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수영 시합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던 루트는 20년 후 스페인 고향을 떠나 베를린에서 살아가고 있다. 어느날 엄마의 전화가 자꾸 걸려오지만 통화가 싫었던 루트. 다음날 엄마에게 전화를 걸려하는데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엄마가 사고로 갑작스럽게 죽었다는 것. 루트는 고향으로 돌아와 엄마가 죽은 사고 현장을 둘러본다. 본가의 샤워실에서 술에 취해 미끄러져 머리에 충격을 받고 죽었다는 자리에는 깨진 유리조각들이 널려 있다. 루트는 엄마가 남긴 마지막 통화 메시지를 듣는다. 엄마는 최근 아빠가 이상한 음모론에 빠져 변했으며, 충격적인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며 두려워했다. 반면 아빠는 최근 엄마가 술을 먹기 시작했으며, 항상 열어두었던 문도 잠그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정말 엄마는 사고로 죽은 것일까? 루트는 엄마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영화는 엄마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영화의 매력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게 되는 대상이 수시로 변하는 데 있다. 처음엔 아버지를 의심했다가, 점차 엄마가 수상해 보이고, 이내 죽음의 원인을 밝히려는 딸 루트마저도 의심하게 된다. 한 가족의 일원이 죽음을 통해 가족 구성원 전체가 믿을 수 없는 상황으로 영화가 전개되는 것이다. 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영화의 재미는 바로 이 부분에 있다.
스포일러 주의
영화는 엄마의 죽음을 밝히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지만, 정작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은 왜 우리는 음모론에 빠져 드는가? 라는 부분에 있다. 영화는 음모론에 빠질 만한 단서를 여러 곳에 배치한다. 최근 스페인 고향에 본부를 옮긴 다국적 제약회사, 그리고 이 동네에서 발생한 아이의 실종 사건, 그리고 엄마의 죽음. 이 사건들은 서로 연결이 되어 있을까. 인간의 뇌는 우연한 사건에서조차 그 특정한 원인이나 논리적 근거를 찾고자 하고, 더해서 어떤 패턴을 그려내려고 한다. 그러한 영향으로 각각 떨어져 있던 사건들은 패턴 속으로 모여 근거를 갖는다. 이 근거는 믿음의 기반이 되어 반론도 무시되어지고, 더욱 비약한다. 영화 <믿는자들>은 음모론이 어떻게 한 개인을 집어 삼키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