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 3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 3
키류 미사오 지음, 이정환 옮김 / 서울문화사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19세 딱지가 붙어 있는 동화책이라는게 도대체 뭘까?  궁금했다. 혹시 굉장히 야한 책일지도 모른다 (^^ )는 흥분된 속내를 감추고 책을 폈다. 그런데 이 책의 19세 딱지는 아무래도 잔인함에서 비롯된 것 같다. 동화책이라고 하기에는 섬뜩한 폭력과 핏내가 진하게 풍겨 나온다. 물론 이 장치는 동화책이 보여주는 파라다이스의 뒷면에 감추어진, 또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기존의 가치관을 전복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말이다.

3권에는 빨간 모자, 빨간 구두, 돼지 죽이기 놀이, 성냥팔이 소녀, 살인의 성 이렇게 5편이 나와 있다. 빨간 모자의 경우에는 늑대가 바람둥이로 그려져 있고, 빨간 모자는 사생아로, 할머니는 고려장과 같은 내팽겨쳐진 노인으로 나타난다. 성냥팔이 소녀의 경우엔 원래의 캐릭터 그대로 순진하게 그려져 있으나, 그 반대의 악덕한 캐릭터 사드 후작을 만난다는 설정이 다르다. 이 책에선 통쾌한 여자들의 복수가 그려져 있는가 하면, 또한 여성들의 참을수 없는 호기심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 장면도 그려져 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는, 실상 전복적인 사고보다는 굉장히 보수적 사고체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3권 속에 있는 5편의 동화 주인공들의 공통점을 생각해보니, 이들 모두가 결손가정이었다. 물론 이것은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른다. 작가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일지도 모르고, 또는 오히려 자신의 무의식을 은연중에 드러낸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읽어가면서 계속 나를 괴롭히게 만든 생각은 이들이 행하는 행동들이 마치 어렸을적 행복하지 못했던 시절에 대한 복수심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마치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여지는 연쇄살인범들의 가정 마냥, 불행했던 아동기로 폭력적 행위의 근원을 찾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작가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말이다.

그래서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는,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가족이야기로 들리고, 기존의 가치관에 대한 맹목적 복종에서 한 발 벗어날 수 있는 깨달음 보다는, 행복한 가족을 그 해법으로 찾아야만 할지도 모른다는, 알고보지 않아도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았나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 나의 오독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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