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분의 상영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 한 여인의 삶을 거슬러 추적한다는 점에서 씨네큐브에서 현재 상영 중인 다른 영화 <사라의 열쇠>와 구조가 닮았다. 두 영화 모두 인상적이고, 아프다.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보는 내내 제발 실화가 아니길 바랐다. 엔딩 크레딧 올라가고 포털에서 검색해본 결과 다행히 실화는 아닌 듯. 결코 예상할 수 없는 탄탄한 스토리에,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을 만큼 가슴 먹먹해지고 아프다. 미리 검색하지 말고 그냥 가서 관람하시길.
같은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가 수도 없이 많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에 세계 곳곳에서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것을 겪어낸 이들이 많기에 각 개인의 인생에 하나씩의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독일과 폴란드가 아닌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점이 기존에 나온 영화들과 조금 다르다. <그을린 사랑>과 마찬가지로 한 여인의 삶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단 다른 것이 있다면, <사라의 열쇠>는 <그을린 사랑>과 달리 실화를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 실화에는 별도의 스토리가 필요치 않다. 탄탄한 스토리는 애써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었던 일을 재현하는 데서 나온다.
보기 전 누군가 내게 건넨 감상평 때문일까. 이 영화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일단 국내 애니메이션치고 이렇게 흥행가도를 달린 작품은 없었다고 했기에 그만큼 또 기대를 했고-사실 배급사가 상영관을 많이 잡은 것도 원인일 것-,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했다. 물론 재미있었다. 그러나 이 애니에 담긴 어머니의 희생 정신, 아낌 없이 주는 나무 정신은 불편하다. '모성 신화'에 관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떻게 보면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로 바라볼 수도.
<혹성 탈출-진화의 시작>. 오래 전에 나온 혹성 탈출 시리즈보다 시간 순서상 앞선 상황을 그린다. 침팬지가 왜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추적하는 스토리. 시작부터 끝까지 예상 가능한 줄거리지만 그것과 상관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다. 뻔한 스토리지만 영상으로 잘 구성했으며, 침팬지의 탈출 장면과 공격 장면은 다른 할리우드 액션 영화 못지 않다. 동물 실험, 동물 보호 차원에서 볼 수도 있다.
김하늘의 연기로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간 영화. 영화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시각 장애인의 입장에서 사물을 인식하고 바라보는 장면들이 괜찮았고, 공감이 잘 되었다. 사고로 꿈을 잃었지만 그 꿈을 다른 방식으로 실현하는 주인공과 그로 인해 일이 틀어져버린 한 남자,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로 구성되었다. 영화 속 인물들 간의 관계 설정이 다소 인위적이지만, 각 인물들의 행동이 전혀 어색하지는 않다. 그런대로 개연성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는 장면들이고, 영화의 끝까지 잘 유지했다.
이런 액션이 가능하구나 싶은 영화. 역사 속 한 장면을 다룬 국내 영화는 꽤 있었다.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사>.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봐줄만 했고, 배우들이 많이 고생했겠다 싶은 영화다. <무사>의 액션은 긴박감도 웅장함도 별로 안겨주지 못했지만, <최종병기 활>은 '활'을 이용한 저격 액션을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카메라의 구도나 지형지물을 이용한 격전 등 모자랄 것 없었다. 지금까지 본 한국 액션 장면 중 가장 신선했고, 완벽했다. 사라진 청나라의 고유 언어를 부활시킨 것도 자료 조사, 준비가 얼마나 철저했는지 추측할 수 있는 부분.
브라질의 쌈바 리듬과 화려한 색채로 귀와 눈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애니. 앵무새가 주인공이고, 그 앵무새의 순탄치 않은 생을 그렸다. 여느 애니와 마찬가지로 악당이 있고, 삶의 굴곡이 있고, 사랑이 있고, 두 번 이상의 어려움이 있다. 또, 여느 애니와 마찬가지로 해피엔딩은 예견되어 있다. 대개의 애니가 이러한 흐름과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어떤 소재로 어떤 스토리를 짜느냐에 따라서 각기 다른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 등장하는 여러 새나 원숭이 등 남미 동물들을 이용해 역할 분담을 잘 하였고, 즐겁게 볼 수 있었다. 이것도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밀렵과 동물 보호를 다루고 있달까.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면 적당히 만족할 만한 영화. 같은 소재를 활용한 한국 영화가 몇몇 있는데, 그 영화들과 특별히 다를 바는 없는, <태극기 휘날리며>와 <공동경비구역 JSA>가 떠오르는 영화다. 전체적인 인물 설정이나 배경, 전투 장면들이 닮았고, 스토리는 그보다 좀 부족하다. 6.25 전쟁에서 치열했던 한 장소를 구체적으로 잡았다.
자신이 지난 밤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한 남자.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그 남자의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주변 인물들과 엮이며 사건이 벌어지고, 진실은 그 어디엔가 있다. 관객은 그 진실을, 이 남자와 함께 추적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심리 스릴러'라고 할 수 있고, 생각보다 재미있다. 상영관은 몇 안 될 것.
폭력과 폭력에 대응하는 방법을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 아버지와 아들이 처한 각각의 상황에서 그들이 대응하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 둘 사이에서 복수와 용서, 분노를 생각한다. 우리가 관용해야 할 대상과 행동은 어디까지이며, 폭력에 대해 비폭력 무저항을 고수하는 것이 옳은지, 약자는 인내하고 감내해야만 하는 것인지, 영화는 답을 주지 않지만, 관객은 영화를 재료로 삼아 충분히 느끼고 생각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