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에 출국합니다.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푹 쉬고(?) 온다는 셈으로 파리를 다녀옵니다. 최근에는 소련과학아카데미에서 나온 '마르크스-레닌주의 미학 기초 입문'이라는 책을 읽어서 심적 타격이 컸었어요. 어렵다기 보다는, 읽기 싫어지고 공부 자체가 싫어지게 만드는 책이랄까.. 따져볼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서유럽은 처음인데, 서유럽 별로 안 좋아해서요. 제국주의 국가들이고, 폭력과 전쟁 위에 자본을 쌓은 나라들이라는 생각 때문에... 쫌 싫어요..
꼭 가보고 싶은 나라라면, 역시 코스타리카 ㅋ 얼마나 변했을지, 궁금하네요.
계획도 안 잡아놓았는데, 그냥저냥 산책이나 하고, 루브르나 2~3일 설렁설렁 다녀오려고요.
가져갈 책은, 히라노 게이치로의 "장송 1,2" 그리고 애인이 가져오라고 부탁한 "해변의 카프카"
그리고 파리 관련 여행책 두어권..
장송은 들라쿠르아와 쇼팽을 다룬 소설인데, 쫌 읽어보니 꽤나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예술관을 들라쿠르아와 쇼팽의 입을 통해 발설하고 있고, 전공투 이후 세대의 "예술'에 대한 생각, 그 "예술지상주의"적 관념들이 어떤 출구로, 어떤 내적인 역동성으로 천여페이지의 장편을 써낼 수 있는지 흥미롭습니다. 나르시즘과 미적 자율성, '파리'와 예술... 일본은 남한보다 항상 10~20년씩 앞서 나가고 있는데(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전공투 이후 가장 혁신적인 일본 소설가 중 하나인 히라노 게이치로를 통해, 지금과 앞으로 남한 소설의 미래를 추론해볼수도 있지 않을까요. ㅎ
요즘 남한에서 계속 되는 '역사소설' 열풍, 김훈, 배수아, 권리, 방현석, 김연수(출간 예정) 등의 각기 다른 한국 소설의 '공간의 확장' 등... 일본 젊은 작가인 히라노 게이치로는, 19세기 파리를, 그 속의 들라크루아와 쇼팽을 주인공으로 삼는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재 일본과 남한의 격차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뭐 짐이 쫌 가볍다면, 라이히의 "파시즘의 대중심리"를 가져가서 읽고 오려고요..
아 지겨운 비행기 또 11시간 타겠군요.
프라하 다녀왔을 때는, 쿤데라를 잘 읽어서, 프라하 여행은 결국 쿤데라 읽기가 되었는데.. 이번 파리여행은 어떨지..
돌아와서 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