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유기농 묘삼을 컵화분에 심었다. 묘삼은 인삼씨앗을 뿌려 1년간 키운 어린 삼을 말한다. 인삼이 싹을 틔우기 위해선 겨울잠을 자야한다. 즉 추운 곳에서 휴면기를 보내고 봄을 맞이하면서 새싹이 돋아나는 것이다.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던 새싹이 돋아난 것은 지난 3월말부터다. 4개의 화분 중 3개의 화분이 눈을 떴다. 맨 왼쪽의 화분이 가장 먼저 눈을 뜨고 쑥쑥 자라기 시작했다. 가운데 두 개 화분은 조금 늦었지만 잘 자라주고 있다. 마지막 화분은 글쎄... 원래 발아율이라는게 100%인 경우가 별로 없어서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물을 주고 기다리고 기다렸다. 빨리 자란 싹이 한 뼘 가까이 컸을 무렵, 드디어 흙을 비집고 싹이 나왔다. 늦었지만 기어코 눈을 뜬 것이다.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묘삼을 가져다 심었지만 그 깨어남의 순간과 자라는 과정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순서가 중요한가. 깨어났다는 것, 그리고 힘써 자란다는 것, 자신의 생명을 키워간다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
늦었다고 조바심낼 필요가 없다. 깨어나고 자라는 것, 그것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꾸준히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고, 관심을 가져준다면 저의 능력치만큼 해낼 것이다. 꼭 묘삼만 그런 건 아닐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