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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우 문학앨범 - 진창 속의 낙원 웅진문학앨범 8
황지우 외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2월
평점 :
절판
이성이 지배하는 모더니티의 사회가 아니라 파쇼가 지배하는 끔찍한 모더니티 속에서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시로써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일것이다. 기표와 기의가 불일치하고 동일한 기의를 다른 기표로 표현해야만 하는 사회, 잘 살아보세라는 노래하나로 밀어붙여도 모든 것이 용서 아니 묵인되어지는 사회 그 속에서 시인은 침묵하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소통이 비록 메아리에 그칠 수도 있다는 공포심마저도 사람들과 통(通)하는 과정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의 행위를 막을 수는 없다. 통한다는 것은 주관을 떨쳐내고 간주관으로 나아가는 것이며 이는 객관의 확보로 이어진다. 황지우는 비록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이야기하더라도 개인적 인상을 그리더라도 그것이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통정(通情)을 획득함으로써 객관성을 얻는다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시를 발표했고 사람들은 그 시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시가 비록 몽상을 이야기하고 있다하여도 그 역시 잠든 사이 꿈꾸는 일장춘몽이 아니라 깨어있음으로 해서 획득하는 몽상이기에 우리의 의지가 살아있는 곳이다. 그 의지를 바탕으로 삶은 앞으로 걸어나갈 수 있으며 그 한걸음 한걸음이 뒤에 길을 남긴 것이렸다.
인문학이 쇠퇴하는 시기, 순수문학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그러나 그 발길 닿는 곳에 길이 생기니 사람들은 그 길을 따라 쉼없이 따라올 것임을 기약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