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9월 18일 시리즈 <스캔들>을 공개했다. 2003년 이재용 감독의 영화 <스캔들>의 인물이 대부분 차용됐다. 원래 <스캔들>은 1782년 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원작 소설 보다는 1988년 존 말코비치와 미셀 파이퍼가 주연한 영화 <위험한 관계>를 원작으로 삼았다는 편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소설은 꽤 매력적인 서사로 이후 연극과 영화로 계속 만들어져 왔다. 1999년엔 할리우드에서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이라는 영화가 선을 보였다. 우리나라에선 2003년 이재용 감독에 이어 허진호 감독이 2012년 장동건, 장쯔이, 장백지 등의 주연배우와 조성우 음악감독의 호화로운 스태프를 동원해 제작했지만 흥행엔 실패했다. 아무래도 원작이 갖는 에로틱함이 빠져버린 15세 관람가였다는 점도 그 원인 중의 하나일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번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는 정지우 감독이 새롭게 만든 것으로 손예진, 지창욱, 나나가 주연으로 나섰다. 영화를 시리즈로 만든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19금이라는 표현의 수위와 사랑의 굴레나 (시대적) 억압과 같은 주제를 표현해 나갈 서사와 인물의 특성이 얼마나 잘 드러날 지가 최대의 관심사였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표현의 수위라는 측면에서 나나라는 배우가 갖고 있는 섹시함을 최대한 증폭시키기 위한 빌드업의 과정이 너무 느슨해 보인다. 그럼에도 그 수위가 낮다고는 할 수 없겠다. 만약 이 표현의 수위에 집착한 시청자라면 아마도 빨리보기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볼 정도로 전개가 느리다.
영화 <스캔들>보다 4배 가량 러닝타임이 늘어난 시리즈라는 측면에서 서사나 인물이 보다 풍성해질 것이라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사는 임금과 조원(지창욱)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임무와 해직이 보태졌을 뿐이다. 이 관계는 영화 속 희연(전도연)의 선택을 시리즈에서는 조원의 선택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간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장치로 보여진다. 시리즈에선 춘향전의 방자와 향단이처럼 조원과 희연을 모시는 몸종들의 비중이 더 커졌다. 그렇다고 해서 전체적으로 이야기나 인물이 더 풍성해진 것은 아니다.
억압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없는 조씨 부인이 왜 분노를 품고 악의적인 게임에 임하는지가 잘 보여지지 않는다. 안과 밖이 다른 심정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아 아쉽다.
조원의 선택은 어떤가? 사랑이란 본래 교류다. 두 사람의 관계가 엇박자 일때는 짝사랑이 되거나 집착으로 변모한다. 조원의 조씨 부인에 대한 사랑은 짝사랑에서 집착으로 향해 간다. 집착은 자신을 스스로의 감옥에 가둔다. 조원이 자신을 "한 번도 날아보지 못한 장 속에 갇힌 새"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타인들이 심지어 임금까지도 자신을 자유로운 새로 바라보지만, 사랑받지 못하는 사랑 속에 갇힌 조원은 단 한 번도 자신을 자유롭다 여기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시리즈 <스캔들>은 사랑의 굴레를 말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시대적 굴레라도?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는 이유는 주인공들의 심리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일지..
사족 : 1. (판)소리를 통해 사건을 설명하거나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고, 서화를 통해 상황을 묘사하는 등의 시도는 화면과 잘 어울려 멋들어져 보인다.
2. 한선화의 발성과 연기는 아무래도 현대극에 잘 어울려 보인다. 그녀가 나올 때마다 다른 인물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튀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