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사회 교과서 09 - 어린이를 위한 인권 손에 잡히는 사회 교과서 9
이기규 지음, 김중석 그림 / 길벗스쿨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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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 시절 사회 교과를 공부하기가 제일 힘들었다. 역사, 지리, 법, 정치, 경제 등 많은 지식을 한 교과서에 집적시켰기에 배워야 할 분량도 많았고, 그 모든 것을 암기해야 시험을 잘 볼 수 있었다. 암기에 약한 나로서는 사회 교과가 고역이었다. 당시에는 교과서와 문제집, 참고서 말고는 별 다른 해설서나 단행본이 없어 오로지 암기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아직 내가 겪지도 않은 사회 곳곳의 여러 분야에서 다루는 제도와 절차 등을 체화하기에는 나의 생활 반경이 협소했고, 경험이 부족했다.  

  이 책은 현재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사회 교과서의 각 단원과 학년을 해체하여 재분류하고 각각을 하나의 책으로 엮었다. 지리, 생활, 인권, 경제 등 많은 주제를 바탕으로 다시 풀어 썼기에 각각의 개념을 이해하기 쉽고,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암기가 아닌 이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이들은 집과 학교에서 인권, 인권하면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지만, 인권을 제대로 이해했다기보다는 자신들의 편의, 즉 이익에 기반하여 주장하는 경우도 많다. 인권은 흔한 용어가 됐지만, 제대로 이해하고 권리를 주장하지는 못하는 셈이다. 같은 주장을 하더라도 그것이 어디에 기반을 두고 있느냐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무엇보다 어린이들에게 인권 교육이 중요하다. 자신들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크게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 인권’, ‘세상 모든 어린이가 누릴 권리’,‘함께 지키는 인권’ 세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고, 첫 단원에서 인권의 개념을, 다음 단원에서 독자가 현실에서 겪는 사례를 토대로 인권의 여러 유형과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지식과 경험을 함께 잡았다. 마지막 단원에서는 인권이 적용되는 범위를 넓혀 세계로 나아가고, 실천 지침까지 마련해주고 있다. 이는 대략 나, 가족, 사회, 국가, 세계 영역으로 넓혀 가는 기존 교과서의 전개 방식과 닮았다.  

  기본적으로 3인칭 관찰자인 선생님의 입장에서 친구 또는 친구 부모님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서술 방식을 취하며, 인권의 적용 여부가 애매한 사례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질문을 던져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도시 아이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 아이들뿐만 아니라 시골 아이들, 가난한 집 아이들의 사례까지 다룸으로써 어느 한 지역과 빈부(貧富) 정도에 편중되지 않도록 배려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삽화에서 남자 아이를 그려 넣고, 또 서술 사례에서도 남자 아이의 이름만을 사용함으로써 남녀평등 측면에서는 균형을 맞추지 못했다. 인권을 주제로 한 책이기에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구성면에서는 각각의 작은 주제마다 정식 교과서의 해당 학년과 단원을 표기함으로써 관련하여 학습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 교과서에서 한 문장으로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가는 개념을 더욱 쉽게 서술하여 별도의 지식 코너를 두거나 단어 설명을 하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장점이다. 여러 주제를 한 책에 많이 집약적으로 담아야 하는 기존 교과서보다 더 경험적으로, 더 현실적으로 와 닿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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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물어야 할 한 가지 - 결혼을 배운 적이 없는 모든 당신들을 위하여
강수돌 외 지음 / 샨티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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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전 물어야 할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일까? 샨티 출판사의 편집자는 '결혼 전 물어야 할 15가지 질문'이라는 제목의 기사보고  이 책을 기획했다. 편집자는 저자들을 섭외해 원고 의뢰를 했다. "결혼 전 물어야 할 한 가지 질문이 있다면 무엇일지 써주세요. 그것은 자신에게 묻는 것일 수도 있고, 배우자에게 또는 두 사람 모두에게 물어야 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하 생략)" 

  편집자는 원고 의뢰를 하고서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마주하게 되었다. 집필을 거부한 사람들이 나타난 것. 바쁘다, 실은 별거 중이다, 이런 상태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겠느냐, 아내가 본다고 생각하니 쓸 자신이 없다, 아내가 그런 글을 쓸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등의 이유였다. 자기 검열과 배우자의 검열로 원고 청탁을 거부한 것. 그래서 또 다른 이들에게 청탁을 했고, 여러 글이 실리게 되었다고.  

  짧은 글이지만 이 책에 글을 담은 저자들은, 편집자로부터 원고 의뢰를 받고 무척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스스로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글쟁이, 학자, 유명인이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을 것. 거짓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을 테고, 진심 어린 글을 담되, 때에 따라서는 스스로 벌거벗는 느낌까지도 들지 않았을까. 독자들에게는 신선한 기획이지만, 저자들에게는 고역이었을 수도 있겠다.  

  좀 더 내밀하고 깊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 저자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좋은 말은 많이 했지만, 내가 원했던 속 깊은 이야기는 들려주지 않았다. 그건, 이 주제가 자신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일 수도, 그 사람과 보낸 시간이 고통스럽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책에 글을 보탠 이들은 각자 자기 스타일대로 제각기 다른 글을 썼다. 어떤 이는 자신의 연애에서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어떤 이는 구체적인 자신의 경험담을 최대한 배제한 채 바람직한 연애관, 결혼관에 대해 서술했다. 이 책의 제목, 주제를 접했을 때 독자가 예상하고 기대할 수 있는 것에서 좀 벗어난 듯한 글도 있었다. 더 아쉬운 것은 여기 담긴 글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지만, 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은 계속 해왔다. 요즘 결혼은 애를 낳기 전까지는 '동거', 애를 낳고 나면 '결혼' 시스템이 굳어지는 것 같은데, 프랑스처럼 '동거' 관계에서 나온 '애'도 기를 수 있는 시스템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회에서 나름 자기들만의 합리적인 방법을 만들어낸 것 같다. 만일 '애'가 없다면 계속 '동거'도 가능하지 않을까. 결혼식을 했다는 것만으로는 법적 구속을 받지 않으니 말이다(물론 지인들이 두 사람의 결혼 사실을 안다는 점에서 심리적 구속을 받겠지만). 

  "헌신하지 말고 유혹하라. 유혹은 꼭 가슴골이 파인 옷을 입고, 꽃사슴 눈으로 상대를 바라봐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자신이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일이나 취미를 가진 사람들, 그렇게 자신의 세계에 몰입하는 사람들이 더 매혹적이다."

  목수정의 글이 맘에 든다. 그의 연애관, 결혼관에 동의하고, 그런 사람을 만나 오래도록 같이 하고 싶다. 꼭 결혼이 아니어도 연인 사이에서도 헌신하기보다는 유혹하는 이들이 멋지다. 두 사람은 각자 자기 세계가 있어야 하고, 서로를 구속하지 말아야 한다. 함께 하되 각자의 영역이 있는.   

  "현재의 삶을 내가 온전하게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아니면 주변의 잘 알 만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하는 권인숙의 충고도 새겨들을만 하다. 데이트 중 자신을 상대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만, 노력은 본질을 뒤덮지는 못한다. 데이트 상대를 내 연인으로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연인으로 만든 뒤 지속적인 만남에서 갈등이 생기는 건 자기를 지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를 지울 필요도 없다. 잘못된 것은 고쳐야겠지만, 나를 지울 수는 없다. 그걸 스스로 지우려 한다면 자신이 괴로울 것이고, 상대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둘 사이는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그땐 그냥 헤어지는 것이 낫다. 연인 사이에서도 이런데 결혼은 상대를(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과 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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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 2011-11-05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을 배울 수 있는것이라면 좋겠네요 ㅎㅎ 다락방님의 글속에 이책 소개글을 보고 여기 아프락사스 님의 서재까지 오게되었네요

마늘빵 2011-11-06 22:5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게 가르친다고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
 
확신의 함정 - 금태섭 변호사의 딜레마에 빠진 법과 정의 이야기
금태섭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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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딜레마에 빠진 법과 정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에서, 작가의 주된 메세지는, '누구나 틀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사법 시험에 합격했으며, 검사로 임용된 그는, 검사에서 변호사로 신분을 바꾸기 전까지 수많은 사건을 접했고, 사건에 연루된 피의자들을 만났다. 이 사람이 범인인가 싶었는데 아닌 경우도 있고, 이 사람이 범인이라는 심증은 있는데 물증을 대지 못해 미제 사건으로 남은 경우도 있었다. 결론이 확실하다면 그나마 나은데 뭐가 뭔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는 건들도 있다. 그에 따르면 모든 이야기에는 양면성이 있다. 진실은 그 어느 지점엔가 존재하고, 우리는 양쪽에서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  

*  책에는 많은 사건들이 글의 재료로 쓰였고, 중간중간 읽으면서 평소 정리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볼 수도 있었다. 가령, 아동 성폭행 범죄 사건이 터지면 일부 네티즌들이 '화학적 거세'를 해결 방안으로 내놓는데, 사실 이렇게 실시한다고 해도 그의 성기를 이용해서 성범죄를 저지르지 못할 뿐이지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손이나 눈, 입으로도 충분히 범죄를 저지를 수가 있다. 범죄는 '성기의 꼴림'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범행 대상을 눈으로 목격'하면서 시작된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는 화학적 거세가 아니라 인위적 시각 장애를 주장해야 하는 걸까? 성기를 제거하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 학생 인권에 관한 부분도 나오는데 1974년 4월 3일 시행 대통령 긴급조치 4호 5항에 따르면, "학생의 부당한 이유 없는 출석, 수업 또는 시험의 거부, 학교 관계자 지도, 감독하의 정당한 수업, 연구 활동을 제외한 학교 내외의 집회, 시위, 성토, 농성 기타 일체의 개별적, 집단적 행위를 금한다. (...) 위반한 자 및 이 조치를 비방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해야 한다. 그 시절의 대통령과 정부가 얼마나 악랄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정희 시대에는 고려대학교 교내에서 시위하면 징역 10년에 처할 수 있다는 법조문도 있었다고. 박정희를 그리워하는 이들은 이 사실을 알까? 이 책이 아니면 계속 모르고 지나갔을 것.  

  이슈거리를 두고 다른 근거와 관점에서 바라보게 해준다는 것, 몰랐던 사실을 알게 해준다는 것은 이 책에서 내가 얻은 부분이다. 그러나 딜레마적 상황을 던져주고, 금태섭 변호사가 자신의 대답을 명확히 하지 않거나 두루두루 누구나 답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고 넘어가는 부분에서는 조금 아쉽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의 주장을 명확히 했지만, (나도 계속 고민하고 있는) 그 문제의 근거가 논리적으로, 이론적으로 약해 고민을 해소하지 못하기도 했다. 관련된 주제로 글을 썼기에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지만, '역시나'가 되었던 것이다. 

*  몇 년 전부터 계속 생각해오던 이 문제에 대한 나름의 근거를 생각했지만, 이 근거를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는 사람이 있다는 점을 알고 일단 놀랐고, 또 나와 입장이 다른 그쪽의 입장을 들어보면 그것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내내 마음속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성매매'와 '성매매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인데, 진보적 여성 운동가들-그들은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다- 중 일부는 성기를 이용해 노동하는 것과 손이나 팔, 다리를 이용해 노동하는 것이 무엇이 다른가 하고 의문을 제기하며, 성매매를 옹호하기도 한다. 듣고보면 신체의 일부를 이용해 노동하는 것이니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 이건 뭔가 아닌데 하고 생각하면서, 그 두 행위의 차이로 생각해 본 것이 일종의 '인격권'이라는 것.

  말하자면 이는, 성기는 신체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이용해 노동한다는 것은 애초 어불성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은 그다지 강력하지는 않다.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건데, 금태섭 변호사 또한 이 책 중간에 성매매 여성을 언급하면서 그들은 "다른 사람을 위한 도구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인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또 "정말 돈을 내고 자신을 고르는 사람과 섹스를 하는 행위에 '자발적인' 경우와 '비자발적인' 경우가 구별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우리에게 최소한의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성매매는 범죄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라고 답한다. 이 글에서 금태섭 변호사가 '최소한의 지켜야 할 것'이라고 표현한 것이 내가 생각한 일종의 인격권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만, 이를 통해서는 그와 나의 입장이 비슷하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깔끔하게 내리기는 어렵다.

* 이 책에 대해 어느 독자는 고등학생이 논술 답안으로 작성한 수준의 글이라고 평했지만, 글을 쉽게 썼다고, 글이 쉽게 읽힌다고, 내용에 대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 책은 금태섭 변호사의 검사 시절부터 변호사인 지금까지 경험한 직간접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 법률 에세이라고 봐야 하고, 이 안에서 우리는 충분히 그의 경험을 빌려 생각을 넓힐 수 있다는 것. 독자는 그의 책을 재료로 삼아 '만일 나라면'이라는 의문을 가지고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면 될 것이다. 이 책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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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8-23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성폭행을 살인보다 더 죄질이 나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사카 고타로의 책 [골든 슬럼버]에서도 그런 말이 나오거든요. 성추행에는 명분이 없다고. 저도 그것에 동의하는데,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그 순간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고 평생을 트라우마에 갇혀 살게 하기 때문에 죽는것보다 못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물리적 거세를 원했었어요. 화학적 거세도 다 필요없다, 물리적 거세만이 살길이다. 꽤 극단적인 성향을 가진거죠, 그쪽에 대해서는. 그런데 아프락스사스님의 이 리뷰를 읽으면서 결국 그것도 궁극적인 해결은 될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야 비로소 말이죠. 그러네요, 반드시 성기가 아니어도 성추행은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맙소사. 끔직하네요.

성매매에 대해서도 최근에 좀 생각이 복잡해졌는데, 이 책은 저도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마늘빵 2011-08-23 10:15   좋아요 0 | URL
이 책에 성매매에 관련된 부분은 아주 조금이에요. ^^ 각 주제를 조금씩만 할애해서 쓰고 있는데 생각해볼 부분은 많을 거에요.
 
기획회의 300호 2011.07.20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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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인 출판 잡지, 기획회의. 잡지의 제목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들에겐 정체성을 알 수 없는 잡지가 되어버렸는데, 때문에, 출판 관련 잡지를 찾으려고 검색하는 사람들도 별다른 정보가 없다면, 이 잡지를 찾아낼 수 없을 것. 몇 년 전에 우연히 알게 되었고, 이후 몇 차례 구입해 보았다. 격주간으로 발행하는 정기간행물이다보니 매회마다 기획을 새롭게 할 수는 없을 것.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신선한 정보와 기획을 원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300호는 기념 특집으로 '한국의 저자 300인'을 선정했고,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에게 글을 의뢰했다. 특집답게 책의 분량도 늘어났고, 가격도 두 배다. 판매지수를 봐도 과월호에 비해 월등히 많이 팔렸음을 알 수 있다. 기획이 독자를 사로잡고, 책의 판매량을 좌우하는 것. 굳이 베스트셀러 단행본이 아닌 출판 잡지만을 놓고봐도 알 수 있다. 300호에 300인의 저자. 인원 수의 선정은 다분히 의도된 것으로 보이는데, 적당한 시점에서 정리는 잘 했다. 혹, 어떤 저자는 자신이 빠진 것에 대해서 서운해 할 수 있겠다.

  기획회의 입장에서는 300인의 저자를 선정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한 작업이었을 것 같다. 아마도, 인터넷 서점 창을 열어놓고 분야별로 스크롤을 쭈욱 내리면서 검토하지 않았을까. 아무리 평소 저자 위주로 살펴본 사람이어도 이렇게 300명만 골라 선정할 때엔 분명 빠지는 이들이 있을 테니. 어느 한 쪽으로 편중되거나 빠뜨리지 않도록 검토하는 작업에 시간을 많이 쏟았을 것 같다. 한 번쯤 이렇게 한국에서 꾸준히 집필 활동을 하는 저자들이 누가 있는지 정리하는 것도 괜찮고, 내가 평소 관심 갖고 있던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 저자들로는 누가 있나 훑어보는 계기도 된다.

(참여하신 자문위원 중 한 분께서 다음과 같이 선정 과정을 말씀해주셨습니다. "문광부의 우수 교양 도서를 비롯하여 최근 5년간의 각종 추천 도서 목록, 기획회의에서 언급되었던 저작물 목록 등을 취합해서 1차 참고 목록을 만들고 선정 자문 위원들이 그 목록을 놓고 첨삭을 해서 최종 후보 목록을 만든 뒤에, 필자들에게 제공하고 여기에 각 주제를 맡은 필자들이 글을 쓰시려는 방향에 따라 다시 첨삭을 가하고 최종적으로 선정 자문 위원들이 확인하는 방식으로 선정이 이루어졌습니다.")  

  기념 특집에서 좀 아쉬운 것은, 필진 후보가 없었는지 썼던 사람이 여기저기 수 편씩 썼다는 점이다. 한 사람이 심지어 글을 네 편 가량 쓰기도 했는데, 여러 편 쓴 필진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 기획회의가 300인을 선정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누가 그 이야기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여기 실린 글이 함량 미달이거나 같은 말이 계속 반복되거나 하진 않는다. 한 사람이 여러 글을 썼더라도 중복을 피하려 했을 것. 그치만 글을 읽는 맛을 위해 한 사람이 각각 하나의 글만 썼으면 어땠을까.  

(위와 관련해서도 자문위원 중 한 분께서 기획회의 자체의 열악한 운영 시스템으로 인해 빚어진 불가피한 일임을 이야기하셨습니다.)

  매 회 이렇게 신선한 기획으로 독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한 방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기구독을 신청하기엔 내겐 그 한 방이 부족해 보인다. 그래서 매번 눈길이 갈 때만 지갑을 연다.  

  덧) 아쉬운 점 하나 더. 책의 후반부에 300인의 저자들의 대표 저작물을 표 안에 함께 기록해두었는데, 해당 저자의 대표작을 정작 빼놓고 부차적인 저작물을 넣은 경우가 보인다. 탁석산의 경우는 심했는데, 그의 주 저작은 <한국의 정체성>과 <한국의 주체성>이라고 봐야 한다. <준비가 알차면 직업이 즐겁다>, <성적은 짧고 직업은 길다>와 같은 책은 그를 대표할 수 없다.  

('덧'과 관련해 자문위원 중 한 분께서 잡지의 어디에도 '대표작'을 선정했다는 말은 없었지만, '최근 5년작'이라고 표기하지도 않았음을 이야기하셨습니다. 독자가 '대표작'으로 오해할 수 있는 여지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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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8-04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잡지가 다 있네요. 신기하다.
아프님이 출판계에 있었다는게 이런걸 보면 생각나요~

마늘빵 2011-08-04 09:46   좋아요 0 | URL
저는 그냥 책 좋아하는 독자 입장에서 본다는. ^^

로쟈 2011-08-04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필진으로 끼는 바람에 알고 있는 내용을 덧붙이자면, 300인 명단(실제론 좀 넘습니다)은 기본리스트를 바탕으로 선정자문위원들이 분야별로 리스트를 뽑고 거기에 각 필자들이 조금 더 보탠 식입니다. 최근 5년간 출간된 책 위주구요(그래서 누락된 저자들도 있습니다), 학술서는 배제했습니다('학술적'인 책도 없진 않지만요)...

마늘빵 2011-08-04 10:16   좋아요 0 | URL
앗 네. 자문위원들이 검토를 하여 선별한 거군요. 거의 빠짐 없이 정리된 것 같습니다. 대표작 선정은 좀 문제가. 위에 언급한 탁석산 같은 분이 보면 기분이 별로겠다 싶어요.

똥개 2011-08-04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말씀... 로자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최근 5년간'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가장 지양하려고 했던 건, 인터넷 열고 키보드에 손가락만 올려놓으면 찾을 수 있는 정보를 나열하는 건 가급적 피하자는 거였습니다. 강준만 교수처럼 다작인 경우는 최근 5년간의 저작목록만으로도 엄청난 분량이 나오는데 그걸 다 수록할 수는 없고, 또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저작활동을 하고 있는데 10년도 넘은 책을 대표작이라고 지목하는 건 자의성의 여지도 있지만, 보기에 따라선 최근엔 이렇다할 저작을 못 내놓고 있는 것으로 비칠 소지도 다분하지요. (다시 찾아보니 '대표작'이라는 표기는 어디에도 없네요. '대표작'이 아니라 '최근작'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최근작'이라는 표기도 하지 않음으로써 '대표작'으로 오해될 수 있게 한 것은 분명 편집 실수이겠습니다만...

똥개 2011-08-04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자 중복 문제는 안타까운 부분이기는 한데.. 그게 현재의 현실입니다. 기획회의가 살림이 넉넉하다면, 평소에 필자 발굴 노력도 좀 하고, 넉넉한 원고료로 계속 글을 쓰실 지면도 드리면서 격려도 좀 하고 그럴텐데, 상근인력은 한 달에 두 번 마감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정도의 최소한의 규모로 운영되는 상황인지라... 잡지의 파워 문제도 크고요. 가령 기껏 신선한 필자에게서 글을 받았는데 기획의도에서 벗어나 부득이 버린 원고도 있는데, 이런 건 평소에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잡지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가 있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잇는 문제입니다만, 그런 전제가 없는 상태에서 급조가 불가피해지는 건 커뮤니티가 형성될 만큼까지는 매체 파워가 미약하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니 지적하신 아쉬뭉을 피하려면, 당장은 모자라더라도 더 응원하는 수밖에 달리 길이 없습니다. 그나마 다른 매체들이 다 죽어버려 글 좀 쓰실 만한 분들이 안정적으로 글쓰기를 할 지면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나마의 아쉬운 모양새로라도 단 한번의 결호도 없이, 또 부실한 내용으로 구색맞추기식 지면때우기를 하지 않으면서 버텨내고 있는게 차라리 기적에 가까운 일로 보입니다.

똥개 2011-08-04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뒷얘기'삼아 한가지 귀띔해드리자면, 인터넷 서점창은 아니고요. 최초의 목록은 문광부의 우수교양도서를 비롯하여 최근 5년간의 각종 추천도서 목록, 기획회의에서 언급되었던 저작물 목록 등을 취합해서 1차 참고목록을 만들고 선정자문위원들이 그 목록을 놓고 첨삭을 해서 최종 후보 목록을 만든 뒤에, 필자들에게 제공하고 여기에 각 주제를 맡은 필자들이 글을 쓰시려는 방향에 따라 다시 첨삭을 가하고 최종적으로 선정자문위원들이 확인하는 방식으로 선정이 이루어졌습니다. 각 단계에서 첨삭을 가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인터넷서점에 축적된 정보가 유용하게 이용되었겠지만, 처음부터 '베스트셀러 목록'을 포함하여 서점의 자료를 저본으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마늘빵 2011-08-04 22:52   좋아요 0 | URL
헙, 장문의 댓글 감사합니다. 제 추측에 대한 사실 확인을 공개적으로 해주셔서 궁금해 하실 다른 분들도 시원할 듯합니다. ^^ 선정작에 '최근 5년'이라는 말이 없어 당연히 대표작으로 여겼습니다. 다른 분들은 꾸준히 집필 활동을 해서 이전작이나 최근작이나 대표작으로 삼아도 될 것 같은데, 탁석산 샘의 경우는 활동이 뜸하신데다 최근작이 실용서에 가까워 그를 모르는 분들에겐 다소 왜곡된 이미지를 줄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문제제기를 해봤습니다. 기나긴 해설 감사드립니다. ^^

똥개 2011-08-05 14:18   좋아요 0 | URL
'최근 5년' 외에도 몇 가지 원칙이 있었습니다. 작고하신 분들은 제외했고요. 문학적 평가가 우선되어야 하는 시/소설 등 순수창작물도 제외했습니다. '왜곡된 이미지'를 말씀하셨는데, 꼭 탁선생님이 아니더라도, 어느 저자든 현재의 저작 활동이 펼쳐지고 잇는 지평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왕년'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는 전혀 고려의 지점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한국 사회에 꽤나 의미있는 저작을 남기신 중요한 저자임에도 최근 5년 동안 1종 이상의 출간도 없는 분들은 과감하게 제외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5년이라는 기준이 자니치게 자으적이랄 수는 있겠지만(왜 10년은 아닌가 같은 문제제기가 가능하겠죠.) '이 시대의 대표저자'라는 기획 취지를 살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탁선생님은 과거에 어떤 책을 내셨든 '이 시대'에 저자로서의 정체성은 그분이 최근에 내신 책들 속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김태빈의 서양고전 껍질깨기
김태빈 지음 / 도서출판 해오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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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 이름이 제목에 들어가는 경우는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저자의 이름 자체가 이미 상품성이 있거나 그렇지 않다면 저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자신감이 있거나. 이 책은 어디에 해당할까. 저자의 첫 책인듯 보이니 당연히 전자는 아니고 후자에 해당할 것이다. 책 제목에 왜 이름을 넣었는지는 알 수 없다. 출판 편집자와 저자에게 물어야 할 것. 결론내릴 순 없지만 후자로 추측해본다.

  표지는, '서양 고전 껍질 깨기'라는 제목을 너무 의식한듯 서양 작가들의 인물 스케치를 그려놓고, 노동자들이 머리 위에 올라타 머리를 깨는 형상을 하고 있다. 인물의 머리를 고전의 껍질에 비유하고, 이것을 깨는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 제목과 표지가 일치하기는 하지만, 표지 그림은 조금 섬뜩하다. 두 개골을 망치로 부수는 그림이라.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제목도 그냥 정직하게 '서양 고전 수업'과 비슷하게 가면 어땠을까 싶다.  

  저자는 국어교육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현대 소설을 공부했다.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문학과 논술을 가르치고,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은 그가 학생들과 함께 한 수업의 결과물이라고 봐야겠다. 크게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나, 우리, 세상, 이상으로 점차 범위를 확대한다.

  각각의 장으로 들어가면 한 고전 작품에서 추출한 주제 제목을 달고, 해당 고전에 대해 간단히 해설한다. 이후 고전의 주인공과 가상 대화를 시도하면서 인물이 처한 상황과 상황에서의 행동 원인을 심리적으로 추측해보게 한다. 다음으로, 세 가지 질문을 차례대로 던져 작품과 작가에 대해 좀 더 깊이 알 수 있도록 했다. 교사의 역할이 끝나고 나면 학생들의 대표 독서록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교사의 마지막 평가 내지 해설을 첨가한다. 관련 책 소개 코너는 책의 보너스다.  

  이 책 안에는 열두 개의 고전이 들어가 있고, 대부분 청소년 추천 도서로 많이 거론되는 서양의  고전 작품들이다. 이방인, 그리스인 조르바, 인형의 집, 오만과 편견, 햄릿, 노인과 바다, 걸리버 여행기, 오뒷세이아,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1984, 달과 6펜스, 인간의 조건. 마지막 '인간의 조건'은 한나 아렌트의 저작이 아닌 앙드레 말로의 작품.  

  서양 고전을 섭렵하지 않아서인지 언급된 작품 중 내가 완독한 것은, 걸리버 여행기와 1984 둘 뿐이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선물 받았지만 아직 읽지 않았고, 오만과 편견은 영국 드라마와 영화로만 봤다. 햄릿은 일부 지문을 접해봤을 뿐이고, 노인과 바다는 고등학교 때 읽다 말았다. 오뒷세이아는 구입했으나 너무 두껍고 읽기 어려워 장식용으로 꽂혀 있으며, 인간의 조건은 아렌트의 작품 말고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 단행본은 고등학생들과의 고전 수업의 진행 방식을 따르고 있고, 그대로 활자로 구현한듯 하다. 불행히도 언급된 고전 작품들을 두루 접하지 않아 '읽음'을 전제로 한 이 수업에 집중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분명 해당 고전 작품을 이 책과 함께 읽거나 고전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접한다면 얻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흥미로운 세미나 방식이고, 그대로 다른 교사가 현장에서 적용해도 유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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