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서부극이라는 장르는 그 수명을 다했다. 1900년대 중반 존 웨인으로 대표되는 서부영화는 악으로 상징되는 원주민들을 죽이고 땅을 차지하는 선한 백인 이민자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분명한 선악 구조로 영웅 서사가 주를 차지했다. 그러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로 대변되는 스파게티 서부극(마카로니 웨스턴)이 대세를 이루기 시작한다. 선과 악이 모호한 주인공은 정의를 좇기 보다 이익에 부합해 움직이는 용병에 가까웠다. 영웅이 사라진 자리를 차지한 총잡이는 흐릿한 선악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묘한 매력을 풍겼다. 그리고 20세기 마지막에 이르러 <늑대와 함께 춤을> <언포기븐> 등이 나와 원주민 시각으로 서부시대를 바라보거나, 폭력의 허무함과 영웅의 사라짐을 이야기하며 서부극은 서서히 문을 닫았다.
이후 서부극은 현대극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거나, SF등 다른 장르와의 혼합 속에 간간히 등장했다. 1900년대를 관통하며 서부극은 자신만의 장르의 변주를 모두 완성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다시 서부극이라니. 물론 예전 서부극을 재해석하며 내놓은 영화들이 간간히 제작되기도 했지만.

영화 <더 하더 데이 폴>은 무법자 냇 러브가 감옥에 갇혀 있던 자신의 부모를 죽인 루프스 벅이 출소하면서 복수를 펼치는 복수극이다. 서부극에서 누가 더 총을 빨리 쏘는가는 생사가 걸린 문제이다. 개인과 개인이 아니 무리 대 무리로 싸우기 위해선 전술이 필요하다. 냇 러브는 루프스 벅을 죽이기 위해 무리를 모은다. 총을 빨리 쏘는 자, 루프스 벅을 잡았었던 보안관, 민첩한 총잡이 등. 그리고 이 무리를 이끌고 루프스 벅이 만들고 지배하고 있는 마을로 향한다. 냇 러브의 이마에는 루프스 벅이 어릴 적 자신의 부모를 죽이고 칼로 흠집을 낸 십자가가 흉터로 남아 있다. 루프스는 자신에게 복수를 하러 올 상대를 알아보기 위해 상처를 냈던 것이다. 이들의 만남은 어떻게 끝을 맺을까.
<더 하더 데이 폴>은 초 근접 클로즈 업과 강렬한 음악을 통해 되풀이 되는 복수의 순환을 화려하게 담아내고 있다. 여기에 막장극이라 할 수 있는 반전은 뒤에서 방아쇠를 당긴 총 마냥 깜짝 놀라게 한다. 고전 서부극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서부극이 어떻게 변모할 수 있는지 흥미롭게 볼 만하다. 넷플릭스에서 2021년 공개한 미국 영화. 청불. 137분. 2022년 영국 아카데미에서 데뷔작품상 수상. 킬링타임용으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