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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봤다 - 작가정신 소설향 8 ㅣ 작가정신 소설향 23
성석제 지음 / 작가정신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마광수 교수가 주창한 <하수도 문화>는 경건주의 엄숙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일수 있다. 문학이라는 것이 꼭 교훈을 준다거나 지식을 전달할 필요는 없으며 그저 억눌려진 감정의 찌꺼기를 배설하면 그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우리가 지녀온 문학의 가치를 모두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직된 그런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문학에게도 일종의 자유를 심어준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성석제의 이번 <호랑이를 봤다>라는 소설은 하수도 문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갑자기 드는 생각, '그래서?'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거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난 소설을 잘못 읽었음을 알았다. 도대체 이 소설이 뭘 이야기하려 한 것일까 생각한 순간 나는 벌써 소설로부터 멀어져 있었던 것이다. 시골에 사는 할머니가 마실나가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느끼는 감정, 성석제의 소설은 바로 그 감정을 가져다준다. 해학가득한 농짓거리를 한바탕 듣고나서 실컷 웃고나서 집으로 돌아오면 된다. 책 표지의 그림처럼 호랑이의 실체를 파악할 필요는 없다. 그저 꼬리만 보이면 그것만 쳐다보고 오면 된다. 꼬리의 실체를 찾으려 애쓸 필요는 없다. 책으로 행하는 즐겁고 유쾌한 마실을 또 한번 떠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이 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