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로그 digilog - 선언편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이어령이 책을 냈다, 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 책은 주목받게 되어있었다. 그는 크게 본다. 크게 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공부를 많이 하고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많이 하고 글을 많이 쓰고 세상의 변화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2006년 그는 디지로그를 선언했다. 그런데 디지로그가 뭔데? 눈치 빠른 이라면 금방 떠올릴 수 있는 두 단어의 합성어다. 디지털 + 아날로그.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분명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요소들이다. 흑과 백 사이에는 수많은 무채색들이 존재한다. 그것을 회색이라고 쉽게 칭하더라도 다 같은 회색은 아니다. 회색이라고 말하더라도 내가 지칭하는 회색과 네가 지칭하는 회색은 다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에도 무수히 많은 회색이 존재할 수 있을까.

  흔히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비교할 때 전자시계와 바늘시계를 예로 든다. 전자시계는 열 두시 점심시간을 가리킬 때, "12:00:00"라고 표시하지만, 바늘시계는 숫자 12를 가리킨다. 그러나 그 누구도 우리가 바늘 시계를 보고 12시라고 말을 할 때 바늘이 정확히 숫자 12에 도달했는지는 알 수 없다. 대략 12자에 근접해있으면 12시다, 라고 이야기를 한다. 초침은 여전히 돌아간다. 디지털은 정확하고, 아날로그는 부정확하다. 디지털은 기계적이고 아날로그는 인간적이다. 디지털은 삭막하고 아날로그는 부드럽다. 등등의 디지털과 아날로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들.

  이어령이 말하는 디지로그라는 것은 우리가 흔히 인식하고 있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그 개념들을 조합한 것이다. 사회는 언젠가부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사람들은 이 변화를 감당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는 시대의 저편으로 물러나고 변화를 빨리 받아들이고 변화를 창조해내는 사람은 시대를 이끌어간다. 디지털은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사회의 변화 중 하나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에선 뭐가 개발되었다느니 이제 우리는 어떤 집에서 살게 된다느니 하며 불과 몇년전에 SF영화 속에서 봤던 미래사회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SF 영화를 찍기 위해 우리가 상상해내는 모든 것은 곧 현실화된다.

  워크맨을 들고 다닌지 그다지 오래된 거 같지 않은데, 씨디플레이어가 나오고, 테잎은 사라지고 씨디로 음악을 들었다. LP를 말하는 사람은 이미 뒤떨어진 인간이다. LP는 입에 올릴 수 조차 없다. 이젠 CD를 구입해 음악을 듣는 것도 뒤떨어진 인간 취급받는다. 인터넷에 접속해 MP3를 다운받고 쬐그만 목걸이형 엠피쓰리 기계를 차고 다니며 음악을 듣는다. 아직 까지 엠피쓰리를 쓰지 않는 나는 뒤떨어진 인간?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고, 핸드폰과 엠피쓰리, 카메라, 캠코더가 조합된 제품이 나오고, 무거운 종이 사전 대신 국어, 영어, 중국어,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을 짬뽕해낸 전자사전이 나온다. 것도 모자라 전자사전에 스케쥴 관리 기능과 엠피쓰리까지 첨가했다. 녹음도 된다. 오늘 산 컴퓨터는 불과 일년 후면 고물이다.

  디지로그는 이러한 디지털 사회 속에 인간적이고 다정다감한 옛 아날로그 감성을 조합시키는 것을 일컫는다. 현대와 과거의 조합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미래와 과거의 조합이라고 해도 되겠다. 이어령은 이 책 속에서 우리의 옛 것을 예로 들면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를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의 전통 떡, 비빔밥, 나물, 젓가락, 숟가락 등등을 언급하며 아날로그적 감성을 이야기한다. 우리나라는 특히 세계 다른 나라보다 더더욱 디지로그에 적합한 나라임을 강조한다. 디지털 최강국에 아날로그적 감성까지 지녔으니 디지로그 시대의 최강자가 될 것이라는 결론?.

  "숟가락은 주로 국문을 떠먹는 것으로 음에 속하는 것이고, 젓가락은 양에 속하는 것으로 고체형 마른 식품을 집는데 사용된다. 건식에 편중되어 있는 서양의 식기가 접시 위주로 되어 있는데 비해 습식 문화의 한국 식기는 종기 뚝배기 사발 등 움푹 팬 것들이 많다. 그러니까 같은 동북 아시아권 가운데서도 '음양 조화'의 문화를 가장 철저하게 생활화한 것이 바로 한국 문화라고 할 수 있다." (P62)  

  "정보가 샌다" "정보를 흘린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정보를 물과 같은 액체로 생각한 것이다. 물꼬를 자기 논에다 대던 농경시대적 개념이다. 그러나 "정보를 캔다" "정보를 묻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정보를 무슨 석탄이나 노다지 같은 것으로 알고 있는 산업시대인에 속한다. 그런가 하면 "정보가 환하다" "정보에 어둡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보는 액체도 고체도 아닌 빛이다. 만화에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전구를 그려놓듯 에디슨 시대의 유물인 것이다.
  "정보를 맡았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사냥꾼들이 사냥감을 추적할 때 짐승이 지나간 채취를 통해 추적하던 원시적 감각의 산물이다. 정보는 이렇게 수렵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잠재의시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지식 정보의 새로운 기술을 옛 패러다임으로 읽고 있다는 증거다.
정보기술을 새 패러다임으로 비유하자면 그것은 액체도 고체도 아닌 '공기'라고 말할 수 있다. 공유는 해도 독점할 수 없는 것이 공기이며 지식이다. 사용을 해도 없어지지 않고 순환하는 것 또한 공기의 속성이며 정보의 특성이다. 그러므로 '가치'는 있어도 '가격'은 없는 것이 공기이며 지식정보다
. (p130-131)

  이 책에서 이어령이 주장하는 바는 너무나 설득력있고 자세하여 정말 믿어야 될 것만 같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뭔가 의심스럽다. 아니 의심스럽다기 보다 일부러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 그가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 모두 무릎을 탁 치게 만들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과대 포장된 주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너무 우리민족, 우리나라, 우리 것에 대한 애착이 지나친 나머지 우리의 모든 것을 미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 정말 그렇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 것은 모두 다가올 새 시대에 너무나 적합하고 딱 떨어지는 것이라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디지로그 시대의 최강자가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정말?, 하고 질문을 던져봤을 때, 책 속에서 보여지는 우리의 환상은 우리의 현실과 너무 멀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이 책에서 너무나 많은 예를 통해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 이 책을 한번 읽고는 고개는 끄덕일수 있을지 모르지만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기는 어렵다. 매우 쉽게 쓰여진 책이라 빠르게 가볍게 쉽게 읽을 수 있지만 다시 한번 천천히 진지하게 읽어나가야만 하는 책이다. 하나 하나의 장 속에서 우리는 많은 생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의심하라. 질문을 던져라. 그리고 다시 한번 읽어봐라. 그가 내다보는 우리의 미래는 밝고 희망적이지만 정말 그럴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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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5-07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저령선생의 이화여대에서 강의할때 제자들이 그러는데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결합은 예전부터 하신 말씀이라는데요. 갑자기 나온 말이 아니라는 거죠.
추천.

마늘빵 2006-05-07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이게 중앙일보 연재됐던걸 묶은 책이라 하네요. 디지로그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한거 같고, 정식으로 책으로 내면서 '선언'이라고 이름을 붙인거 같아요. 추천 감사함다.

nada 2006-05-0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흥미롭긴 한데 아프락사스님 말씀처럼 조금 갸우뚱하네요. 그럼 정보를 긁어오는 사람들은 정겨운 등 긁어줌 문화의 향수를 느끼는 걸까요? 정보를 퍼오는 사람들은 돌아가며 서로의 뒷간을 퍼주던 품앗이 문화을 그리워하는 걸까요? 잘 모르겠네요. 잘은 모르지만.. 철학도 그렇고 시대를 읽는다는 것도 그렇고 어느 정도 끼워맞추기가 있는 것 같아요.^^

마늘빵 2006-05-07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좀 너무 우리식의 어거지가 있는 것 같아요. 그걸 만들어내는 것도 대단하지만요. 어쨌든 이어령의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는 능력은 알아줘야돼요. 젊은 세대보다 디지털에 대해 더 잘 알아요. 제가 모르는 것도 수두룩하게 등장하더만요.
 
도마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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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에 대한 몇몇 주변인들의 극찬으로 요시모토 바나나 전작주의자가 되겠노라 마음먹으며 지금까지 출간된 그녀의 몇몇 소설들을 한꺼번에 사들였던 적이 있다. 불과 두 달 전쯤의 일이었던가. 책에 대한 욕심은 많아가지고 이것저것 또 신작도서들을 주워담다보니 그녀의 책들이 자꾸만 뒤로 밀리고 밀리고 하여 결국 몇권 읽지 못했다. 지금껏 읽은 그녀의 책은 <불륜과 남미>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하드 보일드 하드럭> 그리고 이번에 읽은 <도마뱀> 까지 네 권. 아직 <키친> <하치의 마지막 연인> <암리타> <허니문> <티티새> <하얀 강 밤배> 이렇게 6권이 남아있다. 지금까지는 굿.

  그녀의 소설은 사소한 일상에 대해 포근히 감싸주는 무언가가 있다. 지치고 상처받고 아프고 쓰라리고 넋이 나간 그 순간에, 누군가 나를 도와줬으면 좋겠는, 나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줬음 하고 바랄 즈음에, 살며시 나의 상처를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포근히 안아준다. 지금까지 읽은 네 권의 책 모두 그러했고, 아직 읽지 않은 여섯권의 책도 그와 비슷한 구도와 형식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녀의 소설들이 다 그렇듯 <도마뱀> 역시 몇 편의 짧은 소설들이 묶여져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신혼부부' '도마뱀' '나선' '김치꿈' '피와 물' '오카와바타 기담' 이라는 여섯편의 짧은 소설들. 이 소설들은 모두 1990년에서 93년 사이에 그녀가 각각 다른 매체를 통해 발표한 소설들로 비슷한 소재와 메세지를 담고 있어 한권으로 묶여졌다.

  지치고 지루하고 상처받은 일상 속에 내던져진 개인에 대한 치유와 보듬음. 모두 다 다른 소재와 줄거리를 담고 있지만 여섯편의 소설은 배다른 형제의 관계를 맺고 있다. 각각의 소설은 모두 쓰러질 듯한 상처받은 개인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으로 시작해 결국 그들이 누군가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고 다시 삶의 희망을 갖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녀의 소설은 마치 상처받은 영혼에 대한 치유의 주술과 같다. 영혼을 달래준다. 그리고 희망을 불어넣어준다. 다시 일어설수있도록.

  때로는 비정상적이게 보이는, 우리와 달라 보이는 개인을 설정해놓기도 하지만, 결국 소설 속 주인공과 우리는 다르지 않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지루한 일상이 기다리는 가정으로 돌아가기 싫어하는 남자도, 동성애와 그룹섹스에 자신의 몸을 내던져 육체를 탐닉한 그녀도 결국 우리와 다르지 않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은 상처받은 영혼이다. 종류는 다를지언정 누구나 내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며 때로는 그 상처를 부정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소설 속의 그들과 우리를 '다르다'고 규정지어버리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코 다르지 않다. 그들도 우리도 상처받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 상처를 치유하기를 원하고 다시 궤도위에 올라서기를 희망한다.

  그녀는 사건을 터뜨리고 줄거리를 진행시키기보다 정지된 화면 속의 세밀한 묘사를 통해 소설을 진행시킨다. 무엇을 그렸는지 알 수 없는 추상화를 보는 것처럼 알 수 없는 이미지를 만들고 한 장 두 장 그림을 넘긴다. 끝까지 그림이 다 넘어가고 나면  나는 한층 나아진 나의 편안한 마음과 안식을 얻는다.

  그녀의 소설은 중독성이 강하다. 내 마음을 꿰뚫어보며 가슴을 어루만져주고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준다. 그래서 자꾸 찾게 된다. 처음의 상처는 치유됐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나는 또다른 상처를 받고 괴로워하기 때문에. 그 다음에는 또 어떤 이야기 속에서 나를 발견할지 기대된다. 다음 작품은 어떤 것을 선택해볼까. 이야기를 모른 채 남아있는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무작위로 선택하는 것도 또다른 재미.

   한 마디  :  아직 안읽은 많은 책들 중에 <도마뱀>을 선택한 것은 최근 봤던 영화 <도마뱀>과 혹시 연관이 있을까 해서였다. 아니었다. 내용이 달랐다. 영화 속의 그 내용은 그녀의 소설 <도마뱀>과는 달랐다. 하지만 다른 이야기 속에서 같음을 발견했다. 영화 <도마뱀>도, 소설 <도마뱀>도, 한 상처받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었다. 혹시 소설 속 내용을 영화로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갖고 봤고 그 기대를 저버리긴 했지만 영화와 소설 속에서 나름대로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어 더 좋았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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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5-06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려봐야지.

마늘빵 2006-05-06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kleinsusun 2006-05-07 0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바나나의 전작주의자 아프락사스님!^^
예전에 <도마뱀> 읽었었는데 생각이 안나네요. 5~6년 전에 읽었는데.....
바나나 소설은 NP 빼고 다 좋은거 같아요. NP....저한텐 거부감이 느껴지는 소설이었어요.

마늘빵 2006-05-07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는 아직 안샀는데 수선님이 그러시니깐 더 궁금해지는데요? 있는거 다 보고 그것두 사야겠어요.

구름의무게 2006-05-07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나나 전작주의자지요. 여지껏 나온 책은 죄다 보았고, 흐뭇해 하고 있었는데, 거의 대부분 4년전쯤에 읽어서 내용이 가물가물. 그저 요시모토 바나나는 좋다!라는 기억밖에는 없어서, 언제고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

구름의무게 2006-05-07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np도 참 좋았는데 말입니다... ^^

마늘빵 2006-05-07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름의 무게님 다 보셨군요! 꽤 많은데. 바나나 작품. 천천히 하나하나 음미해야지요. 너무 한꺼번에 이 사람 것만 읽으면 질려버릴거 같아서 섞어 읽는 중이에요.

mong 2006-05-12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마이 리뷰 축하 드립니다 ^^

마늘빵 2006-05-12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몽님 제가 당선된거에요? 적립금이 들어왔는데 이주의 마이리뷰엔 이름이 없는데요? 어딜 보고 말씀하신건가요?

이매지 2006-05-13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메인에 있구만요^^ 축하드려요 ^^

울보 2006-05-13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마늘빵 2006-05-13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 ^^ 감사합니다. 정말 일년만에 된거 같아요. 마태님 말씀따라 일년에 한번만 주는건가.

오우아 2006-05-13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매번 읽어본다고 다짐 했는데 이번 기회에 꼭 읽어보고 싶네요. 축하드려요^^

플레져 2006-05-13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아프락사스님, 굿 리뷰여요. 축하드립니다. 추천 꾹!

마늘빵 2006-05-13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다들 감사합니다. 명예의 전당에 아직 안나와있는데 어떻게들 알고 오시네요?

구름의무게 2006-05-13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주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 메인화면에 떴어요.호호~

마늘빵 2006-05-13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름의 무게님 감사합니다. 얼껼에 당선이 됐네요. 일년에 한번 있는 행사인가 봅니다. ^^

비로그인 2006-05-13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인에서 아프락사스님 별명보고 바~로 들어왔어요^^ 추카드려욤~!

비로그인 2006-05-14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이제야 봤네요. 추천 한방 날리면서.당분간은 책값 걱정 없겠어요.

로쟈 2006-05-15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에 익은 이름이 떠 있어서 들어왔습니다. '전작주의자'로서의 본전은 뽑으시나 봅니다.^^

마늘빵 2006-05-15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로쟈님. 그러게말여요. 이건 기대하지 않은 리뷰였는데. 첫번째 것도, 두번째 것도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당선의 기쁨을 주시는군요. ^^

Kitty 2006-05-15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 서재의 달인 넘 섭섭해하지 마시어요~~ ^^
이주의 리뷰는 열 배의 기쁨! ^___^

stella.K 2006-05-15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비로그인 2006-05-15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인터라겐 2006-05-17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축하 드립니다....당근 추천 날립니다..

nada 2006-05-17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좋으시겠다.. 축하드립니당~

마늘빵 2006-05-17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키티님, 스텔라님, 나를 찾아서님, 인터라겐님, 양배추님. ^^ 아핫. 금새 추천수가 13이나. 감사해요~

2006-06-23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6-06-24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 김점선도 리스트에는 올라와있으나 지금 밀린게 너무 많아 저는 나중에 돌아볼 듯 합니다. ^^ 김점선 화가의 팬이시군요!
 
도마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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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기다려. 지금 어느 나라 말을 사용하고 있는거지?"
알수가 없었던 것이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느 나라 말도 아니야. 당신과 나에게만 통하는 말로 이야기하고 있는 거야. 모든 사람들 사이에 그런 말이 있지. 사실은 그런거야. 당신과 그 어떤 사람, 당신과 부인, 당신과 전에 함께 있던 여자, 당신과 아버지, 당신과 친구, 그런 사람들끼리만 통하는 단 한 종류의 말이"
<신혼부부> 中 -13쪽

"이렇게 전차를 타고 계속 많은 것들을 보고 있어. 끝이 없는 직선처럼 언제부턴가 계속 이러고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를 거야. 그들은 전차라는 것을 아침에 정기권을 보이고 개찰구를 빠져나가 밤에 원래의 역에 돌아오기 위한 안정된 상자라고 생각하지. 그렇지 않아?"
여자는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하루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무섭고 불안정해지고 말아."
나는 말했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야. 모든 건 마음의 문제지. 만일 인생을 전차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돌아가야 할 집과 계속해야 할 일들을 전차라는 기능과 뒤섞지 않으면, 여기에 탄 사람들 거의 모두가 가방 속의 지갑에 들어 있는 돈만으로도 지금 곧 아주 먼 곳으로 갈 수도 있어."
<신혼부부> 中 -15쪽

"몸을 써서 밖을 향해 계속 표현하는 것보다도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밀어내지 않으면 갈증은 해소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어. 지금까지 나는 격렬하게 움직여서 간신히 자신을 지탱해 왔지만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고 생각했지."
<도마뱀> 中-33-34쪽

"또 만나줘요"
라고 말하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아무래도 아무래도 만지고 싶어서, 미칠 정도로 더 이상 어쩔 수가 없어서. 그녀의 손을 만질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지요. 신이여.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생각으로 손을 잡았다. 자연스럽든 부자연스럽든 상관없다. 그렇게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생각이 났다. 사실은 그랬다. 그럭저럭 서로 마음이 있는 두 사람이 있어 별 생각 없이 약속을 하고 밤이 되어 먹고 마시고,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오늘쯤 해도 된다고 서로가 암묵의 타협을 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저 만지고 싶어서, 키스를 하고 싶고 껴안고 싶어서,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고 싶어 견딜 수가 없어서 일방적으로든 아니든 눈물이 날 정도로 하고 싶어서, 지금 곧, 그 사람하고만, 그 사람이 아니면 싫다, 바로 그런 것이 사랑이었다. 생각이 났다.
"그래 또 만나"
<도마뱀> 中-34-35쪽

내 사랑은 네 사랑과 조금 달라.
예를 들면 네가 눈을 감았을 때 바로 그 순간에 우주의 중심이 너에게 집중하지.
그러면 네 모습은 한 없이 작아지고 뒤에 끝없이 펼쳐지는 풍경이 보이기 시작하지. 너를 중심으로 해서, 그것은 엄청난 가속으로 점점 퍼져가지. 내 과거의 모든 것,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일, 내가 쓴 모든 글, 지금까지 내가 보아왔던 모든 경치, 별자리, 아련히 푸른 지구가 보이는 암흑의 우주 공간까지.
대단해 대단해 하고 나는 내심 미칠 듯이 기뻐하고, 그리고 네가 눈을 뜬 순간 그것은 전부 사라져버리지. 다시 한번 생각해 주었으면, 하고 나는 생각하지.
둘의 생각은 이처럼 전혀 다르지만 우리는 태고의 남녀야. 아담과 이브의 연정 모델이지. 사랑하는 사이인 남녀 중의 모든 여자에게는 그와 비슷한 종류의 여러가지 버릇이, 모든 남자에게는 응시의 순간이 있어. 상대방을 서로 따라하며 영원히 이어지는 나선이지.
DNA처럼, 이 대우주처럼.
그때 신기하게 그녀가 내 쪽을 보고 웃으며, 대답이라도 하듯이 이렇게 말했다.
"아 정말로 아름다웠어. 난 정말 평생 잊지 않을 거야"
<나선> 中-67-68쪽

아마도 심한 질투란 거의 모든 경우에 본인과 상대방과의 관계성이 아니라 단순히 에너지가 약하다는 걸 드러내는 것이리라.
<김치꿈> 中-85-86쪽

"아, 본래 이런 게 장례식이란 거로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생전에 무슨 일이 있었더라도 모든 걸 잊고 그곳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가 애도하고 애석해하며 진심으로 슬퍼하고 명복을 빌고 있다. 너무 아름다워 태어나서 꿋꿋이 살아가다가 죽어가는 인생이라는 것이 너무 멋있어 보인다. 바로 몇 시간 전에 죽은 사람도 그 사람과 관계가 있는 사람들도 모두가 용서를 받은 상태다.
<오카와바타 기담> 中-1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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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릿광대 2006-05-06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놓고 여태 안 읽었다는...^^; 읽어야하는데 다른 것들에 자꾸만 밀리고 밀려서 방학때나 읽어야겠내요.

마늘빵 2006-05-06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그렇게 밀리고 밀리다가 요번에 영화 <도마뱀> 때문에 생각나서 집어들었어요. 혹시 같은 내용인가 해서. 아니더라구요. ^^
 



  이 영화 역시 킬링타임용으로 아주 딱이다. 킬링타임용으로 보는 재미 말고도 또 다른 재미가 있으니, 내가 좋아라하는 두 배우가 출연한다. 처음엔 모르고 봤는데 보다보니 어디서 많이 본 사람들인데 하면서 무릎을 탁. 포스터 왼쪽에 있는 아저씨가 로렌스 휘시번. 오른쪽이 에단 호크다. 로렌스 휘시번은 이전에도 영화를 몇 편 찍었지만 내가 그를 주목하게 된 것은 영화 <매트릭스>의 모피어스. 아 그 책임감 강하고 무게있는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여기서도 볼 수 있었다니. <매트릭스>의 네로도 네로지만, 모피어스 또한 꽤나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여기선 악당으로 나온다. 근데 마냥 악당만도 아닌. 오른쪽의 에단 호크는 정말 누구지 누구지 하면서 한참 뒤에 알았다. 너무나 다른 역할이었기에. 내가 그를 기억하는 건 영화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에서의 이미지였으니 당연히 여기서의 그 약에 쪄든 경찰의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르지.

 

* 여기 두 아저씨. 내가 좋아하는 두 배우가 경찰과 범죄자로 변신해서 나왔네. 에단 호크와 로렌스 휘시번.

  <어설트13>은 디트로이트의 악명높은 범죄자들을 호송하던 차량이 폭설로 예정된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무너질 것만 같은 옛날 건물의 고립된 13구역 경찰서로 방향을 틀면서 생기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13구역 경찰서에는 은퇴를 앞둔 나이든 할아버지 뚱보 형사와 술에 쩔은 여비서 하나, 약에 쩔은 경사 하나, 그의 충실한 동료 하나만이 있을 뿐. 그러니 뭐 죄수들 관리가 제대로 되겠어. 새해를 맞이하며 경찰서에서 술파티를 벌이고 있던 이들은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이 싫을 밖에. 그런데 이들 때문에 경찰특공대로부터 공격을 받게되니 더욱 어이 없을 밖에.

  13구역의 경찰관들과 이곳에 갇힌 죄수들은 힘을 합쳐 밖에서 공격해오는 부패한 경찰특공대를 맞아 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믿지 않으면 우리는 질 수 밖에 없다. 저들에게 당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믿어라. 믿을지어다.

 허나 믿음은 오래가지 못하고 균열을 일으키며 서로를 의심케되고 그때마다 죄수 대빵 로렌스 휘시번과 경찰 대빵 에단 호크가 서로의 진영을 때로는 말로 다독이며 때로는 폭력으로 다스리며 믿음을 강요하는데.

  전형적인 미국판 범죄 스릴러 액션으로 범죄자와 경찰관의 대립, 부패경찰과 선량경찰의 대립 구도는 익히 다른 영화에서도 많이 써먹어 왔던 방식이다. 다만 다른 것은 위기에 처한 범죄자와 선량경찰이 힘을 합쳤닫는 것. 결국 많은 이들이 죽게 되지만 킬링타임용 영화는 원래 시간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많이 죽인다. 그 긴 러닝타임동안 아무리 천천히 죽여도 사람은 죽게 되어있다. 좋았던 시절은 가고 누구는 죽고 누구는 끝까지 살아남았구나. 딱 쇼파에 누워 오징어 뜯으며 즐기는 영화이지만 그저 로렌스 휘시번과 에단 호크를 봤다는 것만으로도 만족. 근데 두 사람은 이 영화를 왜 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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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5-05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왜 그래요.. ??? ㅎㅎㅎ

승주나무 2006-05-05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러게요. 하나 골라 봐야겠수다^^

마늘빵 2006-05-05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저 그동안 본거 올리는건데요. 너무 많이 올리셔서 그러시는거죠? ^^
계속 미루고 미루고 하다가 하나 올리니깐 필받아서 계속 올리고 있어요. 아직 두개 더 남았는데. 내일 할까 오늘 마저 할까 생각중이에요.
 



  할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기 싫고 따분하고 무기력하고 뭔가 재미를 찾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영화. <이탈리안 잡>은 이탈리아 영화가 아니다. 미국 영화다. 이탈리아 영화는 아니어도 뭔가 유럽풍의 냄새가 짙게 풍기기에 프랑스 영화인가, 의심(?)을 했었는데 알고보니 미국 영화다. 범죄 액션물인 영화는 흔히 말하는 킬링타임용. 2003년 극장 개봉했던 영화이고, <이탈리안 잡 투>가 곧 개봉예정인 듯 하다. 개봉일이 구체적으로 나와있지는 않지만 일단 두번째 작품도 인터넷에 오르는 걸로 봐서는 말야. 특별히 뭔가를 기대할 것도 없고, 기대하지도 않게 되는 흥미위주의 영화인지라 대체로 만족스럽다.

  금고털이 전문범 끼리의 한탕작전에서 한 멤버가 죽고, 그의 딸은 배신당한 동료들 집단에 들어가 복수를 결심한다. 뭐 이정도 간단한 줄거리 흘렸으면 대충 머리속에 영화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줄거리가 꿰어진다. 매력적인 여성으로 성장한 죽은 금고털이 존 브릿저의 딸 스텔라. 그녀는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배신자 스티브에게 접근해 복수할 기회를 살피지만 그녀의 얼굴을 알아버린 스티브로 인해 첫번째 계획 실패.

  컴퓨터 전문가, 자동차 전문가, 폭약 전문가, 금고털이 전문가로 구성된 최고의 멤버들이 배신자가 강탈한 금고를 털기 위해 뭉쳤다. 만만치 않은 배신자와 또 만만치 않은 복수집단. 실력가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끝에 누가 승리할 것인가. 뭐 결과야 안봐도 뻔하지만 그 과정을 보는 재미지.  세 대의 미니카로 금괴를 탈취하는 장면이 멋있다.

 

* 배신자 스티브와 그를 구워삶기 위해 접근하는 존 브릿저의 딸 스텔라. 그리고 서 있는 자는 존 브릿저의 옛 동료이자 스텔라를 사랑하는 찰리. 구워삶으려 만났지만 이미 얼굴을 알아버렸다. 계획실패.



* 극중 스텔라. 실제 이름 샤를리스 테론. 남아프리카 공화국 태생으로 75년생의 그녀. 이쁘네. 오늘내일 개봉하는 영화 <노스컨츄리>에 조시 역으로 나온다고 하니 눈여겨 봐야겠다. 여기서는 이렇게 아리따운 이쁜 매력적인 여성으로 나오지만 <노스컨츄리>에서는 광부의 딸로 나온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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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5-05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를리스 테론이 열연한 '몬스터' 보시면 놀라시겠네요... ㅎㅎㅎ

마늘빵 2006-05-05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건 머에요. 이쁘게 나와요?

라주미힌 2006-05-05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장 빌려 보세요... ㅎㅎㅎ 샤를리스가 얼마나 위대한 연기자인지 알게 됩니다.
기억상으론 저걸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죠...

마늘빵 2006-05-05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요? 무슨 영화인가 검색이라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