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그림일기
오세영 지음 / 글논그림밭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희재의 <간판스타>가 희생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오세영의 <부자의 그림일기>는 분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영화처럼 줌인과 줌아웃, 패닝으로 짜여진 만화의 한컷 한컷은 글보다도 훨씬 많은 감정을 담고 있다.  몽타쥬 기법과 같은 장면의 충돌없이도 서서히 감정을 격앙시키는 컷의 구성은 탁월하다.

어쩔 수 없는 환경이나 사회적 제도, 역사의 흐름속에서 한 개인으로서 맞닥뜨리게 되는 참을 수 없는 분노, 그러나 그것은 누구를 향해 폭발되어지는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몸을 판 어머니의 화상으로 일그러진 얼굴, 원시인처럼 거친 근육으로 표현되어진 경쟁사회속의 타인들, 끌려가는 아버지때문에 또 그리고 세월이 흘러 아들때문에 토악질을 해대야 하는 주인공,  가난하기에 왕따 당하는 딸을 위해 손을 꼭 쥐고 세상을 향해 외치는 어머니 등등. 주먹을 뻗어 닿는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결국 분노를 터뜨릴 대상이 되어 버린다. 가족과 동료를 향한 거침없는 분노. 실은 세상을 향한 분노여야 옳다. 그렇기에 한 컷 만화 속의 뒤틀어져버린 관계들은 더욱 서글프게 다가온다. 

누가 우리의 얼굴을 일그러지게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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