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우체국 - 황경신의 한뼘이야기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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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계절의 이야기를 담은, 『초콜릿 우체국』

 

 

 

 

 

『책에서 마주친 한 줄』

 

"코끼리야, 기억해. 이 세상에는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하면 이룰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아. 우린 지금 막 그중 한 가지를 해낸 거야."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야. 살아서 무엇을 볼 수 있느냐, 그곳에 있을 수 있느냐가 문제인 거지. 그게 정말 슬픈 거라고."

-필립 K. 딕, 「시간 여행자를 위한 작은 배려」중에서

 

"그런데 엄만 왜 지금은 날지 못해요?"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란다, 얘야. 사람들은 어른이 되면 나는 법을 잊는단다."

"왜요?"

"어른들은 더 이상 쾌활하지도 않고 순수하지도 매정하지도 않으니까. 오직 쾌활하고 순수하고 매정한 사람만이 날 수 있단다."

-제임스 매튜 배리, 『피터 팬』중에서

 

"너는 고독 속에서 부드러운 마음으로 에고이스트처럼 나는 사랑할 수 있어?"

-알베르 카뮈, 「정의의 사람들」중에서

 

천천히 세상의 마지막 날이 저물고 있었다. 조용히 녹아내리고 있는 얼음산 위에서 수천 개의 방울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지금 죽지 않으면 자연의 일부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그래도 아직은 자연이 남아 있으니까.'

자연은 마지막으로 가녀린 숨을 내쉬고, 나를 끌어안으며 호흡을 멈추었다.

 

 

 

『하나, 책과 마주하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사계절의 이야기가 담아있는 따뜻한 책이다.

출근길 지옥철 안에서 읽기란 쉽지않았지만 그래도 손에서 뗄 수 없는 그런 책이였다.

몇몇 이야기들과 인상깊었던 구절들이 계속 맴맴 돈다.

 

그 중에서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은 바로 '곰스크로 가는 기차'였다.

짤막하게 소개하자면 이제 막 결혼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곰스크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남자는 곰스크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온 재산을 탈탈 털어 곰스크로 가는 기차표를 끊은 남자와 여자. 그들은 기차를 놓쳤고 결국 조그마한 마을에 머물게된다.

그리고 다시 곰스크로 가기위해, 곰스크로 가기위해 돈을 모은다. 그렇게 한 푼, 두 푼 모으는 그들.

결국 곰스크로 가는 기차표를 구입했을 때, 남자는 그렇게 가고싶어했지만 여자가 아이를 임신했다는 소식에 결국 그 마을에 계속 머물게된다.

 

"그리고 소설은 남자의 독백으로 끝나. 나는 아직도 곰스크로 가는 표를 사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

 

"그 이야기에서, 남자와 여자의 입장은 늘 바뀌는 거라고 생각해. 때로는 남자가, 때로는 여자가 서로의 발목을 잡기도 하고, 곰스크로 가자고 끌어당기기도 하고, 또는 가족이, 친구가, 사회가, 절망과 희망을 던져주기도 하겠지. 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별로 없어. 다만 오래전에 읽었던 그 소설이 내 마음속 어딘가에 가라앉다 있다가 가끔 선명하게 떠오른다는 거지. 마치 아무런 위험도 없어 보이는 사화산이 갑자기 폭발하듯이. 그럴 때면 난 불에 덴 듯이 깜짝 놀라서, 나도 모르게 곰스크, 라고 말하게 돼."

 

그 남자는 그럼 결국 불행했을까? 행복했을까? 분명 곰스크에 대한 동경은 아직도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행복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쉬움과 동경심이 남았다는 말이 더 적합할 것 같다.

 

봄은 따뜻하고, 여름은 덥고, 가을은 쌀쌀하고, 겨울은 춥다.

따뜻하고, 더운, 쌀쌀하고, 추운 이야기들이 가득 담긴 『초콜릿 우체국

 

소녀가 말했다.

"왜 별다른 운명을 가진 사람만 훌륭하다고들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그건 그들만이 외로움을 견딜 줄 알기 때문이지.

그들은 그저 묵묵히 외로움을 견뎌낼 줄 알거든.

하버드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삼켰다.

-로버트 F.영, 「별들이 부른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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