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유혹이다. 벌과 나비를 비롯해 자신의 꽃가루를 수정시켜줄 생물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화려한 색을 자랑하거나 향긋한 냄새를 풍긴다. 

그렇기에 자가수분을 하는 식물들은 궂이 꽃을 화려하게 피어낼 이유가 없다. 아니, 꽃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수수한 꽃의 백미는 벼꽃이다. 



마치 하얀 가루가 묻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벼꽃의 수술이다. 암술은 벼 껍질 안에 있다. 벼꽃은 단 하루만 핀다. 그것도 주로 10시~2시 사이에. 한 볏대의 이삭 전체에서 꽃이 피는 기간은 3~5일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벼꽃을 구경하기는 힘들다. 


이 벼꽃이 자가수분을 통해 수정이 된 것이 쌀이 되어 우리 밥상에 오른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쌀 하나하나가 모두 꽃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한 끼 식사를 통해 그 많은 꽃들을 삼킨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꽃이다. 


우리의 생명을 지켜내는 그 꽃들이 논에서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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