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머컬처에 대한 첫 번째 비판이 말해주듯 농사란 무릇 인구 부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농사란 먹고 살기 위한 근본이라는 것이다. 누군가 농사를 짓지 않으면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의 농사는 녹색 혁명(농약과 화학비료, 종자개량을 통해)과 백색 혁명(비닐하우스, 비닐 멀칭 등을 통해)을 거치면서 수확량이 크게 늘었다. 급증하는 인구를 부양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깰 수 있었던 것은 두 번의 혁명 덕분이다. 그런데 두 가지 모두 석유를 근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계속될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게된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소비하는 곡식의 1/3은 가축을 기르기 위한 것이라는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고기를 먹기 위해 가축에게 먹이는 곡식의 양을 염두에 두는 것도 퍼머컬처를 이야기하는 한 방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퍼머컬처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농사라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보자.

최근 귀농귀촌 인구가 늘고 농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뀐듯하다. 누군가는 '농사를 예술'이라고 하고 이어령 씨는 "농부가 시인이요 철학자"라고도 말한다.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 짐 로저스는 "농부가 돼라"고 말한다. 경제적 입장에서부터 철학적, 문화적인 입장까지 농부를 찬양한다.

그런데 그 속내를 잠깐만 들여다보자. 특히 짐 로저스의 경우, 그가 바라보는 농업의 실상은 다음과 같다.

"향후 수년간 곡물 가격이 계속 오를 겁니다. 우리는 10년 동안 생산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을 소비해 왔어요. 곡물 재고가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죠. 더 좋지 않은 것은 농부가 없다는 겁니다. 농업의 수익성이 과거 30년 동안 끔찍했거든요. 아무도 농부가 되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미국 농부의 평균 나이는 58세예요. 일본은 66세죠. 영국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집단이 바로 농부예요. 인도에선 수백 만 명의 농부들이 자살하고 있고요. 이제 세계는 농업 부문에서 큰 위기에 봉착해 있어요. 곡물을 생산할 농부가 없는 한 가격은 계속 오를 겁니다."

세상이 이렇게 될 예상이니 농부가 되면 앞으로 높은 곡물가격 덕에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니 각국의 정부나 기업들이 농업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람보르기니를 몰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농업이 살아날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꼭 경제적인 문제 때문만에 사람들이 농사를 기피하는 것은 아니다. 농사는 육체적으로 고되다. 너무 힘든 작업이다. 사람들은 편한 것을 찾고자 한다. 젊은이들이 힘들고 고된 일들을 피하는 것은 어찌보면 본능적인 것일지 모른다. 그 고되고 힘든 일을 줄이고자 기계화가 진행되어 온 셈이다. 물론 여기엔 생산량의 증가라는 이익도 필수요소이긴 하다. 이것도 땅덩어리가 넓어야 그 효율성이 높아진다. 또한 기계화 역시 석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현재와 같은 농사방식으로는 아무리 돈벌이가 된다 할지라도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농사의 어려움과 농부가 줄어드는 현상은 이미 200여년 전 다산 정약용 선생부터 이야기하고 있다.

정약용 선생이 쓴 <응지논농정소>를 보면 농민이 3가지 못한 점이 있는데 그를 해결하지 않으면 회초리로 때려가며 농사를 강요해도 아무도 농사를 짓지않게 될 것이라 하였다. 첫재 농민은 선비보다 지위가 못하고, 둘재 상인보다 벌이가 못하고, 셋째 공인보다 일의 편하기가 못하다는 것이다. 짐 로저스가 말한 부분은 둘째에 해당될 것이다.  

 

이렇듯 사람들이 바라보는 장미빛 전망과는 달리 현실의 농부는 경제적으로 힘들고 육체적으로 고되다. 농사의 이런 성격은 농사가 시작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농사를 짓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그에 대한 해답을 다윈에게서 찾아본다. 그리고 그 해답을 토대로 퍼머컬처가 미래의 농업을 이끌어갈 대안 중의 하나일 수 있는 이유를 알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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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머컬처(permaculture)란 영속농업, 지속적 농업 혹은 영속문화라고 번역할 수 있다. 영어에서 ‘영구적인’을 의미하는 permanent와 농업을 의미하는 agriculture를 합해 만든 신조어다. 데이비드 홈그렌과 빌 몰리슨이 1970년대 중반에 현대사회의 환경위기, 특히 1차 오일쇼크에 대한 반응으로 퍼머컬처란 개념을 만들어냈다.

데이비드 홈그렌은 퍼머컬처를 ‘자연에서 발견되는 패턴과 관계를 모방해서 지역에서 필요한 음식, 섬유, 에너지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설계한 경관’, 혹은 ‘위에서 말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체계론적 사고방식과 설계 원리’라고 정의한다. 현재 퍼머컬쳐는 생태농업의 한 갈래로 받아들여지며, 생태계를 모델로 농사 공간을 디자인함으로써 자연 에너지와 유기체의 상호작용을 통해 농작물과 가축 등이 생장하게 하자는 농법이자 운동이라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퍼머컬처를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퍼머컬쳐를 지향하는 농부는 외부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 즉 땅을 갈고 거름을 주고 비료를 주고, 농약을 치는 일체의 행위가 없다. 다만 나무와 풀, 과수 등등이 스스로 씨를 뿌리고 자라는 자연마냥 커갈 수 있도록 디자인할 뿐이다. 다르게 표현한다면 기름으로 짓는 농사가 아니라 물로 짓는 농사이며, 인위가 아니라 자연을 따르는 농사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작물이 아무렇게나 자라도록 놔두는 방치는 아니다. 물의 흐름, 바람의 방향, 빛의 세기 등등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어떻게 가두고 흘려보낼 것인지를 고민한다. 그리고 그에 맞추어 작물들을 배치한다. 이와 함께 땅 속 미생물에서부터 땅 위 벌레까지 상호관계를 파악해 병충해를 막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작물들의 이웃 관계를 설정한다. 몸으로 짓는 농사보다 머리로 짓는 농사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현재의 농사는 고투입을 통한 대량생산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퍼머컬처는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 (유기농법을 하는 농부들의 일부는 그 취지와는 다르게 고투입 다생산의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의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가에 대한 비판이 먼저 따르기 일쑤다. 이에 대한 해답은 영국의 퍼커컬처 지도자인 패트릭 화이트필드(Patrick Whitefield)의 대답을 통해 들어본다. “현재의 농법이 영원히 영국을 먹여 살릴 수 있느냐” “화석에너지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농법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뭔가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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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1~6 세트 - 전6권
최규석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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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 하는 것이 죄가 아니고, 밥벌이 하는 것이 굽신거려야 하는 것이 아니고, 밥벌이 하는 것이 참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밥벌이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방편이며, 그 방편마저도 인간다워야 한다. 송곳은 인간다움을 포기하지 말라고 폐부를 깊숙하게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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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 바로 지금 여기에서, 고유명사로 산다는 것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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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자연, 신비주의, 자연주의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정치 속으로 생활 속으로 들어오는 노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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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리고, 세우고, 지키기
이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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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이 주목받는 세상, 왜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지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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