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 - 어떻게 성과를 높일 것인가
앤드류 그로브 지음, 유정식 옮김 / 청림출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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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고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1983년 초판 발행 이후,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해 1995년 개정판이 나왔다. 그로부터 다시 30년이 흐른 2025년 지금, 이 책은 조직 문화를 다룬 고전 중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실무형 관리자를 위한 세밀한 공정 지도

이 책은 추상적인 조직 문화론이라기보다, 중간 관리자가 수행해야 할 역할을 아주 세밀하게 알려주는 지침서에 가깝다. 저자는 관리자의 마음가짐을 모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관리자의 행동과 과정을 마치 상품을 기획하고 공장에서 조립하는 공정처럼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카페에서 토스트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려 손님에게 내는 과정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만 봐도, 책 전반이 얼마나 실무 중심적으로 서술될지 가늠할 수 있다.


AI의 출현으로 많은 이들이 조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직무로 중간 관리자를 꼽는다. 신입 사원의 자리는 축소되고 관리자의 역할은 모호해지는 시대다. 이런 시점에 관리자의 본질을 논하는 이 책이 과연 유효한가 하는 의심이 들 수도 있다.


왜 지금 다시 앤드루 그로브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여전히 강력한 인사이트를 준다. 본래 중간 관리자를 타깃으로 쓰였지만, 연차가 쌓여 동료들과 프로젝트를 이끄는 실무형 리더나 효율적인 조직 구성을 고민하는 경영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리더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언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결정 전에 누구와 상의하고, 그 결정에 대해 누가 동의하거나 거부권을 가질지를 명확히 설계해야 한다. 인텔의 CEO였던 저자는 일을 하지 않는 이유를 딱 두 가지로 정의한다. 할 수 없거나(능력 부족), 하려고 하지 않거나(동기 부족). 결국 관리자의 핵심 임무는 교육을 통해 능력을 키워주거나, 동기를 부여해 성과를 끌어내는 일로 귀결된다.


관리자는 '환경을 만드는 코치'가 되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동기 부여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다. 동기는 타인이 강제로 주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개인의 내면에서 발생하는 것이기에, 리더의 역할은 ‘동기가 충만한 직원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최근 읽은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를 다룬 책 『파워풀』, 『규칙 없음』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인재 밀도를 높여 열의 넘치는 동료들로 주위를 채우는 것이 곧 최고의 동기 부여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관리자가 '코치'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코치는 팀의 승리에 대해 사적인 감정보다는 객관적이고 엄격한 태도를 유지해야 하며,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가 과거에 훌륭한 실무자였어야 한다. 실무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관리자는 팀원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고,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채용과 면접, 미래의 성과를 추측하는 기술

책은 면접의 기술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다룬다. 면접의 목적은 단순히 사람을 뽑는 것을 넘어, 회사를 알리고 서로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과정이다. 저자는 지원자의 과거 성취와 실패,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배움을 집요하게 확인하며 미래의 성과를 추측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기술적 지식과 스킬이 있는가?

• 과거의 성취와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가?

• 새로운 직무를 수행할 준비가 되었는가?


여전히 유효한 하이 아웃풋의 원리

책을 덮고 나면 제목이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인지 선명하게 이해된다. 조직 운영을 공장의 생산 공정에 비유해 품질과 효율을 높이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지금 봐도 매우 신선하다. 세월이 흘러 도구는 변했을지언정, 사람과 성과를 관리하는 본질은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덧) 퍼블리의 전 대표 박소령의 "실패를 통과하는 일"에 언급된 책들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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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없음 - 넷플릭스, 지구상 가장 빠르고 유연한 기업의 비밀
리드 헤이스팅스.에린 메이어 지음, 이경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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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구글, 메타, 애플, 오픈AI, 테슬라만큼이나 핫한 IT 기업이다. 이 책은 넷플릭스가 어떻게 지금의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매뉴얼 같은 책이다. 


넷플릭스는 조직 운영 규칙을 다듬어 나가며 그 내용을 대중에게 공개해 화제가 되었다. 이 책은 흔히 ‘자율과 책임(F&R)’이라 불리는 넷플릭스 문화의 상세한 해설서다. 창립자인 리드 헤이스팅스와 조직 문화 연구가 에린 마이어가 공동 집필했다.


1997년 동네 비디오 대여점으로 시작한 회사가 어떻게 2020년대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을까? 리드 헤이스팅스는 비디오 대여점 연체료 경험을 바탕으로 우편 DVD 대여 사업을 구상했고, 이후 대여 사업과 스트리밍 서비스를 두 축으로 삼았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인터넷의 발달과 '소유에서 구독으로' 변화하는 트렌드와 맞물려 거대한 성공을 거두었다.


영상 콘텐츠를 구독 모델로 소비하는 것은 이제 보편적인 문화가 되었다. 음악 시장이 먼저 스트리밍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영상 분야의 변화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이제는 도서 분야도 종이책 구매에서 전자책 구독 방식으로 변모하고 있다. 바야흐로 모든 문화가 스트리밍과 구독의 시대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왜 다른 경쟁사들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릴까? 여러 사업적 결단이 있었겠지만, 기존 영상을 단순히 유통하는 단계를 넘어 오리지널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그 작품들이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점이 결정적이었다. 이러한 성공은 창립자의 혜안뿐 아니라 넷플릭스 특유의 조직 문화 덕분이다. 핵심은 ‘규칙 없음‘이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여 인재 밀도를 높이고, 솔직한 피드백을 장려하며, 비용 통제를 없애는 대신 업계 최고의 보수를 지급하는 투명한 운영 원칙이다.


“사람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는 인재 밀도가 높은 회사라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으로 확인했다. 뛰어난 성과를 올리는 사람은 인재 밀도가 높은 환경에서 특히 실력을 발휘한다.”


동의한다. ‘최고의 복지는 동료’라는 말처럼, 유능한 사람들이 모여 높은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 조직은 최고의 성과를 낸다. 성과가 낮은 구성원에게는 피드백과 기회를 주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끝까지 안고 가기보다는 단호하게 이별하고 그 자리를 새로운 인재로 채운다.


저자는 팀에 평범한 사람이 섞여 있으면 팀 전체의 성과가 하향 평준화된다고 경고한다. 탁월한 인재들 사이에 평범한 사람이 섞이면, 인재들의 의욕이 꺾이고 "나 혼자 애써서 뭐 하나"라는 회의감에 빠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 같은 시간을 쏟았다고 해서 목표가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목표에 닿기 위한 정확한 액션이 수반되어야 하며, 결과적으로 성과를 내야만 한다. 넷플릭스의 규칙들은 성취욕이 강한 이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이지만, 안정과 안락함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안정성’이나 ‘가족 같음’은 넷플릭스의 사전에는 없는 단어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가 가족이 아닌 ‘팀’이라고 강조한다. “우승팀이 되려면 모든 포지션에 최고의 선수가 있어야 한다.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쫓겨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면, 프로의 자세가 아니다.” 프로 스포츠팀의 선수들은 이기기 위해 훈련하고,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개선한다. ‘열심히’는 기본이고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교체될 뿐이다.


글을 읽으며 조직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확인했다.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변화를 시도하며 높은 성취를 지향하는 CEO 문화가 있다면 업계 선두를 유지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는 내가 꿈꾸는 팀과 조직 문화의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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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풀 - 넷플릭스 성장의 비결
패티 맥코드 지음, 허란.추가영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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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기업 문화에 대해서는 여러 곳에서 언급되어 알고 있었다. 동료들과 서로 상대의 문제점, 개선했으면 하는 점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솔직한 문화, 그리고 내 동료들이 최고라는 인식, 이러한 구성원에게 ‘최고의 복지는 동료’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최고의 동료를 계속 영입하려고 애쓰는 조직. 


이 책은 넷플릭스의 인재 채용자가 썼다.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가 에피소드와 함께 책 곳곳에 드러나 있다. 


“모든 직원은 극도의 솔직함을 실천해야 한다. 서로 간에는 물론 경영진에게도, 시의적절하게 만나서 진실을 말해야 한다. 모든 직원은 사실에 근거한 의견을 바탕으로 대담하게 토론하고, 그 결과를 엄격하게 시험해야 한다.”


“훌륭한 팀을 구성하기 위해선 재능 있는 사람들을 채용해야 한다. 어른들, 그러니까 자기 일과 씨름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람들 말이다. 어른들을 채용했다면, 그다음에는 회사가 직면한 도전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들과 명확하고도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출근을 해서, 자신이 믿고 존경하는 동료들로 이뤄진 제대로 된 팀과 함께, 미친듯이 집중해 멋진 일을 해내는 것 말이다. 난 그런 정신을 사랑한다.” 


하위 성과자를 계속해서 내보낸다는 이 회사에서 일하려면, 내가 그 하위가 되지 않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 같다. 편안한 안정감보다는 높은 긴장감을 지녀야 할 것이고, 현재 내가 유능한 조직원, 능력 있는 동료라더라도 계속 성장하려고 애써야 할 것이다. 


이런 긴장감이 있기 때문에 ‘최고의 복지는 동료’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 잘하는 사람들은 일 잘하는 사람들과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일을 하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싶고, 내가 하는 일이 잘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직장은 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하는 곳이 아닌, 내가 자아실현하는 곳이고, 회사는 나를 통해 성과를 내고 이윤을 얻는 곳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직원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지원은 오직 고성과자들만 채용해서 그들이 함께 일하도록 하는 것이란 걸 깨닫게 됐다. … 능력이 탁월한 동료, 명확한 목표, 제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 이 세 가지는 무엇보다 강력한 조합이다.” 


“가장 강력한 동기는 함께 일할 좋은 팀원들이 있다는 데서 나온다. 멋진 일을 하면서 서로에게 도전이 되고 서로를 믿을 수 있는 사람들 말이다.” 


이를 위해 인재 채용자, 또 팀장급의 관리자들은 “미래에 같이 일하길 바라는 팀을 구상하고, 거기에 맞는 팀원을 지금 당장 고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미래의 동료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능력 있는 동료여야 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을 데려와야 일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우리는 더 많이 일할 것이고, 더 놀라운 성과를 낼 것이다.‘라고 생각할 때 그 출발점을 현재의 팀으로 상정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당신이 데리고 있는 팀으로 시작하면, 더 많이 일할 수는 있겠지만 놀라운 성과를 내진 않는다는 것이다. 미래 비전에서 출발해서 이상적인 팀을 구축해라. 당신이 해결하길 원하는 문제를 찾아내라.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간을 정해라. 그 일을 성공시킬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그들에게 정보와 자원을 제공해라. 이를 위해 스스로에게 물어라. 준비가 되고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사람들을 데리고 와야 하는가?”


우리는 “팀을 구축하는 것이지, 가정을 꾸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며, 내부에서 인원을 돌려쓰며 새 프로젝트를 완수하려 하지 말고, 기존에 있던 사람을 내보내더라도 그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기에 적합한 사람을 영입하려고 해야 한다. 저자는 기존에 있던 사람은 자신의 다른 재능을 찾아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적합하고, 그 사람을 계속 고용하는 것보다 내보내는 것이 그 사람에게도 좋다고 말한다.


“넷플릭스에서 면접을 볼 때 사람들에게 넷플릭스는 커리어를 관리해주는 회사도 아니고, 자신의 커리어는 자신이 관리하는 거라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그동안 일을 잘했던 직원일지라도 때론 떠나보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기능과 기술을 보유한 고성과자를 영입할 공간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팀원을 평가할 때 다음의 세 가지 단순한 규칙을 사용하라고 말한다. “이 사람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뭐지? 이 사람이 특별히 잘하는 것은? 이 사람이 잘했으면 하는 것은?” 


저자는 서두에서 자신 스스로도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내는 데 흥미를 느끼고, 동기 부여를 받는다고 말한다. 자신이 일하던 비즈니스 모델이 이미 구축된 회사를 버리고 비디오를 대여하던 넷플릭스에서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것은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임에도 “갑자기 확 끌려” 도전을 택했다고 한다. 


이런 도전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야 사업은 성공한다. 사람들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자신의 목표치가 높아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를 내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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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통과하는 일 - 비전, 사람, 돈을 둘러싼 어느 창업자의 기록
박소령 지음 / 북스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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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리는 현재 뉴닉으로 넘어갔다. 회사 퍼블리가 하던 또 다른 신사업은 알지 못했다. 그 사업은 시소로 넘어갔다. 퍼블리의 창업자였던 박소령은 두 사업을 한 번에 넘기려고 했지만, 아무도 사지 않았다. 그래서 쪼갰다. 두 사업은 성격이 너무 달라 쪼개서 넘기는 게 맞아 보이긴 한다. 


이 책은 퍼블리의 창업자이자 10년 간 사업을 성장시키고, 또 문을 닫은 박소령의 사업 실패담이다. 보통 크든 작든 해당 영역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낸 사람들이 책을 낸다. 그런데 이 책은 망한 사업가가 쓴 책이다. 그런데 한때 인터넷 서점 베스트에도 올랐다. 그 정도로 많이 팔렸고 많이 읽히고 있다.


요즘은 힘들더라도 맨땅에 헤딩하면서 자기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직원 열 명씩 되는 큰(?) 회사가 아니라 1인 또는 2인의 몸집 작은 회사를 꿈꾸는 이들이다. 힘들어도, 돈이 안 돼도, 스스로의 힘으로 내 것을 만들어 나가는 성취감은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차 오른다. 그런 사람들이 이 책의 독자층의 일부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나는 한때 퍼블리의 구독자였다. 박소령은 퍼블리의 서비스를 이렇게 말한다.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한국어 콘텐츠를 고객이 돈을 내면서 만족스럽게 소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자” 했다. 내가 구독한 이유도 그러했다. 구독하는 서비스가 여럿이고 너무 바빠서 쌓여가는 구독 메일과 구독 서비스를 읽지 못하고 쌓이는 지경이 돼서 구독을 중단하기는 했지만, 퍼블리의 서비스는 퍽 맘에 들었다. 기꺼이 돈을 지불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퍼블리’를 빼고 읽어도 무방하다. 퍼블리가 어떤 서비스인지 몰라도 된다. 한 창업가가 어떻게 일을 시작했고, 자금과 사람을 모았으며, 어떻게 조직을 운영했고, 어떤 부침을 겪었으며, 위기마다 어떤 결정을 했는지, 그리고 사업을 마무리하기로 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어떤 고뇌를 했는지, 또 끝내고 싶어도 손을 놓아버림으로써 끝나는 게 아니기에 완전히 대표로서 사직서를 쓰고 법적으로 종료하기까지의 개인적 어려움을 담고 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해야 하는 질문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창업자, 대표, CEO가 아니더라도 회사에서 어떤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 이끌어 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유사한 질문을 수시로 던지고, 스스로 현명한 답을 도출해야 한다. 그리고 실행해야 한다. 때문에 현 사장님, 또는 예비 사장님뿐만 아니라 사업의 리더들이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박소령은 경영, 조직 관리, 커뮤니케이션 등에 관해서는 소위 유명하다는 책들은 다 찾아 읽으면서 책에서도 지혜를 얻으려 했다. 책 곳곳에는 많은 책들에서 그가 밑줄그은 문장들과 그의 생각이 등장한다.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들을 정리해야 할 때는 고통스럽습니다. 정말 고통스럽죠.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서 내보내야 할 때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 역할이 때때로 바로 그 일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월터 아이작슨, “스티브 잡스”)


“넷플릭스의 최고인재책임자로 일했던 패티 맥코드가 쓴 책 “파워풀”에서는, 리더가 일대일 미팅에서 팀원의 문제점을 빠르게 이야기할수록 팀원이 문제를 개선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설명함. 고통스러울지언정 진실을 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이유는, 본인 스스로 그 일을 잘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 자체가 고역인 경우가 많기 때문임. 차라리 리더가 일대일 미팅에서 먼저 꺼내면 팀원도 안도감을 느끼고 개선에 집중할 수 있기에, 직진하라고 조언함.” 


유능한 사람을 모집하고, 무능한 사람을 내보내는 일처럼 사람과 관계된 일이 가장 힘들다. 한편으로는 그녀가 언급한 영화이면서 조직 관리와 관련하여 나도 가끔씩 다시 찾아보는 영화 ‘머니볼’에서처럼, 사람을 내보내는 일은 간결할수록 좋다. 내보낼 사람이 실제 무능하고 일을 못하는데도 당신은 유능한 사람이고 열심히 했지만 회사의 사정상 이러이러하다고 둘러말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무능하다면 무능하다고 명확히 얘기해주고 내보내거나 직책을 박탈하는 것이 깔끔하다. 


그녀는 책을 쓰기로 하고, 포스티잇에 글을 써서 모니터 아래에 붙였다고 한다. “읽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자.” 나는 사업가도, 창업 예정인 사람도, 조직의 임원도 아니지만, 없는 일을 만들어 작은 성취를 해 나가는 것을 즐기는 월급쟁이이지만, 충분히 도움이 됐다. 그리고 박소령은 실패한 사업가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녀의 다음 행보를 응원한다.


덧) 이 책은 ‘나의 기억’과 ‘지금의 생각’ 두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자는 매우 담담하게 감정을 빼고 사실 위주로 기술하고자 했기 때문인지, ‘~음’의 명사형 어미로 간결하게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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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 시대예보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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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량 문명에서 경량 문명으로 


1. 확실히, 업계 사람이 아닌 대중들의 시선에서 볼 때 이름 모르는 작은 회사들이갑자기 튀어 나와 세계적인 기업이 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전통적인 대기업 보다 소수의 사람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기술을 만나 핫한 기업이 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2. 거대한 규모를 내세워 물량공세로 성과를 내는 방식이 아직도 먹히고는 있지만, 몸이 큰 조직은 매일같이 달라지는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작은 조직이라고 하더라도 빠른 변화에 대응하려면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가 단촐해야 하고,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민첩해야 한다.


3. 경량 문명은, 기업의 규모가 무조건 작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며, 큰 기업이라고 해도 그 안에서 이동과 연결이 유연하면 된다. “부피가 크더라도 밀도가 낮아 가볍게 높이 날 수 있는 새처럼, 필요에 따라 빠르게 뭉치고 흩어질 수 있는, 변화에 즉각 반응할 수 있는 힘, 이것이 경량 문명의 조직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이다. 


경량 문명 사회에서 개인은 어떻게 일해야 할까?


4. 과거 개인들은 ‘하면 된다’라는 슬로건 아래 집단의 성과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방식으로 일해왔지만, 경량 문명의 개인들은 “자신의 삶을 위해 하루를 온전히 보내고 묵묵히 살아가다, 뒤돌아보면 그 흔적이 자연스레 스스로를 설명하는 삶“을 원한다. 


5. 경량 문명 사회에서 개인은 “일의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고 경량화를 구상하고 실행하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넘어, 내가 일의 어떤 단계를 담당하고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6. 중량 문명 사회에서 개인은 조직에서 계속해서 오래 머무르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모든 것을 쌓고 완성형 인간이 되고자 한다. 하지만 경량 문명 사회에서 개인은 빠른 시간 안에, 문제 해결을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을 습득하고, 성장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 


7. “기억하고 습득하고 적용하는 것이 지금까지 직업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면, 이제 빠르게 잊고 늘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호기심을 잃지 않는 어린아이와 같은 태도가 새로운 문명의 참여자들이 가져야 할 역량”이 된다. 


8. “경량 문명에서 효과적인 독려의 방법은 자기가 하는 일의 정당성을 느끼게 해서 구성원의 자발적 의지의 발현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새로운 문명에서는 구성원을 억지로 짜내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벅차 오르게 하는 조직이 더 큰 성장을 하게 됩니다.”


9. “여러분이 하는 일에 안정감을 느낀다면, 그건 잘 맞는 일이 아니에요. 늘 가능하다고 예상하는 것보다 조금 더 깊은 물에 들어가세요. 바닥에 발이 닿을락 말락 할 때가 신나는 일을 하기에 딱 좋은 순간이죠.”(영화 ‘문에지이 데이드림’에서 데이비드 보위의 말)


10. 송길영은 경량문명의 그라운드 룰에 기반한 우리의 자세로 다음을 제시한다. “우리는 지금 만납니다, 준비가 되신 분만. 우리는 잠시 만납니다, 전력을 다할 분만. 우리는 다시 만납니다, 마음이 맞는 분만.” 충분히 능력을 갖추고 일할 때 전력을 다하는 사람들만이, 다시 만난다. 경량 문명 사회에서 일을 하는 개인이 갖추어야 요소를 이 짧은 문장이 모두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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