절에는 어떻게든 책상에 앉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고 대학교에 들어가고나서도 강의듣고 과외를 시작으로 알바 두 개를 하고나면 몸을 움직일 일이 거의 없었다. 집에 도착한 시간마저도 과제하거나 과외수업에 필요한 자료들을 준비하느라 바빴으니깐.

그렇게 내 몸은 점점 굳어갔고 지금은 유연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목석 수준이다. 발레 할 수준의 스트레칭을 하게된다면 눈물이 찔끔찔끔 나올지도 모르겠다.​

참 정직하지 않는가! 우리의 삶의 방식대로 몸이 길들여지는 것이!

저자 또한 살아오는 방향대로 길들여지는 몸이기에 마음까지 유연성을 잃어버린 것 같아 '발레'를 통해 말랑말랑했던, 유연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고통을 감내했다고 한다.

발레 공연이 있으면 일정을 체크해놓고 간간히 보러갔다. 그 외에는 공연했던 영상을 다운받아서 보곤하는데 그 중 Swan Lake를 가장 좋아한다.

특히 Roberto Bolle와 Svetlana Zakharova의 Swan Lake​를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른다. (가장 좋아하는 발레리노가 나오기도 하고〃)

​어린 시절부터 나는 발레를 정말 좋아했다. 선생님은 엄마께 발레쪽으로 전향시킬 생각으로 제대로 가르쳐보면 안되겠냐고 권유까지 했다고 한다.

형편상​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질 못해서 엄마는 가끔씩 발레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 때 발레를 계속 배웠으면 키도 지금보다 훨씬 많이 크고 매일매일 운동하니 지금보다 더 건강했겠지?'

'내 길이 아니었던거야. 요즘은 성인반도 있으니깐 나중에 취미로라도 배우면 ​돼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발레를 배운다는 것 자체가 '도전'처럼 느껴져서 배워보고 싶은 마음은 분명 있는데 막상 용기는 나질 않는다.

그런데 책을 읽고선 마음 한 켠에 새하얀 튀튀를 입고 날개짓을 하는 내 마음 속 발레리나가 grand jete하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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