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무엇을 때려치우고 싶냐고? 그냥 살아가는 것 그 자체를 말이다. 그런데 왜 때려치우고 싶어질까. 그리고 어떤 때 그런 마음이 불쑥 솟아나는 걸까.

그래서 때려치우다라는 뜻을 곰곰히 생각해봤다. 때려서 치운다는 뜻일까. 다 박살내고 말끔히 치워버린다. 뭐, 이렇게 해석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까지의 나를 이뤄왔던 것, 그러니까 나라고 하는 고정관념을 다 때려서 박살을 내는 거다. 그리고 말끔하게 치워버리는 거다. 그럼 그 바탕 위에 새로운 나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때려치우는 것이 얼마나 바라고 싶은 일인가.

그래서 때려치울련다. 날마다는 아니라 하더라도 가끔은 때려치울련다. 새롭게 태어나 보련다. 그럴려면 나를 때렸을 때 버틸 수 있는 맷집부터 키워야 할 일이다. 나를 깨뜨리는 것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맷집이란 바로 책일지도 모르겠다. 또는 다른 사람들의 경험에서 묻어나는 고귀한 생각들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철저히 무너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그런 맷집부터 키울 일이다. 나를 때려 깨뜨리고 모조리 치워버렸는데 다시 새로운 나를 만들지 못한다면 그저 철저한 파괴로 끝날테니까. 결국 때려치운다는 것은 새로운 모습을 위한 전단계일 뿐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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