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 베스트셀러 한국문학선
이효석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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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저자 이효석

(주)태일소담출판사

2021-09-01

소설 > 한국소설





크리스마스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 아시나요?

크리스마스를 특별히 기념하고 챙기는 건 아니지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설레는 순간을 참 좋아합니다.

소품 몇 가지로 집을 아늑하고 따뜻하게 꾸밀 수 있으니 10월이면 크리스마스 소품들을 꺼내 그 느낌을 만끽하곤 한답니다.

거실에 있는 테이블보는 이미 크리스마스 느낌 물씬 나는 테이블보로 바꾸었고 어제는 책상 위에 올려놓을 조그마한 트리를 꺼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머그잔과 식기들도 일부 꺼내보려고 합니다.

책상과 근접해있는 책장 한 켠은 분기별로 책들을 바꾸고 있는데, 10월을 맞아 크리스마스 동화책들로 교체했습니다.

그렇게 빼곡하게 껴있는 책들을 눈으로 감상하고 있는데 문득 소설칸에 눈길이 흘렀습니다.

가을이면 예쁘게 꽃이 피는 메밀꽃에 말이죠.

자주 회자되는 작품인 만큼 너무 잘 알려져 있어 간략하게 「메밀꽃 필 무렵」의 줄거리를 풀어보려 합니다.





조 선달과 함께 충줏집으로 향하는 허 생원, 왼손잡이인 그는 숫기도 없어 여자와는 연분이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충줏집만 생각하면 얼굴이 붉어지고 온 몸이 떨리기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충줏집에 도착한 허 생원은 여자들과 농을 주고받는 동이를 보곤 괜스레 화가 치밀어 뺨을 때리게 됩니다.

이유 없이 뺨을 맞은 동이는 허 생원에게 특별히 따지지도 않고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그러다 동네 각다귀들로 인해 허 생원의 나귀가 날뛰게 되는데 이를 본 동이가 달려와 어떻게 다루는지 알려주게 됩니다.

나귀 소동 후에 함께 봉평 장을 떠나게 되고 허 생원은 이내 성 서방네 처녀와의 추억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을 나눈 여자와의 추억이었죠.

함께 길에 나선 조 선달은 그와 친구가 되고서부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였습니다.

동이 또한 그에게 자신의 성장 과정에 대해 말하게 되는데 문득 동이가 자신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다 개울에 빠지게 됩니다.

다음 날, 허 생원은 동이에게 동이의 어머니가 있는 제천으로 가겠다고 말하는데 동이가 왼손을 채찍을 드는 것을 보곤 깜짝 놀라게 됩니다.





허 생원과 동이를 연결해 주는 것은 봉평이고 그들이 연관되어 있음을 더 간접적으로 의미하는 것이 바로 왼손잡이입니다.

허 생원에게 봉평은 성 서방네 여자, 즉,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을 나누었던 곳이고 동이에게 봉평은 누군지도 모르는 아버지와 관련된 곳임을 암시하죠.

그의 소설을 보고 있자면 대부분 자연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허 생원과 나귀가 보여주는 정서적 융합은 물론이고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됨을 추구하는 것을 알 수 있죠.

그의 단편 중 하나인 「산」 또한 그렇습니다.

중실이 첩을 건드렸다는 누명을 쓰게 되는데 이때 갈 곳 없는 그가 향한 곳이 바로 산이었습니다.

이후 그는 자연과 하나 됨을 느끼며 그 속에서 살아가게 되죠.


저자는 식민지 시대에서 문학적 정체성을 고뇌했던 사람으로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이런 단어들이 연관 지어 생각날 것입니다.

고향, 이방인, 생활 문화, 자연, 사회주의 등등.

이른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난 그가 더 오래 살았다면 더 좋은 작품들을 많이 남기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단편문학이 가득한 『메밀꽃 필 무렵』은 대부분 문학 시간에 지문으로 한 번 이상은 접하는 유명한 작품이죠.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읽어보고 이후 서너 번은 더 읽어보았으니 저도 꽤 오랜만에 읽어보았습니다.

(참고로 『메밀꽃 필 무렵』은 내용은 같지만 출판사마다 조금씩 다르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 단편문학의 재미를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책이 바로 권정생 작가님의 『깜둥바가지 아줌마』입니다.

「깜둥바가지 아줌마」도 물론 좋아했지만 「사슴」, 「쌀 도둑」이 저에겐 크게 와닿아 어린 시절에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려보긴 처음이었습니다.

메인인 「메밀꽃 필 무렵」도 물론 좋지만 「산」, 「들」이란 단편도 꽤 인 상깊습니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곳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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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4-10-10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학창시절 부터 <메밀꽃 필 무렵> 의 결말 이후가 궁금했어요. 과연 동이는 허생원의 친자가 맞았을까? 우연이 아니 였을까? 허생원이 봉평에서 동이 엄마를 만났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아니면 진짜로 맞다면 그들의 이후는 어떻게 될 까? 등등 망상을 하곤 했어요. 하나의 책장님 리뷰를 보니 다시금 그때의 공상이 떠오릅니다. ㅎㅎ 하나의 책장님,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요. ^^
 




언덕에 바로 누워



언덕에 바로 누워

아득한 푸른 하늘 뜻없이 바라보다

나는 잊었읍네 눈물 드는 노래를

그 하늘 아슬하야 너무도 아슬하야


이 몸이 서러운 줄 언덕이야 아시련만

마음의 가는 웃음 한 때라도 없드라니

아슬한 하늘 아래 귀여운 맘 질거운 맘

내 눈은 감기었네 감기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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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1 : 인간의 자각과 개명 - 동서양 고중세 철학과 미래 세계에 대한 성찰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1
백종현 외 지음, 백종현 엮음 / 21세기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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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1 : 인간의 자각과 개명 - 동서양 고중세 철학과 미래 세계에 대한 성찰

저자 백종현 외 16인

21세기북스

2024-08-01

인문학 > 철학 > 교양 철학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2 : 인간 문명의 진보와 혼란 - 서양 근대 철학과 감성과 이성의 경합

저자 이재환 외 18인

21세기북스

2024-08-01

인문학 > 철학 > 교양 철학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3 : 인간 교화의 길 - 참인간을 향한 유불도 삼교의 진의

저자 한형조 외 16인

21세기북스

2024-08-01

인문학 > 철학 > 교양 철학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4 : 현대 문명의 향도 - 인류 문명 진보를 위한 현대 철학의 모색들

저자 이명현 외 20인

21세기북스

2024-08-01

인문학 > 철학 > 교양 철학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은 한국 철학자들이 사유한 내용이 담긴 책입니다.

74인의 철학자들이 한 철학자를 위해 합심하여 글을 썼다면 믿으시겠나요?

이들이 모인 이유는 바로 이명현 서울대 명예교수의 85세수를 기념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명현 교수님이라고 하니 조금 낯이 익지 않나요?

네, 몇 달 전에 포스팅했던 『철학은 시대의 내비게이션이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이명현 교수님은 오늘날 한국 철학계를 형성하고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큰 공을 세우신 분으로, 이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학계를 더 발전시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74인의 철학자들이 모인 것입니다.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1 : 인간의 자각과 개명 - 동서양 고중세 철학과 미래 세계에 대한 성찰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1』에서는 유교, 불교 도교와 고대 그리스 철학을 통해 철학을 개척한 선각자들의 지혜에 대한 내용입니다.

특히 동/서양 철학의 탄생 배경을 시작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함께 미래철학이 마주해야 할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중세 철학자들이 마주했던 고민 그리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와 깨달음은 현재 우리가 지녀야만 하는 자세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그 보편적 가치는 유효하니깐요.

또한, 1권에서는 미래에 당면하게 될 문제들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며 철학이 그려보는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솔직히 철학과 현실은 맞지 않는다는 다수의 의견도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현실에 부딪히며 살다 보니 철학에서 배웠던 원초적인 내용들이 희미해져만 갔죠.

책에서도 이러한 점을 짚어줍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철학이 단순히 지적 유희로 치부되는 이유가 철학이 단단히 닻을 내려야 할 현실로부터 자꾸만 멀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즉, 철학은 현실과 맞닿을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는 의미로 철학과 현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것입니다.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2 : 인간 문명의 진보와 혼란 - 서양 근대 철학과 감성과 이성의 경합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2』에서는 이성과 감성이 대립하는 서양 근대 철학과 칸트와 헤겔, 그리고 니체,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대한 내용입니다.

인간에 관한 내용으로 인간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혼란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어떻게 해결하였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인간성의 핵심 요소는 감성과 이성입니다.

이 주제는 예부터 철학자들의 끊임없는 화두에 올랐었지요.

인간의 본질은 생각하는 존재입니다.

판단이 잘못되었다 해도, 사실이라고 인식하는 것에 속고 있더라도 우리가 인식하고 의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데카르트가 이러한 결론에 도달했었겠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헤겔에 따를 때 철학은 이처럼 자신이 발 딛고 선 세계의 ‘현재’ 삶 속에 녹아 있는 정신의 본질과 이념을 사유하고 그것의 ‘실현’을 촉진하는 일, 그래서 이 세계가 그것 본연의 이성적 규범에 더 잘 부합되도록 만드는 일에 복무하면서 ‘미래’의 전망을 여는 시대의 아들이다. 그러므로 헤겔이 참된 철학의 모습을 묘사하기 위해서 황혼녘이 되어서야 날개를 펼치는 미네르바의 올빼미라는 메타포를 사용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대미문의 규범적 이상이나 유한한 인간의 세상 안에서는 결코 실현될 길이 없는 절대적인 초월적 이념 같은 것에 매달리기를 삼가는 철학, 현재의 우리 세계를 구성하는 특유의 현상과 규범적 이념을 개념적으로 사유하는 철학, 그런 철학은 현실의 정신이 무르익은 다음에라야 비로소 ‘시작’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_헤겔


이러한 감성과 이성의 입체적 고찰은 여러 철학자들의 사상을 도출시키게 됩니다.

철학자들의 사상이 단순히 읽는 것으로 이해하기에는 난해한 부분도 있어 한 번에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책에서 특히 데카르트, 칸트, 헤겔에 대한 사상이 잘 정리되어 있어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TIP!

특히 서양철학에서 유명한 철학자들로만 구성된 책이 여러 권 있습니다.

처음 서양철학을 이해하려 할 때 시작을 이렇게 하였고 이후 필요한 인물들만 단독으로 나온 책들을 읽기 시작했었습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읽는 것도 서양철학 사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3 : 인간 교화의 길 - 참인간을 향한 유불도 삼교의 진의


근래 동양철학이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3』에서는 유불도 삼교의 진리를 살펴보며 점차 사라져가는 인간다움을 회복시킬 방법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성장하는 길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철학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이는 제가 철학 수업을 들었을 때도 강조받았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동양사상은 참사람으로 향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양사상은 서양사상과 달리 종교만 해도 다양한 모습을 취하고 있어 크게 주목받지 못했었죠.

그러나 미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간의 영역이 위협받고 있는 문제점이 생기다보니 동양사상이 가지고 있는 인간다움이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동양사상이 서양철학의 허점을 극복하기 위한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온전한 통나무를 깎아내지 않고서 어떻게 술통을 만들 수 있으며, 백옥을 망가뜨리지 않고 어떻게 구슬을 만들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참된 도와 덕을 망가뜨리지 않고 어떻게 인의를 얻을 수 있으며, 타고난 성정에서 벗어나지 않고 어떻게 예악에 맞추어 행동할 수 있겠는가?

_장자 : 외편


「논어」, 「맹자」 다음으로 읽었던 책이 바로 「장자」였습니다.

『장자』는 크게 내편ㆍ외편ㆍ잡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가 마주하는 문제에도 언제나 적용할 수 있습니다.

3권에서는 장자 사상은 물론 이황, 이이, 원효 대사가 당면했던 문제 및 사상에 대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4 : 현대 문명의 향도 - 인류 문명 진보를 위한 현대 철학의 모색들


철학이 미래의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의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철학자들이 시대의 변화를 미리 예측할 순 없기에 아무리 이성적인 생각으로 사유한다 해도 철학자가 살고 있는 시대는 고스란히 반영되고 그 시대를 뛰어넘어 사유할 순 없습니다.

그렇다면 인류가 가져야 할 바람직한 자세는 무엇일까요?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4』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에 대해 철학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내용입니다.



철학의 문제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역사함을 통한 철학함, 즉 철학의 역사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역사화의 이유 혹은 동기다. 문제화로서의 철학의 ‘어떻게’와 ‘왜’ 모두가 철학을 문제화하지만 ‘어떻게’는 ‘왜’와의 관계에서 논의되지 않으면 과녁에 도달하지 못한다. 푸코는 왜 역사적 문제화의 방식으로 철학을 수행했는가? 이것이 이 글을 인도하는 물음이며, 이 물음의 인도하에서만 ‘비오스(bios)’와 ‘에토스(ethos)’라는 철학의 오랜 문제가 철학의 문제화의 정점으로 제기되는 후기 푸코의 행로의 철학적 함축을 이해할 수 있다.



이명현 서울대 명예교수님의 전공은 분석철학입니다.

분석철학을 연구할 당시 국내에서는 겨우 구색만 갖추었을 뿐 이렇다 할 진척이 없었는데 이명현 교수의 연구 성과에 의해 길이 열렸다고 합니다.


이명현 교수님이 쓴 『철학은 시대의 내비게이션이다』를 조금 살펴보려 합니다.

교수님은 인간의 삶이란 자연-타인-자기자신 틀 속에서 엮어지는 것으로 이러한 삶의 틀 속에서 인간은 있음과 바람직함에 관한 개념의 지도를 그리며 됨을 위한 탈바꿈의 몸짓을 하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철학함이란 이러한 개념의 지도 그리기와 탈바꿈을 노리는 몸짓을 의미합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초월의 삶의 태도'란 욕망의 대상의 충족을 지속적으로 도모하는데 초점을 두지 말고 맞물림이라는 원초적 구조와 어긋나는 자기 욕망에 대해 초월적 태도를 취하는 삶의 자세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개념의 기동훈련이 아닌 자기의 탈바꿈이라는 됨의 사건을 통해 이룰 수 있습니다.

서로 물려 있다는 것은 결국 존재의 원초적 구조입니다.

즉, 원초적 구조를 바로 보지 못해 양산되는 문제들이니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바로 보는 것입니다.





업로드하기 전에 고민이 되었답니다.

한 권씩 내용을 업로드하자니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일단은 네 권의 내용을 최대한 축약해 한 번에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이후 한 권, 한 권씩 개별적으로 포스팅할 예정이니 전체적인 시리즈의 흐름을 읽고 싶으시다면 이번 포스팅을 주목해 읽어주시면 됩니다.


워낙 방대한 양인데다 포스트잇을 붙이고 메모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꽤나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겹치는 주제 없이 4권을 시리즈를 완성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과거 동/서양 철학의 탄생을 시작으로 유불도 삼교는 물론 포스트모더니즘 철학 그리고 분석 철학까지 다 들어있으니 제가 애정을 가지고 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책은 철학과 현실의 관계에 대해 사유하면서 나온 내용들로 처음엔 저자들 모두 정해진 주제 없이 각자의 생각을 썼다고 합니다.

그들의 생각을 한데 모아보니 공통된 주제들이 겹쳐 분류하게 되었고, 그렇게 네 권의 시리즈가 완성되게 된 것입니다.

참 신기했던 건 시리즈를 전부 다 읽다 보면 느끼겠지만 개개인의 생각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말은 결국 일관성이 띤다는 점입니다.


전 동/서양 철학 책을 고를 때, 과거 철학자들이 쓴 책들 위주로 골라 읽곤 합니다.

물론 현대에 활동하는 철학자들이 쓴 책을 읽기도 하지만 많이 읽는 편은 아니죠.

동양 사상에서는 대개 중국이 주목받고 있는데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한국 철학계도 언젠가 세계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한 획을 그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철학에서 답을 구할 수 있다는 길을, 간혹 잊곤 합니다.

그렇게 잊고 있음에도 매일매일 사유하고 있다는 게 참 신기하죠.


이명현 교수님은 말합니다.

오늘의 철학은 우리 현실이 안고 있는 문제의 뿌리를 더듬어 파고들어 가 도려낼 것은 도려내고, 수선할 것은 수선하며, 조정과 조절이 요구되는 것은 그에 맞는 처치를 해야 한다고.



현실을 외면한 철학은 쓸모없고, 철학 없는 현실의 개혁은 무모하고 좌초하기 쉽다. _이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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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유성에서 조치원으로 가는 어느 들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그루 늙은 나무를 만났다. 수도승일까. 묵중하게 서 있었다.

다음 날은 조치원에서 공주로 가는 어느 가난한 마을 어귀에 그들은 떼를 져 몰려 있었다. 멍청하게 몰려 있는 그들은 어설픈 과객일까. 몹시 추워 보였다.

공주에서 온양으로 우회하는 뒷길 어느 산마루에 그들은 멀리 서 있었다. 하늘 문을 지키는 파수병일까. 외로워 보였다. 

온양에서 서울로 돌아오자. 놀랍게도 그들은 이미 내 안에 뿌리를 펴고 있었다. 묵중한 그들의 침울한 그들의, 아아 고독한 모습, 그 후로 나를 뽐아낼 수 없는 몇 그루의 나무를 기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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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자의 세계

저자 콜린 살터

해나무

2024-09-30

과학 > 기초과학 / 교양과학

과학 > 의학





현재까지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해부학 기록은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이다. 파피루스 자체도 3600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그 안에는 5000년 전 문헌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그중 하나는 머리 외상을 포함해 각종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군용 안내서로 추정된다.


1930년에 처음 해독되었을 때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에서 뇌를 뜻하는 상형문자(말 그대로 ‘두개골의 내장skull offal’)를 포함해 처음으로 해부학 용어가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파피루스는 뇌의 여러 부위를 기술하고, 머리를 다쳤을 때 몸에 나타나는 증상을 설명한다. 현재 뉴욕 의학 아카데미의 여러 소장품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유물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며 서유럽은 이른바 중세 암흑기에 들어섰다. 로마 문명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사라지면서 예술과 과학이 쇠퇴하자 지적 활동의 본거지가 동쪽의 콘스탄티노플로 옮겨갔다. 그곳에서도 갈레노스는 동로마제국을 통해 이슬람 사상에 영향을 미쳤다. 갈레노스가 사망한 직후, 그리고 그때부터 수 세기 동안 그의 여러 저술이 아랍어, 페르시아어, 시리아어로 번역되었다. 그러면서 서양 세계에서 과학이 고대 문헌에 대한 철학적 연구로 후퇴하던 시기에, 중동에서는 해부학에 대한 관심이 활활 타올랐다.



『인체의 해부』는 몬디노 데 루치가 1316년에 쓰고 1478년에 출간된 책이다. 인쇄술의 출현으로 전체적으로 복제가 편리해졌고 삽화를 판화로 넣을 수 있는 유용한 기능도 생겼다.


일부 역사가는 몬디노가 해부를 수행하긴 했으나 그런 공개적인 시범은 대개 해부학자가 직접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해부학자는 단상에 올라가 해부 과정을 말로 설명하며 대개는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연극의 내레이터처럼 책을 소리 내어 읽었다. 공개 해부에는 보통 세 사람이 참여하는데, 강독사lector(라틴어로 읽는 사람이라는 뜻)는 높은 곳에 앉아 책을 들고 해부 구조를 설명한다. 해부자sector(자르는 사람이라는 뜻)는 실제 절개와 적출을 담당한다. 지시자ostensor는 마치 칠판 앞의 선생님처럼 뾰족한 막대기를 들고 강독사가 설명하는 부위를 가리키며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킨다.



귀도의 삽화는 자신과 몬디노가 쓴 글의 이해를 높인 공이 있지만 확실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함께 묶일 수준은 아니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루긴 했어도 예술가는 아니었던지라 참수형을 당한 죄수의 머리에서 덮개뼈를 제거하는 이미지에서 원근법은 재앙에 가깝다. 마치 어린아이가 아침 식탁 위 에그 컵에 담긴 달걀을 그린 수준이다. 그러나 덮개를 머리 위가 아닌 옆에서 보여주고 정수리에서 두 판의 접합부인 두개봉합을 달걀에 금이 간 것처럼 묘사했다.



볼로냐에서 몬디노의 햅학을 연구한 사람 중에 야코포 베렌가리오 다 카르피(1460?~1530)가 있었다. 그는 몬디노의 『인체의 해부』 초판이 출간된 지 얼마 안 된 1489년에 볼로냐대학교에서 학위를 받았다. 외과외사의 아들인 베렌가리오는 볼로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아버지를 통해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풍부한 해부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인체에 괴망 retemirabile(소동정맥그물. 동맥과 정맥 사이의 교환을 통해 열을 보존하는 조밀한 혈관 네트워크)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반박했다. 괴망은 새, 물고기, 포유류를 포함해 많은 척추동물에서 나타나는데, 특히 갈레노스는 양의 해부에 기초해 인간의 해부 구조에도 괴망이 존재한다고 가정한 바 있다.



해부학자는 신체기관과 기관계에 대한 과학적 진실을 추구했지만, 예술가들은 초상화의 진실성을 갈구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와 조각가들은 해부학이 인간의 겉모습에 미치는 영향에 더 관심을 보였다. 예를 들어 팔 근육의 배열을 이해하면 사람의 몸짓을 더 잘 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골격에 대한 지식은 극적인 장면의 동작과 자세를 생생하게 표현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



해부된 남녀는 최소화된 풍경 안에 있다. 이 배경은 보는 이의 시선이 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세부 묘사를 절제하면서, 눈요깃거리로 강가의 배나 분류학적으로 정확하게 묘사된 식물 등을 보여준다. 피부를 벗기고 기관이 드러나는 부위는, 예를 들어 여성의 생식기관 주변은 마치 꽃잎이 벌어지듯 예술적으로 묘사되었으며, 잠자는 아기는 마치 담요를 끌어당기듯 자기 피부를 들어 올려 붙들고 있다. 심지어 해골은 제 살가죽을 끝까지 벗겨내어 내부가 잘 보이게 한다.



책을 구매하는 대중에게 현미경 해부학은 그저 참신한 눈요깃거리일 뿐이었지만 해부학자들은 서서히 그 무한한 가능성을 깨달았다. 레이던대학교를 졸업한 네덜란드 대학원생 얀 스바메르담(1637~1680)은 이 분야의 선구자였다. 그는 일찍이 곤충의 생활사를 연구했으며, 세상을 떠난 후 한참 뒤인 1737년에야 출간된 『자연의 성서Bybel der natuure』는 해부와 현미경으로 관찰한 종합 곤충 해부학 책이었다. 그는 아주 작은 생물에서도 신의 지고함을 보았고, 자신의 연구를 신의 경이로움에 바치는 찬사로 여겼다.



이런 불미스러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1752년에 영국 정부는 살인법을 제정해 처형된 살인자의 시신에 한 번 더 칼을 대는 공개 해부형解剖刑을 시도했다. 사형 집행 장소에서 ‘공식적인’ 절개를 마치면 시신을 의과대학으로 옮겨 더 자세히 해부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이 법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해부에 대한 대중의 혐오감을 조성해 범죄 발생을 막고 해부학자에게 더 많은 시신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1774년에 이들은 쿨무스 작 『해부도표』의 일본어 번역서를 『해체신서解體新書』라는 책으로 출간했다. 이 책은 쿨무스의 원본만이 아니라 여러 해부학 책에서 삽화를 빌려왔다. 그중 하나가 후안 발베르데의 『인체 구성의 역사』(1556)인데, 이 책도 삽화를 베살리우스의 『파브리카』에서 ‘빌려온’ 것이었다. 일부는 호버르트 비들로의 『인체의 해부학』(1685)에 처음 실린 삽화였다. 불과 2년 전에 출판된 『해시편』과 비교하면 놀라운 발전이었다. 가와구치 신닌의 해부도는 400년 전 가지와라 쇼젠의 그림을 상기시켰지만, 『해체신서』는 18세기의 현실성과 정확한 세부 사항을 자랑했다. 네덜란드 책이 일본어로 번역되었다는 것은 엄청난 의의가 있었다. 일본의 고립 정책은 1869년까지 계속되었으나 서양의 해부학은 최초로 그 저지선을 돌파한 과학 중 하나였다.



해부학 교사와 학생이 아주 오랫동안 겪어온 가장 큰 문제는 시체가 금방 부패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해부 수업은 날씨가 추운 겨울에만 할 수 있었다. 따라서 해부학 발전에 가장 보탬이 된 발명은 냉장 기술이었다. 각 기관이나 기타 표본은 알코올에 보관하면 되지만, 시신을 통째로 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프랑스의 페르디낭 카레와 독일의 카를 폰 린데가 1860년대에 냉장 기술을 연구했지만, 해부학에서 최초로 사용된 냉동법은 훨씬 구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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