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든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
민음사
2021-11-12
원제 : Walden
에세이 > 외국에세이
나는 단순하게 살기 위해 숲으로 갔다.
■ 책 속 밑줄
나는 한 사람이 상상의 사실을 지각 가능한 사실로 바꾸었을 때 마침내 모든 사람이 그것을 기초로 자신의 삶을 세울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맨 처음 내가 숲에 살기 시작한 날, 다시 말해 낮만 아니라 밤에도 거기서 보내기 시작한 날은 우연히도 1845년 7월 4일 미국 독립 기념일이었다. 당시 집은 아직 완성되지 않아서 겨울을 나기 어려운 상태였다. 겨우 비를 피할 정도였으며 회벽을 바르지도 굴뚝을 세우지도 않았다. 벽이라고 해야 비바람에 얼룩진 거친 널빤지뿐인 데다 틈새가 널찍하게 벌어져서 밤에는 추웠다.
장소와 시간이 모두 바뀌었고, 나는 나를 가장 매혹시킨 우주의 그 지역과 역사 속의 그 시대에 더 가까이 살게 되었다. 내가 살던 곳은 밤마다 천문학자들이 관측하는 수많은 공간만큼이나 세상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천상계의 외진 한구석, 소음과 소란에서 멀리 떨어진 카시오페이아의 의자 뒤쪽 어딘가에 희귀하고 유쾌한 곳이 있을 거라고 상상한다.
숲에서 맞이한 첫 번째 여름에 나는 책을 읽지 못했다. 나는 콩밭을 일구었다. 아니, 종종 그보다 더 나은 일을 할 때도 있었다. 정신적인 일이든 육체적인 일이든 일을 하느라 현재라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희생하고 싶지 않은 때가 있었다. 나는 삶에 넉넉한 여백을 두고 싶다.
내 집에는 의자가 세 개 있다. 하나는 고독을 위한 것이고, 또 하나는 우정을 위한 것이며, 나머지 하나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한 것이다. 예기치 않게 많은 손님이 찾아왔을 때 내놓을 의자가 세 개뿐이지만 대개는 앉지 않고 서서 방을 효율적으로 잘 이용했다. 작은 집인데 얼마나 많은 남녀가 들어올 수 있는지 놀랍다. 나는 스물다섯에서 서른 명이나 되는 영혼을 그들의 육체와 함께 한꺼번에 내 지붕 밑에 들였고, 너무 비좁아서 답답함을 느끼며 헤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고요한 겨울밤이 지나고 나는 꿈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언제, 어디서 같은 질문을 받고 대답하려 애쓰다가 부질없다고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다행히 모든 생물의 보금자리인 자연이 평온하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새벽을 열면서 내 창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비록 자연의 입술은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지만 자연과 햇빛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대지는 책장처럼 층층이 쌓여 지질학자와 고고학자들이 연구하는 대상이나 죽은 역사의 한 조각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꽃과 열매에 앞서 돋아나는 나뭇잎처럼 살아 있는 시다. 달리 말하면 화석의 대지가 아니라 살아서 꿈틀거리는 대지다. 대지의 중추를 이루는 위대한 생명에 비하면 모든 동식물의 생명은 기생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눈을 멀게 하는 빛은 우리에게 어둠이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깨어 있는 날이어야만 동트는 새벽이 찾아온다. 앞으로 더 많은 새벽을 맞이할 수 있다. 태양은 아침에 뜨는 별에 지나지 않는다.
■ 끌림의 이유
왜 자연을 향한 회귀가 우리 마음을 붙잡는 걸까요?
저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미국의 사상가이자 자연주의자입니다.
그는 복잡한 사회에서 벗어나 2년 2개월 동안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살았습니다.
『월든』은 그 시간 동안의 기록이자 단순한 삶에 대한 실천적 고백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불필요한 것을 줄이고 본질에 집중할 때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풍요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소모하며 살아가는지, 진짜 사는 것은 무엇인지를 날카롭게 질문합니다.
단순하게, 깊이 있게 살고 싶은 이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고전 에세이입니다.
■ 간밤의 단상
근래에는 J의 면모를 한껏 발휘해 빼곡히 맞춘 계획에 몸을 맡기며 생활했었습니다.
하지만 컨디션이 바닥을 치더니 결국 폐렴까지 걸려 모든 것들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언가를 더 하려 하면 할수록 과소비되는 에너지를 제 몸이 감당하지 못했던 거죠.
괜찮다가도 주사나 약효가 떨어지면 급 아픈 순간이 찾아오는데 그럴 때는 잠이라도 자면 시간이 지나가겠지 싶어 눈을 감았습니다.
한참 잤다 싶어 눈을 떠도 한 시간도 흐르지 않아 아플 때는 시간이 이렇게나 안 가나 싶었습니다.
그러다 잠깐 괜찮아질 때면 노트북이나 책을 펼쳐 약간의 시간을 보내다보면 한 시간은 기본이고 서너 시간을 훌쩍 넘겼습니다.
이럴 때마다 제가 찾게 되는 책이 하나있는데 바로 『월든』입니다.
저자는 숲에서 살며 매일 아침을 새로운 탄생의 순간으로 맞이했습니다.
그에겐 고요한 호숫가, 나무 위를 오가는 새들의 소리 그리고 스스로 지은 오두막이 온전한 세계였습니다.
그의 고독은 마치 자유 그 자체였습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 위해 숲으로 갔다. 삶의 본질적인 사실만을 마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절제된 생활을 선택했지만 결코 세상을 등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연 속에서 자신을 단단히 세운 뒤, 그 통찰을 다시 세상 속에서 실천하고자 했습니다.
사람은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삶의 균형을 이야기합니다.
이렇듯 그는 소박한 삶을 강조하며 지금까지 어떤 실패를 했든 괴로워하지 말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유롭게 독립적인 인생을 살라고 충고합니다.
근래 강원도를 자주 오가며 드높은 하늘 위에서 피어난 뭉게구름도 보고 하늘만큼 푸르름을 가득 담은 바다를도 자주 마주했습니다.
그 순간마다 느꼈습니다.
아, 이런 멈춤의 휴식도 필요하구나!
간혹 너무 빠르게, 너무 많은 것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 않나요?
책을 덮고 창문을 여니, 간밤에 이슬맞은 화단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잠시 멈추어 그 풍경을 바라보며 그가 그랬듯 저도 제 삶의 속도를 돌아봤습니다.
단순함이 빈곤이 아니라 본질로 향하는 길임을 조용히 확실하게 알려준 『월든』, 꼭 읽어보세요!
■ 건넴의 대상
도시의 소음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분에게
단순하지만 깊은 삶을 꿈꾸는 분에게
♥
자연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지만 모든 것을 일깨워줍니다.
『월든』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감상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함께 나눠주세요.
당신의 이야기가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단순하고 따뜻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