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항상 문과/이과의 구분이 지워지지 않는 것 같다. 지금은 그만둔 옛 직장의 선생님 한 분은 말할 때마다 문과가 어떻고 이과가 어떻고 이런 식의 구분을 전제로 깔고 뭐든 이야기를 하시곤 했는데, 나는 그 분의 말을 들을 때마다 항상 불편했다. 이과가 어떻고, 문과가 어떻고, 요런게 어디 있어. 하시는 말씀의 주제는 전혀 문과/이과를 떠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관련지어 말씀하시는게 마음에 거슬렸다. 사실 이공계열 전공자와 인문계열 전공자의 사고구조의 차이는 어느 정도 존재한다. 존재하지만, 그걸 어떤 이야기와 반드시 연관지어 말할 필요는 없을 뿐더러 그 차이는 대략적인 것일 뿐이다. 아주 넓게 보아 그렇다는 것이지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 없다.

  나의 친한 친구 하나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자연계열-공학계열을 공부하고 있는데, 그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 - 지금은 잘 안 그러는거 같은데 -, 자신은 자연계열이라 이렇고, 나는 인문계열이라 이렇고 라고 말하며 단정짓는 경향이 있었다. 가령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자신은 자연계열 전공자 치고는 인문사회과학 책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거나 자연계열 전공자 치고는 인문계열 전공자 식의 사고를 한다는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때마다 나는 그건 아니다. 자연계열이라고 해서 인문계열에 관심이 적다거나 아니면 책을 읽지 않는다거나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위험하다. 그건 자신의 전공 영역에서 벗어난 부분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를 정당화시켜줄 수 있다, 고. 가령 사회 현실의 문제들.

  어떤 사람이 걸어온 길, 그가 공부해온 길에 따라서 그 사람의 사고와 가치관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이공계열에 오래 머문 사람과 인문계열에 오래 머문 사람은 분명 자신이 공부한 부분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이고, 그것이 자기를 형성하는 일부분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절대적이라고 믿어서는 안 되며, 절대적으로 간주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건 앞서 말했지만 대략적인 분위기와 성향일 뿐이다. 전공은 어디까지나 전공일 뿐, 끊임없는 가로지르기를 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발언한 내용 안에 스스로를 가둬둘 필요는 없다. 그건 그 사람을 더욱 이공계스럽게(?), 더욱 인문계스럽게(?) 만들 뿐이다. 나는 이공계라서 이래, 이공계라서 이런데는 관심 없어, 나는 인문계라서 이래, 인문계라서 이런데는 관심 없어, 라는 식의 의식은, 자기를 더 좁게 작게 만들 뿐이다.

  애초 문과형 인간과 이과형 인간은 따로 없다. 이공계열 인간과 인문계열 인간은 따로 없다. 그건 스스로가 만든 감옥 안에 자기를 집어넣기 때문에 그렇게 만들어질 뿐이다. 심리철학을 공부하면 자연스럽게 심리철학에서 논의되는 뇌에 관한 과학적 지식을 습득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예전에 학부 때 교수님께서 당시 관심갖고 공부하시던 영역에서 과학적 지식이 부족해서 과학책을 뒤적이고 있다고 말씀 하셨는데, 철학자가 왜 과학책을 뒤적여?, 라고 의문부호를 달 것이 아니라,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이공계열, 자연계열도 역시 마찬가지다. 과학적 진리를 탐구하고, 쓸모있는 뭔가를 만들 궁리만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사회적으로 미칠 영향력, 파장을 고려하고 사유할 필요가 있다.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끊임없이 가로지르기 할 때 성과는 빛을 발할 것이다.

  학자가 아닌 사람도 마찬가지. 자기를 자기가 형성한 감옥에 가두지 말고 영혼을 풀어헤쳐야 한다. 적어도 이제 난 이공계라서 이래, 난 인문계라서 이래, 라는 말은 입 속으로 쏙! 일종의 이런 선입견들이 자기를 규정 짓고 남을 규정 짓는다. 사족이지만 하나만 더 말하면, 남자들만이 있는 자리에서 으레 당연하다는 듯이 나오는 여성 비하적 발언이나 동네 뒷골목에 있는 뻘건 집 이야기는, 남자라면 당연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는 전제를 깔고 있다. 개인적으로 얼마전 만난 한 선생님께서 여자들도 없는데 어쩌구 저쩌고 하면서 필리핀이 어쩌고 하는 발언을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한동안 내가 만난 사람 중에는 그런 분들이 없었기 때문에. 여자들이 없는 자리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이런 주제와 발언들은 그 자리에 있는 같은 성(性)을 지닌 남자를 성희롱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선입견이 빚어낸 일상적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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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8-02-09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아마도 말끝마다 문과니까, 이과니까 하고 토를 달기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분명히 자기가 속한 그룹에 자기가 꼭 들어맞지 않는다는 컴플렉스(?)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포함될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은 은근히 자기도 모르게 문과냐, 이과냐 하는 문제에 예민해지거든요. 대화중 저도 남들 보기엔 그런 습관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나 잠시 반성하고 넘어갑니다 ^^
아무튼 선입관이란 우리 사고에 하등 도움이 안된다니까요~

마늘빵 2008-02-09 16:40   좋아요 0 | URL
네 선입견은 살아가는데 하등 도움이 안돼요. -_- 항상 모든 문제를 선입견에 맞추어 버리기 때문에. 전혀 관련 없는 것들도.

깐따삐야 2008-02-09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순한 흥미 때문이든, 필요 때문이든, 잘 몰랐던 분야라도 뭔가 계기가 생겨서 관심을 갖고 시간을 투자하다 보면 전문가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 소양 정도는 갖추게 되는 것 같아요. 타고난 소질이나 자라온 환경에 따라서 좀더 빨리 깨우치고, 늦게 깨우치고의 차이는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처음부터 선입견을 갖는다거나 한계를 규정 짓는 건 뭔가를 알고 배우는데 장애가 되곤 하죠.
사실 저도 "난 원래 수학은 못했으니까" 이런 식으로 간단한 돈 계산도 미뤄버리는 면이 있어요. -_-

마늘빵 2008-02-10 09:09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계기가 생겨서 관심갖고 그러다보면 대략 어느 정도 밑그림은 그리게 돼요. 저도 머 그런건 있어요.

balmas 2008-02-10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는 말씀입니다. ㅎㅎㅎ

마늘빵 2008-02-10 09:09   좋아요 0 | URL
에헷 :)

프레이야 2008-02-10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는 다 그래, 여자는 원래 그래, 이런 식의 말도 마찬가지의 선입견이겠죠.
이과형/문과형 이야기의 끝부분 '사족'이라고 하신 이야기가 그런 말을 하신 거라고
생각되어서요. ^^ 아프님 새해에도 좋은 글 많이 부탁 드려요.
올해엔 영혼의 틀에서 벗어나 보기, 저도 노력해야겠어요.

마늘빵 2008-02-10 09:11   좋아요 0 | URL
네. 남자는 원래 어떻고, 여자는 원래 어떻고. -_- 요런 말도 싫어해요. 그런게 어딨어. 물론 힘의 강도나 신체적인 특징이나 에또 화성남자 금성여자 처럼 생각의 구조가 어느 정도 다를 수 있다는거 그런걸 가지고 아예 남녀를 절대적으로 구분하려고 들죠. 혜경님두 새해에도 좋은 사진과 글, 영화감상문 부탁해요 :)

도넛공주 2008-02-10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제가 즐겨하는 장난이 생각나네요.전자제품을 좋아하다 보니 사람들이 종종 물어봐요."도넛씬 이과예요?" "네""역시 그래서 그렇구나""사실 문과예요~홋홋""...."

마늘빵 2008-02-10 17:01   좋아요 0 | URL
^^ 재밌는데요. 그럼 문과에요, 라고 대답했으면 뭐라고 상대가 반응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시작하려나요.

marr 2008-02-10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경향신문 "책과삶"에서 소개된 "괴짜심리학"이라는 책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별자리와 성격 사이에는 실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의외의 실험 결과가 있다. 별자리에 대한 사전지식이 그 사람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 말에 동의할 수 있습니다.저도 혈액형이나 별자리에 나타난 성격이나 심리에 대한 사전 지식을 어릴 때 알게 되었는데, 이상하게 소개된 성격에 부합하려고 애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이과 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 "윤리"과목을 아예 배우지 않거나, 1학년 때 잠깐 배우고 맙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자신이 이과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잘 모른다는 것을 아주 당연한 것처럼 이야기할 때가 많더군요. 마찬가지로 문과 학생들은 기초적인 물리지식을 전혀 모르고 있고 아예 배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학 지식이 문과 학생인 자신에게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식으로 말합니다.
대학에서도 아직 이와 같은 이상한 구분이 잘 극복되지 않습니다. 과학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마늘빵 2008-02-11 09:08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별자리, 혈액형 얘기 많이들 하죠. ^^ 화제거리가 없는 어색한 자리거나 처음 만난 사람일 경우엔 대화를 풀어나가기 좋은 소재이지만, 이걸 심각하게 믿진 않아요. 말씀하신대로 그런거 같아요. 자기가 이렇데, 라고 결론 내리기 때문에 점점 그렇게 변해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공계나 자연계라서 윤리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요. 과목으로서 '윤리'로부터만 멀면 괜찮은데, 간혹 윤리적인 면으로부터도 멀어지며 그걸 정당화시키려 하기도 한다는.

건조기후 2008-02-10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을 자꾸 어떤 기준으로든 구분을 지어 묶어버리고 선입견을 만드는 습성 자체가 참 어리석은 일이죠.. 단지 개개인의 성격이고 취향일 뿐인데 말입니다. 이과나 문과에 속하는 학문적인 특성과 그 학문을 공부하는 사람의 특성은 분명 별개의 것인데.

근데 요즘 알라딘 서재를 여기저기 많이 둘러보며 느낀 건데 화재의 서재글에 항상 님의 페이퍼가 여러 개씩 링크되어있더라는.. 아핫. 인기가 많은 분이시군여. ^^:

마늘빵 2008-02-11 09:10   좋아요 0 | URL
넵. 그냥 '개인'으로 보는게 가장 선입견관 편견으로부터 벗어난 원초적 상태에 가까울 겁니다. 그간 배워온 학문의 영향을 무시할 순 없지만, 아예 영역을 구분지어버리는 경향이 있죠. 제 글은 한동안 뜸했는데 연휴에 한꺼번에 뻬빠질 하느라구 또 올라가버렸네요. ^^

2008-02-10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1 0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1 2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넷 2008-02-10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는 그런 편견이 강한 편이였는데, 여기서 많은 알라디너와 많은 책을 접하다 보니 그나마 그런 편견이 없어진듯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말씀은 완전 공감. 남자들끼리 모여있으면 왜 그런지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정말 불쾌해요. -_-;;;

마늘빵 2008-02-11 09:14   좋아요 0 | URL
그런 사람은 멀리하게 됩니다. 공개적으로 대놓고 것두. 그냥 끼리끼리만 모여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면 모르겠는데, 마치 저 사람도 나와 같을 것이다, 라는 식으로 전제를 미리 깔고 들어가는 발언 불쾌합니다. 한번은 동호회 남자들끼리 모여서 같은 동호회 내의 어떤 여자의 가슴이 어떻고 하면서 이야기하는데 불쾌해서 일찍 나온 적도 있습니다.

2008-02-11 0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1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perky 2008-02-11 0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공계 사람들이 '난 이과라서 그런것 잘 몰라.' 하는 말이 어쩌면 자기변명차원에서 그런 말 하는건지도 몰라요. (이과였던 제 경우를 보면.-_-) 아무래도 문과쪽 사람들과 얘기하다보면 인문학적 교양면에서 확실히 딸림을 느끼거든요. 인문계 사람들이 보기에 당연한 지식/정보가 이공계 사람들은 모르는 경우가 아주 많다보니..그 쪽팔림을 변명하고자..사실 이공계열에서 인문학적 기본 소양들을 배우려면 독학해야만 하는게 우리나라 현실이거든요. 공돌이는 '단무지'다 (단순,무식,지랄)이라고 무시하는 사회풍조 또한 이공계 사람들이 자기방어차원에서 '나는 이과생이다보니..' '너는 문과생이라서...' 등의 말을 하게 만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마늘빵 2008-02-11 09:17   좋아요 0 | URL
음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군요. 앞에서 분위기를 잡아주고 뒤에 들어오는 신입생들은 그런 분위기를 또 받아들이고. 계속 그렇게 반복되는거 같습니다. 교수님들이 더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기도 한다는. 실제로 또 어떤 교수님은 단무지의 전형을 보여주시기도 하고. 쩝. -_-

L.SHIN 2008-02-11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째서 인간은 틀 안에 자신을 가둬두어야만 안심을 할까요...쯧..

보석 2008-02-11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에 대해 잠시 고민해봤습니다. 정형화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쉽지 않은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08-02-11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문계열, 자연계열에 각각 강점이 있는 사람들이 있지요..
하지만,
'가로지르기'에 한표!! 하하


마늘빵 2008-02-11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드에스님 / 요렇게 뻬빠로 말했던 저도 머 예외일 수는 없을 거에요. 다만 스스로 많이 의식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걸로 -_- 아닌 척할 뿐. ^^

살청님 / 네 페이퍼 방금 보고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보석님 / 쉽지 않아요. 어떤 측면에서, 어떤 기준으로든 틀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을 의식하고 있는 차이일 뿐.

한사님 / '가로지르기'. 네. 요건 로쟈님 소개하신 '통섭'과 같이 보셔도 됩니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또 서로의 영역을 구분없이 가로지르기 하는 것을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걸로 여기는 분들도 많은거 같더라고요. 철학아케데미를 운영하는 이정우 교수가 예전에 그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는거 같던데 동료교수들로부터.

L.SHIN 2008-02-11 22:23   좋아요 0 | URL
인식이 중요하죠. 적어도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는 있으니까.^^
문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 많았...ㅡ.,ㅡ
오, 정말 그런 사람들 싫어요.그렇지 않나요.

2008-02-21 0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21 0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님이 올려주신 경향신문 기사를 읽다가 페이퍼질. 지금 고등학교에서는 어떻게들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 난 이과/문과 구분이 있는걸로 알고 있었는데 아닌가 - 내가 고등학교 다닐 적에는 1학년 때 자신의 성적표를 보고서 대략 수학을 잘한다 싶으면 이과를 가고, 그렇지 않으면 문과를 가는 식이었다. 요 기준 말고 한 가지 기준이 더 있는데, 적성검사다. 적성검사를 1학년 때 한번 했는데 당시 나는 토목, 기계 계통에서 유난히 기다란 막대 그래프를 그렸고, 나머지 분야는 다 거기서거기 고만고만 도찐개찐이었다. 수학을 잘했고, 적성에도 이공계열로 나왔고 당연히 이과로 가야된다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렇게 갔다.

  딱히 뭐 진로선택에 있어 상담이라고 할 만한 것도 받아본 적이 없고, 적성검사와 자신의 성적표가 말해주는대로 선택을 하는게 자연스러웠는데, 생각해보면 이런 식의 진로선택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싶다. 글쎄 누가 이런 분위기를 조성했는지 모르지만 그건 개별 학교의 선생님들의 의도적인 계획은 아닌게 분명하다. 왜냐면 우리학교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 고등학교 1학년생들도 모두 그런 식으로 진로를 선택하는 분위기였으니까. 보통은 남자들이 수학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고, 여자들은 문학, 어학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여, 남녀공학이 아닌 남학교, 여학교가 따로따로 분류되어 있는 곳에서는 남학교엔 이과반이, 여학교엔 문과반이 월등히 많았다.

  내가 있던 학교도 총 열 세반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그 중 문과반은 다섯 반 정도였다. 그러니 나머지  여덟 반이 이과반이었고, 5:8은 타 학교에 비하면 그다지 심한 것도 아니었다. 반면 내 동생이 다니던 여학교는 이과반이 두세 반 정도였던걸로 기억한다. 그렇담 나머지는 모두 문과반이겠지.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에 와서도 이공계열엔 신입생 중 여학생이 가뭄에 콩나듯하고 그 중 어쩌다 이쁜 아이가 있으면 선배와 동기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즐거운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라고 말하면 외부에서 바라본 주관적 해석이고, 나름 그네들 딴에는 여학생이 몇 없다보니 같이 어울릴 친구들이 없어서 적응하지 못해 자퇴를 하거나 전과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반면 인문계열 학과엔 여학생들이 넘쳐나서 특히나 영문학과의 경우엔 4/5 정도가 여학생이었다. 내가 다니던 철학쪽에는 그냥 반반 이었던듯. 묘한건 남자이면서 수학을 잘하고 적성검사에 이공계열이 나오면 당연히 이과를 선택해야 하고, 여자이면서 영어, 국어를 잘하고 적성검사에 문학, 어학계열이 나오면 당연히 문과를 선택해야 한다는 현실. 뭐 마땅히 다른 기준이 있는건 아니지만 한갓 1년간 성적표의 과목별 점수와 등수, 단 한번의 적성검사에 의해 자신의 진로를 단번에 결정해버리는 건 아니다 싶다. 그래서 그랬는지 나는 이과반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고 졸업 전 마지막 한 학기를 남겨두고 문과로 과감히 전과해버리는 만행(?)을 저질렀고 - 보통 이때 계열을 바꿔버리면 행정상의 문제로 샘들한테 무쟈게 욕 얻어먹는다 - 그렇게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경상계열에서 인문계열로 또한번의 만행(?)을 저질렀다.

  처음에 이과를 선택한건 나의 의지보다는 주어진 도표와 점수, 그리고 선생님과 부모님이 조성한 분위기 때문이었지만, 이후 문과로, 또 인문계열로 바꿔타기를 한건 그냥 나의 '감(感)'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주어진 도표와 성적표, 주변의 조언보다는 나의 감대로 움직인게 나를 더  편하게 만들었고, 나는 나의 두 번의 선택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복수전공을 하나 할걸 하는 후회는 있다. 국문학이나 사회학 같은 걸로. 전공을 공부하면서도 나는 한 분야를 깊이 파기보다는 관련된 주변의 다른 것들을 찝쩍거리는데에 더 관심이 많았고, 자꾸만 외도를 했다. 그 외도는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아마도 과거에 나의 감 - '흥미'라고 대체해도 무방 - 을 쫓아봤는데 후회하지 않았고, 그래서 계속해서 감대로 살아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하고픈 말은 저 위에 있었는데 손가는대로 쓰다보니 삼천포로 빠졌다. 내가 하고픈 야기는 학생들이 자신의 과목별 성적 분포와 적성검사, 혹은 부모님과 선생님의 미묘한(?) 분위기에 따라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수학을 대따 못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무진장 열심히 했다. 그 아이는 내가 이과를 선택한 이후에 만났는데, 수학을 못하면서 어떻게 이과를 올 생각을 했지, 라고 생각했다가 스스로 아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고 철회한 적이 있었다. 수학 못해도 이과와도 된다. 다만 좋아하는 만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 얻으면 된다. 그리고 수학 못해도 이공계열 진학해서 훌륭한 사람 될 수 있다, 고 말하고픈데 한 가지 걸리는게 있다. 대학 입시에서의 특정 영역에 대한 가산점. 이공계열 가고 싶어 이과 선택했고 열심히 했는데 가산점 받는 영역에서 생각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하지. 이런 불행한 일이. 결국은 1학년 때 점수 따라 그냥 계열 선택해야 한다는 건가. 쩜쩜쩜. 결론!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그걸 감수하고라도 좋아하는걸 하겠다면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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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8-02-09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학년 2학기때 과감히 계열을 바꾸신 용기,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왜 그런 용기가 없었을까요.

마늘빵 2008-02-09 16:40   좋아요 0 | URL
아 그건 용기라기보다는 그냥 '감'이에요. ^^ 그때 이후로는 그냥 마음 가는대로 산다는. 그래서 한 곳에 집중 못하고. -_-

멜기세덱 2008-02-09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적성검사에서 이학계열이 월등히 높게 나왔고, 수학을 잘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재밌어 했던 터라, 덜컥 이과엘 갔는데, 물리, 화학, 생물 기타 등등 때문에 완전 포기...ㅋㅋ
누군가 왜 이과에서 문과로 바꿨냐 물으면, 수능 원서 쓸 때 원서에 계열 체크를 잘못해서 그렇다고....ㅋㅋㅋ

마늘빵 2008-02-10 09:03   좋아요 0 | URL
크크. 물리, 화학이 이과가서 어려워지죠. -_- 저도 물리가 대략 난감;; 근데 원서 쓸 때 계열체크를 잘못하면 불이익보고 들어갔을텐데... 저도 그때 에이 다 귀찮아 아무데나 가, 이러면서 스스로를 막 망치하다 마감 시간도 제대로 몰라 다 끝나고 가서 받아달라고 사정했던 기억이. ( '')

깐따삐야 2008-02-09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워낙에 흥미나 적성이 문과 쪽으로 뚜렷했기 때문에 계열 선택 문제로 고민을 하진 않았어요. 다만 순수문학을 하고 싶었는데 여러 가지 여건 상 사범대에 오게 됐죠. 여전히 미련이 있지만 이제는 취미로만 만족하는 정도.
가끔 아이들 진로 지도를 하다보면 자신이 뭐를 좋아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어서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그것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마늘빵 2008-02-10 09:05   좋아요 0 | URL
그러면 차라리 나은거 같아요. 아예 뚜렷하면 게다가 흥미와 적성까지 일치해버리면 일찌감치 정하면 되는데. 음, 저도 순수, 기초계열에 더 관심이 있어서 사회학이나 인류학, 심리학 요런거보다는 철학에 더 관심이 많이 쏠렸어요. 좋아하는 것만 알아도 사실 끝나는데, 좋아하는건 계속 변해가더라구요.

건조기후 2008-02-10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같은 경우엔 어렸을 때부터 문과 기질이 뚜렷해서 진로 고민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하지만 의아스러웠던 건 적성검사를 할 때마다 자연계로 나왔다는 건데, 전 아직도 그런 검사들이 별로 믿을 게 못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수학은 정말 흥미도 없고 싫어했는데 과학은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 모두 굉장히 재미있게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구과학같은 건 너무 좋아해서 야간자율학습 3교시 내내 붙들고 있었던 적도..ㅎ 과학 쌤들이 수학 못하면 과학도 좀 힘들다 하실 때마다 속으로 좀 웃어줬죠.; 왜 처음부터 저런 부정적인 발언을 내뱉는지 이해가 안되기도 했고.

암튼 지금까지 저도 관심사가 여러 번 바뀌었는데,, 그래봐야 문과 테두리 안이더라고요. 역시 선택은 스스로 해야.. 가장 행복하고 또한 가장 덜 불행한 것 같습니다.

마늘빵 2008-02-11 09:22   좋아요 0 | URL
진로적성검사 그거 정말 믿을 거 못되는거 같습니다. -_- 사실상 무슨무슨 검사 하면 일방적으로 100% 신뢰해버리는게 테스트 받는 이들의 입장인데, 이거 참 위험하게 만들어요. 그냥 참고 자료로만 삼아야 하지만, '테스트'라고 하면 무조건적 신뢰를 보내는 과학적 검증 장치쯤으로 여기게 되거든요. 저도 그렇구. 그때그때 그 아이가 원하는 것에 따라서, 혹은 잘하는 과목에 따라서, 흥미에 따라서 변하는거 같기도 하고.

수학선생님들이 그런 발언을 자주 하십니다. 선천적으로 남자는 수학을 잘하고, 여자는 수학을 못한다,는 식. 실제로 정말 그런지 어떤지 알 수는 없지만, 일부러 이런 발언을 해가면서 주눅들게 팔 필요는 없는데 말여요. 애초부터 흥미를 꺾어버리니.
 

서재 2.0으로 변신한 후 좋아진 점 하나는 오른쪽 측면에 마이리스트 책들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관심 갖는 주제별로 가끔씩 선보이는 것도 - 나 이런 주제에 관심있어요 라고 - 나쁘지 않지만 갑자기 머리를 스쳤던 생각 하나는, '아프락사스'라는 서재주인이 특별히 좋아한 책, 감명받은 책들을 소개해주면 어떨까 하는 거였다. 나를 알고픈 이들은 그걸 참고하고, 그 누군가에게 개미발톱만큼이라도 내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지식성장이나 시력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영광이겠다 싶어 이 리스트를 마련한다. 나이를 먹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숫자가 늘어나 리스트를 둘로 나눈다.

* 꾸준히 업데이트 예정
* 펼쳐봐야 모두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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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철학, 자본주의를 뒤집다
김상봉 지음 / 꾸리에 / 2012년 3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2년 06월 03일에 저장
품절

철학이 모두가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면 이 책은 그 역할을 매우 충실히 해내고 있다. 기업을 누가 소유하는가의 문제에서 벗어나야 함을 이야기한다.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 소유의 개념으로 보고, 재벌 회장이 소유할 것이 아니라 경영진이 바뀌면 모든 것이 본래대로 돌아올 것처럼 여기는 현재의 풍토는 잘못되었다. 주주에게는 배당금을, 노동자에게는 경영권을.
만남- 서경식 김상봉 대담
서경식, 김상봉 지음 / 돌베개 / 2007년 12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2008년 02월 09일에 저장
품절

존경하는 김상봉 선생님과 서경식 선생님의 대담집입니다. 두 분이 주고 받는 대화 속에서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반성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지, 무엇을 향해야 하는지, 많은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상봉 선생님, 서경식 선생님.
서로주체성의 이념- 철학의 혁신을 위한 서론
김상봉 지음 / 길(도서출판) / 2007년 2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2008년 02월 09일에 저장
품절
이 책은 아마도 앞으로 내게 있어 기독교인들의 성경과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될 듯 하다. 참으로 오랜동안 어렵게 읽은 책이지만 한마디 한마디에 모두 밑줄긋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서양철학의 한계를 지적하고, 우리식의 철학을 세우기 위한 주춧돌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철학자 김상봉의 사유와 행동은 매우 존경스럽다. 내 생의 최고의 책 중 하나이다.
도덕교육의 파시즘- 노예도덕을 넘어서
김상봉 지음 / 길(도서출판) / 2005년 10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2008년 02월 09일에 저장
품절
국가가 국민을 어떻게 길러왔고 교육시켜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책. 군사정권 시대의 도덕 교과서부터 민주화된 정부의 도덕 교과서까지 그다지 내용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 우리의 아이들이 국가주의 이데올로기 사상교육을 받고 있다. 당장에 뜯어고쳐야 한다. 저자는 사고의 다양성과 자율을 향하는 철학 교육이 도덕 교육을 대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내용에 100% 동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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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2-09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의 정체성 하나 보았고, 딸랑 그 책 하나 가지고 있군요.
그런데요~~ 아프님. 책의 멘트가 주욱~~ 같은 것으로 돼 있어 수정하셔야할 듯...^^

마늘빵 2008-02-09 11:49   좋아요 0 | URL
헉 아니 저 멘트들이 왜 저모냥이 되어있는거죠. 아휴. -_- 저걸 어떻게 썼는데 다시 또 윽.

깐따삐야 2008-02-09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아프님은 왜 시집이나 소설은 안 읽으시는 거에요?

마늘빵 2008-02-09 11:50   좋아요 0 | URL
-_-a 소설도 읽어요. 다만 작년에 읽은 목록이 없었고, 재작년까진 좀 있었는데. ^^ 한 곳에 몰입하면 거기에 빠져 읽어요. 대표적으로 좋아하는 소설가는 알랭 드 보통씨 정도.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서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를 뽑기도 어렵군. 현실에 우리가 직시해야 할 부정의가 판을 치고 있어서 좌시할 수 없어 자꾸만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_-

2008-02-09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09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aviatrix 2009-03-06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헌법의 풍경,두글자의 철학 GOOD~ 나머지 책들도 그만큼 재밌나요?

마늘빵 2009-03-06 09:20   좋아요 0 | URL
아 반갑습니다. 두 책과 비슷한 걸로는 <일상의 발견>과 <평화의 얼굴>이에요. 책의 성격과 가독성이 대략 비슷합니다. 위에 김상봉 선생님 <서로주체성>은 어렵지만 읽고나면 마음이 꽉 들어차는 느낌이고, <도덕 교육의 파시즘>은 한국의 도덕 교육의 문제점을 드러내 앞으로 어떤 교육을 해야할지에 대해 방향을 제시한 책입니다. 탁석산의 <한국의 정체성> <한국의 주체성>은 매우 얇습니다. 읽는 분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그의 주장이 영 못마땅할 수도 있고, 어 새롭다, 느낄 수도 있습니다. ^^ 저로서는 위에 있는 책 어느 하나 뺄 수가 없네요.
 
법률사무소 김앤장 -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 우리시대의 논리 10
임종인.장화식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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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다는 것, 실체를 들여다볼 수 없다는 것이 왜 문제인가? '가시성'의 문제를 근대적 권력 개념과 민주주의 문제로 확장해 강조한 것은 이탈리아 철학자 노르베르토 보비오다. 그는 현대 대의제에서 권력에 대한 민주주의의 이상은 공중에게 그 실체가 가시적으로 노출되는데 있다고 보았다. 현대에 들어와 공공성 내지 공론장이라는 말이 공개의 의미로부터 파생되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는 현대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큰 위험을 '보이지 않는 권력'이 커지는 문제로 본다. 그리고 민주적이고 사법적인 통제를 넘어서는 보이지 않는 권력의 유형이, 현대 사회에서는 경제를 관리하는 영역에서 주로 확대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19쪽

현행 제도에 따르면 정부는 1인당 연간 1,16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사법시험 합격자들에게 연수를 시킨다. 연수생 신분이지만 별정직 공무원 5급 1호봉에 해당하는 급여도 지급한다. 회계사, 변리사, 감평사, 노무사 등 다른 어떤 국가시험에서도 없는 연수 제도다. 그 자체로 형평에 맞지 않는 일이기도 하지만, 연수원을 마친 변호사들이 김앤장이나 사설 로펌에 취직하는 현실은 더더욱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실상 그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변호사 연수를 시켜 법률 사기업에 공급해 주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40쪽

변호사법 제44조[명칭]에서는 "법인이 아닌 자는 법무법인 또는 이와는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제하나고 있다. 일반인들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법무법인(로펌)인 줄로 알고 있다. 일반적인 법률사무소라며 변호사와 사무장, 그리고 여직원으로 구성된 작은 사무실 형태를 상상한다. 반면 법무법인은 조직적이고 전문적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회사 형태로 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김앤장은 법무법인이 아니다. 형식적으로는 개인사무소의 집합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적으로는 단일한 조직체처럼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김앤장 스스로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56쪽

김앤장은 기존의 우리나라 법무법인 제도가 합명회사 형태만을 인정하고 있는데 "합명회사 형태의 로펌은 의사 결정 시 전원찬성이 요구되어 효율성이 떨어지며, 업무에 관여하지도 않은 구성원이 모든 수임 사건에 대해 무한연대책임을 부담하도록 하여 대형화할수록 잠재적 책임 부담 위험이 증가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앤장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나라에 로펌들은 존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아니면 기존 로펌들도 김앤장처럼 이상한 조직 형태를 가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김앤장을 제외하고 그런 일은 없다.-56쪽

<변호사법> 제31조[수임제한]은 "변호사는 당사자 일방으로부터 상의를 받아 그 수임을 승낙한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사건에 관하여는 그 직무를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쌍방대리 금지의 원칙'이다. 이 경우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도 같은 사건의 당사자를 동시에 대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대법원은 그 이유로 "변호사와 그와 같은 사건에 관하여 직무를 행하는 것은, 먼저 그 변호사를 신뢰하여 상의를 하고 사건을 위임한 당사자 일방의 신뢰를 배반하게 되고, 변호사의 품위를 실추시키게 되는 것이므로 그와 같은 사건에 있어서는 변호사가 직무를 집행할 수 없도록 금지한 것"이라고 판시(대법원 2003.11.28. 선고 2003다41791 판결)하면서, "여기서 사건이 동일한지의 여부는 그 기초가 된 분쟁의 실체가 동일한지의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분쟁의 실체가 동일하면 쌍방대리 금지의 원칙에 따라 사건을 맡을 수 없으며, 이를 어기면 불법이 된다.-60-61쪽

실제 개인에게 지급한 소득보다 높게 소득을 신고하는 것은 기업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즉, 소득을 신고해서 탈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소득을 많이 신고 한다. 그러면 세무 관련해서 위험 부담은 없어진다. 그런 다음 당사자에게 세무 신고 금액보다 대폭 낮춘 급여를 지급하면, 세금을 완납한 안전한 비자금이 조성되는 것이다.

물론 늘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은 아니다. 탈세에 대한 의혹도 있다. 대표적으로 재벌 총수를 변호하면서 약정된 수임료 이외에 별도의 성공보수를 받는 경우다. 성공보수는 드러나지 않는다. 삼성그룹의 사례에서 보듯이 재벌의 비자금에서 받기도 한다. 이 경우에 소득 신고가 필요 없다. 아니, 소득 신고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김앤장에 대규모 비자금 조성 의혹과 탈세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87쪽

소송은 김앤장의 전공 분야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을 졸업하고 수석 합격과 수석 졸업의 경력이 있는 변호사들이 즐비하며, 이들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재요 수재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과도한 수임료에 대한 사회적 비판과 국회의 감시를 회피하기 위해 정보 공개를 차단하려 하고 있다. 소송으로 먹고사는 전문가 집단이 자신들이 독점하고 있는 수단을 활용해 재무 상황 및 소득 상황과 관련된 정보 파악 노력을 억압하려는 것은 공공성을 지는 법률 전문직이 취할 태도는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를 자처하는 수재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이렇게 사용하는 모습을 '길을 잃은 수재들'이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89쪽

헌법재판소 재판관 출신들의 개업 현황을 살펴보면 이들은 대부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냈거나 중소규모 로펌에 근무한다. 헌재 재판관은 정치적인 사건을 많이 처리하기 때문에 로펌에서 특별히 그들의 경험이나 영향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헌법소원이나 헌재 관련 사건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대형 로펌을 찾는 것도 아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한마디로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고위 법관들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기피하고 있으며, 대법관이 되기를 선호한다. 퇴임 후 진로를 미리 계산하는 것이다. 고위 법관들이 퇴임 후 대형 로펌 행을 꿈꾸고 고액 수임료를 염두에 둔다면 이것은 불행이다. -100-101쪽

공정위는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제도를 만들고 불법, 부당 행위를 조사해 제재하는 경제 검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더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이들의 형태는 검사가 어느 날 갑자기 옷을 벗고 로펌에 들어가 자신이 기소한 사건의 변호를 맡는 꼴이다. 이와 같은 행위는 도덕성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공정위 조직은 물론 정부의 공적 업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당연히 공익과 사익 사이에 심각한 충돌이 발생한다.-106-107쪽

공무원들은 평가에 민감하다. 승진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들 민간근무휴직 공무원에 대한 근무 실태 평가를 매년 1회 실시한다. 그런데 실태 조사 보고서는 민간근무지에서의 평가가 그대로 인용된다. 즉, 김앤장의 평가를 그대로 인용하기 때문에 김앤장의 평가가 곧 공정위의 평가가 된다. 이들은 업무 추진 실적, 업무 수행 능력, 복무규율, 법령상 복무규정 등 4개 항목 모두 최고 등급인 '탁월'을 받았다. 공정위는 이들의 급여명세서를 받기 때문에 이들이 부당한 금전을 수령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부당한 사실이 있으면 복무규율이나 법령상 복무규정에 따라 제재하거나 징계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지적하지도 않고 징계하지도 않는다. 알면서도 방치하고 눈감아 버린다.-110쪽

최장집 교수는 그의 저서 <민주주의의 민주화>에서 민주주의를 제양ㄱ하는 네 가지 담론을 이야기한다. 차이와 갈등의 표출을 억압하는 통합이데올로기, 정치 혐오를 조장하는 도덕주의, 시장의 효율성과 경제 제일주의를 표방하는 신자유주의, 그리고 전문가주의가 그것이다. 전문가주의의 기술 합리성이 민주적 가치에 우선해 강조되거나 민주적 결정을 대체하려 한다면 그 사회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전문가들의 기술 합리성과 관료들의 사적 이익 추구가 결합될 때 만들어지는 문제의 전형적인 양상 한가운데에 김앤장이 있다. 국가 경영에는 경제와 법률 지식이 필수적이 되었다. 이를 갖춘 전문가들은 권력자의 '귀'와 '책상'을 잡아서 국가정책을 좌우하고 있다. 민주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이들 관료와 법률 전문가는 가난한 다수의 이익보다 사회의 지배적 이익에 경도될 수밖에 없다. 민간부문에서 거대 법률 기업이 성장하고, 이들과 국가 기구의 밀착이 사회 상층의 이익에 봉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면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145쪽

회전문 현상(밑줄그은이 주 : 공무원이 로펌에 갔다 복직하는 등 왔다리갔다리하는 작태)을 이용하는 인사들의 기본 동기는 공적 경험을 기업에 활용하거나 공공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 있다. 회전문을 이용하는 인사는 기업에 관해 우호적인 결정을 내린다. 이른바 개혁과 규제 완화라는 이름으로 시행되는 정책과 법률제도가 그것이다. 금융경제연구소의 홍기빈 박사는 "경제 관료들은 보통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각종 경제학 개념과 수치와 통계로 무장하고 중요한 사회적 사안들을 모두 경제적 합리성의 문제로 바꿔 버린다. 이들은 국가 개조에 맞먹는 결과를 가져올 한미 자유무역협정이나 금융허브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민적 동의나 추인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일갈했다. -165쪽

정부의 관료 특히 경제 관료들은 전문성을 내세우면서 신자유주의 시대에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거대 권력이 되었다. 이들은 앞장서서 신자유주의를 옹호한다. "신자유주의는 우리 시대에 일종의 종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들과 거대 자본과의 우호적 관계 또는 결탁은 사적 이익과 더불어 신자유주의에 대한 강한 확신에서 나온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김앤장과 투기자본은 거의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김앤장은 법률 서비스를 앞세워 투기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관료들은 퇴직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취업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의뢰인을 위해 일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판검사와 고위공직자 출신의 이들이 공직 생활에서 배운 자신의 전문성을 투기자본으로부터의 고액의 수수료와 맞바꾸는 것이다. 투기자본은 공공성에 대한 공격과 노동자에 대한 해고와 구조조정, 비정규직 확산과 저임금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니 만큼, 이들이 받는 엄청난 보수는 결국 비정규직과 해고자, 공공성 파괴로 인한 대가인 셈이다.-177-178쪽

변호사윤리장전 제14호[위법 행위 협조금지 등]에서는 "변호사는 의뢰인의 범죄 행위 기타 위법 행위에 협조하여서는 아니 되며, 직무 수행 중 의뢰인의 행위가 범죄 행위 기타 위법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된 때에는 즉시 그 협조를 중단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229-230쪽

돈 되는 사건을 주로 하는 김앤장이 자신들의 이야기처럼 개인 간 소송을 담당하지 않는지, 또 개업 변호사들의 밥그릇을 빼앗아 가는지 어떤지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김앤장이 힘없는 노동자들의 밥그릇은 철저하게 걷어찬다는 사실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핸드폰 문자 해고'로 유명한 2004년 외환카드 노동자 정리해고 당시에 외환은행과 외환카드의 합병을 총괄하면서 노사 대책도 책임졌다.이때 김앤장은 정리해고 통보를 문자로 보내더라도 법률적인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 후 핸드폰 문자 해고와 사내 컴퓨터 이메일을 활용한 해고 통보는 기업이나 금융권의 구조조정 매뉴얼이 되었다. 정리해고자들이 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하자 변호사 5명, 노무사 1명을 동원해 론스타가 대주주로 있는 외환은행의 방패가 되어 주었다. 이들 해고자는 대법원까지 소송을 계속했지만 패소했다. 대법원에서는 '심리불속행'으로 재판마저 제대로 받지 못했다. (밑줄그은이 주 : 옮기면 끝도 없어서 이하 생략) -230-231쪽

노사 분규도 김앤장에게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경영진은 쉽게 타결할 수 있는 내용도 일일히 법률자문을 받는다. 모든 것을 법률적인 견지에서만 판단해서 보내온 답변에 경영진이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면 노사 분규가 장기화된다. 협상이나 양보로 쉽게 풀릴 수 있는 것도 노동쟁의가 발생한다. 노동쟁의가 발생하면 매우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교묘하고 집요하게 노동조합을 탄압하도록 조언한다. 고소, 고발은 기본이다. 직장폐쇄, 사내 통신망 차단과 암호 변경 등 정보통신 차단도 동원된다. 서약서 제출 요구, 출입 통제, 노조 게시물 철거 심지어는 자본 철수 협박까지 다양한 방식을 동원한다. 노사관계가 악순환이 될수록 법률 사업은 커진다.-231-232쪽

김앤장이 노동자를 탄압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고객을 위해서다. 피해자가 있다면 수혜자 그룹도 있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다. 김앤장은 가진 자들의 이익을 철저하게 옹호한다. 수임료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노동조합에 자문을 하거나 해고자의 소송을 맡아서 진행한 적이 없다. 강자의 이익을 위해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 노동자들이 눈앞에 보이는 사용자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교섭잉나 협상을 진행한다면 그 뒤에 숨어 있는 김앤장을 놓치기 쉽다. 노동조합은 김앤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자기 회사의 노사문제가 해결되면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일회성에 그치면 피해는 계속되게 마련이다. 김앤장은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는데 노동자들은 일회성에 그친다면 그 싸움의 승패는 뻔하다.-233쪽

공정위는 불공정거래를 감시하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핵심적 기능을 한다. 그렇다면 불공정 행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큰 중소기업에 가서 직접 체험을 하면서 직무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공정위 직원들이 가는 곳은 대기업과 대형 로펌들뿐이다. 불공정행위를 할 가능성이 가장 큰 기업에 취업해서 무엇을 배워 온다는 것인가? 결국, 퇴직 후 갈 수 있는 잠재적 기업이나 로펌에 가서 미리 연수를 받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공정위뿐만 아니라 정부의 민간근무휴직 제도의 대상에서 대기업 집단은 제외되어야 한다. 그리고 일정 정도 변호사 숫자를 가진 대형 로펌도 제외되어야 한다. 제도의 취지에 맞게, 피해를 당할 우려가 있는 기업이나 업체에 가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그 입장에서 개선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계속)-246-247쪽

(이어서) 휴직 후 문제가 생기면 공직에서 퇴직함으로써 모든 문제를 무마하는 것도 잘못된 일이다. 사고를 치고 나서도 로펌이나 대기업의 품에 안길 수있다면 그 만큼 공직자로서의 윤리 의식과 준법 정신은 약해진다. 이들에 대해서는 퇴직 후 공직자 윤리위원회의 심사는 물론이고 사법처리를 받도록 해야 한다. -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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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2-09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번째 태그에 초공감!
나는 아직 기억나는 게 변호사 몇명 중에 연봉 6억 이상인 사람이 2/3 정도 되고, 거기서 10억 이상인 사람이 또 절반쯤 되고 -_- 김앤장 대표의 하루 수입이 1억 6천이라는 거요- 그리고 저 40쪽 내용도 진짜 열받았었어요 ㅜ_ㅜ 4번째 태그 ㅜ_ㅜ

마늘빵 2008-02-09 00:29   좋아요 0 | URL
반은 사기꾼 양성소죠. -_- 사법연수원이. 얘네들 수입도 다 공개하고 상한선 두어야 해요. 세상에나 무슨 어휴 평생 벌 돈을 일년에 다 벌어버리네. 그동안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던 온갖 사건들의 주역이 김앤장이더만요. -_- 왜 언론에서 한번도 못봤을까. 답은 이 책에.

Jade 2008-02-09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을 읽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자본주의를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다면 이 사람들의 행동 역시 지극히 '자본주의적'인것이 아닌가. 사실 똑똑한 사람들이 머리 잘 쓰고 있는 거잖아요. 법이란것도 늘 상황에 맞게 기득권들이 정하는 것이니까. 단순히 이 사람들이 특별히 도덕성이 나빠서, 혹은 양심이 없어서의 문제는 아닌것 같아요. 김앤장이 아니라면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일들을 했겠죠. 아 정말 모르겠어요. '정의'라는게 있는건지. 물론 이 책처럼 부조리를 고발하는 책들은 계속 나와야 하고, 또 우리는 계속 읽어야 하겠죠. 하지만 이런행동들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일지. 어쩌면 '해결'이라는 단어조차 지극히 이데올로기 적인것인지도 모르겠어요.

마늘빵 2008-02-09 09:49   좋아요 0 | URL
음, 그쵸. -_-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자신들이 저지르고 있는 짓이 왜 문제가 되는지 전혀 의식하지 못할 수도. 근데 자기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면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합법적으로 사기치면 된다'고 생각하는 '변호사'들은 어찌 생각해야 하지. -_- 요렇게 서서히 까발겨주면서 수면 위로 드러내서 자기가 저지르는 짓을 알게 해줘야지. 대중들도 알게 해줘야지요. 부시고 깨고 엎어치고 메치고 해야죠. 알때까지.

turnleft 2008-02-09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밑줄긋기를 보니 확 불을 지르는군요. 이번에 한국 가면 사야지 -_-

마늘빵 2008-02-09 09:49   좋아요 0 | URL
네. 확 열불나죠. 요런 녀석들은 아주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돼요.

다락방 2008-02-10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만 넣어뒀었는데 저도 확 사버려야겠군요!!

마늘빵 2008-02-11 20:22   좋아요 0 | URL
요고 읽을만 합니다. 근데 문장은 영 아니더라구요. 글재주는 없으신 분이에요. -_-
 

우리에게 닥친 현실, 우리가 직시해야 할 현실의 문제들. 분노해야 할 것에 분노하고, 알아야 할 것에 대해 알기 위해.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한 마주하지 않을 수 없는 당신의 현실이 여기에 있다. 일어나 저항하느냐 아니면 앉아서 당하느냐, 알고 요구하느냐 아니면 모르고 당하느냐, 그것은 당신의 선택이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현실의 이면을 여기 소개된 책들을 통해 새로이 알게 되길, 당연히 그렇게 여겨왔던 것들을 의심할 수 있게 되길, 그리고 더불어 우리가 연대해 그것에 거세게 저항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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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왕국의 게릴라들- 삼성은 무엇으로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가
프레시안 엮음, 손문상 그림 / 프레시안북 / 2008년 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08년 04월 17일에 저장
품절

짜고치는 고스톱,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재확인. 그동안 10년 넘는 세월동안 절대 권력 삼성과 맞서 싸운 다윗들을 모아 인터뷰했다.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마음, 어떻게 삼성과 싸웠는지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삼성이 왜 잘못됐는지, 이건희가 뭘 잘못했는지, 명확히 알려주는 책. 대한민국 땅에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삼성 제품 하나 없는 집안이 없다. 하지만 삼성이 어떻게 돈을 벌었고, 국가를 지배하려했는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윗들에게 힘을 실어주자. 좌절하지 않고 싸울 수 있게.
평화의 얼굴- 총을 들지 않을 자유와 양심의 명령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07년 6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8년 02월 09일에 저장

양심은 너만 있냐, 나는 양심 없냐, 그럼 난 양심적으로 세금 안낼래, 라고 말하는 이들이 꼭 봐야 할 책. 어렵지도 않다. 그냥 편하게 읽으면 된다. 남들 다 가는 군대 왜 너만 안 가려고 해, 왜 그깟 총을 못들어, 누가 당장 적을 죽이래, 라고 말하는 그대여. 제발, 제발, 역지사지 하자. 그리고 이 책은 읽고 말하자.
법률사무소 김앤장-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
임종인.장화식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1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1월 19일 (월)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08년 02월 08일에 저장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삼성의 실체는 이제 드러날만큼 드러났는데, 김앤장은 거론조차 되지 않는 현실. 삼성보다 더 무서운 권력. 모든 기업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의 뒷면엔 김앤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김앤장이 그동안 어떤 짓을 저질러왔는지를 보게 될 것이다. 아직 부족하다. 더 까발기고 만인 앞에 드러내야 한다.
88만원 세대-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08년 02월 08일에 저장
품절

이것이 당신의 현실. 고등학교 땐 죽어라 공부해서 대학가 놀으라 했다. 그런데 대학에 왔더니 놀기는커녕 죽어라 공부해야 겨우 취업할 수 있단다. 노는건 둘째치자 다양한 경험과 활동을 해봐야 할 20대 초반의 나이, 일찌감치 삶의 찌들음 속에 그 청춘을 보내야 하는구나.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들에 대해 분노하고 당신의 몫을 요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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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2-09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스트 훌륭해요. 동시에 가슴 아프구요!

순오기 2008-02-09 0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권은 있고, 3권은 찜했어요. 감사~~

마늘빵 2008-02-09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 당연히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문제들이라고 생각해요. 이건 교양인으로서, 지식인으로서의 필독서가 아니라, '오늘'을 사는 사람으로서 필독서입니다.

순오기님 / 네. 어떤 책을 찜하셨는지... :)

깐따삐야 2008-02-09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후의 역습! 아침에 함박눈이 펑펑 내렸어요. 올 겨울에 이만큼 굵직한 눈송이는 처음 봐요.

마늘빵 2008-02-09 11:56   좋아요 0 | URL
여기는 눈이 안 왔어요. 에이 눈 오면 머해. 마음만 싱숭생숭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