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래동화 <들쥐>는 게으른 선비가 자신의 손발톱을 함부로 버려, 그것을 먹고 기운을 훔친 들쥐가 그 선비로 변신해 자리를 대신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전래동화에는 '부모님이 물려 주신 신체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유교적 교훈과 함께 게으르지 말고 주위를 정돈히 하며, 성실히 살아가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는 이 전래동화의 모티브를 가져와, 주인공 제문재의 신분을 가로챈 누군가가 나타나고, 주인공은 자신이 자신임을 밝혀야 하는 상황에 놓이도록 만든다. 신분을 가로채는 이야기는 꽤나 흥미진진한 소재여서, <태양은 가득히>라는 영화와 이를 드라마화한 <리플리>를 비롯해 한국의 <안나>까지 많은 콘텐츠의 주요 소재로 쓰였다. 다만 이런 신분 가로채기 이야기는 대부분 가로채는 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반면 <들쥐>는 가로채기를 당한 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자신이 바로 자신임을 증명해야 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제문재는 정체를 밝히지 않은 필명을 가진 유명 작가이다. 그는 3년 째 은둔 생활 중이다. 그의 집과 재산은 모두 친구의 이름으로 되어 있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휴대폰 지문이 인식되지 않아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경제적 활동이 중지된다. 여기에 더해 집까지 팔려 쫓겨나야 하는 신세가 됐다. 아무리 자기가 주인이라고 주장해도, 자신의 명의도 아닐 뿐더러, 자신의 것이라 증명할 그 어떤 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제문재는 자신의 신분을 찾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도용한 사람을 찾아내야만 한다. 제문재는 자신을 도용한 자를 찾아내고, 자신의 신분을 회복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가 재미있는 것은 디지털 시대 모든 것이 복사가 가능하고 원본의 중요성이 사라졌다는 것을 신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여전히 사람에게 중요한 질문인 '나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진짜가 꼭 선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남긴다.
한편으론 현재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실종자 문제와 함께 무연고자 문제라는 현상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시리즈 <들쥐>는 초반 자신의 신분을 뺏어간 자가 누구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중후반 이후에는 도대체 왜 신분을 뺏어갔는지 이유를 들여다본다. 중후반까지 긴장감의 끈을 놓지 않는다. 다만 종반엔 누가 누구인지 헷갈릴거야 라며 시청자에게 혼돈감을 주려 하는데, 오히려 자승자박에 빠진 것은 아닌지 싶다. 명확하지 않은 전개에 오히려 집중감이 떨어지는 듯하다. 그럼에도 신분을 빼앗긴 자의 신분 찾기라는 재미는 시리즈 내내 충분히 드러나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는 결국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그것은 바로 관계성에 있음을 자각하게 한다. 나 혼자 살아가는 인간에게 나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듯, 결국 인간은 관계를 맺고 그 관계 속에서 내가 구성되어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26년 8월 28일 넷플릭스 공개. 총 10화. 19세 이상. 웹툰 원작. 스릴러.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