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1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농담으로 말하곤 하지만, 정말 신이 아무리 전지전능하더라도 60억에 육박하는 인간사를 모두 관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어디 우주가 지구뿐이던가. 그렇다면 신도 한 명이 아니라 각자 관장하는 영역이 존재하는 다수이진 않을까 의심해 볼 일이다. 물론 이 신에도 위계질서는 있어서 신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고 통과했을 때만이 자격이 주어질 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모두를 관장하는 대표신이 따로 있을지도.

베르나르의 이번 소설 <신>은 바로 이런 신이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선 지구와 같은 행성을 창조.파괴해 가면서 인간의 문명발전을 지켜보는 교육도 포함된다. 이 교육은 실습교재인 인간을 생명으로 바라보는냐, 아니냐에 따라 신으로의 승격과 도태가 갈리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발생한다. 신의 길로 가는 과정에서 실패한 실습은 행성 자체가 사라져버리는 끔찍한 일마저도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도록 만든다. 바로 이 부분에서 갈등의 골이 심화될 수도 있겠지만, 그저 일회성으로 그치고 말고 신 연수생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마치 인간이 전쟁과 폭력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 처럼 말이다.  

신이 되는 과정은 마치 인간의 모습을 연상시키고, 신에 의해 조종되어지는 인간들 또한 우리 사회를 떠오르게 만든다. 즉 지구인의 모습과 신의 모습 모두를 통해 인간 사회에 대한 비판의 칼날을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쥐와 마찬가지로 인간은 영역과 위계에 집착하는 동물입니다. 영역과 위계, 이는 인간 행동의 근본적인 동기예요. 모든 인간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죠... 인간은 노예상태를 좋아하고 우두머리를 숭배합니다. 그리고 우두머리가 공포감을 많이 주면 줄수록 자기들이 더욱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죠. 312쪽 
 

쥐 실험에서 드러나는 위계란 착취자, 피착취자,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자,천덕꾸러기를 말한다. 어느 집단에나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이 위계질서는 인간사회에서도 통한다. 그리고 이것은 또다시 신 연수생들에게도 적용된다.  

공포감을 직시하고 노예상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눈으로 바라보는 일은 불가능할까. 벼룩이 자신의 점프 능력보다 낮은 유리천장에 부딪히면서 점프를 낮추어 자신의 능력이 본래 낮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인간 개개인도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에 부딪히며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유리천장을 볼 수 있는 눈, 그것이 진정 신으로부터 독립되는 길이며, 그것이 바로 내 자신이 신이 되는 길은 아닐까. 위계질서로부터 자유롭고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는 능력은 내가 자꾸만 부딪히는 그 한계점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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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행복을 건설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불행을 줄이기 위해 애쓴다. 43쪽 

우리의 불안은 미래를 상상하는 우리의 능력에 기인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능력이 있기에 우리는 위험을 예감하게 되고, 언젠가는 죽으리라는 것을 의식하게 된다. 이런 점을 바탕으로 에가스 모니스가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 그것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줄이는 길이다. 222쪽 

피터의 원리-
한 위계 조직에서 각 종업원은 자신의 무능력이 드러나는 단계까지 승진하는 경향이 있다. 이 원리는 1969년 미국의 교육학자 로렌스 J.피터가 처음으로 제시했다. 그는 기업이나 공공조직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무능화 현상에 주목하고, 그것을 연구하는 위계 조직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창시하고자 했다. ...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기들이 전혀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지위까지 올라가려고 애쓴다. 262쪽 

협력. 지배, 중립- 

여러분의 씨족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다른 씨족과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볼 때 다음의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남과 함께 남과 맞서서 남과 무관하게 305쪽 

먼저 힘을 키워야해요. 관대하게 행동하는 것은 그다음이에요. 327쪽 

인간은 미래를 생각하며 현재를 사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자식의 출생이나 자기 자신의 노화를 미리 내다보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죠. 앞으로 게임을 하면서 확인하게 되겠지만, 인간은 농사를 짓게 됨으로써 미래를 내다보며 살게 되고, 나아가서는 사후의 삶을 상상하기 시작합니다. 농업과 더불어 종교가 탄생하는 셈이죠. 366쪽 

원숭이 실험-바나나 매달린 천장. 사다리 올라가면 찬물. 다섯마리 원숭이 경험 통해 못올라가도록 막음. 새로운 원숭이 들어오면 폭력행사로 저지. 이후부턴 바나나와 찬물세례라는 원래 작동계기를 잊고 폭력이 기정사실화 됨. -기업의 집단행동 연구 위한 실험 401쪽 

실패하는 자는 핑계를 찾고 성공하는 자는 방법을 찾는다.409쪽 

일리히 법칙-수확체감의 법칙이 인간의 행위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에 주목한 최초의 학자. 인간의 활동은 어떤 한계를 넘어서면 효율이 감소하며 나아가서는 역효과를 낸다. 농업노동의 양을 배로 늘린다고 해서 밀의 생산량이 배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노동의 양을 늘리는 만큼 생산량이 증가하지만, 어떤 한계를 넘어서면 노동의 양을 늘려도 생산량이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추가적인 스트레스가 역효과나 파괴적인 효과를 낸다. 458쪽 

벼룩은 자신의 점프능력보다 낮춘 유리천장에 부딪히면 점프를 낮추다 그 낮춘 정도가 자신의 원래 능력이라 생각하게 된다. -스스로 관찰하고 스스로 생각하기만 하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발견하게 되고 남들이 주입하는 의견에서 벗어나게 되죠.488쪽 

한 쌍의 남녀가 있다면 어느 한쪽은 고통을 받고 다른쪽은 권태를 느끼기 마련이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받는 쪽이야. 5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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