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언니에게 소설Q
최진영 지음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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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야 말할 수 있다, 『이제야 언니에게』

 

 

 

 

 

『하나, 책과 마주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숨어야만 하는 세상이다. 오히려 보호받고 구제받는 것이 맞는데 말이다.

질이 안 좋은 사건들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나아가 가해자가 오히려 떵떵거리는 경우도 허다하니 절로 가슴을 치게 만든다.

2008년 7월 14일 월요일, 끔찍한 그날을 찢어버리고 싶은 사건이 일어난다.

열한살이 된 제야는 하루에 두번씩 일기를 썼다. 두 개의 일기를 쓰는 것이다.

하나는 학교제출용 또다른 하나는 자신의 속마음을 고스란히 털어놓는 용으로.

동생인 제니와 사촌동생 승호와 함께 학교수업을 마치고 아지트로 향한다.

버려진 컨테이너가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그들의 아지트였다.

그 날 제야는 하교 후에 자연스레 아지트로 향했고 제니와 승호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제야가 마주한 사람은 제니와 승호가 아니었다.

같은 동네에 살던 당숙을 마주했는데 항상 다정하기만 했던 당숙이 순식간에 돌변하여 제야를 덮친 것이다.

그렇게 2008년 7월 14일도 15일도 16일도 일기를 쓰지 못했다. 보름 가까이 쓸 수 없었던 것이다.

문득 휴대폰을 켜 액정에 뜬 날짜를 본 제야. 지난날들이 통째로 사라져버린 느낌이었다.

도리어 겁이 나 묻어두고 살텐데 제야는 또다시 당숙이 제니에게까지 덮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산부인과와 경찰서를 직접 찾아가 나홀로 대응하게 된다.

분명 그 모든 것을 감당하기 힘들텐데 더 힘든 것은 부모를 포함해 친척들까지 소극적으로 일관했고 친구들마저도 저버리자 제야는 혼자 사는 이모와 함께 살게 된다. 나홀로 멀리 떨어져 이모와 함께 살고있다 한들 그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제야는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취업도 전망도 중요하지만 네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공부를 하면 좋겠다는 이모의 조언에 심리학과에 진학까지 했지만 졸업하지 못했다. 과거의 고통이 그녀를 끊임없이 옥죄어오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제야는 여기까지 왔기에 어떻게든 버텨내기 위해,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제야는 다시 시작할 것이다.

제야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싶었다. 우울과 고통과 불안을 듣고,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 언젠가는,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눈으로 타인의 마음을 바라보고 싶었다. 그들이 무릎을 세우고 일어설 수 있도록, 왼쪽 벽에 손을 댈 수 있도록, 그들의 오른손을 잡고 싶었다. 그리고 평생, 타인의 마음을 바라보는 눈으로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제야는 정말 그러고 싶었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울컥하며 괜시리 울분에 차오르기까지 했다.

덤덤한 태도로 그 모든 것을 대응하려고 했던 제야의 마음을 들여다보지는 못하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가족들이 참 미웠다.

겉으론 덤덤해보여도 분명 그렇지 않으니깐.

나는 웬만하면 지하철보다는 버스를 타는 편이다. 한번은 출근길에 불쾌한 터치가 있었다. 뒤를 돌아볼 틈도 없이 문이 열리고선 우르르 사람들이 내려 누가 그랬는지도 모른다. 물론 사람이 많아 우연히 터치한 게 아니냐 할텐데 분명 힙 부분을 터치하며 움켜잡았었다. 순식간에 말이다.

또다른 한번은 늦은 밤에 과외수업을 끝내고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그 날 따라 그 넓은 전차 한 칸에 사람이라곤 나랑 아저씨들 두 세명 뿐이 었는데 어느 한 분이 갑자기 내 옆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노선도를 보는 척하며 자리를 옮겼는데 순식간에 그 아저씨가 또 내 옆에 앉은 것이었다. 그 순간 온 머리털이 쭈뼛쭈뼛 서기 시작했는데 오빠한테 전화를 걸었고 마침 다다음역에 있었던 오빠친구가 데리러 와줘서 벗어날 수 있었다.

큰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십대 초반에 일어났던 일들이라 지금 생각해도 오금이 저리고 무섭고 그렇다.

실제 나쁜 일을 당했던 피해자들은 대부분 고통 속에 허덕이며 이전처럼 살지는 못한다.

가해자는 혹독한 벌을 받고 피해자는 끝까지 보호받아야 하는 게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그렇게 세상이 돌아가야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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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12-31 2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책장님, 새해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조금 있으면 2020년 경자년이 됩니다.
새해에도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하나의책장 2020-01-01 21:5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초딩 2019-12-31 2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의책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하나의책장 2020-01-01 21:55   좋아요 0 | URL
초딩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