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詩作 - 테드 휴즈의 시작법
테드 휴즈 지음, 김승일 옮김 / 비아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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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라보고, 만지고, 냄새 맡고, 귀기울여 내 생각을 쓰는 일, 『오늘부터, 詩作』

 

 



 

『하나, 책과 마주하다』

일상의 모든 것들이 다 소재가 될 수 있기에, 평소 눈에 띄는 '소재'만 발견한다면 시를 쓰고 글을 쓴다.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시는 어린 시절부터 써왔던 것 같다.
아마 어린 시절의 환경때문일 수도 있겠는데 그 때부터 유난히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예전에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남들이 보기에 혼자서 생각해 보이는 것이 멍 해보일 수 있어 혼자서 생각하고 사유하는 시간을 꼭 가졌다.
공유하지 못하고 혼자서 품고있는 고민들이 많았기에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생각이 정리되지 못하는 날이 갈수록 쌓여가지만 간혹 생각이 정리되면 글 혹은 시로 옮긴다.
글은 쓰다보면 모든 것을 다 토해내듯이 쓰게 되지만, 시는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아도 단지 함축적인 단어만으로도 그 당시의 내 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는 숙제처럼 매일 일기를 써서 제출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옅은 웃음이 터진다.
그 날의 일을 함축시켜 시처럼 써서 내곤 했는데 선생님께서는 오히려 글 밑에 이런 말을 써주셨다. '하나의 시, 보는 재미가 있구나!'라고.
그 때 담임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일부러 책을 읽어주시는 시간을 가지실 정도로 문학을 굉장히 사랑하시는 선생님이었는데 따로 불러내 책을 몇 번 선물해 주시기도 했고 좋은 말들을 많이 해주셨다.
이후 중학교 때 만난 국어선생님도, 고등학교 때 만난 문학선생님도 나에게 시를 써주시거나 문학작품 속 한 구절을 써서 선물로 주시곤 했는데 아마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만난 세 분의 선생님 덕에 문학을 더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초등학교 때 선생님과는 연락할 방도가 없어 연락하지는 못하지만 중학교, 고등학교 때 선생님과는 지금도 꾸준히 연락하며 생일날이면 항상 책을 선물해 주신다.
또 내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적다보니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시'에 대한 기본서나 안내서같은 책을 꼭 읽어보고 싶던 중 테드 휴즈의 『오늘부터, 詩作』을 만나게 되었다.

테드 휴즈의 『오늘부터, 詩作』은 우리 일상의 모든 것들이 시의 소재임을 알려주며 '시'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기본서같은 느낌을 준다.
뭐랄까, 읽다 보면 글을 쓴다는 것, 그 본질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책에서는 첫째 날부터 아홉째 날로, 동물 사로잡기, 바람과 날씨, 사람들에 관해 쓰기, 생각하는 법 배우기, 풍경에 대한 글쓰기, 소설쓰기-시작하기, 소설쓰기-계속하기, 가족 만나기, 달에 사는 생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각 장이 끝나는 시점에 【시인의 노트】라는 부분이 있는데 실용적인 조언들이 담겨있어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글쓰기 노트에까지 옮겨 썼다.

관심사에 기여하게 되는 것은 '환경' 또한 한몫하는 것 같다.
테드 휴즈는 세 살 무렵부터 찰흙으로 동물 모형을 만들었는데 네 살 생일에 숙모에게 받은 동물 책을 보며 사진들을 베껴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덟 살에는 공업도시로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기르던 고양이는 그곳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렇게 어슬렁거렸는데 반대로 그에게는 그 이사가 오히려 좋은 사건이 되었다고 한다. 바로 숲과 호수가 있는 시골 농장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소도시 출신인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도 그의 삶이었지만 그것은 그저 한 부분이었고 대부분은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서 또 하나의 삶을 꾸렸다고 한다. 이 두 삶이 섞이지 않게 따로 따로.
열다섯 살이 되었을 때는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겼는데 동물들을 그들의 관점에서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때부터 그는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저는 시를 동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는 동물처럼 각자의 삶을 살아갑니다. 시는 누구하고도, 심지어는 그것을 써낸 시인과도 제법 분리된 채로 존재하죠. 또한 시를 불구로 만들거나 죽이려는 것이 아닌 이상, 다 쓰인 시에는 아무것도 덧붙일 수 없고 거기서 뭔가를 들어낼 수도 없어요.

포스트잇을 붙여놓은 유용한 내용들이 많아 모두에게 공유하고 싶어 리뷰에 다 담아볼까 생각했는데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예의가 아니기에 조심스레 마음을 접는다.
시를 쓰는 것 뿐만 아니라 글을 어떻게 쓰는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담긴 이 책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참고로 이 책은 한 번 읽고선 리뷰를 쓰는 것이 아닌 두 번 읽고 쓰는 리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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