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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ㅣ 베스트셀러 한국문학선
이효석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9월
평점 :
메밀꽃 필 무렵
저자 이효석
(주)태일소담출판사
2021-09-01
소설 > 한국소설
크리스마스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 아시나요?
크리스마스를 특별히 기념하고 챙기는 건 아니지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설레는 순간을 참 좋아합니다.
소품 몇 가지로 집을 아늑하고 따뜻하게 꾸밀 수 있으니 10월이면 크리스마스 소품들을 꺼내 그 느낌을 만끽하곤 한답니다.
거실에 있는 테이블보는 이미 크리스마스 느낌 물씬 나는 테이블보로 바꾸었고 어제는 책상 위에 올려놓을 조그마한 트리를 꺼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머그잔과 식기들도 일부 꺼내보려고 합니다.
책상과 근접해있는 책장 한 켠은 분기별로 책들을 바꾸고 있는데, 10월을 맞아 크리스마스 동화책들로 교체했습니다.
그렇게 빼곡하게 껴있는 책들을 눈으로 감상하고 있는데 문득 소설칸에 눈길이 흘렀습니다.
가을이면 예쁘게 꽃이 피는 메밀꽃에 말이죠.
자주 회자되는 작품인 만큼 너무 잘 알려져 있어 간략하게 「메밀꽃 필 무렵」의 줄거리를 풀어보려 합니다.
조 선달과 함께 충줏집으로 향하는 허 생원, 왼손잡이인 그는 숫기도 없어 여자와는 연분이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충줏집만 생각하면 얼굴이 붉어지고 온 몸이 떨리기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충줏집에 도착한 허 생원은 여자들과 농을 주고받는 동이를 보곤 괜스레 화가 치밀어 뺨을 때리게 됩니다.
이유 없이 뺨을 맞은 동이는 허 생원에게 특별히 따지지도 않고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그러다 동네 각다귀들로 인해 허 생원의 나귀가 날뛰게 되는데 이를 본 동이가 달려와 어떻게 다루는지 알려주게 됩니다.
나귀 소동 후에 함께 봉평 장을 떠나게 되고 허 생원은 이내 성 서방네 처녀와의 추억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을 나눈 여자와의 추억이었죠.
함께 길에 나선 조 선달은 그와 친구가 되고서부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였습니다.
동이 또한 그에게 자신의 성장 과정에 대해 말하게 되는데 문득 동이가 자신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다 개울에 빠지게 됩니다.
다음 날, 허 생원은 동이에게 동이의 어머니가 있는 제천으로 가겠다고 말하는데 동이가 왼손을 채찍을 드는 것을 보곤 깜짝 놀라게 됩니다.
허 생원과 동이를 연결해 주는 것은 봉평이고 그들이 연관되어 있음을 더 간접적으로 의미하는 것이 바로 왼손잡이입니다.
허 생원에게 봉평은 성 서방네 여자, 즉,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을 나누었던 곳이고 동이에게 봉평은 누군지도 모르는 아버지와 관련된 곳임을 암시하죠.
그의 소설을 보고 있자면 대부분 자연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허 생원과 나귀가 보여주는 정서적 융합은 물론이고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됨을 추구하는 것을 알 수 있죠.
그의 단편 중 하나인 「산」 또한 그렇습니다.
중실이 첩을 건드렸다는 누명을 쓰게 되는데 이때 갈 곳 없는 그가 향한 곳이 바로 산이었습니다.
이후 그는 자연과 하나 됨을 느끼며 그 속에서 살아가게 되죠.
저자는 식민지 시대에서 문학적 정체성을 고뇌했던 사람으로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이런 단어들이 연관 지어 생각날 것입니다.
고향, 이방인, 생활 문화, 자연, 사회주의 등등.
이른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난 그가 더 오래 살았다면 더 좋은 작품들을 많이 남기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단편문학이 가득한 『메밀꽃 필 무렵』은 대부분 문학 시간에 지문으로 한 번 이상은 접하는 유명한 작품이죠.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읽어보고 이후 서너 번은 더 읽어보았으니 저도 꽤 오랜만에 읽어보았습니다.
(참고로 『메밀꽃 필 무렵』은 내용은 같지만 출판사마다 조금씩 다르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 단편문학의 재미를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책이 바로 권정생 작가님의 『깜둥바가지 아줌마』입니다.
「깜둥바가지 아줌마」도 물론 좋아했지만 「사슴」, 「쌀 도둑」이 저에겐 크게 와닿아 어린 시절에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려보긴 처음이었습니다.
메인인 「메밀꽃 필 무렵」도 물론 좋지만 「산」, 「들」이란 단편도 꽤 인 상깊습니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곳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