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는 그냥 감정적으로 싫은 것을 넘어서 어떤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차별하고 배제하려는 태도를 뜻한다. - P24
우에노 치즈코의 정의에 따르면, 미소지니는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성적 주체로 결코 인정하지 않는, 여성의 객체화, 타자화,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여성 멸시"를 뜻한다. 즉 미소지니는 비교적 넓은 범위의 여성차별을 뜻하는데, 이를 ‘여성혐오’로 옮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 P25
사람들이 태어날 때부터 소수자에 대한 차별의식을 가지고 있을 리는 없다. 대개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자연스럽게 학습된다. "번식 방식을 보면 여성은 태생적으로 종속된 존재다."(아리스토텔레스), "카고는 나병환자의 후손으로서 나병 보유자다.", "아리아인이 인종적으로 표준이다."(고비노와 골턴)라는 식의 그럴듯한 설명이 붙으면서 그것은 어느 순간 사실로 둔갑한다. 별 근거가 없어도 반복해서 듣다 보면,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 P29
혐오표현이란 "소수자에 대한 편견 또는 차별을 확산시키거나 조장하는 행위 또는 어떤 개인, 집단에 대해 그들이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멸시, 모욕, 위협하거나 그들에 대한 차별, 적의,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 정도로 그 개념을 정의해볼 수 있다. - P31
핵심은 남혐이나 개독이라는 표현이 소수자 혐오의 경우처럼 ‘차별’을 재생산하고 있는지의 여부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남성이나 기독교도와 같은 다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은 성립하기 어렵다. 소수자들처럼 차별받아온 ‘과거’와 차별받고 있는 ‘현재’와 차별받을 가능성이 있는 ‘미래’라는 맥락이 없기 때문이다. - P43
[괴롭힘] 성별 등을 이유로 개인이나 집단에 대하여 존엄성을 해치거나 수치심, 모욕감, 두려움을 야기하거나 적대적, 위협적, 모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일체의 행위 - P60
모욕형 혐오표현은 이렇게 소수자(개인, 집단)에 대한 멸시, 모욕, 위협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 P64
연구자들은 혐오표현의 해악을 대략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혐오표현에 노출된 소수자 개인 또는 집단이 ‘정신적 고통’을 당한다. 둘째, 혐오표현은 누구나 평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공존의 조건’을 파괴한다. 셋째, 혐오표현은 그 자체로 차별이며, 실제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 P75
혐오표현이 공존의 조건을 파괴한다면 이것은 헌법적 가치인 ‘인간 존엄’, ‘평등’, ‘차별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연대성’ 등을 훼손하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표현이 이러한 가치들을 파괴한다면 표현의 자유가 우선시될 수는 없다. 만약 혐오표현이 소수자를 사회에서 실질적으로 배제하고 청중들을 차별과 배제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등의 현실적 해악을 가지고 있다면 평등과 인간 존엄 등 다른 헌법적 가치의 수호를 위해 혐오표현을 규제해야 할 것이다. - P81
"진리의 논박이야말로 거짓에 대한 최선의 가장 확실한 억압"(존 밀턴, "아레오파기티카: 언론 자유의 경전") - P150
표현의 자유는 원래 ‘소수자’의 권리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다수자나 강자는 자유자재로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지만 소수자에게 표현의 자유는 자신의 인권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적 가치다. - P150
김치녀로 표상되는 여성에 관한 부정적 인식이 직장에서 여성들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실제 차별을 낳을 가능성이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거꾸로 한남충이라는 말이 남성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확산하고 직장에서 남성들을 차별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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