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일 - 햇빛 쨍쨍
7월 27일 배추 파종 했음. 다음주말 쯤 정식 예상
연일 올 최고 기온을 경신할 만큼 뜨거운 날의 연속이다. 하우스 안은 말하나 마나다. 40도는 우습게 넘어간다. 폭염 한계기온이 32.8도라는 뉴스도 있다. 시설원예를 하는 농민들에겐 이미 두달 전 부터 그 한계기온과 싸우고 있는 셈이다. 하우스에 차광막을 설치하면 4~5도 정도 온도를 낮출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40도가 가까우니 가히 살인적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난 지금의 기온이 오히려 더 견딜만해졌다. 이틀전부터 먹고 바르기 시작한 아토피 약 덕분이다. 약의 힘을 빌리지 않고 버티려 했지만 결국 지고 말았다. 움직이는 게 고통이고 땀을 흘리는 게 지옥이다 보니 농사일을 해낼 재간이 없었다. 약을 먹고 바르니 많이 나아졌다. 물론 안다. 이 호전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것도. 하지만 분명 삶의 질은 나아졌다. 고통이 줄었기 때문이다. 건강함이란 바로 고통의 감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것은 분명 삶의 질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거뜬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이 더위와의 싸움도 해볼만 해 진 것이다. (꼭 약의 도움 없이도 건강함을 찾을 수 있도록 연구 또 연구해야 할 성 싶다. 나에게 있어 귀농을 꿈꾸게 만들고 이어가도록 이끄는 이유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개인의 건강이 이러할 진데 생태계 전체의 건강은 우리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삼방리에 심었던 토종 모들이 하나 둘 이삭이 패이기 시작했다. 30종에 가까운 토종 벼들은 키도 제각각이고 이삭이 패는 시기도 제각각이다. 이들이 한데 모여 있으니 그야말로 장관이다.

논둑을 걷다보면 개구리가 폴짝 논 속으로 뛰어들어가고, 메뚜기도 허겁지겁 벼와 벼 사이를 뛰어다닌다. 우렁이 농법으로 키워진 논은 생태계가 살아 있어 다양한 종들이 서식하고 있다. 벼줄기 마다 우렁이들이 분홍색 알을 까놓은 것도 신기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 마음에 꼭 드는 것은 벼 줄기에 드리워진 거미줄이다. 이슬을 머금은 거미줄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농약을 뿌리지 않음으로써 농민이 살고, 흙이 살고, 생태계가 산다. 건강한 땅이 삶의 희노애락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게 만들고, 그 속에서 행복을 꿈꾸게 만든다. 또한 그 꿈을 향해 힘차게 움직이도록 만든다. 그 움직임이 삶의 질을 드높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