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그런 건 없습니다 - 당연할 수 없는 우리들의 페미니즘
김양지영.김홍미리 지음 / 한권의책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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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남성들은 친밀한 관계에서의 (성)폭력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다. 남성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우리는 사귀는 사이(였)잖아”. 그렇다면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은 폭력이 아니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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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의 일방통행의 실패담이 데이트 폭력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관계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한 ‘동의’하에 맺어나가는 것이고, 상대방의 노를 정말 노라고 여겨야 하며, 상대방의 불명확한 의사 표현 또한 예스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예스 또한 어떤 압력하에서가 아니라 온전히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조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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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여성을 상시적인 잠재적 피해자로 대하는 일에는 익숙한면서도 남성을 조심시키는 일은 낯설어한다. 음담패설을 ‘음탕한 이야기나 상스러운 말’이 아니라 성희롱이라고 알려줘도 멈추려 하지 않는다. 말할 때 조심해야 한다고 일러줘도 이렇게 말하는 여성에게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만 할 뿐이다. 남성을 조심시키는 일은 익숙하지 않고 더 어려워 보이는 데다 필요성마저 의심받는다. ‘여자가 참으면 된다’는 쉽고 저항이 적은 해결책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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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 의미를 건너뛰고 그 단어를 사용하는 사회적 맥락, 즉 사회적 의미가 더 중요한 단어가 바로 ‘아줌마’다. 그리고 ‘아줌마’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문장들은 하나같이 놀림이나 비하, 닮고 싶지 않은 어떤 것, 비난과 배제의 의미를 품는다. 이때 하나는 확실히 알 수 있다. 미래의 아줌마들은 아줌마가 되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쓰게 되리라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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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은 폭력을 당하면서 폭력을 배우며 ‘한국 남자’가 된다. 군대 내 상명하복의 위계를 통한 폭력의 습득은 개별 남성이나 군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의 문제다. 군대의 서열주의와 폭력이 몸에 밴 남성들은 제대 후 직장에 취직해 위계적인 조직문화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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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화(남성 지배 문화)에서 남성은 여성에게 섹스를 ‘해줄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지만, 정작 ‘섹스하는 여성’은 허락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는 ‘갈보’, ‘개보지’, ‘메가보지’, ‘허벌보지’ 등 섹스하는 여성에 대한 비하와 멸시를 담은 언어와 ‘풋조개’, ‘핑보지’ 등 섹스하지 않는 가상의 여성에 대한 숭배어가 대를 지어 존재하는데, 이 또한 ‘나와는 섹스를 해야 하지만 다른 남자와 하면 안 되는’ 남성 지배 문화의 모순된 성 규범이 만들어낸 허구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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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을 완성시키는 것은 바로 이러한 다수의 침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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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여러 의미를 가진다. 침묵은 말하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침묵은 말하지 않는 것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주요한 도구다. 단톡방 성희롱이 그러했듯이, 침묵은 1년이 넘는 성희롱을 모두의 비밀로 만들었다. 이때의 침묵은 범죄를 비밀로 만드는 중요한 도구이자, 성적 모욕에 대한 집단적 합의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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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8-01-02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늘빵님 무술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근데 옛이름좀 알려주시겠어요.저도 요 몇년 서재에 잘 드나들지 못해서 그런지 이웃 서재분들의 새이름을 들으니 잘 모르는 경우가 왕왕 있어요^^;;;;

마늘빵 2018-01-02 20:05   좋아요 0 | URL
앗 저... 아프락사스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밑줄긋기만 올린 지 오래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