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지않다. 염증과 친하다. 피부염, 중이염, 비염...

특히 피부염으로 고생이 많다. 최근엔 가볍던 비염 증세도 조금씩 심해지고 있다. 잠을 자는게 불편할 정도다. 잠도 깊숙이 들지 못하고 자주 깬다.

코로 숨을 쉬는게 괴로워 입으로 숨을 쉬면서 목도 부었다.

하루는 기어코 코로 숨을 쉬고 싶다는 오기가 생겼다.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의식적으로 코로 숨을 들이쉬고 내뱉었다. 바늘구멍만한 틈으로 공기가 들어갔다 빠져나오는 듯하다. 꽉 막힌 코 사이로 공기가 드나들면서 코곯이같은 소리도 난다. 한 번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1분이 넘을 것 같은 느낌이다. 숨이 컥 막혀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입으로 쉴까. 주저주저했다.

에이, 그래도 오늘은 기필코 코로 숨을 쉴테다. 참고 또 참았다. 머리가 띵하고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 계속됐지만 코로 숨쉬기를 멈추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다. 바늘구멍만하던 숨구멍이 이쑤시개만해지고, 젓가락만해지고, 숨쉬는게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다. 그렇다고 비염이 나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코로 숨을 쉬는게 편해졌다. 그리고 나서는 다시 코가 꽉 막히는 일은 아직까지 벌어지지 않았다. 물론 다시 말하지만 비염이 나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 숨을 쉰다는 자유로움을 얻었다. 의지가 몸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다른 사람의 사례나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체험해보니 참 신기하다.

이 경험이 어떻게 발전해갈지는 모르겠다. 그저 한 번의 신기한 경험으로 그치고 말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엇인가 가능성의 문을 연듯하다. 몸은 살과 뼈와 피로만 이루어진 물질적 덩어리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또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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