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딸이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2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에 빠진 여자는 최고로 아름답고, 사랑에 빠진 남자는 주눅이 든 양처럼 보였다.

 

“희생의 의미가 뭔지 잠깐이라도 생각해봐. 그건 따뜻하고 관대하고 기꺼이 자신을 불사르겠다는 기분을 느끼는 영웅적인 한순간이 아니야. 가슴을 칼 앞에 내미는 희생은 쉬워. 왜냐하면 그런 건 거기서, 자기의 본모습보다 훌륭해지는 그 순간에 끝나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희생은 나중까지—온종일 그리고 매일매일—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쉽지가 않아. 희생을 하려면 품이 아주 넉넉해야 하지.”

 

앤은 리처드의 이중적인 면을 알고 있었다. 그는 늘 거만하고 완고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또한 흥미로운 가능성들을 지닌 소박한 사람이었다. 그 가능성들에 문이 닫혀버렸다. 앤이 사랑했던 그 리처드는, 넉살좋고 거들먹거리는 흔하디 흔한 영국 남편이란 틀에 갇혀버렸다.
그는 평범하고 포식 동물 같은 여자를 만나 결혼했다. 심장과 뇌의 능력은 떨어지고 그저 발그레하고 뽀얀 곱상한 외모를 자신만만해하는, 젊은 사람 특유의 노골적인 성적 매력만 있는 여자와.

  

아들은 아내를 얻을 때까지만 아들이지만, 딸은 영원히 딸이다.

 

“내가 봐줄 수 없는 일이 두 가지 있어. 하나는 자기가 얼마나 고결한 인간인지 자기가 한 일에 무슨 도덕적인 이유가 있는지 떠들어대는 일, 또 하나는 자기가 얼마나 나쁜 짓을 저질렀는지 계속해서 후회하는 일이야. 양쪽 말 다 사실이겠지. 자기 행동의 진실을 깨닫는 거라는 점에서는. 그래야 하는 거고. 하지만 그랬으면 넘어가야지.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이미 일어난 일을 없던 일로 할 수도 없어. 계속 살아가야지.” 

 

 

1. 흥미로운 소재.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

친구 H. 모녀 관계는 애증인 것 같다.

 

2. 더 좋은 소설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았다는 안타까움.

 

3. 애거서 크리스티의 전기를 읽어보고 싶어졌다. 성경과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작가. 왕성한 작품 활동과 숨 쉬지도 않고 읽어나가게 되는 필력.

아마도 이 소설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을 키우다가 재혼한 개인적 경험도 녹아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누군가가 이렇게 궁금해지기도 오랜만.

 

2015년 3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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