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6월 19일 맑음 21도~28도


블루베리 첫 수확을 할 때는 새 피해가 그리 크지 않은 듯했다. 전체 10% 정도쯤으로 생각했다. 그때 든 생각은 이왕 블루베리 먹을 거면 한 개라도 통째로 다 먹으라는 거였다. 한 입 베어 물고 말면 수확도 할 수가 없을테니, 새라도 배를 채우면 좋을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수확을 하면서 보니 새 피해가 20% 정도는 되어 보였다. 한 입 베어 물고 또 한 입 베어 물고... 정신 승리를 위해 '그래, 통째로 다 먹은 것은 아니니, 이 정도면 다행이다' 라고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다. 새라도 배부르면 그것도 좋은 것 아닌가. 사람도 먹고 새도 나눠 먹고. 조금은 벌레도 먹고 ^^;



하지만 수확을 하면 할 수록 새 피해는 점점 더 드러났다. 급기야 최소 30%는 되는 듯하다. 


 

아이고, 새야 그만 좀 쳐(?) 먹어라! 욕지거리가 튀어나올뻔 했다. 좀 적당히 좀 먹지. 그러면 나도 스트레스 안 받고 좋잖아. 이렇게 너희들이 다 처 먹으면 블루베리 농사 안 짓고 말겠다. 그러면 너희도 손해 아니냐? 라며 설득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곰곰히 또 한 번 생각해보니, 이게 모두 내가 힘들게 농사를 지었으니 열매는 웬만큼 다 내가 가져가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내가 농사를 짓긴 했지만, 그 과정에 자연이 거든 것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 수확도 나 혼자 독차지 한다는 것은 욕심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 나누어 먹자. 조금은 포기하는 심정으로 욕심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한결 편하기는 하다. 뭐, 이 또한 정신 승리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올해 블루베리는 기후 탓인지, 열매 솎기를 과감히 더 못한 영향인지, 양분이 조금 부족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예년에 비해 열매 크기가 작은 편이다. 올해 관리한 방식을 잘 염두 해 두고 내년엔 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으면 좋겠다. 아직, 올해 농사가 끝나진 않았다. 그리고 올해 농사는 결국 내년 농사로 이어진다. 수확도 이제 겨우 절반을 했다.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그 길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편안한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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