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일본 영화 <100엔의 사랑>. 2014년 개봉. 2016년 한국 개봉. 타케 마사하루 감독, 안도 사쿠라 주연. 32세의 백수 이치코가 복싱을 통해 삶의 자세를 배운다는 이야기. 제39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 각본상 등 수상. 한 줄 평-삶이란 승리라는 목표가 아니라 단내라는 과정이다. 별 셋 반.  


2. 최근 넷플릭스에서 중국 영화 <맵고 뜨겁게>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연관어로 등장하는 것이 원작 <100엔의 사랑>이다. <맵고 뜨겁게>는 다소 우울한 <100엔의 사랑>을 경쾌하게 그려낸 리메이크작이다. 


3. 32세의 백수 이치코는 엄마 집에서 빈둥거리며 산다. 일주일 전 이혼하고 아들과 친정집에 들어온 여동생과는 독설을 내뱉는 사이이다. 하루는 서로 머리채를 잡고 뒤엉켜 싸우는 바람에 엄마에게 쫓겨난다. 이치코는 자취를 결심하고, 100엔 샵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100엔샵과 자취집 사이에는 복싱체육관이 있다. 날마다 이곳을 지나치며 복싱을 하는 한 남자에게 관심을 갖는다. 이 남자와 사귀는 듯 했지만 차이고, 대신 복싱을 시작한다. 이치코는 점차 복싱에 진심이어서 프로로 뛰기 위한 테스트까지 받는다.


4. 영화의 주 배경은 100엔샵과 체육관이다. 100엔샵에서는 다양한 인간들을 만난다. 원리원칙을 고집하는 관리자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훔쳐먹는 노숙자, 수다쟁이에 치근덕거리는 띠동갑의 돌싱 남자 등. 이치코는 이곳에서 관리자의 명령을 어기고 노숙자에게 기한이 지난 도시락을 건넨다. 이 셋 사이의 관계는 영화 종반부에 뜻밖의 사건을 만든다. 이 뜻밖의 사건은 그야말로 엄청 큰 사건임에도, 마치 가벼운 해프닝 마냥 지나간다. 이 사건은 이치코가 좋아한 복싱을 하던 남자 친구의 고백과도 깊은 상관이 있어 보인다. 그는 정규적인 일자리 대신 이런저런 일을 전전한다. 일종의 프리터(프리랜서+아르바이트)일 수도 있겠다. "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싫어!"  


5. 복싱에 빠진 이치코는 프로 테스트를 받고 싶어한다. 이 테스트는 여자에겐 32세라는 나이 제한이 있다. 관장과 코치는 코웃음을 치지만, 이치코는 진지하다. 최선의 노력을 다해 단내나도록 뛰고 주먹을 휘둘러 테스트를 통과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의 변화를 위한 프로 첫 경기에 도전한다.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부분. 링 위에 올라간 이치코는 주먹 한 번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두들겨 맞는다. 그러나 그녀의 가장 큰 무기인 왼주먹이 상대의 얼굴을 강타한다. 만약 이 영화가 이곳에서 그녀의 승리로 반전을 그렸다면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이치코가 영화 속 인물이지만, 이런 영화같은 결말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삶은 결코 그렇게 쉽게 승리를 선물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영화는 이치코를 승자로 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다운됐다고 쓰러져 있지 않고 기어코 일어서서 패배를 맞는다. 그리고 자신과 싸운 상대에게 다가가 "고맙다"며 어깨를 토닥인다. 함께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 어깨를 토닥이고 싶은 삶을 살고 싶어했던 이치코는 경기에선 패했을지 몰라도 자신의 꿈은 이루었다. "꼭 한 번 이기고 싶었어"라는 그녀의 고백은 이미 이루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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