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없는 페미니즘 - 메갈리아부터 워마드까지
김익명 외 지음 / 이프북스(IFBOOKS)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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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나는 한국의 다수의 남성들에 비해 많이 덜 가부장적이고, 더 성평등적 시선과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여겼다. 그러나 근 6개월 정도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요 며칠 "근본없는 페미니즘"을 읽으면서는 부끄럽기까지 했다. 

메갈리안의 미러링 기법으로 남성 혐오적 단어들이 언론에 오르내릴 때, 나는 메갈리안을 일베와 동일하게 바라봤고, 혐오에 대해 혐오로 맞서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했다. 메갈리안 내부에서도 미러링 기법을 전략적으로 펼치자 했을 때 이러한 관점에서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미러링 전략은 일부 성공했다. 왜냐하면, 남성 혐오적 단어와 발언에 대해 한국 사회가 심각성을 느꼈고, 그동안 십수년간 방치되었던 여성 혐오적 발언들에 대해서도 같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러링 전략의 목표는 바로 이것이었다. 남성 혐오적 발언을 하면서 스스로 욕을 자처해서 먹으면서 여성 혐오적 발언과 단어들의 문제의 심각성을 함께 느끼도록 하는 것. 

전략의 취지에 대해 알아볼 생각도 안 했고, 혐오에 대해 혐오로 맞서는 메갈리안을 일베와 동일하게 취급한 것을 사과한다. 내 생각이 틀렸다. 혐오 발언은 문제가 있지만, 그들은 여성 혐오적 언어들이 그동안 방치되고 아무렇지 않게 사용된 것과는 달리 혐오에 맞서는 강력한 방법으로 혐오 언어를 사용한 것이고, 이것은 그 여성 혐오적 언어가 나온 배경과는 분명히 다르다. 

우리 사회는 혐오 언어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고, 언론이나 출판에서 혐오 언어의 심각성과 개선하기 위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많은 평범한 남성들이 여성 혐오적 언어, 여성 차별적 언어를 사용한다. 술자리에서 재미있자고 내뱉어지는 발언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 야한 건배사, 자신의 성경험 발언 등이 모두 그렇다. 넌 밝히겠어, 넌 얼굴이 아주 야하다 등의 발언들은 해당 발언을 듣는 여성에게는 매우 모욕적이고 불쾌한 발언이다.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 웃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절대, 결코 웃어 넘길 수 없는 발언이다. 

남성이 여성을 향해 "넌 술집 나가는 줄 알았어"라고 말했을 때 느낀 불쾌함을 여성이 미러링하여 남성에게 돌려주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난 당신이 호스트바 나가는 줄 알았어". 또 "난 네가 술집 여성인 줄 알았어."에 대응하는 미러링 발언은 "난 네가 창남인 줄 알았어."가 될 것이다. 미러링된 발언을 듣기 거북하다면, 남성이 여성에게 던진 최초 발언이 어떤 불쾌를 동반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많은 여성들이 이와 같은 발언이나 성추행을 참고 넘어간다. 매우 오랫동안 그래왔다. 단지 관계를 서먹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 피해자가 참고,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 피해자가 참아왔다. 남성은 자신이 어떤 발언을 하는지, 그 발언이 왜 문제인지를 입밖으로 내뱉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잘못 뱉었음을 느꼈다면 바로 사과해야 한다. 못 느꼈다면 주변 남성이 알려줘야 하고, 제지해야 한다. 

미투 시대에도 여성은 여전히 여성 혐오적 언어와 성희롱 발언을 듣고 있다. 모든 여성들이 미투하지는 않는다. 미투를 하는 순간 자신의 삶이 피곤해지고,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을 타게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투 시대에도 숨은 이야기는 널리고 널렸다. 

나도 조심할 것이다. 나도 내가 모르게 그런 발언을 했는지 곰곰 생각할 것이고, 앞으로의 발언과 행동에서도 한 번 더 생각할 것이고, 이미 엎질러지게 된다면 그것을 인지하고 느낀 순간 바로 사과할 것이다.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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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Vis 2019-07-24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 어떤 남성이 여성을 보고 ‘밝히겠다‘ ‘술집 나가는 줄 알았다‘ ‘술집 여성인 줄 알았어‘ 따위의 발언을 합니까? 또 그러한 발언을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남성이 대체 어디 있습니까? 메갈, 워마드의 미러링이 잘못된 이유는, 본래 그들이 차용한 미러링의 개념은 남성의 입장에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을 성만 바꾸었을 때 당연하지 않게 되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일베의 발언과 그들의 생각을 한국의 남성들이 공감하고 지지합니까? 워마드 메갈 뜨기 훨씨 전부터 저와 제 주변을 포함한 일반적인 한국 남성들은 일베를 강도있게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베를 미러링을 하는 것이, 여성혐오를 깨닫게 하기 위해서라는 취지로 정당화됩니까? 글쓴이 분은 평소에 ‘밝히겠다‘ ‘술집 나가는 줄 알았다‘ ‘술집 여성인 줄 알았어‘ 등의 발언과 일베의 혐오적인 말투 표현들을 직접 보시고, 또 그것에 문제점을 느끼지 못 하셨는지 몰라도 대부분의 한국 남성은 그런 것들을 결코 정상적이라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본인의 무지로 인한 고정관념을 일반화해서 저들을 옹호하지 마세요.

마늘빵 2019-08-05 16:20   좋아요 0 | URL
서재에 뜸해서 이제 봤습니다. ‘술집 나가는 줄 알았다‘ ‘술집 여성인 줄 알았어‘ 등의 발언은 주변에서 실제 벌어진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분의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사회적 지위도 있으시고 사람들과 관계맺음에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한국의 일반적인 남성입니다. 그런 발언이 실제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한국 남성에게서 나온 것이기에 언급한 것입니다. 또한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남성들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고요. 문제가 있다고 여겨도 심각하다고 여기진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